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0 Game No. 360 깔끔한 경기. =========================================================================
계획이 전부 어그러졌다.
이승우와 김재만이 맞붙는 순간부터 틀어진 계획.
대진표를 받자마자 필살기성 빌드를 준비하고 연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승우에게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운영을 완성했다.
김재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들킬 줄이야.’
연습 때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도 정찰을 막는 것에 집중하며 연습을 했다. 본진에서 용아가 나오거나 용안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커트하며 최대한 그슨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마견의 발업도 보통 때보다 빨리 찍어 주었다.
이 자체도 페이크였다.
원래 마견의 발업을 누르면 그슨대를 쓰지 않는다. 정석과도 같은 생각을 역 이용한 전략을 오늘 들고 나왔는데 너무 빠른 시기에 들키고 말았다.
이렇게 빨리 들키면.
‘용광포가 소환되지.’
이미 3개의 용광포가 추가로 지어지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다.
차라리 마견을 찍기 전에 그슨대가 들켰다면 용광포 건설을 강제하고 일벌레를 추가로 찍어 운영형 그슨대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이미 본진과 앞마당 소굴에서 마견을 찍어낸 후라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무조건 한 번은 공격을 가야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타이밍이라도 당겨야 한다.
-이승우 선수 정말 안전하게 하네요. 용광포를 4개까지 늘려주는 모습입니다.
-이 것만 막으면 경기 잡을 수 있거든요. 굳이 돈 아낄 필요 있냐 이거예요!
3개로도 충분해보였지만 확실히 하고 싶은지 4개까지 늘려주는 모습이었다. 6~7개까지 지으면 모를까 이 정도는 결코 과한 투자는 절대 아니었다. 막기만 하면 8할은 이긴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갑니다. 일단 갑니다. 김재만 선수 일단 칼을 뽑아들었어요!
-용광포가 완성되기 전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인데 글쎄요.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요?
-근데 어차피 안갈 수는 없습니다. 이미 마견을 한 타이밍 찍었거든요. 그럼 용광포가 완성되기 직전 한 번 들어가 보겠다 이겁니다!
3개의 용광포가 소환되고 있었지만 아직 공격을 할 수 있는 용광포는 1개 밖에 없다. 3개의 용광포가 완성되기 전에 기존의 용광포를 파괴한다면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마수의 병력이 용족의 앞마당 쪽이 집결했다.
-자. 갑니다! 들어가요!
-진짜 빠르게 치고 들어가서 용광포 깨부숴야합니다. 그슨대가 군대처럼 각을 잘 세워야 해요!
사업이 완료 된 그슨대 6기가 달려드는 순간 먼저 소환 한 2개의 용광포가 완성되었다. GO 벤치 쪽에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아스트로의 벤치에선 환호가 터졌다.
이 차이가 꽤 크다.
용광포가 1방을 때리느냐 아니면 때리지 못하고 맞고 시작하느냐.
-아. 이승우 선수 입장에서 너무나도 좋은 타이밍에 용광포가 완성이 되었어요!
-막죠. 이러면 막죠!
용광포가 그슨대를 상대하고 용아가 마견을 상대한다.
넓은 평지에서 싸웠다면 마견이 용아를 순식간에 싸먹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건물로 입구를 좁히고 서 있는 용아는 장판파의 장비 부럽지 않은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겨우 2~3기의 마견 만이 용아를 때리고 있었고 한 부대가 넘는 마견이 제 자리를 못 잡고 빙빙 돌고 있었다.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전투였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용광포에 맞아 죽는 마견이 한 둘이 아니었다.
-막혔습니다. 이건 막혔어요!
-용족 입장에서 정말 딱 좋은 상황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는 상황!
그래도 용광포 2개를 깨며 완성 된 용광포가 하나만 남아있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그슨대가 전부 잡혀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용광포를 파괴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마견이 달라붙으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걸 허락할 이승우가 아니었다.
용아와 용안으로 단단히 벽을 세워 마견을 침투하는 걸 원천봉쇄했다. 틈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 사이 네 번째 용광포가 완성되었다.
이 용광포가 신의 한수였다.
만약 이 용광포가 아니었다면 아래쪽 용안이 지키고 있는 라인이 마견에 뚫리며 길을 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용광포가 완성되는 순간 마견의 활약도 멈춰버렸다. 1개의 용광포라면 모를까 2개의 용광포의 공격을 버티기엔 마견의 체력이 너무 약했다. 아까 전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마견이 정리되었다.
그슨대가 섞이지 않은 마견은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진짜 잘 막았네요. 이 정도면 딱 적당한 수의 용광포로 막아 낸거죠!
-아예 용광포가 많았다면 김재만 선수가 추가 마견 찍지 않고 일벌레를 찍었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4개, 그 것도 동시에 4개가 아니라 2개, 1개 따로 완성되니 이거 잘하면 뚫을지도 모르겠는데 싶어서 마견을 더 찍어 준거거든요!
-용안 블로킹이 사기입니다. 맞는 용안 뒤로 빼주고 체력 많은 용안이 앞장서고! 이 컨트롤로 용광포가 완성 될 때까지 시간 잘 끌었어요.
-막혔어요. 얄짤 없이 막혔습니다. 용아를 다 잡고 용안까지 조금 잡아주긴 했지만 이건 피해도 아니에요.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거든요!
중계진의 목소리가 경기장 지붕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커졌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들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뚫렸을 거다.
이승우는 김재만의 올인을 거의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이승우가 대단한 선수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용족이란 종족을 가지고 경기를 펼친다. 용광포 1개로 5마리 이상의 그슨대를 잡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슨대에 용광포가 순식간에 일점사 당하고 뒤이어 들어온 마견에 심시티 건물이 무너지며 GG를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기의 용아가 그슨대를 발견하면서 서로의 운명은 정 반대가 되었다. 급해진 쪽은 김재만이었다. 어떻게든 타이밍을 잡아야했으니까.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막히고 말았다.
보는 입장에서 ‘아’하는 탄식이 새어나올 정도로 정말 아슬아슬하게 막혔다.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뚫을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은 사실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다. 결국 뚫지 못했단 뜻이고 앞으로도 다신 뚫을 수 없다는 뜻과 같았다.
뒤늦게 일벌레를 찍고 소굴을 늘리며 운영으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경기를 보는 중계진과 관중들도, 양 팀의 벤치도, 심지어 경기를 펼치는 김재만도 알고 있었다.
테크 차이가 너무 심했다.
비비가 날아오는데 마굴조차 없는 마수. 마굴을 떠나 그슨대 숫자도 2기 밖에 되지 않는다. 겨우 이 숫자로 모든 군주를 지키라고?
이건 마수의 신도 할 수 없다.
이제 경기는 용족의 것이었다.
이미 전장을 장악한 비비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숨어있는 군주를 찾았다. 비비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도망치는 군주였지만 굼벵이처럼 느린 속도로 비비를 따돌릴 순 없었다. 결국 중간에서 딱 마주치는 군주와 비비.
군주가 벌벌 떠는 것이 화면 밖까지 느껴졌다.
-군주 잡히죠. 2기라서 순식간에 잡힙니다.
-아. 비비가 날아가는 경로에 군주가 있습니다. 이대로 날아가면 2기 잡혀요!
2기의 그슨대가 군주를 잡는 비비를 열심히 때렸지만 비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묵묵히 비비를 잡아내고 제 갈 길을 가는 비비.
-안 그래도 가난한데 2기의 군주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잡혔습니다.
-지금 비비가 군주를 잡아내주는 것도 좋지만 마수의 현재 상황을 체크해주는 것이 훨씬 더 크거든요? 병력 안 뽑고 일벌레 충원하는 거 눈으로 보면 바로 응징 들어가죠!
일벌레를 총원하는 마수의 심정이 편할 리 없다.
그저 제발 공격을 들어와 주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요행이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할 만큼 김재만의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5기의 용아가 본진에서 걸어 나왔다.
모르면 모를까 훤히 보고 있는 지금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공1업도 되지 않았고 발업도 되지 않았지만 마수에겐 공발업 용아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졌다. 5기의 용아가 향한 곳은 9시 확장이었다. 가시 촉수 2개를 지으며 방어를 준비했지만 그보다 용아의 도착이 빨랐다.
일하고 있던 일벌레가 화들짝 놀라 한 곳으로 뭉쳤다.
여유 병력이 있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본진으로 줄행랑을 쳤겠지만 지금은 5용아를 상대할 병력이 없어 일벌레까지 전투에 동원되었다.
이승우의 정교한 컨트롤에 의해 일벌레 5마리가 피를 쏟으며 죽었다. 2개의 가시촉수를 지은 것도 모라자 일벌레 5마리까지 죽다니.
방금 전 일벌레를 보충한 것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비비는 군주라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전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앞마당 쪽에 뭉쳐있는 군주를 발견한 비비가 입맛을 다시며 달려들었다.
-9시에 용아 보내놓고 동시에 비비는 앞마당 쪽으로 보내죠!
-아. 집결지 때문에 대부분의 군주가 앞마당 쪽에 모여 있어요!
그슨대는 9시 용아를 상대하느라 정신없었다.
무려 5기의 군주가 비비에 찢겨 나갔다.
말 그대로 먹방을 찍고 있었다.
마수의 인구수 제한은 겨우 21. 2기의 군주를 제외하고 모든 군주가 잡히고 만 것이다.
인구수 자체도 36 밖에 되지 않았다. 용족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수치였다.
-이승우 선수 정말 깔끔합니다.
-김재만 선수 소굴을 일단 5개까지 늘리긴 했는데 돌아가는 건 반도 안되죠.
-반면 이승우 선수는 4개의 제단이 펑펑 돌아갑니다. 비렴 갈 것도 없어요. 그냥 용아 모아서 앞마당으로 가면 경기 끝납니다.
굳이 경기 길게 끌어봤자 좋을 것 없다.
군주가 비비에게 꾸준히 잡힌 탓에 마수의 병력은 조금도 늘어나지 못했다.
두 차례 제단을 회전시켜 모은 용아로 앞마당 공격에 나선 이승우.
가시촉수가 뒤에서 분전했지만 한 부대에 가까운 용아를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굳이 심시티 잘되어 있는 9시 밀려고 할 필요 없죠! 그냥 본진 밀어버리면 경기 끝나는 겁니다!
-김재만 선수 좋은 전략을 준비해오긴 했는데 너무나도 빨리 들켜버렸어요. 7시에 용아가 숨어있던 순간 경기가 결정된거라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역시 이승우네요. 역시 이승우입니다. 개인리그에 이어 프로리그까지 정복을 노리는 이승우인가요!
-김재만 GG! GG를 선언합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이승우! 역시 큰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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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일벌레를 찍고 있어?
잔뜩 움츠리며 가시 촉수 박아도 모자랄 판에.
뭐 그렇게 했어도 경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거다. 지금 끝나느냐 10분 후에 끝나느냐 차이였겠지.
상대방의 올인을 일찍 눈치 챈 덕에 경기가 너무 쉽게 끝났다.
스킬도 거의 쓰지 않았다.
처음 수비를 했을 때 [투신]을 사용한 정도?
[예언가]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보기 위해 장착했는데 괜히 스킬 횟수만 한번 소모한 꼴이 되었다.
[투신]같은 액티브 스킬은 사용하지 않으면 횟수가 줄어들지 않지만 패시브같은 경우 경기 시작과 동시에 자동 적용이 되는거라 실제 그 스킬의 효과를 받지 못했다하더라도 사용한 것으로 취급된다.
그래도 이겼으니까 됐지 뭐.
정말 오랜만에 1세트에 나온 것 같다.
내 승패에 따라 팀원들의 사기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어깨에 힘이 빡하고 들어갔다.
자. 그럼 편안하게 경기를 감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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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