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41화 (341/575)

00341  Game No. 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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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냐?”

감독님의 질문에.

“있으니까 그렇게 도발을 했겠죠?”

난 솔직히 답했다.

여긴 인터뷰 장소가 아니니 얼마든지 솔직해도 된다.

뭔 말을 해도 기사화 되지 않거든.

이미 이영우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근데 그건 개인리그고 이건 프로리그란 말이지.

이왕 이렇게 된거 모두 정상에 서고 싶었다.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한 욕심이다.

“잘났다. 잘 났어. 너도 참 많이 바뀌었다?”

긍정적인 표현이겠죠?

감독님의 표정을 보니 나무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반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천지차이다.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거다.

보다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이게 굉장히 크다.

이 변화는 고스란히 경기에 반영되었다.

“그렇게 단독 다승왕이 하고 싶었냐?”

“기회가 없다면 모를까 기회가 생겼잖아요. 한 번 해봐야죠.”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공존할 수 없다.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

공동 다승왕?

다승왕은 다승왕인데 찝찝하다.

나중에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건 딱 질색이었다.

이왕 할 거면 깔끔하게 단독으로 다승왕을 차지하고 싶었다.

여기서 패배한다면?

그냥 끝이지 뭐.

그래도 피하지 않고 도전을 해서 나온 결과이기에 후회는 남지 않을 것 같다.

이영우와 경기를 펼치는 전장은 천부단.

전장 운은 나쁘지 않다.

일단 사용할 빌드도 정했다.

생더블.

[날빌러]는 필수로 챙겨야한다. 천부단에서 생더블은 꽤 자주 나오는 전략이다. 2인용이긴 하지만 러시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전장 대각선보다 조금 가까운 정도?

그래서 병력을 우선 확보하는 거솝다 초반에 배를 째는 식의 빌드가 주로 사용된다.

조심해야 할 건 생더블을 저격한 이영우의 초반 찌르기다.

센터 도감 같은?

정명혁이나 이영우같은 선수는 눈치가 빠르다.

오버일 수 있지만 공기의 흐름을 읽는다고 해야 하나?

상대의 표정과 모습을 보고 이번에 어떤 전략을 쓸지 얼추 예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다.

다른 분야라면 충분히 장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들의 전쟁을 갈고 닦았으니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레 신들의 전쟁을 하루 종일 떠올 릴테니까.

일단 [날빌러]로 센터 도감 유무를 확인할 예정이다.

센터 도감만 아니라면 어떤 공격이 와도 막을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 연습은 다 해뒀다.

상대가 이영우라는 변수가 있긴하지만 내가 이승우라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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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와 CT의 대결이 펼쳐지는 드림 스튜디오.

해설은 성진우 캐스터, 김정식 해설, 김태영 해설이 맡았다.

-양팀의 프로리그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경기가 드림 스튜디오에서 펼쳐집니다!

-이미 순위가 결정 난 두 팀의 대결임에도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 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이미 순위가 결정 된 두 팀, 상대적으로 흥미도가 떨어지는 대결임에도 마치 6위를 결정하는 경기처럼 뜨거운 열기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승우와 이영우의 다승왕 매치 덕분이었다.

방송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선수들끼리 알아서 빅 매치를 만들어주었으니까.

이승우와 이영우.

일명 투우록.

가장 원했던 매치업이다.

생각같아선 각 팀에 연락을 취해 같은 세트에 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에 그친 것이지만.

그 정도로 간절히 서로 같은 세트에 제발 내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다행히 그렇게 되었다.

-이승우 선수와 이영우 선수의 대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계시거든요.

-오늘 경기로 다승왕이 결정 나거든요.

-사실 이승우 선수가 굉장히 무서운 기세로 모든 경기를 잡아내고 있긴 했지만 다승왕까지 노릴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렇죠. 아무래도 3라운드, 위너스리그부터 출전했기 때문에 경기수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22경기나 적은 상태였으니까요.

-위너스리그에서의 맹활약이 컸죠. 올킬 5회를 기록하면서 승수를 매섭게 따라잡았거든요.

-에이스결정전까지 가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 경기가 끝난다면 2015 프로리그 다승왕은 오늘 4세트에서 결정나게 됩니다.

-아마 양 선수 엄청나게 준비를 해왔을 겁니다.

-거의 결승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열기가 느껴지더군요.

서로 달려온 과정이 있어 이런 매치가 만들어진 거지만 오늘만 놓고 보면 1판으로 다승왕이 가려진다.

준우승자보다 사람들이 더 기억을 못하는 것이 프로리그 다승 2위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축구도 득점왕만 기억하지 득점 2위는 기억하지 않는다.

패배하는 선수는 몇날 며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것이다.

-자. 그럼 1세트에 출전한 선수들부터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스트로에선 신연호 선수를 출전시켰고 CT에선 박수천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요즘 분위기가 썩 좋은 선수들은 아니죠.

김정식 해설의 말처럼 1세트에서 맞붙는 선수들의 최근 컨디션은 좋지 않다.

최근 10경기 성적이 5승도 채 되지 않으니까.

성적이 안 좋다고 해서 이들을 출전시키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연호는 아스트로에서 용족을 받치는 기둥 중 하나다.

이승우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

이승우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도 해도 위너스리그 방식이 아닌 이상 1승 밖에 챙겨줄 수 없다.

에이스결정전까지 가야 2경기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종족별 에이스가 맹활약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에이스를 뒷받침해주는 두 번째 카드가 살아나야 그 종족이 프로리그에서 맹위를 떨칠 수 있다.

S1과 나무전자의 용족 라인과 웅인, GO의 마수 라인이 아주 좋은 예였다.

원투펀치의 조화로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팀들이었다. 다만 웅인같은 경우 김연훈과 김진철을 받쳐주는 다른 종족, 특히 환국이 제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시즌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신연호에 맞서는 박수천도 예외는 아니다.

이영우의 활약으로 프로리그 팀별 환국 순위에서 상위 랭크에 올라있는 CT 환국이지만 이영우를 제외하면 순위가 하위권까지 뚝 떨어진다.

이영우가 따낸 승리의 1/3 정도 밖에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경기, 더 나아가 우승을 차지하려면 박수천이 살아나는 건 필수였다.

-단순히 오늘 경기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서 더 높은 곳까지 가기 위해선 이 두 선수의 활약이 필수적입니다.

-양 선수 경기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1세트 경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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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혹시 결승전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꽃 튀는 경기가 치러졌다.

승자는 신연호였다.

전장을 반으로 가르는 남북 전쟁 끝에 신연호가 박수천의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이재명 감독의 믿음을 승리도 보답한 것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GO와 6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하는 아스트로에게 희소식이었다.

GO가 신경 써야하는 선수가 한 명 더 늘었으니까.

박수천은 아쉽게도 시즌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2세트엔 한민규와 김대형이 맞붙었다.

프로리그에선 전 시즌 30승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준우승을 이끈 김대형이 앞서나갔지만 개인리그에선 출전 최초로 4강까지 오른 한민규가 더 높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경험 면에서 김대형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주도권을 가져가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예상했지만 경기의 흐름은 정 반대였다.

초반 한민규의 강한 압박에 크게 당황한 김대형이 앞마당을 내주고 만 것이다.

김대형의 실수도 있었지만 한민규가 치고 나오는 타이밍의 너무 좋았다.

완벽히 허를 찌르는 타이밍.

축구로 치면 반 박자 빠른 슈팅이라고 해야 할까?

용족이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병력을 진출에 빠르게 소환 한 신전을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차분히 조이기를 시도하며 김대형의 목줄을 서서히 옥죄였다.

경기 내내 본진과 앞마당에 갇혀 뚫기만 시도하던 김대형은 본진 자원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GG를 선언했따.

커뮤니티에선 며칠 전 이승우에게 3:0으로 진 게 보약으로 작용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처음 만난 상대가 호랑이다보니 치타 정도는 우습게 보이는 것이라며 말이다.

객관적으로 치타는 강한 맹수지만 호랑이 앞에선 발톱 한 번 못민다.

한민규는 호랑이를 상대로 세번이나 맞서 싸웠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때 얻은 경험이 오늘 빛을 발했다.

2:0 상황에서 아스트로에서 내보낸 선수는 믿음의 에이스 박현우였다.

그간 박현우가 나서지 않으면 승리가 없던 팀이 반 시즌만에 바뀌었다.

후배들의 기세를 이어받아 3:0으로 벌리려했지만 황정호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직한 소처럼 밀어붙이는 힘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경기가 치러질수록 열기를 더해 간 아스트로와 CT의 대결은 어느새 운명의 4세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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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유리한 상황에서의 출전.

조금이나마 나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팀원들의 노력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고마웠다.

그래서 꼭 이겨야했다.

“나까지 이겼으면 딱 좋았을텐데. 미안하다.”

“형이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제가 이기고 그 뒤에 승대나 여준이가 마무리하면 되지.”

3세트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계속 걸렸는지 현우 형이 사과를 해왔다.

이런 일로 사과라니.

당치도 않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예외는 없다. 감독님 밑에서 확실히 배운 것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난 팀원들의 응원을 들으며 부스에 들어섰다.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들의 염원이 나와 함께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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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리그 1회 우승.

어떤 프로게이머에게 최고의 영광으로 기억되는 순간 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프로게이머에겐 선수 생활 내내 1번도 해보지 못한,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기록은 이영우의 2015년 성적이다.

다른 선수라면 모를까 이영우에겐 너무나도 부족한 성적이었다.

전까지 1회 우승자에 불과했던 이영우는 최전성기를 맞이한 이후 매년 결승에 오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에 조금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올해 첫 리그를 우승으로 열었기에 그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동시에 최전성기쯤으로 회복 된 경기력에 더 많은 트로피를 따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헌데 아니었다.

시즌 2부터 제동이 걸려버렸다.

시즌3는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실력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그와 비슷한 괴물이 또 하나 나타났을 뿐이다.

이승우.

4회 연속 결승 진출.

그 중 2회 우승.

불과 몇 경기 전만 하더라도 프로리그 다승왕은 이영우가 차지한다고 모두 생각했다.

개인리그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그래도 프로리그에선 1년 농사의 결과물을 잘 수확해간다고 생각했다.

근데 방해꾼이 등장했다.

OSL 시즌 2에서 이영우에게 준우승을 안겼던 이승우가 이번에도 다시 나타난 것이다.

자존심이다.

적어도 다승왕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자존심.

그 자존심이 이영우를 타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차분하게 경기하고 심리전에 말려들어가지 마라.”

이정훈 감독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였다.

이영우가 장비를 챙겨 들고 무대로 향했다.

“이영우 파이팅!”

“이승우 저번처럼 이겨버리고 깔끔하게 다승왕 가자!”

“갈아버려!”

이승우처럼 이영우도 팀원의 응원을 가득 안은 채 부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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