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29화 (329/575)

00329  Game No. 329 두려움을 용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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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이 밀린 김택윤이 힘없이 GG를 선언했다.

더 버티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본진 자원으로 이 격차를 좁힌다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이승우가 김택윤을 이기고 64승, 다승 공동 선두 1위에 오르자마자 커뮤니티가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불가능처럼 보였던 다승왕이 손만 뻗으면 잡힐 위치까지 다가온 것이다.

이승우를 응원하는 팬들이 기세등등하게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아스트로의 팬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이번 시즌부터 응원한 것이 아니라 몇년 전부터 아스트로를 응원해왔던 몇몇 팬들 중 일부는 감격에 차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였다.

아스트로에서 다승왕이 나오다니.

위너스리그 우승부터 6강 플레이오프까지.

꿈같이 행복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스트로 팬이라서 행복합니다라는 문구가 슬프지 않은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제 김택윤은 안되는 듯 ㅇㅇㅇ>

<유일하게 이승우보다 낫다고 주장하던게 프로리그였는데 그 것 마저 역전ㅋㅋㅋㅋ지리구욬ㅋㅋㅋ>

<프로리그로 김택윤이 더 낫다는 놈들 존나 이해안감ㅋㅋㅋㅋ 2라운드 더 치렀으니깤ㅋ그간 당연히 높았짘ㅋㅋ>

<개인리그 2번 더 나갓는데 왜 우승못했냐고하면 무시잼ㅋㅋㅋ>

<이제 역전당했는데 개꿀ㅋㅋㅋ 이제 아무말도 못할듯 ㅋㅋ>

<꼬시닼ㅋㅋ지금 다들 꿀먹은 벙어리. ㅇㅈ? ㅇ ㅇㅈ.>

조금 격한 표현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사실 순수하게 기쁨을 표출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긴 했다.

하지만 많은 수의 댓글이 달린 건 격한 표현이 있는 글들이었다.

위와 같은 내용이 적힌 글들은 이미 전쟁이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서로 다른 경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같은 종족이거나 라이벌 구도를 지니고 있는 팀이면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

싸움이 나는 건 예사고 운영자가 나서서 진압해야 할 정도로 불이 붙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승우와 김택윤도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주제 중 하나였다.

<이승우, 김택윤 비교. txt>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올라오는 순간 전쟁은 시작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김택윤이 커리어 내내 이룬 기록 이승우는 1년 내에 다 이룰각ㅇㅇ>이라는 글의 댓글은 올라온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10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1년 만에 양대 리그 결승만 3번에 올라갔고 4번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포스로 보면 MSL 4강 역시 무난하게 이기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는 한민규.

아무리 요즘 페이스가 좋다고 해도 갓의 위엄을 드러내는 이승우를 이기는 것 많이 어려워보였다.

만약 이번에도 MSL 결승에 올라간다면 올해 참가한 모든 리그 결승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1시즌 4회 결승 진출.

이는 리쌍, 이제운과 동률이다.

만약 남은 2개의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다면 이영우가 차지한 한 해 4회 우승 기록과도 동률이 된다.

이래저래 많은 것이 달려있는 경기였다.

프로리그 역시 64승으로 공동 다승 1위에 올라있다.

아직 이영우가 경기를 치르지 않아 다시 2위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남은 경기에 따라 다승왕을 차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승우는 개인 커리어만 쌓은 것이 아니라 그 사이 팀의 커리어도 함께 쌓았다.

위너스 리그 우승.

그리고 정규 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아스트로도 성장하긴 했지만 이승우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이승우가 없었더라면 이런 성과는 절대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2015년 올해의 선수상은 이승우의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올해의 선수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리어다.

아무리 좋은 승률과 승리를 보여줬다 해도 결과적으로 이룬 것이 없으면 절대 받을 수 없다.

이승우는 프로리그, 개인리그 가릴 것 없이 객관적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커리어를 2015년에 쌓았다.

불과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말이다.

올해의 용족, 올해의 선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쥐기에 충분한 성적.

이런 이승우 팬들의 댓글에 김택윤 팬들이 제대로 뿔이 났다.

받을 것으로 유력한 것이지 아직 받은 것이 아니니 넘었다고 말하기엔 무리라는 것이었다.

김택윤이 올해의 선수를 받아본 적이 없는 선수라면 모를까 김택윤도 3회 연속 결승에 올랐을 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아직까지 꿀릴 것이 없는 것이다.

게시판은 금세 과열 되었고 어느새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었다.

결국 운영자가 나서 제재를 시작했고 30분이 지나서야 커뮤니티는 진정될 수 있었다.

앞선 두 선수의 승리에 자극을 받은 걸까?

5,6세트에 나란히 출전한 아스트로의 신예 환국 라인 한민규와 윤여준이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S1을 4:2로 꺾는데 성공했다.

한민규의 상대는 자신과 동갑인 윤종식이었다.

윤종식의 종족은 내일 4강 경기를 치르는 이승우와 같은 용족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한민규가 윤종식을 압도했다.

한민규의 용족전은 본인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마수전에 필적할 정도로 잔뜩 끌어올려져 있었다.

진출부터 자리 잡는 것 까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나가의 소환을 활용해 어떻게든 활로를 열어보려 애썼지만 빠른 반응에 모두 막혔고 오히려 확장에 피해를 입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며 GG를 선언했다.

이제 질세라 윤여준도 어현수를 꺾으며 승리를 신고했다.

환국전과 달리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상대의 닷발귀 컨트롤, 일명 짤짤이에 당황할 법도 한데 차분히 병력을 갈무리한 것이 컸다.

거기서 병력을 잃었더라면 원하는 타이밍에 진출을 하지 못하고 마수의 군락이 터졌을 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 거다.

결과적으로 병력을 잘 지킨 윤여준이 중앙 싸움에서 이득을 챙기며 지속적으로 마수의 자원줄에 압박을 가했고 결국 네 번째 금광 기지를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

마수가 환국을 상대로 무서운 건 4금광을 확보한 이후다.

그런데 그 것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으니 경기가 뜻대로 잘 풀릴리가 없다.

결국 금 부족에 시달리던 어현수가 GG를 쳤다.

라이벌 관계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때가 있고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이 둘은 전자였다.

시너지 효과를 내며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부족한 점을 서로 메워주며 말이다.

S1의 패인을 분석하자면 도택형명 라인에서 2승 밖에 거두지 못한 것이 컸다.

이들이 모두 가동되었다면 최소 3승은 해줬어야했다.

3세트에서 도재열이 박현우에게 패배한 것이 결정적인 경기였다.

비록 오늘의 승리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결승에서 만날 수도 있기에 아스트로로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가지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하다.

특히 한민규를 비롯한 올해 데뷔한 신예급 선수들이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이들의 나이는 이제 겨우 20살이 되었거나 10대 후반에 불과하다.

앞으로 팀의 미래를 10년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난 후 MVP는 이승우가 받았다.

S1의 에이스인 김택윤을 꺾음과 동시에 다승 공동 1위가 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아스트로로선 남은 2경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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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승리를 거둔 한민규의 얼굴이 살짝 어둡다. 만약 팀이 패배한거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텐데 1위인 S1을 4:2로 꺾은 상황.

차후 결승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S1을 꺾은 건 굉장한 희소식이었다.

그럼에도 한민규의 얼굴에 그늘이 져있는 이유는.

‘이제 내일이구나.’

내일 있을 이승우와의 4강전 때문이었다.

처음 대진을 받고 크게 놀랐다.

가장 꺼려했던 대진표였다.

차라리 자신 있는 종족인 임형규나 동족인 정명혁을 만나는게 더 낫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역상성 종족인 용족이기도 했고 그 선수가 같은 팀이라는 것도 걸렸다.

사실 이 정도는 준비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일이다.

8강에서 박현우를 만났을 때도 준비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무엇보다 마음에 걸렸던 건 현재 이승우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강의 용족.

이승우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항상 나오는 수식어였다.

그런 상대를 4강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은 얄궂게도 그에게 이승우란 상대를 점지해줬다.

대진표를 본 순간 한민규는 씁쓸하게 웃었다.

‘로열로더는 물 건너갔네.’

저번 시즌 같은 팀의 이승우가 진 로열로더의 길을 걸어간 것 처럼 한민규도 진 로열로더의 길을 걷고 있었다.

OSL에선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MSL은 4강까지 승승장구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를 4강에서 만난 지금 한민규는 자신이 결승에 오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예 모르는 선수라면, 차라리 이영우라면 어느 정도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승우는 매일 연습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함께 연습 경기도 자주한다.

그럴 때마다 한민규가 느끼는 건 벽이었다.

저런 용족을 이길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수십,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답은 한결같았다.

이길 수 없다.

입신전을 동원하면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컨트롤과 운영으론 넘기 버거웠다.

연습이 진행 될수록 늘어가는 건 한숨과 걱정이었다.

VOD를 분석할 때마다 경악했다.

어떻게 이렇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지?

상대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것 처럼 자유자재로 경기를 운영한다.

그간 이렇게까지 이승우를 분석해오지 않았기에 한민규는 전혀 몰랐다.

같은 팀이었기에, 항상 든든한 동료였기에 몰랐다.

적으로 만났을 때 가장 무서운 선수가 이승우라는 것을.

그걸 한민규는 이번 4강전 준비를 통해 깨달았다.

그 순간부터 점점 무기력해졌다.

어떤 걸 준비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경기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몸은 연습실에 있는데 정신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붕 뜬 느낌이라고 할까?

뭘 해도 엉성해보였다.

입맛이 없는지 한민규는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연습실로 들어왔다.

축 쳐진 어깨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꼭 비 맞은 강아지 같았다.

모니터를 한 번 바라보더니 한 숨을 푹 내쉬는 한민규.

그때였다.

“왜 그렇게 땅이 꺼져라 한 숨을 내쉬는 거야?”

갑자기 들려 온 목소리에 한민규가 깜짝 놀랐다. 혼자만의 생각에 깊게 빠져 있어 누가 들어오는 것도 몰랐다.

한민규가 바로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어? 형?”

“그 어색한 표정은 뭐야? 표정 보니까 이미 경기 시작했고만.”

한민규의 4강 상대, 이승우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씨익 웃으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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