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59화 (359/575)

00359  Game No. 359 보인다.보여.  =========================================================================

-이번 경기는 그 동안 치러왔던 경기와 무게가 다릅니다. 6강 플레이오프, 일 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던 프로리그를 마무리하는 경기거든요.

-그렇죠. 평소 프로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온갖 전략이 나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늘 경기도 양 선수 평범하게 가지 않죠?

이승우는 용무관보다 제단을 먼저 앞마당에 소환했다.

초반 용아 찌르기로 견제를 해주겠다는 의도였다. 이런 이승우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김재만도 군주를 생산한 후 일벌레를 추가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견숲을 건설했다. 초반 변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빌드 자체는 서로 할 만한 빌드입니다.

-김재만 선수 굉장히 안전하게 플레이하네요. 2마견 이후 2일벌레를 찍어줄 수도 있는데 6마견을 바로 찍어줍니다. 선 제단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는 거죠.

-만약 이승우 선수가 평범하게 플레이했다면 김재만 선수가 기분 나쁜 초반을 보낼 수 있었지만 선 제단을 했기 때문에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죠.

김재만은 굉장히 안전하게 플레이하고 있었다.

아예 초반에 피해를 입지 않겠다는 그의 생각은 제대로 적중했다.

-이러면 용아에 대한 대처는 충분히 되죠. 딱 6기의 마견을 찍어준 후 나머지는 올 일벌레입니다.

-좋네요. 아주 좋습니다. 아마 상대의 제단을 발견하는 순간 용아 수에 맞춰 마견을 적절히 추가해줄 겁니다.

김재만이 빠르게 마견을 찍었다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첫 번째 생산 된 용아를 언덕 쪽에 숨겼다. 괜히 혼자 돌아다니다 마견이라도 마주치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거다.

동료 용아가 나올 때까지 숨소리를 죽인 채 숨어 있어야 했다.

-이승우 선수 일단 앞마당에 신전 소환합니다.

-용안으로 마견의 수를 대충 파악했기 때문에 용아가 무작정 달려 나가는 건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그 사이 마견 1기가 용족의 앞마당 쪽으로 파고들었다.

겨우 1기의 마견이지만 생산 된 용아가 떠나지 못하고 본진 언덕을 지켰다.

난입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아마추어의 마견은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지만 프로게이머의 마견, 그 것도 김재만 정도 되는 선수의 마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겨우 1기라고 무시했다간 꽤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금을 캐는 용안을 건드리는 것도 문제지만 용족의 테크를 훤히 보여준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김재만 선수 스타팅 앞마당이 아닌 9시 쪽 중립 확장 지역에 세 번째 소굴을 폅니다.

-뭐 소굴을 가서 그 후의 운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중립확장, 흔히 옆구리라고 말하는 곳을 두 번째 멀티로 선택한 것으로 보아 그슨대 위주의 운영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타 스타팅 앞마당을 가져가는 이유는 하나다.

스타팅 본진까지 4개의 금광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금이 많이 필요한 중후반 유닛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마수가 주로 선택하는 확장이었다.

만약 이번 경기에 그슨대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고 싶다?

그럼 굳이 수비가 어려운 스타팅 앞마당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자신의 본진과 가장 가까운 금광 확장에 소굴을 펴면 된다. 3개의 금광으로 그슨대는 원하는 만큼 충분히 찍어낼 수 있었으니까.

지금 김재만의 운영은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용아가 3기까지 모인 이승우도 제단 옆에 용무관을 소환해주며 공격을 나설 채비를 했다.

선제단을 했는데 가만히 있는 건 마수를 도와주는 꼴이었다.

적어도 갈 수 있다는 압박을 계속 심어주며 마견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용아가 빠져나올 걸 확인한 김재만. 용아 수에 맞춰서 마견을 더 찍어줍니다.

-더 나와야합니다. 만약 일벌레 찍었으면 지금 공격에 피해 받을 수 있어요!

8기의 마견과 용아가 붙었다.

순식간에 컨트롤을 통해 1기의 마견을 잡아내는 이승우.

역시 최고의 용족다웠다.

그 짧은 순간 3기의 용아로 1기의 마견을 찍어 잡다니.

-김재만 선수 침착해야합니다. 너무 쉽게 마견 한 마리 잡혔네요.

-동시에 마견 대열 흐트러졌죠! 기다렸다는 듯 본진으로 쭉쭉 올라가는 용아!

-김재만 선수 조금 더 기다려야 해요. 지금 앞마당과 본진에서 마견 더 찍어낸 것 같거든요? 무리하게 싸우지 말고 마견 추가 합류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워야합니다.

겨우 3기의 용아인데도 심한 압박을 받는 마수.

이승우의 용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절대 철광 뒤로 용아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야합니다. 용아가 철광 뒤에 자리 잡는 순간 김재만 선수 괴로워집니다. 초반에 마견 빨리 뽑은 거 아무 소용없어지는 거예요!

마견과 용아가 본진에서 다시 붙었다.

2차전이었다.

용아가 뒤로 몸을 움찔움찔 빼며 마견을 끊어먹었다. 뛰어난 컨트롤이었다. 김재만도 맞는 마견 뒤로 빼며 컨트롤에 집중했다.

-일단 양으로 막아야해요. 양으로 밀어내야합니다! 시간 끄는 거 이승우 선수가 원하는 거예요!

-이승우 선수 진짜 시간 잘 끄네요. 용아 금광이 있는 쪽으로 쭉 빼면서 또 마견 안 쪽으로 깊숙하게 유인하죠!

-미량이지만 용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더 버는 거죠. 마견이 그럼 1대를 더 때려야하고 그 만큼 여기에 붙잡혀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도 일벌레 피해 없이 침착하게 용아를 정리하는데 성공한 김재만.

이승우도 추가 용아를 보냈지만 앞마당으로 보내지 않고 7시 스타팅 포인트 앞마당 쪽으로 보냈다.

만약 7시 앞마당을 두 번째 확장으로 선택했다면 본진에 마견이 묶여 있는 지금 일벌레를 한 번 빼게 만들겠다는 것이고 7시 앞마당에 확장이 없으면 그 곳에 용아를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정찰용으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그슨대를 선택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추가 병력 생산 없이 일벌레를 보충해준다면 일벌레를 잡아 줄 수도 있다.

움직임 하나에 품격이 담겨 있었다.

-김재만 선수 일단 노 마굴 상태에서 앞마당에 그슨대굴 지어줍니다.

-마견 발업도 찍어준 것 같죠?

-아직까지는 어떤 빌드인지 확실히 말할 수 없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지금 마수 상황보고 ‘이건 올인이에요!’라고 했겠지만 요즘엔 빌드가 전보다 훨씬 더 발전되었거든요. 최근 마수 선수들이 용족을 상대로 자주 쓰는 빌드가 3소굴 유지하면서 발업 마견으로 용아 막아주면서 땡 그슨대로 용족을 압박하는 것이 있거든요. 이 빌드가 선 제단을 한 용족을 상대로 괜찮거든요!

김정식 해설의 말처럼 요즘 빌드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예전엔 노 마굴 그슨대면 무조건 올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노 마굴 그슨대를 쓴 후에 충분히 운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발전하고 빌드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사업 그슨대로 용족 심시티를 깨며 부족한 일벌레를 충원해주고 소굴을 5개까지 늘리며 그슨대 물량을 확보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직 누가 유리하다고 섣불리 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양 쪽을 잡고 힘껏 당긴 실처럼 팽팽하다.

먼저 균형을 깨트린 건 김재만이었다.

-김재만 선수 올인입니다. 비수 하나 품고 나왔습니다.

-운영으로 가려면 그슨대만 찍어야하거든요! 근데 마견 더 찍고 있습니다. 이건 타이트하게 한 번 밀어붙인다는 거거든요!

-이승우를 잡으려면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거죠!

김재만의 계획은 애초에 올인이었다.

사업 그슨대로 용광포를 빠르게 제거하고 발업 마견으로 몰아붙이는 전략.

과거 이제운이 송병호를 잡아낼 때 썼던 전략이었다.

모르고 있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어?’하는 사이에 용광포가 제거되고 물밀듯 밀려오는 마견에 그대로 앞마당이 밀려 버린다.

아직 용족의 용광포 숫자는 1개에 불과했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순간.

-7시 앞마당 쪽에 있던 용아 9시로 움직입니다!

-이게 센스에요! 이게 센스입니다! 김재만 선수는 본진에서 나오는 병력만 발업 마견으로 막을 준비하고 있었지 이렇게 7시 쪽에서 올라오는 용아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김재만 선수 입장에서 너무나도 뜬금없는 등장이죠!

9시 쪽으로 올라오는 용아가 이제 막 생산 된 그슨대와 정면에서 마주쳤다.

김재만에게 너무나도 민망한 만남.

조금 더 뒤로 미뤘어야하는 만남이었다.

여기서 만날 것이 아니라 용족의 앞마당에서 깜짝 모습을 드러냈어야하는 그슨대였다.

김재만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들켜도 너무 빨리 들켰다.

-이승우 선수 바로 앞마당에 용광포 늘립니다.

-안전하게 가면 된다는 겁니다!

그슨대를 본 이승우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바로 용광포를 늘려주며 빠르게 수비 태세를 취했다.

****

횡재했다.

일벌레를 견제하기 위해 갔던 용아가 그슨대를 발견했다.

우연히 복권을 주었는데 그게 1등에 당첨 된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엄청난 정보였다.

경기의 양상을 뒤집을 수 없는 엄청난 정보!

만약 이걸 보지 못했다면 어이없게 앞마당에 뚫리며 GG를 선언할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정찰에 성공한 용아에게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 용아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타이밍에 그슨대라니.

어떤 식이든 뚫기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운영으로 갈수도 있지만 일벌레 숫자로 봐서 한 번쯤은 공격을 들어올 것 같았다. 페이크성 공격이 아닌 앞마당을 뚫겠다는 의지가 담긴 공격을 한다는 거지.

뭐 올인이 아니어도 좋다.

안전하게 막아내면 일벌레 늘릴 타이밍에 그슨대를 찍은 마수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 어쨌든 이득은 내가 거둔다.

그슨대를 발견한 순간 용광포를 바로 늘려주었다.

1개에서 3개까지 말이다.

흠. 이 정도는 불안하니까 안전하게 1개 더 늘려줄까?

상대는 김재만.

괜히 철 150 아끼려다가 경기를 내줄 수도 있다.

안전하게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과하면 안 된다.

아예 공격을 포기해버릴 수도 있고 나중에 제단을 늘리는 것이 한 타이밍 늦어진다.

전략을 일찍 발견했기에 상대가 들이 받아주면 최고다. 용광포가 너무 많으면 뚫기를 포기하고 그냥 일벌레를 주구장창 찍어주며 소굴을 늘릴 수 있다.

그러면 또 상황이 애매해지거든.

원래 모든 게 적당한 것이 좋다.

그 ‘적당히’라는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

-아. 너무 빠르게 들켰어요! 이렇게 들킬 그슨대가 아닌데요!

-마수의 주인인 김재만 선수가 그슨대를 만난 것과 얼마 차이 나지 않습니다.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알았어요!

-이승우 선수 감이 너무 좋네요. 어떻게 딱 그 때 정찰을 갑니까! 이러면 충분히 막죠.

용족과 마수의 대결에서 용족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마수가 초반에 무엇을 하는지 눈치 채기 힘들다는 거다. 용안을 오래 살려두는 것도 상대가 마견 발업을 빠르게 해버리면 힘들어진다.

지금이 딱 그렇다.

하지만 이승우는 너무나도 쉽게 김재만의 전략을 파악해냈다.

무엇을 준비하는지 그리고 또 언제 오는지.

지금 김재만은 옷이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일거다.

동시에 굉장히 허무하겠지.

정찰을 막기 위해 6기의 마견을 용족 앞에 세워뒀는데 그게 참 뻘줌하게 되었다.

7시 쪽에 용아가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거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조현남 감독의 얼굴도 순간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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