00364 Game No. 364 마지막 승부. =========================================================================
이야. 얘네들 독하네?
2연속 올인을 할 줄이야.
어제 김재만과 경기를 치르고 설마 했다. 오늘도 올인을 할까?
역시 조상님 말씀 중에 틀린 말 하나 없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설마로 남겨 두었다면 경기를 허무하게 내줬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포스트시즌이다 보니 별의별 전략이 다 나온다.
그걸 역이용해 무난한 전략을 쓸 때도 있고. 그렇기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라봐야 한다.
“대박이다. 대박!”
관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팀원들이 기뻐하니까 굉장히 좋다.
“도대체 본진 소굴은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잔뜩 흥분한 듯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연호.
보자마자 그것부터 물어보는 걸 보니 굉장히 궁금했나 보다.
그게 말이지.
“이 전장에서 앞마당에 8솟대 소환하고 정찰 갔을 때 일반적으로 군주가 이미 나와 있어야 하거든. 그게 아니면 마견숲이 올라가 있든가. 근데 내 용안이 도착한 순간 군주가 나오고 일벌레 2기가 더 찍히더라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일벌레 숫자 세 보니까 8기더라? 원래 9기여야 하는데 1기가 부족하다는 건 일벌레 1기를 어디다가 빼 놓은 거지. 그게 정찰일 수도 있지만 마수가 2인용 전장, 그것도 공중상의 거리가 가까운 전장에서 이렇게 일벌레 정찰을 빨리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본진부터 훑어 본거야. 만약 본진에 일벌레가 없었다면 다른 확장 지역도 다 훑어 봤겠지.”
“……난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겠구나.”
연호가 시무룩한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아니 왜 그렇게 생각 하는 거야?
연습만 하면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있다고 연습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싶지 않다. 무수한 연습을 통해 나만의 것도 함께 가지고 싶었다.
지금 경기가 그 결과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만 믿고 경기를 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미세한 차이. 그걸 캐치해 낸 것이 너무나도 뿌듯했다.
이럴 때마다 느껴진다.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형.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다들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맞아요. 전율이라고 해야 하나? 형이 용안으로 본진 돌아다닐 때 진짜 심쿵!”
감격한 듯 속사포로 말을 내뱉은 완석이와 민규.
심쿵이라니.
얘네 들을 보면 10대의 풋풋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너무 좋다. 나까지 풋풋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완석이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완석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요?”
“당연하지.”
“제가 김재만을 이길 수 있을까요?”
완석이의 상대는 김재만이었다.
김재만은 세 종족을 골고루 잘한다. 역상성인 환국전 역시 높은 승률을 지니고 있었다. 김연훈이 수비적인 운영으로 환국을 압박한다면 김재만은 끊임없는 공격으로 정신을 잃게 만든다.
아직 경기 경험이 별로 없는 완석이에게 어려운 상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기 시작도 하기 전에 지고 들어가면 어떡하냐? 진짜 지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 해야지. 안 그래?”
시작 전부터 위축이 되면 곤란하다.
그러면 제 실력의 반도 채 발휘할 수 없거든.
“그건 그렇지만…….”
“마음 편하게 준비한대로 경기해. 뭘 그렇게 부담을 가져? 뒤에 팀원들 있잖아. 마음 편하게 먹어야 연습한 대로 경기 운영할 수 있어.”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지.
몸으로 겪어 봤으니까.
긴장으로 경기장에서 실수를 한 적도 있고 그걸 극복한 적도 있다.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해 줬다.
한결 편해 보이는 완석이의 표정.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지금 내 말이 완석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팀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은 완석이가 무대로 올랐다.
****
<ㅅㅂ 이승우 컴퓨터 조사해봐야 하는 거 아님? 맵핵쓰는 거 아님?>
<존나 지린다. ㅎ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MSL 이승우 우승 주고 끝내면 안되냐?ㅋㅋㅋ 마수로 절대 못이기겠는데?>
<와. ㅅㅂ 진짜 김택윤보다 마수전 잘하는 거같음 ㅇㅇ>
<이승우 주종 원래 마수였냐? 왜 이렇게 마수를 잘 아냐?>
<그냥 마수가 잘못함. 뭔 일인지 모르지만 이승우한테 잘 못 보인 듯 ㅇㅇ>
<양 팀 표정 봤냐? 비교 체험 극과 극 보는 줄 ㅋㅋ>
<개꿀잼ㅋㅋㅋㅋㅋ진짜 표정ㅋㅋㅋㅋㅋ>
올해 이승우가 치른 마수전은 총 45전.
그중 패배한 경기는 불과 3전밖에 되지 않는다.
승률이 93%나 되는 것이다. 몰수패를 제외하면 승률은 95%까지 올라간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역 상성인 마수전을 상대로 이렇게 높은 승률을 지닌 선수가 있었던가?
과거 김택윤이 한 해 마수전이 85%에 육박한 적이 있었지만 90%를 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 경기만 해도 그렇다.
생각이 다르다.
용안이 갔을 때 군주가 나오고 후에 마견숲 대신 일벌레 2기를 더 눌렀다는 걸 보면 용무관 없이 바로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해야겠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달랐다.
어? 이 타이밍에 군주가 나오면서 일벌레가 찍혀?
내가 아는 타이밍이랑 다른데? 수상하다. 수상해.
이렇게 생각하고 본진을 용안으로 훑어 임동원의 전진 소굴을 발견해 냈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용족이었다.
거기다 오늘 경기 승리로 공식전 31연승을 달성했다.
이 역시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기록.
아마추어들과의 대결도 아니고 프로간의 대결에서 30연승을 넘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승우가 등장 전 최고 연승기록은 15연승이었다.
지금 이승우는 원래의 기록의 2배가 넘는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말이 2배지 어마어마한 차이다.
축구계에 메시와 호날두가 등장해 모든 기록을 뒤엎어 버린 것처럼 이승우의 등장으로 신들의 전쟁 기록이 상당수 경신되었다.
사람들의 보는 눈을 확 높여 버린 것이다.
동시대에 활동하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앓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운과 이영우를 겪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승우라는 신이 또 한 번 강림하다니.
이를 악물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1경기를 4:1로 이긴데 이어 2경기도 1:0으로 앞서가는 아스트로.
2세트에 출전한 선수는 진완석이었다.
한민규와 함께 아스트로가 키우고 있는 환국 선수.
최근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한민규의 활약으로 인해 출전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다.
6강 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자리에 출전한 만큼 승리를 거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했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김재만.
경기의 완급 조절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공격해야 할 때와 수비해야 할 때를 정확히 판단했다.
노련했고 뛰어났다.
진완석이 이를 악물고 분전했지만 폭풍처럼 몰아치는 김재만의 공격을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신예 환국이 김재만을 상대로 경기를 30분 넘게 이어갔다는 건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다.
1:1.
김재만이 맞춘 균형은 이어지는 3세트에서 깨진다.
아스트로에선 신연호가 나왔고 GO에선 변영태가 나왔다.
어제 차 안에서 승리를 호언장담한 신연호가 약속을 지켰다. 경기 내내 화려한 소환쇼가 펼쳐졌다. 트리플 지역에 나가로 병력을 소환하더니 뒤이어 본진에 병력을 소환해 화포연구소를 깨 환국의 2/1업 타이밍을 늦췄다.
환국의 진출 타이밍을 주춤하게 만드는 공격.
2/1업이 된 기갑병력과 그렇지 않은 기갑병력의 화력은 천지차이다.
차선책으로 추가 확장을 먹으며 다음 타이밍을 노렸지만 신연호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연달아 공격을 시도하며 포인트를 따냈다.
결정적으로 나가의 소환을 또 성공시키며 환국 본진에 있는 창고 다수를 파괴해 내는 데 성공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변영태가 항복 선언을 하며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아스트로의 4세트 주자는 한민규.
신연호의 기세를 이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선수였다.
차영화를 상대로 경기를 시작한 한민규는 초반 과감한 전략을 시도했다.
전장 중앙에 화통도감 하나를 숨겨 지은 것이다.
차영화에게는 마치 본진 화통도감 1개가 있는 척 연기를 했다.
연기력이 일품이었다. 꼼짝없이 속아 넘어간 차영화가 압박을 위해 용혼을 한민규의 앞마당으로 집결시킨 사이 중앙 화통도감에서 생산된 화차가 몰래 뒤로 돌아가 용혼의 퇴로에 지뢰를 매설했다.
그 후 보통 FD처럼 진출을 시도하는 한민규.
애초에 한민규의 목표는 진출 병력으로 차영화의 용혼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뒤로 물러나게 만들며 지뢰를 밟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민규의 의도는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컨트롤을 하며 뒤로 물러나던 용혼을 맞이한 건 익숙한 자신의 진영이 아닌 지뢰였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지뢰를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움찔하는 사이에 지뢰에 폭사하는 용혼.
차영화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평범한 FD라고 착각한 차영화는 1제단에서 앞마당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앞마당 신전을 취소하고 본진에서 제단과 용의 신전을 올리며 일발역전을 꿈꿨지만 한민규의 조이기가 너무 단단했다.
지뢰 폭사를 막기 위해 천자총통 주변에 매설된 지뢰를 꼼꼼하게 제거해 주는 한편 화살탑을 지으며 운룡의 움직임을 원천봉쇄했다.
쥐어짜낸 병력으로 마지막 뚫기를 시도했지만 전보다 더 촘촘해진 조이기 라인을 뚫어낼 리 없었다.
모든 병력이 녹아내리며 차영화가 GG를 선언했다.
3:1로 GO를 크게 앞서가는 아스트로.
GO 팬들의 머릿속에 어제 일이 떠올랐다.
이대로 또 4:1로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
목이 타는 듯한 갈증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팬들이 있을 정도였다.
5세트에 출전하는 아스트로 선수는 원조 에이스인 박현우였다. 그나마 GO 팬들에게 위안인 건 박현우에 맞서는 선수가 조세욱이라는 것이었다.
어제 한민규에게 아쉽게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환환전에 있어서 손에 꼽히는 선수였기에 조세욱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았다.
적어도 어제처럼 4:1로 무너지는 악몽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GO팬들의 간절한 염원과 함께 시작된 경기.
그 염원이 전달된 걸까?
어제와 다른, 기민한 움직임으로 박현우를 압박하는 조세욱.
거리 재기 싸움을 하는 족족 승리를 거두며 천자총통의 차이를 크게 벌렸다. 천자총통의 숫자가 적다 보니 박현우는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그 틈에 조세욱은 확장 2개를 빠르게 확보하며 세를 차근차근 불려나갔다.
병력을 추스른 박현우가 금와에 병력을 실어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지만 천리안으로 금와의 존재를 일찍부터 파악하고 있던 조세욱의 호수비에 막히며 GG를 선언했다.
이제 스코어는 2:3. 한 세트만 더 이기면 에이스 결정전까지 이어갈 수 있다. GO의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났다.
적어도 어제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어진 6세트는 장유철과 김승대의 대결이었다.
기세가 탄 GO는 무서웠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6세트 승리를 거두는 장유철.
부스에서 나오는 김승대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을 정도로 경기 내내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은 장유철이었다.
장유철의 승리로 3:3 상황이 만들어졌다.
GO의 집념으로 만들어 낸 스코어.
이제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에서 가리게 되었다.
아스트로가 2:0으로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인가?
아니면 GO가 3경기로 승부를 이어나갈 것인가?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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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다녀왔습니다.
....많이 힘드네요.ㅠㅠ
현우도 힘내 ㅠㅠ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