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9 Game No. 349 준비 된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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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부스에 앉았다.
평소 앉았던 부스보다 몇 배는 더 큰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도 저번처럼 멘탈이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묘한 흥분이 몸을 휘감았다.
수많은 관중들이 내뿜는 열기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불과 몇 달 전 일인데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땐 진짜 눈앞이 캄캄했었는데.
기사들도 천천히 정독했다. 나에 대한 분석을 넘어 상대에 대한 분석까지.
모든 기사를 꼼꼼하게 읽었다. 확실히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상대적으로 쉬운 것 같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현재 최고의 선수라고.
올해 정점에 선 선수가 나라는 걸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다.
동시에 가족들에게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또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들과는 아까 인사를 따로 나눴다.
내 이름이 적힌 응원봉을 들고 계신 엄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새어나왔다.
전장 별로 전략은 모두 준비해왔다. 1세트를 잡아낸다면 3:0까지 갈수도 있다. 반대로 1세트를 빼앗기면 살짝 묘해진다.
어떻게든 1세트를 잡아내야했다.
송병호라면 무조건 흑완을 한 번 쓴다.
그래서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날빌러]를 장착해 송병호의 흑완 사용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날빌러]에게 4제단 올인을 물어보면 된다.
X가 나오면 상대가 흑완을 쓴다는 말이니 안정 지향적으로 경기를 펼치면 된다.
O가 나오면?
고민할 필요 없다. 그냥 쓰면 된다.
물론 O가 나왔다고 빌드가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전과 달리 이제는 지지 않는 빌드를 알려주는 것으로 스킬의 방향이 바뀌었다.
내가 물어본 빌드가 상대의 빌드를 먹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비슷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 경우 어떻게 할지 여부는 지금 결정할 수 없다.
신들의 전쟁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그 순간 상대와 나의 상황을 순간적으로 비교해서 재빠르게 판단을 내려야한다. 같은 전장, 같은 상대, 같은 전략을 써도 그때마다 다르게 플레이해야한다. 준비한대로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준비한 것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한다.
[날빌러]의 위력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지지 않는’빌드를 알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이점이다.
특히 동족전에서 큰 힘을 발한다.
이왕 O라고 답 주는 거 [지금 이 순간]도 함께 발동하면 좋겠네.
[지금 이 순간]이 발동되었다는 건 단순히 빌드를 지지 않는 수준을 넘어 무조건 이 공격으로 상대를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지금 이 순간]이 발동되는 걸 본 적이 없다.
예전에 나름 쏠쏠하게 승리를 챙겨주던 스킬인데 말이지.
[날빌러]를 제외한 나머지 스킬은 그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합할 생각이었다.
일단 1세트에선 [투신], [폭주기관차], [숨바꼭질]을 챙겼다. 상대 간 보는데 이것보다 좋은 빌드는 없거든.
머릿속으로 마지막 시뮬레이션을 끝낸 난 옵저버가 만든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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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안에 앉은 송병호가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깊게 했다.
수년간 결승 무대에 올랐던 송병호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4년.
그 기간 동안 송병호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오르지 못할 줄 알았다.
적어도 16강전 때까지는.
이승우에게 경기를 패배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가?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항상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송병호는 깨달았다. 진심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걸림돌이라 생각했던 건 모두 핑계였고 변명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변화가 나타났다.
난적이라 생각되었던 리쌍을 이렇게 쉽게 물리칠 줄은 몰랐다.
만약 이 깨달음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MSL 결승에도 올랐을지도 모른다.
1세트가 시작되기 전 송병호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가?’
마음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제야 송병호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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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1세트 경기가 지금 막 시작되었습니다. 8시에 위치한 선수는 송병호. 그리고 그에 맞서는 2시 이승우입니다.
-정말 중요한 경기죠. 수많은 관중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볼 정도로 긴장감이 넘치는 순간입니다.
-2인용 전장이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는 전략을 준비해왔을 겁니다. 둘 모두 준비해왔을 수도 있고요.
엄재웅 해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진 밖으로 나가는 송병호의 용안.
순간 관중석이 술렁였다.
근데 용안이 움직이는 방향이 살짝 묘하다.
앞마당을 통해 중앙이나 상대 본진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본진과 앞마당 사이에 있는 언덕을 통해 자신의 앞마당 언덕 쪽에 올라갔다.
상대의 전진 건물을 확인하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러기엔 타이밍이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긴 했다. 송병호가 그 곳에 용안을 보낸 이유는 하나.
자신의 건물을 소환하기 위해서였다.
-송병호 선수 굉장히 특이한 위치에 첫 번째 솟대 소환하는데요?
보통 상대가 전진 건물을 짓는 곳에 자신의 솟대를 소환한 송병호.
-정말 특이합니다. 여태껏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움직임이죠?
-일단 제가 중계한 경기 중에선 이런 경기가 확실히 없었고 천부단에서 펼쳐졌던 용족 간에 대결에서 이런 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심리전이네요. 심리전. 상대가 정찰을 왔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기 위해 저기다 솟대를 건설하는거예요!
2인용 전장이라 무조건 원서치에 상대방 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승우의 용안이 송병호의 본진에 들어왔는데 신전에서 용안은 계속 생산되고 있고 그 밖의 건물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중앙이나 12시 쪽에 전진 제단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송병호가 앞마당 언덕에 솟대를 소환했다는 걸 알 리 없는 이승우는 전진되어 지어진 솟대를 찾기 위해 전장을 쥐 잡듯 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테크나 확장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도 할 수 없다. 상대의 공격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승우는 용안 생산을 조금 쉬면서 용아의 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보면 항상 송병호 선수가 상대의 전략에 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이번엔 다르네요. 첫 세트부터 한 방을 준비해왔습니다.
-물론 이게 상대를 끝낼 수 있는 치명적인 한 수는 아니지만 이후 확장을 선택한다면 중반 이후 물량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죠.
본진에 제단을 소환하자마자 정찰을 나오는 이승우.
이승우의 제단이 1/3정도 소환되었을 쯤 송병호가 앞마당 언덕에 제단을 소환했다.
타이밍이 늦다.
그 만큼 자원을 모았다는 것이고 다음 건물이 금광이 아닌 앞마당 신전이란 말이었다.
-자. 이승우 선수 용안 송병호 선수 본진에 도착합니다.
-앞마당 언덕은 쳐다보지도 않죠.
-당연한 겁니다. 너무 당연한 거죠. 저길 지금 올라갈 이유가 하등 없거든요!
-아니 이게 뭐야? 왜 아무 것도 없어?!
-송병호 선수의 본진을 보는 순간 생각이 많아지죠. 용안을 계속 뽑기는 하는데 솟대가 없습니다. 어딘가에 솟대가 있다는 말이거든요!
-이러면 찾아다녀야죠. 용안 부지런히 돌아다녀야죠!
이승우의 본진에서 용안 1기가 추가로 나와 전장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있지도 않는 전진 건물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자체도 피해였다.
정찰을 아직까지 나가지 않은 송병호와 달리 이승우는 2기의 용안을 빠르게 빼냈다. 그만큼 자원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다.
-앞마당 언덕 위에 숨어있던 용안이 슬그머니 내려와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합니다.
-진짜 절묘한 심리전이네요. 러시거리가 조금 있는 전장이거든요?! 초반에 이런 페이크 없이 대놓고 앞마당을 가져가면 상대방 역시 함께 앞마당 신전을 가거나 빠르게 병력을 보내 공격을 시도 할 텐데, 건물 소환 위치를 살짝 감춘 것만으로 상대의 발을 묶어 두고 있어요!
송병호를 응원하는 관중석에서 폭발적인 응원이 터져 나왔다. 이 전략이 성공만한다면 송병호의 배짱이 이승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3세트에서 심리적 우위에 설 수 있다.
평소와 다른 송병호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줄 수 있는거다.
-이승우 선수 지금도 용안으로 여기 저기 찾고 다니죠. 저게 다 손해라는 말입니다!
-송병호 선수가 아무런 속임수 없이 무난하게 제단 건설하고 앞마당에 신전 소환했더라면 용아가 본진을 지키지 않고 바로 송병호의 본진으로 왔을 겁니다. 어차피 용아 타이밍은 자신이 훨씬 더 빠를테니까요! 근데 지금 오지도 않을 용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것까지 전부 계산 된 거죠. 러시거리부터 전장의 특성까지 모든 걸 연구하고 나왔네요. 그래도 이승우 선수가 보통은 아니네요. 확실히 감이 살아있어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이승우 선수 앞마당 쪽으로 용안 보내봅니다.
앞마당에 빙글빙글 소환되고 있는 신전을 발견한 순간 이승우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봤어요! 지금 봤습니다!
-이제 알아차렸겠죠! 전진 제단을 하면서 확장을 하는 빌드는 어디에도 없거든요!
-본진을 지키고 있던 용아가 바로 땅을 박차고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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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완벽히 당했다.
본진에 아무 것도 없기에 전진 제단을 쓰는 건 줄 알았다.
전장이 2인용 전장이기에 전진 2제단이나 전진 1제단 같은 빌드를 꺼내들기 딱 좋거든.
[날빌러]로 상대가 빠른 흑완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더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상대는 러시 거리를 이용한 빠른 확장을 꺼내들었다.
용안으로 확인한 순간 바로 용아를 보냈다. 초반에 어떻게든 피해를 입혀야한다. 이대로 무난하게 확장을 가져가게 하면 중반 이후의 물량차이를 감당할 수 없다.
무조건 피해를 입혀야한다.
스킬이 필요하면 망설임없이 써야한다. 여기서 이 차이를 그냥 뒀다간 뒤에 [투신] 10개를 써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른다.
경기 별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수가 제한 된 지금 어느 타이밍에 사용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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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이 평소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저 용아가 어느 정도 이득을 가져다 줘야합니다. 그냥 무난하게 막히면 너무나도 불리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용안을 잡아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지만 잡아주지 못하더라도 용안이 마음 편히 일 할 수 없도록 계속 방해해야죠!
-피지컬 측면에선 이승우 선수가 훨씬 앞서지 않습니까?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송병호는 원래 빠른 손놀림과 멀티테스킹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을 잘 알고 그 것에 집중하는 판단력과 집중력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선수다. 반면 이승우는 피지컬의 정점에 올라있는 선수. 이제운이나 이영우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스펙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을 활용한다면 송병호를 충분히 뒤흔들 수 있다.
-본진에 이승우 선수의 솟대가 소환되었습니다!
-시작입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용아가 전장 절반을 넘은 순간 이승우가 송병호의 본진 철광에 매너 솟대를 소환했다. 무려 3기의 용안이 그 안에 갇혔다.
-이승우 선수 멀티테스킹 싸움 들어갔습니다. 송병호 선수의 손을 어지럽히려는 매너 솟대가 들어갔어요!
-송병호의 용아가 때리든 말든 빙빙 돌리면서 시간 끌어주고 계속 피해 입히는거! 이거 이승우 선수가 제일 잘하는거 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