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5 Game No. 355 마지막 전투. =========================================================================
-정면 지역! 정면지역!
-어?! 이승우 선수 운룡! 운룡이 너무 앞에 가 있어요!
-저게 왜 저기가 있나요!
이승우의 실수.
송병호에겐 기회였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단숨에 낚아채는 송병호. 7기의 용혼이 상대 공격을 맞으며 전진해 운룡을 잡는데 성공했다.
-아! 이승우 선수 2기의 지룡이 공중에서 폭사했어요!
-이게 뭡니까?!
-이러면. 이러면 전투 송병호 선수가 유리하죠. 단순 용아, 용혼 밖에 없는 이승우와 달리 송병호는 지룡과 풍백이 있어요!
-이러면 뒤로 가야죠! 무리하면 안돼죠!
김태영 해설의 절규.
하지만 이승우는 병력을 물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이를 악물며 전투에 집중했다. 그나마 이승우에게 웃어주는 건 진영이었다.
부지불식간에 덮친 덕에 송병호가 제대로 진영을 갖추지 못했다.
용아를 녹여줘야 할 풍백이 지룡에 막혀 뒤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만약 저 풍백이 제대로 전투에 동원되었다면 용아는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녹아 없어 졌을 거다.
-이승우 선수 용혼 움직이는 것 좀 보세요! 노는 용혼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리하게 지룡 노리지 않아요. 왼 쪽에 있는 용혼이 깔끔하게 지룡 1기를 잡아줍니다.
-그래도 송병호가 잘 싸웠어요!
초반에 2기의 지룡이 아무 것도 못해보고 잡힌 것이 컸다.
당장 보이는 병력의 수는 이승우가 많았지만 조합 면에서 송병호가 앞섰다. 1기 잡히긴 했지만 아직 지룡 1기가 건재했고 풍백 역시 2기 모두 멀쩡했다. 여기에 용혼과 용아까지 있는 송병호의 병력을 단순 용혼으로 제압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승우 선수 빼죠. 지금 싸우면 용혼 그냥 던지는 꼴입니다. 추가 병력 왔을 때 다시 한 번 싸워야죠.
전장을 가로지르는 붉은 줄기.
이승우의 추가 생산 된 병력으로 가장 생산 속도가 빠른 용아였다.
-아. 지룡 잡힌 게 너무 아깝네요.
-한 방도 못써보고 허무하게 공중 폭사했습니다. 그게 있었으면 이번 전투 승리로 이끌 수도 있었거든요?
-송병호 선수 놀란 표정을 보세요. 전투 초반에 운룡 잡아내면서 이번 전투는 무조건 이겼다고 생각했을텐데 압도적으로, 그러니까 역러시를 갈만큼의 병력이 살아남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이러는 와중에 2시 확장 돌아가거든요? 그럼 지금 차이 굳힐 수 있습니다.
잠깐 숨을 돌렸다고 생각했는지 견제를 위해 운룡을 돌리는 송병호. 하지만 이승우도 만만치 않았다. 지룡이 빠졌다는 걸 귀신같이 눈치 채고 충원 된 병력과 함께 다시 송병호의 기지로 진군했다.
-송병호 선수가 약간 방심할 때 정면을 치는 거 좋아요!
-어? 어? 운룡 돌아와야죠!
-진짜 기가 막힌 타이밍에 풍백, 용아 충원해서 한 번 들어가주네요.
-자. 급하게 돌아오죠. 송병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판단 하에 견제를 떠난 것이었는데 이승우 선수의 공격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어요!
-큰 일 났습니다. 이거 입구가 뚫리게 생겼어요!
돌아온 운룡이 지룡을 내려놓았지만 보호해줄 수 있던 용혼이 부족한 상황. 결국 지룡이 제대로 된 화력을 토해내지 못하고 산화되었다.
카메라가 아스트로의 선수들을 잡았다.
일제히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선수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러면 아까 싸움 잘한 거 아무 소용없는 겁니다!
-밀리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손해 본거예요!
-진짜 양 선수 엎치락뒤치락하네요.
-이제 송병호 선수가 희망을 걸어야 할 부분은 세 번째 확장 존재 유무입니다. 어쨌든 상대보다 금광 하나 더 돌리고 있기 때문에 비렴을 섞어 줄 수 있거든요!
비렴을 섞은 송병호와 달리 이승우는 비렴이 나오는 족족 풍백으로 합체시키고 있었다. 아예 천벌을 찍어주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승우 선수 이제 막 추가 확장 완성되었습니다. 이 확장이 활성화 될때 까지 시간을 벌면 돼요!
이승우의 세 번째 확장은 5시 스타팅 앞마당이었다.
-서로 심리전이 진짜 대박입니다. 그 타이밍에 병력이 빠지면 당연히 운룡이 살아있는 쪽이 견제를 가거든요? 그걸 알고 있는 이승우가 한 번 더 압박을 가주며 이득을 챙겨넣네요.
-진짜 서로 한 방씩 펀치를 날렸는데 아직까지는 결과 모릅니다. 서로 타격을 받았지만 치명타는 아니에요!
송병호와 이승우가 다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쭉쭉 차오르는 인구수. 순식간에 다시 150이 되었다.
-금광 기지 늘어난 이승우 선수도 비렴 마찬가지로 뽑아줍니다.
서로 간의 조합은 똑같았다.
용아와 용혼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풍백과 비렴이 그 뒤를 받쳤다. 최후방엔 지룡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이미 인구수는 서로 200.
싸우는 진영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전투 끝에 살아남는 유닛의 중요하다.
용아와 용혼이 많이 살아남아봤자 소용없다. 비싸고 생산 속도가 느린 풍백이나 비렴, 지룡이 많이 살아남아야한다.
서로 자원은 먹을 만큼 먹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가진 유닛의 질은 매우 좋았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인데요!
-확실히 송병호 선수 앞선 두 세트와는 다른 모습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까전의 송병호였다면 운룡이 빠졌을 때 전투에서 대패를 하며 앞마당을 그냥 내줄 수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이제 병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서로 견제 떠나죠.
서로 확장을 향해 운룡을 날리는 이승우와 송병호.
이승우의 운룡이 먼저 2시 확장에 도착했다. 이승우의 운룡에 타고 있던 건 지룡이었다. 지룡의 토정이 용안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용안을 뒤로 쭉 빼는 송병호.
토정이 터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아스트로의 팬들.
하지만 야속한 토정은 불발이 나고 말았다. 커다란 한숨이 장내를 무겁게 눌렀다.
-송병호 선수의 운룡에는 뭐가 타 있나요!
-비렴! 비렴입니다! 천벌!
-1세트 복수를 하네요!
-시원하게 떨어집니다!
아무 피해도 주지 못한 이승우와 달리 용안 견제에 성공하는 송병호.
2마리의 비렴이 각각 기록하고 있는 킬수는 7킬과 8킬이었다.
이 정도면 꽤 많이 잡아 준거다. 한 부대가 넘는 용안을 털어줬으니까.
이승우의 병력이 오기 전에 비렴을 태워 유유히 빠져나가는 운룡. 서로 간의 확장이 많은 상태라 당장은 큰 피해가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런 피해가 계속 누적되면 한 방 싸움 이후 병력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옵저버가 화면을 잡지 못할 만큼 동시다발적인 전투가 계속 되었다.
중앙에서 주 병력이 싸우는 와중에 서로 운룡을 날려 견제를 하는 건 물론이고 본진에 용아 1기를 드랍해 시선을 분산시키기 까지 했다.
용용전의 극한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뛰어난 경기력에 관중들이 흥에 겨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큰지 무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서로 너무 완벽합니다. 양 선수 이제야 손이 풀렸어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진짜 명품이네요. 이런 게 명품 경기에요!
양 선수 모두 구도를 잡고 싸우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손이 빠르면 신들의 전쟁을 잘할 수 있지만 손이 빠르다고 무조건 신들의 전쟁을 잘하는 건 아니었다.
두서없이 동시에 여러 군데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손이 느리더라도 중요한 것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더 잘하는 거다.
개념과 상황 파악.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3세트 경기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줄 수 있는 경기였다.
용족 연습생들의 교본으로 삼아야 할 정도?
서로의 약점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틈이 없으면 억지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벌린 틈으로 파고 들어 피해를 입힌다.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새 경기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었다.
1,2세트를 합친 것보다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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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맺힌 땀이 책상으로 뚝뚝 떨어졌지만 닦아낼 겨를이 없었다.
컴퓨터와 나는 거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경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렇다고 조급해하면 안 된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야한다.
용안 견제를 당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한 방 싸움이다. 사소한 것에 발목이 잡히면 안 된다.
이제 남은 스킬은 [투신] 하나.
앞선 전투에서 나머지 스킬은 모두 사용했다.
남은 [투신]은 조금 아낄 생각이다. 정말 결정적일 때 사용할 생각이다.
경기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서 손목이 살짝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손목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앞선 세트에서 손목에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승부가 난 것 뿐이었다.
어찌 보면 다행이다.
1,2세트가 장기전으로 흘러갔으면 이 고통은 3세트가 아닌 2세트에 왔을테니까.
아직 경기가 불편할 정도로 고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경기를 빨리 끝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무조건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따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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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한 번 중앙에서 격돌합니다!
-이게 몇 번째 전투 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번 전투는 전과 달리 꽤 중요합니다. 양 선수 앞마당과 본진이 다 떨어졌거든요? 두 번째 멀티도 자원이 간당간당합니다. 이번에 병력 잃으면 아까처럼 빠르게 충원 할 수 없어요!
이번이 딱 일곱 번째 전투였다.
앞선 여섯 번의 전투는 사이좋게 3번씩 승리를 나눠가졌다.
과연 이번엔 어떻게 될 것인가?
가장 먼저 앞장서 나온 건 풍백이었다.
체력이 많기에 공격을 대신 맞아주고 용아를 녹이는 것이 주 임무였다. 각자 보유한 풍백의 수는 6기로 똑같았다. 그 뒤를 따라 나선 건 용혼이었다. 상대 풍백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용아는 잠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 용아가 달려드는 건 앞선 풍백을 제거한 이후일 것이다.
서로의 병력이 자리를 잡을 때 쯤 비렴이 전장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상대의 병력이 있는 곳을 향해 천벌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노리는 건 풍백도, 용혼도, 용아도 아니었다.
바로 같은 비렴이었다. 비렴의 체력이 낮기 때문에 천벌만 잘 쓰면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비렴 다음으로 천벌을 사용한 건 용아와 용혼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마음 같아선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고 있는 지룡에게 천벌을 쓰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 불가능했다. 괜히 가다가 용혼에 잡히면 손해였다.
굉장히 많은 걸 했지만 실제 지난 시간은 몇 초 되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에 모든 컨트롤을 해낸 것이다.
화려한 효과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장관입니다! 정말 장관이에요!
-이번 전투는 서로 모든 걸 걸었습니다. 여기서 이기는 선수가 이기는거예요!
그때였다.
무대에 설치되어 있던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바람이 붑니다! 가을의 전설의 바람이 불고 있어요!
-가을 하면 바람 아니겠습니까?!
-이 전투의 승자가 바람과 함께 가을의 전설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가을의 전설을 알리는 바람이 무대에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