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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53화 (353/575)

00353  Game No. 353 센스는 이런 것.  =========================================================================

-흑완이 본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길막! 길막! 이야! 이승우!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완전히 길을 막아버렸어요. 이승우 선수가 왜 그렇게 용혼 컨트롤에 집중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이승우는 보이지 않는 흑완을 막아낼 자신이 있었던 겁니다!

이승우가 1개의 솟대와 2개의 용무관을 이용해 본진 언덕 입구를 완벽히 막아낸 것이다. 얼핏 공간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흑완이 지나갈 수 없는 길이었다.

할 수 없이 소환되는 용무관을 때리는 흑완.

용무관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이승우는 현룡사당을 올리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심시티가 없었다면 진작 경기가 끝났을 거다. 이승우의 감은 잘 벼려진 칼처럼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이제는 시간 싸움입니다. 막기만 하면 이길 수 있던 송병호 선수인데 상황이 묘하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이 흑완으로 상대 끝내야해요. 안 그러면 용안 피해 너무 많이 입어서 이 경기 이길 수가 없습니다!

현룡이 나오면 상황이 묘해진다.

이승우가 무리하게 용혼을 집어넣어 상대 용안을 거의 전멸시켜준 것이 의미가 생긴다.

정말 환상적인 판단이었다.

그 짧은 순간 용혼을 집어넣고 본진 입구를 솟대와 용무관으로 막을 생각을 하다니.

둘 중 하나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지 못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했기에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전 시즌 우승자다운 선택이었다.

의기소침해있던 이승우의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응원봉을 두드렸다. 거대한 북을 치는 소리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송병호의 팬들은 그저 발을 동동 굴리며 현룡이 나오기 전에 용의 신전을 파괴하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서로의 입장이 뒤집어졌다. 이젠 이승우가 막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

용무관을 파괴하고 안으로 난입한 흑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용의 신전을 향해 칼질을 시작했다.

다른 걸 돌아 볼 여유가 없었다.

용안을 잡아봤자 소용없다.

상대는 신전이 2개다.

같은 수의 용안이 남아도 복구 속도가 배는 빠르다.

피해를 입히는 걸로 만족해선 안된다. 무조건 경기를 끝내야했다. 상대가 탐지능력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어야했다.

흑완이 2기라 그런지 용의 신전 체력이 쭉쭉 깎여 나갔다.

불타오르는 용의 신전.

-송병호 선수 본진 수비하던 흑완마저 이승우 선수의 본진으로 보냈거든요? 현룡만 나오지 못하게 하면 경기 이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해요. 뒤는 없습니다. 어차피 이거 막히면 경기 못 이기는거에요!

어느새 노랗게 변한 용의 신전 체력.

송병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때 일하던 용안이 급하게 용의 신전 옆으로 향했다. 흑완을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비비기를 통해 흑완을 용의 신전에서 떨어뜨려 놓을 순 있기 때문이었다.

꾸물거리는 것을 향해 비비기를 시전 하는 이승우.

용안의 비비기에 흑완이 빙글 돌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화면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송병호가 흑완을 바로 용의 신전에 붙이려 했지만 용안의 필사적인 비비기 탓에 쉽게 되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이러면! 이러면 자! 어차피 이승우 선수도 자원 더 없거든요? 있는 자원 전부 용혼 찍었습니다.

-현룡이 나오기 전에 용의 신전이 깨지면 결국 이 경기는 송병호가 잡아가는 겁니다!

이승우가 경기를 하면 왜 이렇게 아슬아슬한 장면이 자주 연출 된단 말인가?!

모두가 숨을 멈춘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조용한지 옆에서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제 체력 100 밖에 안 남았어요!

-100이면 순식간입니다. 흑완이 3번 때리면 터지는거에요!

-이제는! 이제는 나와야합니다. 현룡 나와 줘야....나왔어요!!!!!!

-현룡! 현룡이 나왔습니다!

현룡이 나온 순간 경기장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현룡이 나오고 1초 후에 파괴되는 용의 신전.

현룡이 나왔기에 더 이상 용의 신전은 필요 없었다.

송병호가 아쉬움에 두 눈을 감았다.

조금만 빨랐더라면.

그랬더라면 경기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흑완이 강한 건 보이지 않았을 때다. 지금처럼 훤히 보이는 상황에선 용혼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

-정말 결승다운 경기입니다!

-이러면 막았죠. 막았습니다. 송병호 선수 본진 용안 타격이 너무 커서 병력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습니다. 반면 이승우 선수는 앞마당 신전이 고스란히 살아있어요! 용안이 잡히긴 했지만 송병호 선수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부자거든요!

송병호가 보유하고 있는 용안은 겨우 2기.

이승우는 한 부대가 넘는 용안을 보유하고 있다.

천천히 앞마당 돌리면서 용의 신전 재건 후 러시를 가도이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경기가 이렇게 되네요!

-솟대와 용무관 2개로 입구 틀어막으면서 현룡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번 이승우의 움직임이 진짜 신의 한 수네요. 신의 한수!

-순간적인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이 긴박한 순간 어떻게 저런 심시티를 생각해낸단 말입니까?

-괜히 신룡이 아니에요. 괜히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것이 아닙니다! 신의 한수가 필요할 때 신의 한수를 끌어다 쓸 수 있는 선수니까 이렇게 좋은 성적 거두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승우의 보여준 놀라운 판단에 중계진들이 잔뜩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우의 플레이를 다시 한 번 되짚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순 심시티로 입구만 막았다면 아직 상황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우는 동시에 공격까지 갔다. 용의 신전이 파괴 될 위기에 처했을 때 용안 비비기까지!

점수를 준다면 모두 100점을 줘도 모자라지 않다. 그야말로 완벽한 대처!

거기다 운도 따랐다.

본진에서 생산 등을 하느라 흑완 2기가 빠져나갈 걸 놓쳤다면 좋은 대처가 나올 틈도 없이 경기가 끝났을 것이다.

마침 이승우가 용혼을 보고 있을 때 흑완이 스쳐 지나갔다.

송병호가 마지막으로 병력을 쥐어 짜 내 입구를 두드려봤지만 본진과 앞마당, 동시 2군데서 자원을 먹는 이승우의 병력을 당해낼 리 없었다.

남은 용혼과 흑완이 죽는 순간 GG를 선언하는 송병호.

그런 송병호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GG! 송병호 1세트에 이어 2세트까지 내주고 맙니다.

-아. 이러면 힘들죠. 힘듭니다. 이승우를 꺾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란 말입니까?

-이승우의 임기응변이 경기를 잡아내네요.

-2:0! 이제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둔 이승우입니다.

-이대로 가을의 전설 주인공이 이승우로 결정 날 지! 저희는 잠시 후 3세트 경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그냥 TV 꺼라 이건 이승우가 이겼다ㅇㅇ 30분 후에 틀면 이승우 시상식 하고 있을 듯.>

<ㅇㅇㅇ 송병호 완전 무너짐. 표정 보니까 벽 만난 거 같음.>

<ㅅㅂ 존나 게임하기 싫겠다.>

<이 걸 이렇게 이기네 ㅎㄷㄷ>

<역시 이승우 경기는 기저귀 차고 보는 게 편하다. 성인용 기저귀 좋은 거 많다. 이거 강추임 ㅇㅇ>

<미친 새낔ㅋㅋㅋㅋ>

2:0.

경기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렇게 일방적인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 될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혈전을 벌일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 쪽이 일방적으로 경기를 승리하고 있다.

2경기 모두 송병호도 할 만한 경기였고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순간의 선택, 그 아쉬움이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송병호가 가지지 못한 2%를 이승우는 지니고 있었다.

그 것을 채우지 못한 채 3세트가 시작되면 이번에도 이승우가 경기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2세트가 끝난 후 이여름 감독이 송병호를 불렀다.

1세트가 끝났을 때와 달리 송병호는 약간 얼이 나간 표정이었다.

차라리 전투에 압도적으로 밀리거나 빌드가 갈려서 패배했다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겠지만 이런 식으로 다 잡은 경기를 연속으로 놓쳤으니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2세트는 송병호가 잡아야 했던 경기였다.

송병호가 신예였다면 여기서 무너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송병호는 신예가 아니었다. 백전노장이었다.

“3세트는 태평의 시대야. 너도 알다시피 러시 거리가 굉장히 먼 전장이야. 준비한 빌드 보다 그냥 최대한 맞춰가면서 안전하게 플레이하는 거 어때?”

송병호가 3세트에서 준비한 전략은 전진 2제단이었다.

1:1이나 2:0으로 이기고 있다면 무조건 쓰겠지만 2:0인 상황에서 쓰는 건 너무 불안하다.

중앙에 2제단을 소환해 러시 거리가 먼 전장인 걸 역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2: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전략을 꺼내든다는 건 위험하다.

통한다면 잃었던 기세를 살릴 수 있겠지만 막힌다면 그걸로 경기가 끝이다. 더 이상 뭘 해볼 수 있는 게 없다.

차라리 지금은 송병호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낫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송병호도 이여름 감독과 같은 생각이었다.

마지막 결승이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관중들의 머릿속에 남기고 싶었다. 이런 용족이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었다.

그러려면 위험부담이 있는 전략보다 가장 자신 있는, 지금의 송병호를 만든 운영을 하는 것이 맞다.

****

이재명 감독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경기력.

3세트엔 어떻게 하라고 말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방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승우의 경기력이 뛰어났다.

1,2세트 모두 불리한 경기였음에도 역전을 해냈다.

제대로 물이 오른 상태라는 것이다. 이럴 땐 선수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옳다. 그저 선수에게 확신만 주면 된다.

네가 원하는대로 하면 충분히 이길거라고.

“와. 송병호 경기 장난 아니었는데 이걸 승우가 다 이기네요?”

신연호가 감탄을 토했다.

같은 용족이라 지금 이승우의 경기력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너도 배워둬. 진짜 저런 건 돈 주고도 못 배우는거다.”

이재명 감독의 말에 신연호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팀.

같은 나이.

같은 종족.

분명 질투가 날 법도 하지만 신연호는 이승우에게 그런 감정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반대로 계속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부러운 건 있었다. 자신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

이건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생각이었다.

“숙소 돌아오면 제대로 알아내야겠네요. 용족 최초 OSL 2회 연속 우승자의 천금과 같은 조언을 받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방심해선 안 돼. 아직 우승 한 건 아니야.”

설레발은 금물.

역사가 뒷받침해준다.

패패승승승의 역스윕 결승전이 실제로 존재했다.

확실히 경기를 잡아내기 전까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에이. 그래도 이 정도 경기력 차이면 승우가 우승하지 않겠어요?”

“나도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아직은 몰라. 동족전이잖아. 동족전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어.”

이미 이승우가 우승을 차지한 것 처럼 붉게 상기 된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는 아스트로 선수와 달리 이재명 감독은 차분했다. 그의 시선은 이승우가 아닌 송병호를 향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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