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6 Game No. 356 가을의 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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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
OSL 시즌3에 참가하는 용족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자리다.
주 종족으로 용족을 고른 순간 숙명처럼 자리 잡은 가을의 전설.
그 주인공이 지금 탄생하려 하고 있었다.
전투의 승자는 이승우였다.
기가 막힌 컨트롤이 나왔다. 전투만 해도 손이 모자랄텐데 이승우는 추가 병력을 생산해 전장에 합류시켰다. 그 것이 결정적이었다.
송병호도 추가 병력을 보냈지만 이승우가 몇 초 빨랐다.
고수간의 대결은 조금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일그러지는 송병호의 얼굴. 그전까지의 패배와 무게가 다른 패배였다.
-이승우! 이 전투를 이기네요!
-풍백이 많이 살아남았어요. 송병호의 풍백은 전멸했는데 이승우의 풍백은 3기나 살아남았어요!
이게 크다.
병력이 크게 줄은 상황에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건 용아다.
근데 그 용아의 천적인 풍백이 건재한 상황.
그리고 병력 충원은 송병호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이승우도 함께 해준다. 단순 용아만 있는 송병호와 용아에 풍백까지 있는 이승우.
조합의 질이 다르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이승우는 지룡 1기까지 남아있었다.
용아와 용혼의 수는 따라잡을 수 있지만 풍백과 지룡의 차이는 메울 수 없다. 즉 이 경기는 이승우가 거의 잡았다는 뜻이었다.
-이승우 선수 기세 몰아서 송병호 선수의 본진으로 병력을 진군 시킵니다!
-괜히 다른 곳 돌아갈 필요 없죠! 바로 본진 끝내면 됩니다.
-아. 이승우 선수 진짜 대단하네요.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았어요!
-마지막 전투의 승리가 정말 결정적이었죠!
문어발처럼 퍼져 있는 확장을 전부 부술 필요 없다. 시간 끌 필요 없이 본진 제단을 장악하면 끝이다.
-송병호 선수 마우스에서 손 놓았어요! 아.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네요.
-고개를 떨구는 송병호. 아쉽죠. 너무나도 아쉽죠! 무려 4년 만에 오른 결승이었는데!
-그 동안 자신을 막고 있던 리쌍이란 벽을 이제야 무너뜨렸는데 새롭게 등장한 이승우란 벽이 너무 높네요.
-1,2세트의 실수가 정말 뼈아프게 다가올 겁니다. 3세트에선 8강과 4강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3세트에 이르러서야 제 모습을 찾았기에 더욱 더 아쉬운 송병호였다. 만약이란 가정은 정말 의미 없지만 송병호가 1세트부터 지금처럼 경기를 했다면 스코어는 달라져 있었을거다.
송병호가 양 팔 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힘없이 떨어뜨리어진 고개.
그의 몸이 잘게 떨렸다.
패자의 씁쓸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그라도 결승전의 패배, 그 것도 3:0의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준우승의 악몽에서 깨고 싶었지만 운명은 그에게 악몽을 다시 꾸게 만들었다.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본진 제단이 모두 파괴 된 이상 경기를 역전 할 수 없다. 제단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테크도 함께 무너진다.
본진과 함께 송병호도 무너졌다.
“이승우! 이승우!”
관중들이 하나 되어 이승우의 이름을 연호했다. 수만 명의 사람이 하나가 되어 내지르는 함성은 웅장하고 위엄 있었다.
그야 말로 축제 분위기.
이 축제를 즐길 수 없는 송병호의 팬들만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입술만 지그시 깨물었다.
송병호만큼 우승을 바랐던 이들이다.
프로리그 우승에 프로리그 다승왕.
그리고 개인리그 우승.
충분히 최고라 불릴 수 있던 선수지만 많은 준우승 덕에 최고라는 말보단 기부천사라는 조롱이 더 많이 따랐다.
송병호에게 남은 건 꾸준함 밖에 없다는 말은 기본이고 택뱅리쌍에서 뱅은 이제 빼야한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결승진출이 반가웠다.
이승우와 리쌍을 꺾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해 송병호를 까내렸던 이들의 입에 자물쇠를 걸어주고 싶었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역전?
불가능하다.
역전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비슷한 조합의 병력이 살아남았다면 모를까 이승우는 풍백에 지룡까지 갖춘 상태였다. 그 순간 경기는 이미 기울었다.
그렇게 한 동안 고개를 묻고 있던 송병호가 GG를 선언했다.
병력 싸움에서 진 순간, 그리고 본진을 이승우의 병력이 들어온 순간 패배를 알았을 거다. 하지만 쉽사리 GG를 칠 수가 없었다.
이승우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 커다란 함성이 관중석에서 터져 나왔다. 수만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했다. 그 앞에 있는 것만으로 몸이 찌릿해질 정도였다.
화려한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다.
가을 시즌이라 특별히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 된 결승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가을의 전설이 탄생했다.
-이승우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강명도 하지 못하고! 송병호도 하지 못하고! 김택윤도 하지 못했던 OSL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갑니다!
-용족에서도 리쌍과 같은 영웅이 나왔습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 기다려왔던가요?! 드디어! 드디어 용족에 구원자가 나타납니다.
용족은 절대자가 없었다.
육룡이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하긴 했지만 한 선수가 한 시대를 독점했던 경우는 없었다.
모두 한 가지가 부족했다.
MSL 우승이 있으면 OSL 우승이 없던지.
OSL 우승이 있으면 MSL 우승이 없던지.
개인리그에서 성적을 내고 있을 땐 프로리그 성적이 나쁘다가 프로리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일 때 개인리그 성적이 영 시원치 않다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리쌍처럼 포스를 뿜어내는 용족 선수는 없었다.
이승우는 이러한 단점을 하나도 지고 있지 않다.
프로리그부터 개인리그까지.
참가한 모든 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 남은 건 MSL 결승.
MSL마저 우승한다면 용족을 넘어 역대 최강이 불리는 이영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 기세라면 이보다 더 한 것도 세울 것 같은 이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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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호의 GG를 보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났다.
가을의 전설.
그리고 OSL 2회 연속 우승.
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일들을 해냈다.
기뻤다. 너무나 기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그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한 번 우승을 했기에 이번에 우승을 하면 다를 줄 알았다.
아니었다.
달라진 건 없었다.
벅찬 감동은 똑같았다. 아니 첫 우승때보다 더 했다. 2연속 우승이라니. 정말 내가 해낸 거 맞아? 볼을 꼬집어봤다. 생각보다 세게 꼬집은 탓에 볼이 얼얼했다.
아팠지만 그보다 지금이 꿈이 아니란 사실에 기뻤다.
그래. 내가 정말 우승을 한거야.
“야. 여기서 뭐해? 나가자!”
그때 부스 문이 벌컥 열리고 도 수코님이 들어왔다. 얼굴 가득 번져 있는 미소.
“도 수코.....억!”
도 수코님을 향해 무어라 말을 하려는 순간 그대로 부스 밖으로 끌려 나왔다. 죄...죄송한데 살살 좀 다뤄주실래요? 제가 보기보다 약하거든요?
그리고 이어진 헹가래. 이건 아무리 해도 적응되지 않는다. 방광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바이킹을 탈 때와 비슷했다.
헹가래 이후 샴페인 세례까지.
온 몸이 끈적끈적하게 젖었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계속 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한 차례 팀원들의 축하가 끝나고 우승자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뜨거운 박수가 나를 반겼다.
그래. 이거야.
이 맛에 우승하는거지!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내가 최고였으니까.
-가을의 전설 이승우 선수가 무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기분이 어쩠냐고요? 당연히 날아갈 듯 행복하죠!
소리라도 막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런 건 카메라 없을 때!
“또 다시 우승을 차지해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일단 차분하게 시작하자.
-저 밑에 어머니께서 정말 기뻐하고 계십니다. 이번에도 이 우승을 어머니에게 바칩니까?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드시는 엄마.
옆에 있는 동생이 엄마를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늦게나마 효도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이번 우승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치고 싶습니다.”
조금 늦었죠?
제가 이렇게 잘하고 있는 모습 보고 계셨으면 정말 더 좋았을 텐데. 뭐가 급하시다고 그렇게 빨리 가셨어요.
어린 나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추억이 별로 없다.
간혹 아버지와 싸웠다며 짜증난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싸울 수 있는 아버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 앞에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아버지는 항상 그리운 존재다. 그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프로게이머로 성공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말을 해주셨을까?
그 것이 가장 궁금했다.
환하게 웃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VIP석에 앉아 있는 가족들과 눈이 마주쳤다.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얼굴. 내 표정도 저렇겠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정말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
-충분히 자랑하실 만 하죠. 세계에서 신들의 전쟁을 가장 잘하는 사람인데요!
-그렇죠. 여러분?
전현석 캐스터님의 질문에.
“네.”
“당연하지!”
“최고다. 이승우!”
“와아!!!”
경기장이 떠내려갈 정도로 큰 외침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팬 분들이 외치는 말은 각자 달랐지만 그 안의 담긴 의미는 모두 같았다.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가슴 한 구석이 벅차올랐다.
문득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게 10분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 내용은 전과 비슷비슷했다.
준비과정, 지금 심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이제 남은 건.
-정말 이승우 선수 대단합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치고 시상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송병호 선수도 무대로 올라와주시기 바랍니다.
시상식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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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트로피가 보인다.
이미 한 번 들어 올렸던 트로피지만 처음 들어 올리는 것 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승우 선수는 무대 중앙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무대에 서는 순간 모든 조명이 꺼졌다.
동시에 거대한 중앙 화면을 통해 이번 시즌 내 경기들이 화려하게 편집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를 보니 그때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도 저번 시즌에 비하면 편하게 왔구나.
영상이 끝나고 다시 조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2015! OSL! 시즌3! 우승자는 가을의 전설 이! 승! 우!
전현석 캐스터님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무대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폭죽이 터졌다.
실내 무대가 아닌, 실외라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폭죽과 조명이 어우러져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무대가 연출되었다.
폭죽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그 끝엔 그토록 바라던 우승 트로피가 있었다.
단숨에 트로피가 있는 곳에 온 난 그대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너를 이렇게 빨리 들어올리게 될 줄이야.
다음 시즌에도 친하게 지내자.
그렇게 트로피와 첫 인사를 나누고 입맞춤을 하는 순간.
[업적이 생성되었습니다.]
[가을의 전설]
[역대 다섯 번째 가을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용족 최소 2회 연속 OSL 우승을 달성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영광의 날이 함께 하길.]
============================ 작품 후기 ============================
3:0!
깔끔하게 우승을 차지하는 이승우.
msl도 깔끔하게 우승할 수 있을지?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