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5 Game No. 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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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진 제단 역시 준비 된 플레이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며칠 전부터 준비해왔단 전략이란 말이지.
원래 2인용 전장에서 지금처럼 전진 건물류가 많이 쓰인다.
상대방의 위치를 한 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전진 건물을 짓는 위치를 처음부터 잡을 수 있고 2인용 전장의 특성 상 정찰을 빨리 나가는 편이 드물기에 초반에 들키지 않을 확률도 타전장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컨트롤만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전진제단으로 이득을 쏠쏠히 챙길 수 있다.
여기서 경기를 끝내면 아예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다.
처음엔 상대 본진에 제단을 소환하는 쪽으로 연습했지만 용안보다 일꾼의 체력이 20더 높다는 것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환국의 군영과 굉장히 가까운 위치에 있어 일꾼이 깨러 나오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앞마당에도 해봤지만 별로였다.
그 후로도 숱한 연습을 했고 천신만고 끝에 지금 위치를 찾아냈다.
이게 아무렇게나 지어진, 그냥 기분따라 소환 된 제단이 아니란 말이지.
당연히 정찰에 들킨 후의 상황도 연습해뒀다.
전략은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둔 채 만들어진다. 뒤가 없는 올인인 경우는 조금 특수하지만 그 외의 전략은 최악의 상황조차 어떻게 할지 미리 시나리오를 짜놓는다.
물론 이렇게 만든 시나리오가 경기 중에 쓰이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긴 하지만 어디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는가?
가끔 꼬일 때도 있고 그러는 거지.
민규의 선택은 일꾼 5기를 동원해 제단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최선의 선택을 했다.
버버벅 거렸거나 본진에서 막는 선택을 했다면 보다 철을 아낄 수 있었겠지만 지금 같은 경우 제단 하나를 더 소환해주는 것이 정답이었다.
괜히 제단 하나에 모든 걸 걸었다가 용아가 생산되기 전에 파괴라도 되면 큰일이었다.
이영우에게 했던 것 처럼 극단적인 77제단 러시가 아니었기에 추후 쌓인 궁병에 용아가 잡힌다면 망루러시라는 역풍에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
일단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수의 용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마 지금 소환되고 있는 2개의 제단을 모두 지키긴 힘들거다.
먼저 지어진 것이든 뒤에 지어진 것이든 1개는 확실히 파괴된다.
파괴되기 직전 제단의 소환을 취소해 어느 정도 돈을 회수할 생각이다.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제단이 파괴되는 건 조금 억울하잖아?
조금 자원 손해를 보긴 하지만 1원도 못 건지는 것보단 훨씬 낫다.
이렇게 하나의 제단을 취소시킨 민규는 일꾼을 본진으로 돌리려 할 것이다.
곧 나올 궁병과 함께 언덕에서 방어를 하기 위해서지.
그럼 난 여기서 심리전을 하나 더 건다.
복잡한 건 아니다.
그냥 제단 1개를 더 소환해줬다가 일꾼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다시 취소해 주는거지.
이러면 쓸데없이 자원 날리는 거 아니냐고?
천만에 말씀.
이건 절대 손해가 아니다. 다시 일꾼이 내려와 확인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여기다 모든 걸 걸 수 있는데 민규는 더 이상 일꾼을 내려 보내지 않을 거다. 이미 볼 건 다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무조건 이득이다.
왜냐하면 2제단을 눈으로 직접 보고 올라왔기 때문에 민규 의 머리에 내 공격이 올인이라 입력되었거든. 이 공격만 막으면 본인이 이긴다라고.
그럼 본진에 2제단을 올릴 확률이 높다.
궁병의 수로 용아를 제압한 후 일꾼과 함께 공격을 온다.
일단 이렇게 전개가 흘러가면 내가 원하던 판이 완벽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경기를 무조건 이길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이득을 본 건 사실이지만 아직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로 이득을 챙긴 건 아니다.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았고 말이다.
내가 이득을 본건 이 상황을 통제함으로써 민규보다 더 나은 위치에 서 있다는 것뿐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건 간단하다.
1제단에서 꾸준히 생산 된 용아로 민규의 용아를 줄여주는 것.
동시에 나는 테크를 타는 것.
이것이 제대로 되면 경기는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고 만약 민규가 잘 대처를 한다면 한번쯤은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때가 나에게 가장 큰 위기가 되겠지.
요 걸 한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제 컨트롤로 승부를 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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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순간에 이승우 선수는 심리전을 무려 2번이나 걸었습니다.
-마지막에 일꾼 빼기 전에 2제단 올라가는 거 보고 뺐거든요? 그러면 이것만 막으면 이긴다! 이런 생각이 들죠!
-근데 이승우 선수는 2제단 올인이 아닙니다! 하나의 제단은 그냥 상대를 속이기 위한 수였어요!
-한민규 선수가 그 수에 제대로 넘어갔습니다. 2제단인 줄 알고 훈련도감 하나 더 늘렸어요!
이승우의 예상대로 한민규는 이승우가 2제단 용아 올인을 한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황급히 훈련도감 하나를 더 늘렸다.
속은 건 한민규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속았다. 2제단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던 김현민 캐스터는 머쓱한 듯 볼펜으로 귀 밑을 긁적였다.
사실 다른 선수라면 환국을 상대로 무슨 이런 공격을 하냐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우란 이름 석 자가 앞에 붙는 순간 말은 달라진다. 그 것만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래. 이승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하고 말이다.
그래서 속았다.
이승우라면 입으로만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실현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이러면 이승우 선수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거죠! 이승우 선수 바로 두 번째 제단 취소하고 본진 금광 올렸거든요!
어쨌든 이승우는 2제단 올인 러시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전진 1제단에 불과했다.
여기에 혼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무서운 건 그 뒤였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테크가 올라간다. 지룡이든 흑완이든 한민규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그게 아니어도 1기씩 생산되는 용혼도 굉장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어느새 용아 1기가 생산 되서 환국의 본진으로 입성하고 있었다.
앞마당과 가까운 곳에 제단이 지어졌기에 체감 상으로 엄청 빠르게 느껴 질 거다.
-이제 막 훈련도감이 지어진 한민규! 지금 이 순간도 위기입니다.
-2개의 훈련도감을 보고 이승우 선수 속으로 씨익 미소 짓고 있을 겁니다. 완벽하게 자신의 수가 통했거든요!
-이승우 선수도 무리해서 용아 잃으면 안 됩니다. 본진에서 빠르게 테크 타고 있거든요? 괜히 흥분해서 달려들었다가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죽으면 그대로 역 러시 맞거든요?
그나마 심시티를 잘 해놓은 한민규라 궁병으로 용아를 상대하는데엔 큰 무리가 없었다.
궁병 1기가 있을 땐 조금 버거웠지만 궁병의 수가 하나 둘 쌓여 이제는 용아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초반 궁병이 쌓이기 전 일꾼을 2기 정도 끊어주는 이득을 취한 이승우였다.
-이승우 선수도 충분히 이득 봤어요. 무조건 용아 살려야합니다!
-자. 용아 상대하는 한민규 선수 얼굴에 의문이 잔뜩 떠올라있죠? 2 제단에서 생산되었으면 지금보다 용아의 수가 훨씬 더 많아야하거든요! 근데 수가 절반 밖에 없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죠!
헷갈릴 수밖에 없다.
2 제단이라고 하기엔 용아의 수가 지나치게 적다.
그럼 여의주탑을 올린 것일까?
그러기엔 용혼이 너무 느리다.
이때쯤이면 용혼 1기가 툭툭 건드려야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모든 화면을 다 보고 있는 관중들이야 지금 이승우가 병력이 용아 4기 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일꾼을 전부 끌어 모아 망루러시를 가면 흑완이 나오기 전에 한 번 타이밍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직접 경기를 펼치는 한민규가 그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혹 지금 소수의 용아를 보여주는 것이 심리전이고 나머지 절반의 용아가 앞마당 근처에 숨어 있다가 망루 러시를 나오는 환국의 병력을 덮치기라도 한다면?
문자 그대로 망하는거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일꾼 1기를 어떻게든 밖으로 빼보려 하지만 용아의 기가 막힌 무빙에 번번이 막혔다.
-여기서 한민규 선수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이승우 선수 벌써 황룡성지 올라가고 있거든요?!
아직 금광조차 없는 환국.
있는 거라곤 2 훈련도감이 전부다.
병력 역시 일꾼과 궁병이 전부다.
이대로 시간이 2분 이상 끌리게 되면 무난하게 흑완이 나오게 된다.
-이승우 선수 극단적으로 빠르게 테크를 타느라 용아의 수가 보통의 1제단 견제보다 훨씬 소극적이거든요!
-용안의 수를 보세요. 어차피 확장 먹을 생각 없다 이겁니다. 철광을 캐는 용안의 수를 딱 흑완 1~2기 생각할 수 있게 맞춰놨어요!
-다른 병력 모을 필요 없다 이거죠! 올인입니다. 올인! 그냥 병력의 수나 타이밍으로 밀어붙이는 올인이 아니라 절묘한 심리전이 배합 된 올인이에요!
올인에도 두 종류가 있다.
4일벌레 마견러시나 센터 2제단, 센터 2도감 같은 유닛의 생산 타이밍을 극단적으로 당겨서 상대를 궁지로 모는 올인이 있고 심리전을 가미해 타이밍을 속이는 올인이 있다.
지금 이승우가 하고 있건 후자였다.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다.
전자의 경우 컨트롤과 멀티테스킹 능력이 필요하고 후자는 상대가 속아 넘어갈 수 있도록 판을 짜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만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하자면 후자의 경우가 전자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다.
-궁병의 수를 줄여주기 위해 무리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흑완까지 나오면 궁병이 10기가 있건 100기가 있건 아무 상관없거든요!
-자. 한민규 선수 눈치채야합니다.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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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엽 해설의 다급한 외침처럼 한민규도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흐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궁병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으며 몸을 사리는 용아.
1세트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
‘1제단 이후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는 건가?’
셋 중 하나다.
일부 용아를 숨기고 있거나 확장을 가져갔거나 빠르게 테크를 탔거나.
‘일단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어.’
일정수의 궁병이 모였다.
당장 눈에 보이는 용아 정도는 상대할 정도가 된다.
일꾼 2기를 앞세워 조심스럽게 언덕 아래로 내려오는 한민규.
살짝 압박하는 척 모습을 보인 용아지만 확실히 궁병을 줄이겠다는 식으로 달라붙지는 않는다.
언덕 아래를 내려오는데 성공한 한민규가 제단 있는 곳으로 일꾼을 보냈다.
너무 궁금했다.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단이 1개 밖에 없다는 걸 확인한 한민규의 한 쪽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속았다.’
완벽히 속아 넘어갔다.
있지도 않은 용아에 위축 되어 본진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니.
순간 탄식이 흘러나왔다.
허무하게 버린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일단 3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가 지워졌다.
이제 남은 건 확장 아니면 빠른 테크.
지금 보유하고 있는 병력은 오직 궁병 뿐.
지금 화통도감을 올리기엔 너무 늦다.
한민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