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39화 (339/575)

00339   Game No. 339   =========================================================================

****

-한민규 선수 쏠쏠하게 재미 봤죠.

-그래도 안심해선 안 됩니다. 상대는 이승우거든요!

분명 현재 분위기는 한민규가 좋다.

이승우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너무 들뜨면 안 된다.

지나친 흥분은 모든 걸 망쳐버린다.

지금은 차분히 한 방을 모을 때다. 한민규도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병력으로 나오기보다 다시 한 번 견제를 가며 시간을 끌려고 했다.

-자. 또 빠졌어요!

-금와 앞마당 쪽으로 다시 한 번 날아갑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승우에게 막혔다.

한번은 당해도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다른 쪽으로 화차가 달려보았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단단한 방어에 화차만 피해를 입고 빠졌다.

그래도 아직 괜찮다.

아까 준 피해가 여전히 누적되어 있다.

지금 공격으로 아까처럼 타격을 입히려고 용쓸 필요 없다.

그저 시간만 끌면 된다.

-첫 번에 들어갔던 공격이 워낙 이득을 봤기 때문에 지금은 이대로 신경만 거슬리게 해주면 됩니다.

-그나마 이승우 선수에게 다행힌 측면은 제단을 10개까지 늘려놓은 후에 용안이 잡힌거거든요.

원래대로라면 나가의 소환을 활용해 본진에 타격을 주는 작전을 썼을 이승우지만 용안이 많이 잡혀 함부러 병력을 쓰지 못했다.

괜히 들어갔다가 쉽게 병력이 정리되어 버리면 2/1업 타이밍에 맞춰 러시를 오는 환국의 병력을 상대하기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소환을 안 들어가는 것이 낫다.

환국이 너무 건강하다.

천자총통의 배치도 완벽하고 심시티도 잘되어 있다.

들어가는 순간 거기가 용족의 지옥이다.

조금 차분하게 해야한다.

이승우는 방어에 시간을 쓰면서 병력을 꾸준히 생산해주었다.

무리하게 확장을 가져가며 몸집을 키우진 않았다.

수비 범위가 넓어져 견제를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분이 더 지났다.

-자. 한민규 선수 병력 가지고 진출하죠.

-이제 2/1업 되었습니다. 충분히 중앙에서 부딪칠 준비가 되었어요!

환국이 180 한 방을 갖췄다.

용족 역시 인수구 200을 갖췄지만 힘대힘으로 부딪치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

최대한 술법 유닛을 활용하여 병력 소모를 최대한 줄이며 계속 전투를 이어나가야한다.

문제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술법 유닛이 나가 1기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승우 선수 타이밍 잘 잡아서 달려들어야 합니다. 너무 성급하게 달려들면 진영 꼬여서 허무하게 환국 병력에 병력 다 잃을 수 있고요. 너무 늦게 달려들면 중앙에 지뢰 다 깔리고 기갑 병력이 전부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자. 진출하죠. 진출합니다.

한민규의 병력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 관중들이 우와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기갑 병력.

한 눈에 봐도 그 화력이 장난 아니었다.

-이 많은 병력을 나가 1기로 상대해야합니다.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중앙으로 나오려는 환국의 병력을 향해 이승우가 달려들었다.

일단 지뢰가 아직 매설되지 않은 지역이었기에 용아가 가장 앞장 서 천자총통의 포격을 맞아주었다. 그리고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나가가 뒤 쪽에 배치되어 있는 천자총통에 빙룡의 숨결을 걸어주었다.

무려 6기의 천자총통이 얼음 안에 갇혔다.

아비규환.

용혼이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용아 역시 한 줌 연기로 화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달라붙은 용아로 인해 천자총통 역시 수가 꽤 줄었다.

-빙룡의 숨결! 숨결 제대로 들어갔어요!

-운룡에 탄 4기의 용아도 정말 잘 떨어져서 천자총통의 수를 줄여주었네요!

-약간 화차의 수가 부족하긴 했지만 워낙 화력이 강했기에 일단 중앙으로 향하면서 부족한 화차는 추가 생산으로 합류 시키려고 했던 한민규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가 너무나 좋은 타이밍에 달려들었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정말 최고로 잘 싸워줬습니다.

용아를 모두 소모한 이승우가 병력을 다시 뒤로 뺐다.

깔끔한 전투였다.

일부 용혼을 잃긴 했지만 추가로 용혼을 더 찍어줄 정도로 잃은 건 아니었다.

다시 용아만 찍어주면 한 번 더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면서 5시 스타팅 포인트 확보하려고 하죠!

-진짜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줄 수 있다면 앞으로 소모전 충분히 할 만 합니다. 5시에 제단 늘어나면 2/1업이 되었든 3/2업이 되었든 얼마든지 싸워줄 수 있어요!

역시 이승우였다.

나가 1기와 운룡에 탄 4기의 용아로 이런 전투 결과를 이끌어 냈다.

아주 깔끔하게 병력을 정리한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환국의 진출을 한 타이밍 늦춘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단순 용아, 용혼으로 이렇게 싸워준 건 진짜 놀라운 일이고요. 진군을 늦춰줬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입니다.

-이승우 선수 빨리 병력 채우고 이번엔 비렴 갖춰야합니다. 비렴 없으면 다음 진출은 막을 수 없어요!

이번 진출은 환국도 성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중앙까지 가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다음 진출은 다를거다.

이제 모든 병력을 제대로 갖춰서 나올거다.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운을 바라긴 힘들다.

여전히 인구수는 환국이 앞서고 있었다. 천자총통을 조금 잃긴 했지만 워낙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화통도감에서 화차만 2번 정도 더 회전시켜주면 다시 나올 수 있죠.

-이 전투 자체만 보면 이승우 선수가 이득을 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뚫고 갈 순 없습니다. 한민규 선수가 위축 될 필요가 없다 이거에요!

이승우는 매 순간 최선의 판단을 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상대의 진출을 저지시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5시 본진 스타팅 포인트에 신전을 펴고 4개의 제단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한, 두 번만 더 환국의 진출을 무산시키면 주도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한민규 선수 5시 스타팅 포인트에 금와 날립니다.

-이런거 아주 좋죠. 용족의 병력은 지금 환국의 진출을 막기 위해 중앙 쪽에 전부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까? 소수의 병력을 뒤로 빼게 만드는 것만 해도 충분히 신경을 분산 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움직임입니다!

한민규가 한 템포 쉬어갔다.

급한 건 자신이 아니라 상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수비를 위해 달려온 용혼과 용아에 의해 드랍 병력이 정리되긴 했지만 꽤 오랜 기간 5시 스타팅 확장을 마비 시켰다.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여전히 상황은 환국이 좋습니다. 방금 전 전투가 있기 전까지 솔직히 용족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었습니다. 진출하는 한 방에 그대로 밀리며 경기가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승우 선수가 정말 잘 싸워줬거든요? 한 번 더 전투를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 환국 진천형 풀죠.

한민규가 다시 진출하려는 듯 모든 병력을 집결 시켰다.

동시에 군영 하나를 추가로 완성해 11시 쪽으로 날려줄 준비를 끝났다.

진출과 동시에 확장.

가장 좋은 판단이었다.

아까와 달리 지뢰를 꼼꼼하게 매설하며 나오는 병력들.

이번 싸움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서로 유리한 진영을 잡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환국은 천자총통이 자리를 잡고 지뢰를 매설한 전장에서 싸우고 싶어 했고 용족은 이동중인 환국의 병력을 덮치고 싶어 했다.

천자총통의 포격이 닿지 않는 거리에 매설 된 지뢰는 용혼으로 부지런히 제거해주었다.

꼼꼼한 플레이다.

이런 것 하나 하나가 전투에 영향을 미친다.

-확실히 아까전보다 병력의 움직임이 신중하죠.

-빠르게 나왔다가 화들짝 놀랐거든요. 이번엔 아주 천천히 중앙으로 압박을 들어가는 한민규.

먼저 결단을 내린 건 이승우였다.

기갑 병력의 배치를 대충 확인한 이승우가 용아를 앞세워 공격을 들어갔다.

천자총통의 포격이 쏟아진 순간 운룡에서 내리는 비렴들.

포격 딜레이가 있었기에 비렴이 있는 걸 알아도 천자총통으로 잡아낼 수 없었다.

차선책으로 화차를 활용하려 했지만 그마저 용혼과 용아의 블로킹에 막혔다.

순식간에 4방의 천벌이 기갑병력을 향해 쏟아졌다.

빠르게 줄어드는 환국의 병력.

그 사이로 파고드는 용아의 움직임도 환상적이었다. 지뢰를 끌고 들어가 역 대박을 노림과 동시에 천자총통의 범위 공격을 역이용해 오히려 환국의 병력에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야! 천벌! 천벌!

-백발백중입니다! 유도 기능이라도 들어가 있는 건가요?

-이걸 이기나요?! 이승우?!

결과는 놀랍게도 이승우의 대승이었다.

비슷한 싸움만 나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환국의 병력을 압도해버렸다.

나가의 도움은 받지도 않았다.

아까 전투에 비렴의 천벌만 더해진 상태였다.

한민규의 눈빛이 바람 앞의 촛불마냥 위태롭게 흔들렸다.

-아. 실수가 있었어요. 1기의 화통도감의 집결지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았아요!

-경기 운영 잘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요.

무려 7기의 화차가 화통도감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인구수만 해도 14.

200병력이어도 실제 전투에 동원 된건 186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꾼의 수를 빼면 그 숫자는 더욱 더 줄어둘겠지.

뼈아픈 실수였다.

이번 전투의 패배는 앞선 전투와 그 무게가 달랐다.

본진은 떨어진지 오래고 앞마당도 곧 자원이 모두 떨어진다.

12시 반 한 군데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

확장을 추가로 가져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병력을 갖출 수 없다.

-진짜 이승우 선수 전투 구도 잡는 거 기가 막히네요! 지뢰가 적을 때, 그리고 환국의 병력이 이동을 할 때를 정확히 노려서 전투를 합니다.

-그 동안 잊고 있었어요. 이승우 선수의 가장 큰 강점이 전투였다는 걸! 모두 잊고 있었단 말입니다!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전투가 예술이었습니다. 처음에 떨어진 천벌이 정말 최고의 판단입니다. 보통 천자총통을 잡기 위해 그 쪽으로 무리해서 천벌을 사용하는데 이승우 선수는 바로 화차가 뭉쳐 있는 곳에 가장 먼저 천벌을 사용했어요. 그렇게 화차를 정리 한 후 생긴 길로 용아가 달려듦과 동시에 남아있는 천벌로 아주 깔끔하게 천자총통을 잡아냅니다.

이승우가 처음 명성을 얻은 건 말도 안 되는 전투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판짜기에 더 능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어느새 이승우는 전투의 신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을 오늘 다시 보여주었다.

이 전투에서 이승우가 대승을 거두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마 한 한 명도 없었을거다.

****

“승우 진짜 장난 아니네.”

화면을 보고 있던 신연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숨 막히는 경기력에 무어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한민규가 유리했던 경기가 두 번의 전투만에 뒤집혔다.

추가 멀티를 가져가지 못한 한민규는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GG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게요. 완전 이 악물고 경기 하는데요?”

“그래도 팀 막내인데 조금 살살해주지. 완전 죽기 살기로 밀어붙이네.”

“글쎄? 난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데?”

김승대와 신연호의 대화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아. 감독님.”

이재명 감독이었다.

“오히려 저게 민규를 위한 일이지.”

이재명 감독의 말엔 확신이 담겨있었다.

안쓰럽게 한민규를 바라보는 팀원들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승우가 민규를 많이 아끼는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혹독하게 경기를 펼칠 리가 없다.

이승우와 한민규의 객관적인 전력 차는 생각보다 크다.

감독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연습실에서 이 정도로 벌어진 것이 방송경기에서 좁혀질 리 없었다.

이승우가 모든 경기에 3용혼 앞마당 빌드를 쓰며 무난히 상황을 맞춰가도 충분히 경기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평소 보기 힘든 전략, 짜임새 있는 전략으로 한민규를 압박했다.

어떻게 보면 전략 낭비다.

결승전이나 프로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활용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전략을 그냥 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한테 쓰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승우는 개의치 않았다.

마치 이영우를 상대하는 것 처럼 최선을 다해 한민규를 극한으로 몰았다.

이게 중요 한 거다.

한민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여기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한 차원 더 높은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거다.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그냥 거기서 끝이다.

이재명 감독은 한민규가 오늘 경기로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