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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31화 (331/575)

00331  Game No. 331 이승우 v 한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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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장에 민규와 함께 차를 타고 왔다.

내가 해줬던 말이 도움이 되었는지 표정이 어제보다 확실히 괜찮았다.

혹 내가 더 혼란스럽게 만든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었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어제 한 말은 진심이었다.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민규와 경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내가 가진 걸 모두 보여줄 것이다.

팀원이라고 살살하거나 조금 편하게 할 생각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건 민규를 무시하는 일이다.

연습실에서 80% 정도 내가 민규를 이긴다.

물론 스킬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것들이다.

기본적으로 환국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원래 내가 2군에서도 좀 잘하긴 했거든.

김택윤과 도재열만 없었다면 충분히 1군에 데뷔하고도 남았을 거다. 물론 이들처럼 확실한 1승 카드까지 자리매김하는 건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환국전에 있어선 저격 카드로 쓸 만 했을걸?

실제로 아마추어 시절 내 환국전은 꽤 유명했다.

내가 괜히 S1에 발탁 된 것이 아니다.

S1은 냉정하다.

실력이 없으면, 가능성이 없으면 주저 없이 놓아버린다.

6년간 가능성이 터질 듯 말 듯 모습을 보여 S1 코치진도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고 들었다.

다 이제 지나간 일이지. 뭐.

어쨌든 난 최선을 다 할 거고 반드시 결승에 올라갈 거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늘 경기를 통해 민규가 새로운 걸 깨우쳤으면 하는 것이었다.

백 번의 연습 경기보다 한 번의 실전에서 깨닫는 것이 더 많다는 건 이미 내가 몸으로 느낀 것이었다.

오늘 하루가 민규에게 그런 날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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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1세트 전장 마고본성에서 양 선수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보이는 7시 연두색 용족 이승우 선수입니다.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죠. 2연속 전승 결승 진출. 사실 이게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선수들이 무난하게 확장 먹고 운영 싸움만 해주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올인성 빌드도 당하고 배를 째는 플레이도 하고. 여러 다양한 전략을 당하는 와중에도 이승우 선수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굳건하게 버티며 23연승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수였다면 말도 안된다고 할 수 있지만 대상이 이승우다 보니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오늘도 3:0으로 한민규를 잡고 결승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그에 맞서는 1시 보라색 환국이 한민규 선수입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오늘 한민규 선수는 본인을 믿으면서 자신감 있게 경기 할 필요가 있고요.

여태까지 같은 편에 서 있어서 느끼지 못했을 거다.

이승우란 존재가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

적으로 만났을 때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분명 위축 될 수 있다.

하지만 위축되면 안 된다.

위축 되는 순간 경기는 반쯤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전략을 준비해 왔느냐보다 그 걸 얼마나 극복해왔느냐가 오늘 경기의 포인트였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준비해왔어도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다면 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거리는 대각선이 나왔네요. 중반 이후의 힘 싸움이 예상되는 하는데 이승우 선수의 경기라 쉽게 예측을 못하겠네요.

-그렇죠. 대각이라고 방심하면 안 되죠. 이승우 선수는 대각이라도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일단 이승우의 첫 번째 솟대는 중앙이나 앞마당 쪽이 아닌 본진 쪽에 지어졌다. 본진에 솟대를 건설한 이승우가 바로 정찰에 나섰다.

위치는 가장 가까운 가로였다.

입구가 막히기 전이나 금광이 지어지기 전에 들어가면 금광러시나 매너 솟대로 조금 흔들어줄 목적으로 빠른 정찰을 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한민규의 스타팅 포인트는 11시였기에 견제가 성공하는 건 힘들어보였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석적인 운영을 준비해 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이렇게 하고 본진 흑완 드랍 같은 걸 갑자기 선보일 수 있었으니까.

이승우는 그런 선수다.

그래서 무섭다.

뭘 할지 감이 안 오는 선수.

그리고 뭘 해도 완벽한 선수.

최고의 클래스로 분류되는 정명혁과 김택윤, 이영우조차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빌드에서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공격력만 높은 게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운영까지 잘하니 더욱 더 까다로웠다.

이건 신들의 전쟁 매니저로만 올라 설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어쨌든 신들의 전쟁 매니저는 보조적인 역할이다.

기본적인 개념과 센스가 없다면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제대로 활용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이승우 본인은 잘 모르고 있지만 그는 재능이 있다.

재능이 없다면 홀로 지방에서 연습을 하며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했을 거다.

다만 그보다 심리적인 위축이 훨씬 커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던 것뿐이다.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과감한 승부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일반적인 운영, 피지컬적인 싸움에선 강세를 보였다.

그런 이승우가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

억눌려있던 것이 터져 나왔으니 폭발적인 성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날개라면 이승우는 범이다.

원래 범이 이었기에 무서운 것이지 쥐나 토끼였다면 아무리 날개가 생겨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그 결과 이승우는 프로들의 세계에서 승률 90%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전성기 이영우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한민규 선수도 일단 긴장을 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네요.

-몸이 많이 풀어져있어요. 굳어있지 않네요.

-아까 화장실에서 잠깐 만났는데 의외로 표정이 밝더라고요. 좋은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민규 선수도 진 로열로더 후보거든요? 역대 로열로더들이 쉬운 대진표를 받거나 편한 상대를 만나 순조롭게 올라가지 않았거든요. 다들 어마어마한 선수들을 이기고 이룩한 것들이거든요. 오늘 한민규 선수가 이승우 선수를 잡고 결승에 오른다? 이러면 진짜 또 한 번 진 로열로더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기세라는게 정말 무서운 거거든요. 한번 타오르면 진짜 모든 걸 다 태울 때까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선수의 색을 흉내내는 것도 좋지만 그 것보다 본인의 색을 확실히 갖추는 게 우선으로 보입니다.

-지금 한민규 선수 승부수 과감하게 하나 던지는 것 같죠.

이미 제단과 금광이 올라간 이승우와 달리 한민규는 아직 창고 하나 밖에 보이지 않는다.

훈련도감이나 금광을 지을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보유하고 있는 철 역시 300이 넘어간다.

이런 빌드는 단 하나.

-한민규 선수 생더블입니다. 과감한 수네요.

-이야.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이런 선택을 해야 이승우란 거목을 쓰러뜨릴 수 있는거죠!

최승원 해설이 감탄하며 한민규를 칭찬했다.

그가 말했던 승부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평상시 잘 쓰지 않았던 전략을 사용하는 것.

상대의 이름에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한 발 더 앞서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

지금 생더블 자체는 괜찮은 판단처럼 보인다.

가장 먼 대각선에 상대 위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 제단을 했다면 위험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심시티와 추후 생산 된 일꾼으로 막아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이승우가 빠른 정찰을 통해 한민규의 의도를 벌써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본진에 아무 것도 없는 것 보면 일단 의심가죠? 전진 훈련도감인가?

-실제로 이 전장에서 이승우 선수가 최태양 선수의 전진 훈련도감이 경기를 패배할 뻔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본진에 아무 것도 없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전진 건물 혹은 생 더블.

둘 중 어느 것인지 어떻게 구별하느냐?

자원을 채취하는 일꾼의 숫자를 보면 된다.

전진 건물이면 일꾼의 수가 많을 수가 없다.

많아야 6~7기 정도?

지금은 얼핏 봐도 일꾼의 수는 10기가 넘어보인다.

이렇다면 확장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걸 발견한 이승우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것 봐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 입장에서 굳이 금광 러시를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손해해요.

-그렇죠. 지금 금광 러시를 하는 건 오히려 환국을 도와주는 일이죠.

아직 훈련도감 자체를 짓지 않은 상황.

금광 러시를 해봤자 환국에겐 별로 타격이 없다.

앞마당 금광을 건설해버리면 되니까.

용족 입장에선 그냥 헛돈 쓴거에 불과하다. 본진을 한 바퀴 돌은 용안이 앞마당 쪽으로 올라왔다.

대놓고 지어지고 있는 군영이 바로 보였다.

-자. 이제 이승우 선수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일단 상대가 생 더블을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여기서 이승우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강력하게 초반 압박을 가해 생더블을 한 효과를 없애느냐? 아니면 자신도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 비슷하게 맞춰주느냐?

둘 다 쉬운 선택은 아니다.

피해를 주면 다행이지만 피해를 거의 입히지 못하면 제대로 뻘짓이 되어버린다.

2군데서 자원을 빠르게 수급한 환국의 성장 속도를 상상을 초월한다.

1제단을 유지한 채 확장을 가져가는 건 일단 초반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말과 같다. 1제단 앞마당 빌드가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금광을 올리지 않고 용아를 1기나 2기 찍어주고 바로 앞마당에 신전을 올리는 빌드다.

금광을 지었다는 건 그 만큼 철을 다른 곳에 소모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승우의 정찰이 굉장히 빨라 선택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찰을 늦게 왔거나 그냥 상대의 위치 정도만 파악한다는 생각에 용혼 정찰을 왔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없이 확장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한민규 선수도 정말 대단하네요. 정찰도 아예 안가고 바로 앞마당에 군영을 올렸거든요? 역언덕이라 상대가 중앙 제단을 할 수도 있는건데 과감하게 배제하고 앞마당을 가져가버렸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이길 수 있다는거에요! 이렇게 과감한, 상식을 뛰어넘는 선택을 해야 이승우 선수를 상대로 해볼 수 있는 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 조심해야하는 시점이긴 합니다. 조금 빨리 들킨 감이 없잖아 있거든요?

그때였다.

이승우의 본진에서 빠르게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 올라오는 거 뭐죠? 속도가 용아보다 빠른데요?

용아라면 아직 중앙도 오지 못했을 텐데 미니맵을 가로질러 오는 유닛은 어느새 반 이상 전장을 건넌 상태였다.

옵저버가 바로 화면을 짚었다.

그 순간 중계진과 관중석 할 것 없이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오! 진짜 대박입니다! 대박!

-이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이러니까 이승우죠. 이래서 이승우죠!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런 과감한 선택. 뭐 이런 선수가 다 있습니까?

한종엽 해설이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이승우다.

상상을 뛰어넘는다.

전장을 가로 질러 한민규의 앞마당에 도착한 유닛은 용안 4기였다.

정찰을 하고 있는 것 까지 도합 5기.

또 한 번 일꾼 러시가 시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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