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3 Game No. 333 =========================================================================
이미 앞마당 신전과 여의주 탑이 올라간 용족.
상당히 풍족해 보인다. 초반에 5기의 용안을 공격에 동원한 상황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만큼 말이다.
하지만 환국은 아직 화통도감조차 짓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한지 5분이 지났는데 화통도감이 없는 환국이라니.
확장이면 확장.
테크면 테크.
모든 것이 한참 뒤떨어졌다.
그 사이 이승우는 그 다음 공격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환국은 화통도감도 없는데 벌써 용의 신전이 소환되었다.
-이승우 선수 입장에서 경기 길게 끌 필요 없습니다. 제단 2~3개 늘려서 용혼 꾸준히 찍어주고 운룡에 4용아 태워서 러시가면 경기 끝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되고 그냥 확장을 마구 늘려도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은 이승우 선수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됩니다!
이승우는 지금 뭘 해도 된다.
앞마당만 먹고 천왕랑을 가도 환국은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다.
환국이 테크가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확장을 택하건 공격을 택하건 버거운 것이다.
한종엽 해설 말처럼 지금 제단 쭉 늘리고 운룡이 4용아 태워서 러시를 가도 된다.
아직까지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제단의 수가 늘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한민규는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다가 기회를 노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때 일꾼 1기가 이승우의 본진 쪽으로 올라가 용의 신전이 거의 완성되어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그 순간 한민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직 자신은 화통도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자총통이 나오려면 멀었는데 상대는 조만간 지룡이 나온다.
‘어쩌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거지?’
한민규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렸다.
테크 차이가 너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거 눈으로 봐도 대처하기 힘듭니다. 용의 신전을 본 순간 대장간 지어서 화살탑도 건설해 줘야하거든요? 진짜 찢어지게 가난한 한민규에게 화살탑을 군데군데 박게 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겁니다.
-아. 점점 경기가 어려워집니다.
-사실 이미 아까 공격에서 경기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죠. 뒤가 없는 플레이도 아니고 이처럼 자원도 잘 먹고 있거든요.
못 봤으면 모를까 본 이상 대처를 해줘야한다.
화통도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대장간을 짓고 화살탑을 여러 개 건설한다.
-환국이 굉장히 과감한 빌드를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며 플레이한 것 치고는 자원 상황이나 테크 상황 모든 면에서 용족이 좋습니다.
-그럼요. 지금 또 어떤 선택이 가능하냐면요. 지금 지룡가면 딱입니다. 환국의 테크가 너무 느려서 알아도 못막아요. 알아도!
-이승우 선수도 이제 용혼이 3기 밖에 없거든요? 아까 소모한 용아 제외하면 병력을 거의 뽑지 않았어요. 아까 용혼 1기가 막 나왔을 때 그냥 눈 딱 감고 모아놓은 궁병과 일꾼 10기 동원해서 치즈 러시를 한 번 가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드네요.
사실 상당히 결과론적인 이야기긴 하다. 그걸 한민규가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10개의 가짓수가 있다면 그 중 1개를 제외하곤 다 막히는 수니까.
1개에 올인 하느니 그래도 남은 9가지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민규의 팬들에겐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긴 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거 공격이라도 한 번 가보지 하는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까?
-이승우 선수 2기의 용혼이 앞마당 망루 또 때리기 시작합니다.
-자원 또 쓰라 이거에요.
-그냥 생더블이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망루 수리하는 자원도 만만치 않거든요!
이승우는 쉴 새 없이 한민규를 괴롭히고 있었다.
숨 한 번 돌리려하면 공격하고, 다시 조금 여유 찾으려하면 공격하고.
한민규는 지금 숨이 턱턱 막힐거다.
-이승우 선수 지룡가죠.
-사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됩니다. 아까 한종엽 해설의 말처럼 4용아 태워서 언덕에다 내리면서 뚫기 시도해도 되는 거고. 지금처럼 지룡가면서 천천히 두드려도 되는 거고.
환국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보고 있는 이승우에게 굳이 현룡은 필요 없었다.
현룡사당 대신 지룡사원을 바로 소환하는 이승우.
얼마나 경기가 용족에게 유리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환국을 상대로 현룡을 뽑지 않다니.
-아. 지금 한민규 선수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1화통에서 대장간 짓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보이네요.
-빡빡하죠. 궁병도 어느 정도 모아야하고 천자총통도 확보해야합니다. 언덕에 지룡이 내려 천자총통을 제거 할 수 있으니 근처에 화살탑도 꼼곰하게 지어줘야 하고요. 어렵네요. 정말 어려워요. 이승우 선수가 한 가지 행동을 하면 한민규 선수는 두 개, 아니 서너 가지는 동시에 해야 그걸 간신히 막아낼 수 있어요.
이승우가 한 발 더 나아가 보험까지 가입했다.
세 번째 신전을 소환한 것이다.
-정말 안전해 보이는 확장이네요. 용족이 확장을 하는데 1%도 불안하지 않은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진짜 막말로 스타팅 포인트까지 가면서 동시에 2개, 3개 신전을 소환해도 환국이 저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신전 하나만 가져가는 건 아주 겸손한 플레이인거죠!
한종엽 해설의 말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살짝 터졌다.
아주 진지한 말투로 이런 말을 하니 이상하게 웃겼다.
핵 펠레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한종엽 해설이기에 혹시 이번에도 반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한민규의 팬도 몇 있었다.
-사실상 환국이 엄청 어렵습니다. 중계진이란 특성상 웬만하면 이렇게, 이렇게 하면 역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10분이고 20분이고 무조건 막고 또 막으면서 200을 모으는 수 밖에 없는게 그걸 그냥 보고 있은 이승우 선수가 절대 아니거든요.
한민규가 본진에 화살탑을 두르기 시작했다.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그 수가 무려 5개.
화통도감을 지었다면 2개는 더 늘어났을 자원이 수비에 투자되었다.
-어휴. 저게 다 돈입니다. 돈.
-이 것도 굉장히 아깝죠. 한민규 선수에겐!
-화살탑 두른 거 발견하면 이승우 선수는 그냥 안들어가도 됩니다.
-그렇죠. 그러면 그만이죠. 화살탑을 두르게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피해를 입힌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렇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지룡이 나오자마자 앞서 생산 된 운룡에 태워 바로 한민규의 본진 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현재 보유한 5기의 용혼도 함께 말이다.
제단을 늘렸다면 지금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했겠지만 이승우도 제단 대신 확장을 택했기 때문에 병력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았다.
물론 이 정도 병력으로도 환국에겐 충분히 위협적이다.
3기의 천자총통과 소수의 궁병이 환국이 가진 전부였으니까.
운룡이 눈치를 보며 한민규의 본진을 빙글 돌았다.
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민규 선수 이 지룡을 일단 완벽하게 막아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건 피해 없이 공중에서 폭사시키는 건데 이승우 선수가 무리하게 화살탑에 운룡을 들이밀리는 없고요.
-최대한 피해를 적게 받아야합니다. 물론 이거 막는다고 상황이 괜찮아지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불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조금 피울 수 있습니다.
슬쩍 운룡을 들이밀어 천자총통이 없다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외곽에 지룡을 내렸다.
그리고 지체 없이 화살탑을 향해 토정을 발사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는 화살탑.
전방위 수비를 위해 이리 저리 배회하던 천자총통 1기가 급하게 화살탑 근처로 와 진천형을 했다.
이러면 태울 법도 하건만 이승우는 기어코 토정 한 번을 더 발사해 화살탑을 깨는데 성공했다.
천자총통의 포격을 받아 용력이 전부 날아가긴 했지만 일단 운룡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박수를 쳐줄만한 일이었다.
다른 선수였다면 이처럼 굳이 과감하게 공격을 들어가지 않았을거다.
그냥 시간을 끌며 인구수 200을 모아 공격을 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아니었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 때 마무리하려는 승부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프로게이머로써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이야. 그 틈을 또 뚫고 들어가네요.
-이렇게 화살탑을 둘러놓으면 안 들어올 줄 알았을 텐데. 아. 저렇게 저 쪽 화살탑이 파괴되면 본진에 빙 둘러놓은 화살탑이 큰 의미가 없게 되죠!
철광이 있는 쪽으로 쭉 이동하나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트는 운룡.
운룡이 향하는 곳은 천자총통이 있는 곳이었다.
2기의 천자총통이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었다. 이승우가 위 쪽에 있는 천자총통 근처에 용아를 내려놨다.
밑에 있던 천자총통의 포신이 불을 뿜었다.
포격 딜레이를 이용해 뒤늦게 내린 지룡이 천자총통 1기를 잡는데 성공했다.
원래 토정 하나로 천자총통을 잡는 건 불가능하지만 먼저 내린 용아를 다른 천자총통이 때리면서 체력이 떨어져 있던 천자총통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에 천자총통 하나를 허무하게 내주네요!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는 이승우!
-만약에 이 언덕 천자총통만 제압을 해주게 되면 보강 된 용혼들하고 아예 망루 깨고 들어갈 수도 있어요!
3기의 궁병과 1기의 천자총통이 허무하게 잡혔다.
천자총통의 포격에 2번 맞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지룡.
여전히 압박은 끝나지 않았다.
-자! 용혼 움직입니다! 움직여요!
-이러면 들어가죠!
언덕 위에 천자총통이 없다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바로 용혼을 진격시켰다.
천자총통의 포격이 무서운거지 망루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용혼이 망루를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일꾼들이 튀어나와 어떻게든 수리로 버텨보려고 하지만 무리였다.
용혼만 있다면 수리 신공으로 어떻게든 시간을 끌 수 있었겠지만 이승우에겐 아직 지룡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던 것이다.
언덕 위에 있던 지룡이 운룡을 타로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망루를 수리하는 일꾼을 향해 토정을 발사했다.
5기의 일꾼이 동시에 폭사했다.
그럼에도 한민규는 수리를 멈추지 않았다.
망루가 파괴되면 앞마당이 밀리는 건 순식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 지룡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러면 뚫리죠. 뚫립니다!
지룡과 용혼의 공격에 망루를 지키는 건 무리였다.
결국 굉음과 함께 망루가 파괴되었다.
산산조각 난 잔해가 흉물스럽게 여기저기 널브러졌다.
지금 한민규의 마음도 이와 비슷할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6기의 용혼은 위풍당당한 기세를 뽐내며 환국의 앞마당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왔다. 어차피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막 천자총통 나오긴 했지만 겨우 1기다.
6기의 용혼을 1기의 천자총통으로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그마저 언덕으로 운룡을 타고 올라간 지룡에 정리되었다.
도합 3기의 천자총통을 잡아내며 공을 혁혁하게 쌓은 지룡이었다.
-끝났습니다. 이제 끝났어요!
-아. 이승우 선수 시간 끌지 않네요. 확장을 하긴 했지만 이건 어차피 보험이고 끝낼 수 있을 때 끝낸다는거네요!
-지룡의 견제가 쉽게 막혔다면 흠. 조금 더 경기를 해볼까 싶었겠지만 화살탑 하나를 파괴하며 공간을 만드는데 성공했거든요. 그럼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죠.
한민규가 가진 유닛은 일꾼 뿐이었다.
일꾼으로 지룡과 용혼을 잡아내는 건 치트키를 쓰지 않는 이상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한민규가 GG를 선언했다.
-이승우! 가볍게 1승을 따냅니다.
-너무나도 쉽게 경기를 가져가네요!
-아무도 못말립니다. 이 선수의 앞길을 도대체 누가 막을 수 있나요!
이로써 MSL 24연승에 성공하는 이승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