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7 Game No. 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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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보이지 않는 손 ㅎㄷㄷ>
<ㅋㅋㅋㅋ흑완 1기가 영웅이닼ㅋㅋㅋ 그냥 다 썰엌ㅋㅋ>
<시발ㅋㅋㅋㅋㅋ환국을 흑완 1기로 이겨버리넼ㅋㅋㅋㅋ>
<한민규 존나 아까울듯 1초만 먼저 깼으면 흑완 안나오는데>
<병신앜ㅋ 그딴 가정 좀 하지마라 이미 일어난 일만 가지고 이야기해랔ㅋ 그런 식으로 따지면 초반에 1제단인거 알았으면 한민규가 이겼음 ㅇㅇ>
<위에 일침 ㅇㅈ>
<용안 1기 빼서 비비기 센스 봤음? 좆됨 ㅋㅋㅋㅋ >
<병신들아. 그냥 팬티 여러 장 준비하고 경기봐라. 세탁기 돌리는게 뭐 그리 귀찮다고 1장만 준비해서 낭패를 보냐.>
<근데 이번 경기 이승우도 잘했는데 한민규도 소름 아님?>
<ㅇㅇㅇㅇ개소름 거기서 팍 치고 나올 줄 몰랐다.>
<인정 ㅇㅇㅇ 존나 판단 개쩜. 안나왔으면 1세트처럼 관광당했을 텐데 진출해가지고 경기 개흥미진진해짐ㅋㅋㅋ>
<이러다 진짜 아스트로가 프로리그 우승하는 거 아니냐?>
<오늘 경기 같은 모습 보여주면 아스트로 2승 카드 확보각. ㅇㅇ 누가 1승만 더해주면 에결에서 이승우 나옴ㅋㅋ>
<시발ㅋㅋㅋ1승만 전략 지리넼ㅋㅋㅋ>
이승우를 치켜세우는 댓글만큼 한민규의 판단력을 칭찬하는 댓글도 많았다.
신예답지 않게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보통 신예들은 이런 상황에서 우물쭈물하다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본인의 선택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한민규는 달랐다.
운으로 첫 예선에 4강에 오른 선수가 아니라는 걸 똑똑히 보여줬다.
상대가 이승우라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이승우는 또 하나의 기록을 경신했다.
공식전 22연승.
본인의 기록을 넘어 22연승이란 대기록을 다시 한 번 세운 것이다.
이제부터 승리하는 족족 다시 새로운 역사가 쓰인다.
동시에 공식전 연승 기록 1위부터 3위까지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는 위엄을 선보였다.
거기에 더해 1승만 더 하게 되면 이승우는 양대 4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용족 최초의 기록을 다시 한 번 써내려가게 된다.
남은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면 이영우와 나란히 한 해 4회 우승을 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미 2회 우승을 달성해 용족 한해 최다 우승 타이틀은 거머쥔 상태였다.
올해는 누가 뭐라 해도 이승우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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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짜릿한 승부였다.
이런 경기를 이기면 그 여운이 꽤 오래간다.
아직까지 흑완이 생산 되었을 때의 기분이 또렷하게 몸에 각인되어 있었다.
몸이 순간 꿈틀거릴 정도로 극적인 순간에 생산 된 흑완이었다.
만약 언덕 컨트롤을 하다 흑완을 찍는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승리는 내가 아니라 민규가 했을 거다.
언덕이 뚫리는 순간 꼼짝 없이 지는 줄 알았다.
민규의 치고나오는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단 원하는 대로 1,2세트가 마무리 되었다.
한가지 예상과 다른게 있다면 민규의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완벽히 진행되었다면 2세트에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흑완에 무너진 민규의 멘탈이 산산조각이 났어야했다.
하지만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의외라는 생각과 동시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민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멘탈이 약한 편이었기에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어쨌든 프로게이머가 되었다는 건 피지컬적인 요소는 갖추었다는 말이다.
프로들의 세계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멘탈이다.
멘탈을 갖춘다면 경기력은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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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10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이승우는 홀로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한민규는 코치와 전략을 상담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한민규 발등에 불이 제대로 떨어졌다.
단순히 다리에서 진화할 수 있는 불이 아니다.
온 몸을 타고 번질 정도로 커다란 불이다.
이미 하반신은 거의 번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세트에서 한 쪽 다리를 진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남은 상반신이 전부 타버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 한민규도 준비한 전략이 있을 거다.
하지만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두 세트 연속 무너졌다.
그나마 2세트에서 정신을 조금 차렸다는 것이 희소식이었지만 그 경기를 졌기에 크게 기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천금같이 소중한 10분이 흐르고 두 명이 다시 부스에 앉았다.
확실히 1세트보다 긴장감이 많이 빠진 상태다.
이미 이승우 쪽으로 2:0으로 기운 상태기 때문이다.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 경기를 했는데 1시간 이상 중계를 한 것 처럼 몸에 힘이 없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경기가 나왔다는 말이겠죠.
-한민규 선수 분명 2세트에서 경기를 이길 뻔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길 뻔한’이지 실제로 경기를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2:0으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자면 지금 한민규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손으로 톡 밀기만 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만다.
-이승우를 상대로 다전제에서 2:0으로 뒤지고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압박이거든요? 그나마 1세트에서 흔들렸던 멘탈이 2세트에선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위안이긴 합니다.
-3세트 전장인 개천은 전형적인 힘 싸움 전장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이승우 선수가 전략적인 수를 충분히 던질 수가 있기 때문에 한민규 선수로썬 정찰을 꼼꼼히 해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안전한 빌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죠. 초반에 불리함을 안고 시작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예 경기가 끝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경기 시간을 10분, 20분 이상 가져가야 가지고 있는 능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빠른 시간 내에 경기가 끝났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더 맞으리라.
4강에 오른 이상 무언가 보여주고 싶을 거다. 관중들의 머릿속에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경기를 하고 싶을 거다.
그러려면 일단 중반 이후까지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
-자. 양 선수 준비 모두 끝났습니다. 마지막 세트가 될지도 모르는 3세트 전장 개천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현민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일찍 끝나면 어쩌지하는 걱정을 많은 이들이 했지만 이번엔 그렇게 쉽게 경기가 끝날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 세트처럼 이승우가 초반 용아 찌르기를 시도하며 이득을 가져가려 했지만 한민규의 차분한 수비에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하고 막혔다.
7시와 1시, 대각선이라는 먼 거리도 한 몫 했다.
초반 3기의 용아와 1기의 용혼으로 강력한 푸시를 가했던 이승우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되었다.
오히려 앞마당 신전 속도만 늦어지는 꼴이 되었다.
그 후 이승우의 선택은 앞마당 신전이었고 한민규 역시 화통도감 이후 앞마당에 망루를 건설하며 혹시 모를 2차 공격을 대비해주었다.
망루에 이어 곧 바로 앞마당을 가져가며 1기의 화차를 본진 밖으로 빼내는데 성공한 한민규.
상대의 용혼이 망루를 두드리는 순간 화차가 본진 난입을 노리며 7시 이승우의 앞마당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타이밍 좋게 나온 용혼에 의해 의도가 무산되었다. 괜히 무리하지 않고 앞마당 신전을 확인한 후 밖으로 화차를 돌리는 한민규.
앞마당 타이밍을 보고 화차 자체가 밖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용족에게 알려준 것만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지금 앞마당이 올라간다는 건 지룡이나 흑완이 올 확률이 0%라는 말이다.
대장간이나 의방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 자원은 어디로 가느냐?
바로 2개의 화통도감을 늘려주는데 들어간다.
그리고 화차 1기가 전장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용족이 알아차렸으니 용혼을 보내 망루를 압박하는 속도도 조금 늦춰진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프로들의 세계에선 꽤 크게 작용한다.
1기의 용혼이 약 1분간 망루를 때리면 들어가는 데미지는 총 1140.
일꾼 1기로 망루를 수리하면 들어가는 철은 95~100정도다.
4기의 용혼이 1분간 망루를 때리면 군영을 지을 수 있는 양의 철광을 망루 수리비에 소모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1기의 화차가 밖에 있음으로써 용혼의 합류가 평소보다 몇 초씩 딜레이 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한민규가 도감 더블이 아닌 화통 더블을 선택했기에 용혼이 망루를 때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
곧 있으면 진천형이 개발 된 천자총통이 나오기에 거의 망루를 압박하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공방전이 오고갔다.
많은 수의 병력은 아니었지만 심리전을 가미한 움직임이었기에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 충분했다.
어차피 압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승우는 전진 되어 있는 병력을 뒤로 아예 빼버렸다. 괜히 거기에 있다가 진천형을 한 천자총통에 용혼이 얻어맞아 용력이 깎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판단이었다.
서로간의 확장 타이밍은 거의 비슷했다.
이승우는 1제단 상태에서 용의 신전을 올려준 후 앞마당이 완성되었을 때 2개의 제단을 추가로 올려주며 용혼의 수를 확보할 준비를 했다.
한민규는 과감히 대장간을 생략하고 두 번째 화통도감을 올렸다.
확실히 앞선 두 세트와 다른 움직임이다.
무난하게 중반으로 넘어가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이러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한민규의 강점은 단단한 운영.
그리고 전투력에 있다.
일단 자신있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판은 만들어진 것이다.
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
완벽히 5:5다.
이승우 역시 변칙적인 공격을 준비하기보단 세 번째 신전을 이어나가며 지상 물량을 폭발시킬 준비를 했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던 이승우의 전투가 드디어 선보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경기에 모두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기대에 찬 표정으로 양 볼을 붉혔다.
한민규의 그 이후 선택도 최고였다.
이승우의 세 번째 신전을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본진에서 군영을 지어 날리는 것이 아닌, 지상으로 걸어가 군영을 대놓고 지은 것이다.
세 번째 신전이 이렇게 빨리 늘어나는 이상 공격이 들어올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주 완벽한 판단이었다.
2세트의 각성이 이번 세트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초반 용아 찌르기 이후 전투 한 번 없이 경기가 진행되었다.
심심한 대결처럼 보였지만 전혀 아니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공격을 가지 않는게 아니라 서로 빈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공격을 못가는 것이었다.
그 긴장감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폭풍전야.
서로가 내실을 단단히 다지며 몸집을 서서히 불려나간다.
더 이상 불려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