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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28화 (328/575)

00328  Game No. 328  =========================================================================

그래도 김택윤도 그냥 물러나진 않았다.

본진 입구 쪽에 용력 충전소를 지으며 버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주 좋은 판단이었다.

용혼의 수가 부족한 지금 용력 충전소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안 5기를 빼 입구를 단단히 지켰다.

용혼이 갑자기 파고들어 일점사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승우 선수도 무리 할 필요 없습니다. 용혼 2기 더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그렇죠. 지금 용안이 일 못하게 만드는 것도 이득입니다.

용력 충전소를 올리게 하고 용안 5기를 입구 쪽에 잡아두고 있는 것만 해도 이득이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한다.

들어가서 확실히 끝낼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자리를 잡으며 확장을 빠르게 들어갈 것인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뚫으면 거기서 경기가 끝이다.

승리를 만끽하면 된다. 하지만 막히게 되면?

상황이 굉장히 애매해진다.

2지룡이 모였을 때 나오는 김택윤의 역공을 막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후자의 경우 앞마당 확장을 보다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김택윤이 2지룡을 확보했어도 어느 정도 싸움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완벽히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정도 앞서나가는 것이라 얼마든지 유불리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승우의 선택은 후자였다.

입구를 두들기는 시늉만 할 뿐 안쪽으로 과감하게 파고들진 않았다.

-세상에나. 이런 선택을 하다니. 이승우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이승우 선수 조금 더 멀리 내다봅니다.

-입구가 다른 전장에 비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우겨 들어가기엔 조금 멈칫할 수밖에 없거든요! 괜히 들어갔다가 타이밍 좋게 나온 지룡에 용혼이 전멸당하기라도 하면 역러시에 그대로 끝나는 겁니다.

한차례 용혼의 생산을 쉰 이승우가 과감하게 앞마당을 가져 갔다.

그러면서 쉼 없이 압박을 하며 마치 들어갈 것 처럼 연기를 했다.

지룡이 나오기도 전 확장을 선택하는 건 사실 공격을 들어가는 것만큼의 도박수다.

그럼에도 이승우가 과감하게 앞마당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는 김택윤의 현룡이 나오려면 멀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가 3제단을 갔다는 건 용혼의 수로 김택윤이 확인했다.

흑완이 나올 일은 절대 없으니 현룡을 빨리 생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지룡 이후 운룡을 뽑아 화력을 우선적으로 갖추려 하겠지.

그리고 지룡과 운룡을 갖춰도 쉽게 본진을 떠날 수 없을 거다.

자칫 잘못하다간 본진 입구가 뚫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2지룡과 운룡이 완벽히 갖춰지기 전까진 김택윤은 본진에서 나올 수 없다.

이승우의 빠른 확장은 이런 심리를 역이용한 수였다.

지금이라도 김택윤이 진출을 시도한다면 이승우는 굉장한 압박을 받을거다.

하지만 상대가 용혼의 생산을 잠시 쉰 채 확장을 가져간다는 걸 꿈에도 모르는 김택윤은 여전히 입구 방어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괜한 곳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승우 선수 진짜 움직임이 좋네요. 확장을 가기 위해 잠시 제단이 쉬는 바람에 용혼의 수가 엇비슷해졌거든요? 그런데도 마치 뚫어버릴 것 같은 액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기세가 정말 대단하네요. 천하의 김택윤 마저 끔뻑 속아 넘어갈 정도로요!

김택윤이 2지룡을 갖췄을 때 이승우는 겨우 1지룡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양 쪽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관중과 중계진과 달리 김택윤은 자신의 화면, 즉 한정된 정보 밖에 지니고 있지 않다.

김택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용혼이 이승우의 모든 용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뒤 쪽에 따로 빼둔 용혼이 있을거라 혼자 결론을 내려 버린 것이다.

선수의 경기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상대는 이런 착각을 자주 한다.

모든 것이 방비되어 있을 거라는.

지금 김택윤이 딱 그랬다.

천하의 김택윤이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실제로 없는 가상의 상황을 머릿속에 잔뜩 그려놓고 있었다.

김택윤이 바보라서 당한 게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선수라서 당한 거다.

본인이 할 것만 하는 선수였다면 오히려 진출했을지도 모른다.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운영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김택윤이 지니고 있기에 오히려 불리해진 거다.

이승우는  여태껏 상대 종족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3제단으로 시작한 상황.

당연히 한 번쯤을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공격을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승우는 병력 생산을 중단하고 확장을 가져갔다.

이걸 김택윤이 눈치 채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탄금주적(彈琴走敵).

지금 상황에 딱 어울리는 고사성어였다.

이승우도 정말 대단한 것이 지룡의 토정이 발사되는 곳까지 무리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토정에 용혼의 용력이 날아갔다면 김택윤도 지금처럼 움츠려들지 않고 과감하게 앞마당 지형을 수복하기 위해 나왔을 거다.

-이승우 선수 병력 뺍니다.

-아. 진짜 완벽한 타이밍이네요. 적절한 시기에 병력을 앞마당까지 쭉 뺍니다!

-이승우 선수 진짜 맵핵이라도 쓰나요? 뭐 이렇게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죠?

-몇 수 앞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날이 아주 날카롭게 서있습니다.

이승우의 눈치가 정말 빠르다.

김택윤의 병력 상황을 놓치지 않고 수시로 체크해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조금만 늦게 뒤로 뺐더라면 진출하는 김택윤의 병력에 분명 손해를 봤을 거다.

2지룡에 다수의 용혼.

아무리 입구 쪽을 틀어막고 있다고 하더라도 온리 용혼으론 절대 막을 수 없다.

김택윤이 이제 나가야지 마음을 먹는 순간을 칼 같이 캐치해내고 뒤로 빼는 판단은 정말 최고의 판단이었다.

곧 이승우도 지룡 2기가 갖춰진다.

거대한 중앙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확장을 하지 않고 본진에서 꾸역꾸역 병력을 모은 김택윤이 이기겠지만 이승우의 앞마당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승우 입장에선 확 밀리지만 않으면 된다.

아슬아슬하게 막기만 하면 성공이다.

왜?

확장이 있으니까.

곧 이승우의 확장을 눈으로 확인할 김택윤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다.

당했구나.

김택윤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 무리하게 들어가면 GG를 선언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앞마당을 따라 가는 수밖에 없다.

이 자체가 이승우가 원하는 상황이었다.

-김택윤 선수 현룡으로 이승우 선수의 앞마당 확인합니다.

-표정 굳어지죠. 굳어 질 수밖에 없죠. 잔뜩 긴장하고 수비에 열을 올렸는데 상대는 그냥 마음 편히 확장을 가져가버렸어요.

김택윤의 얼굴 위로 짜증이 언뜻 스쳐지나갔다.

상대에 대한 짜증도 있겠지만 심리전에 넘어간 자신에 대한 짜증도 섞여 있을 거다.

실제로 김택윤은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아무 것도 없는 상대의 허세에 놀아난 꼴이었으니까.

마음 같아선 공격으로 배를 짼 건 그대로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것이 상대가 원하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김택윤도 보통 선수는 아니었다.

상대의 확장을 보는 순간 공격을 올 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앞마당을 따라가는 선택을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직 반도. 완성되지 않은 김택윤의 신전과 달리 이미 앞마당을 쌩쌩 돌리고 있는 이승우.

병력이나 테크 면에서 당장 큰 차이 보이진 않았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양적, 질적 모두 김택윤을 압도 할수 있을 것이다.

-진짜 욕을 먹을 수 있는 발언일지 모르겠지만 꼭 해야겠네요. 제가 본 용족 중 이승우 선수가 가장 잘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요. 심리전부터 컨트롤까지. 어디하나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별다른 교전이 없었음에도 경기가 이승우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

휴. 이제 위험한 고비는 다 넘겼네.

원하는 그림으로 경기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혹시 김택윤이 1지룡에서 과감하게 진출하는 선택을 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2지룡까지 모으는 선택을 해줬다.

원래 3제단으로 밀어붙이는 운영을 준비했는데 초반 용혼 싸움에서 1기가 잡히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원래 계획을 밀어붙이기엔 용혼의 수가 1기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앞마당 신전을 이 타이밍에 올려 버리면 어떨까?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나조차 쉽게 생각하지 못한 걸 압박을 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생각하는 즉시 행동했다.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이는 순간 내가 원하는 상황과 다른 뱡향으로 흘러갈 지도 몰랐으니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본진 입구 쪽에서 적당히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앞마당 확장을 완성시켰다.

용혼을 뒤로 빼는 그 순간까지 조마조마했다. 용혼이 무사히 앞마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당장 병력의 수는 약간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에 나가 싸울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수비는 가능한 정도의 차이니까.

이제 김택윤이 할 수 있는 건 확장과 견제 2개뿐이다.

****

-김택윤 선수 운룡을 뒤로 돌렸습니다.

-어차피 정면으로 두드리는 건 무리니 견제로 피해도 입힐 겸 시간을 끌어보겠다는거죠!

-근데 이승우 선수 알고 있어요. 이미 운룡이 본진 쪽으로 넘어올거라는 걸 예측하고 있어요!

시야에 용혼이 살짝 보이는 순간 화들짝 놀라 그대로 방향을 트는 운룡.

견제마저 무산 된 김택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속업이 되어 있다면 과감하게 쑥 들어갔을 테지만 지금은 들어갈 수가 없죠!

-김택윤 선수 많이 답답하겠습니다. 하는 족족 읽히고 막히고 있습니다!

-김택윤 선수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다뇨!

이승우가 김택윤보다 한발자국씩 앞서나나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부터 테크, 물량까지.

모든 것이 말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다시 균형이 맞춰질 테지만 그 시간을 순순히 내 줄 이승우가 아니었다.

-비렴 확보 된 이승우. 바로 중앙으로 진출합니다.

-아직 김택윤 선수는 비렴이 나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수비를 위해서라면 앞마당 쪽에 병력을 두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했다간 비렴의 천벌에 꼼짝 없이 당하고 말 겁니다. 피할 곳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중앙에 나와 싸우자니 물량과 업그레이드에서 뒤쳐집니다.

-이런 걸 진퇴양난이라고 하는 거죠!

-아. 물러날 곳이 없어요. 김택윤! 자. 갑니다. 용감하게 갑니다.

-멈출 생각이 없어요. 이승우 선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같습니다!

중계진이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사이 이승우의 병력이 김택윤의 앞마당을 향해 돌격했다. 가장 먼저 용아가 달려 나갔고 그 뒤를 용혼이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사이사이 섞여 있는 비렴이 김택윤의 용혼에 천벌을 뿌리며 대열을 흩트려놓았다.

아등바등 천벌을 피하기 위해 병력을 뒤로 뺐지만 오히려 병력의 스텝이 꼬이면서 공격은 공격대로 못하고 천벌은 천벌대로 뒤집어썼다.

용력이 순식간에 깎여 나가는 병력들.

용족간의 전투에서 천벌의 유무는 굉장히 크다.

비슷한 수의 병력이라도 그러한데 지금처럼 병력 규모조차 밀리는 상황이라면 두 말 할 필요도 없었다.

김택윤이 안간힘을 써봤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그나마 김택윤이었기에 이 정도로 버틴 것이었다.

김택윤의 눈빛에서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까 과감하게 진출만 했어도.’

김택윤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에게도 분명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잡지 못했다.

그 것이 후회되었지만 더 이상 어찌 할 방도가 없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이었으니까.

-밀려요! 김택윤 선수 밀려요!

-김택윤! 이대로 다승 2위의 자리를 내줍니까!

-2위가 아니죠! 1위죠. 1위! 아직 이영우 선수가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 1위입니다!

아직 GG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이 경기를 보고 김택윤의 역전을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64승.

4라운드만에 공동 다승 1위 자리에 오르는 이승우였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10시에 일어나서 병원갔다가 다시 20시까지 뻗었습니다.

약 먹고 푹 자니 몸 상태가 조금 괜찮아 졌네요.

내일 몸 상태가 완전히 괜찮아지면 다시 2편 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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