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7 Game No. 327 =========================================================================
****
-자. 운명의 4세트 경기가 지금 막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경기로 승부가 결정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긴장감이 장내를 가득 누르고 있었다.
-먼저 보이는 3시의 보라색은요. 김택윤 선수의 컬러입니다. 전장은 악마의 숲이고요. 이어서 보이는 12시 파란색 용족은 이승우 선수입니다.
-앞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힘주어 말씀드렸지만 이번 경기는 다승왕을 가리기에 앞서 양 선수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입니다.
-일단 김택윤 선수도 5라운드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승우 선수가 뒤를 바짝 추격해올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한 눈 팔지 않고 이영우의 등만 보며 묵묵히 달려가고 있는 와중,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이승우 선수가 자신과 나란히 달리고 있는 중이거든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죠. 그 정도로 지금 이승우 선수의 기록은 불가사의 합니다.
63승 6패.
승률 91%.
그 어떤 선수의 기록을 갖다 붙여도 초라하게 보일만큼 압도적인 성적이다.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거라 여겼던 스탯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이승우의 위엄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프로리그가 막바지로 향해가는 지금 명 경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명 경기 기대해보겠습니다.
-충분히 나올 수 있죠. 이승우와 김택윤인데요!
먼저 정찰을 떠난 건 이승우였다.
가까운 3시나 9시로 향하는 것이 아닌 가장 먼 6시로 향하고 있었다.
신들의 전쟁을 가볍게 즐기는 입장에선 이승우가 정찰 운이 없다고 할거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챙겨 볼만큼 신들의 전쟁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다르게 보였다.
6시만 아니면, 그러니까 가장 먼 거리만 아니면 무언가 초반에 압박할 수 있는 수를 사용하려 한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적어도 제단이 3개 이상 올라갈 거란 걸 말이다.
-지금 이승우 선수 첫 정찰을 6시로 보낸다는 건 가장 먼 6시만 아니면 초반 압박을 해 주겠다 뭐 이런 거죠.
-이승우 선수가 워낙 전투를 좋아하고 초반에 주도권을 잡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중계진도 이승우의 정찰을 다시 한 번 짚어주었다.
이들은 프로다.
모든 행동에 의미가 있다. 정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찰의 순서조차 전략의 일부다.
-자. 일단 가장 먼 진영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확인합니다.
이제는 정말 운이다.
9시로 갈 것인가?
3시로 갈 것인가?
어디를 먼저 들려도 본진 정찰을 하는데엔 성공하겠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는 것이 있다.
두 번째에 바로 찾게 되면 경기가 잘 풀리는구나 싶을 거고 마지막 서치에 찾게 되면 조금 운이 안 좋다는 생각이 들 거다.
이승우의 용안이 향한 곳은 9시였다.
바로 옆에 김택윤의 진영을 두고 가장 마지막에 찾아가는 꼴이 되었다.
-김택윤 선수는 정찰을 조금 늦게 가주는 모습입니다. 어차피 입구가 개방형이기 때문에 조금 더 자원을 채취하다 가더라도 안을 볼 수 있다 이거죠.
-오히려 늦게 출발했지만 더 빠르게 상대의 진영을 확인하는 김택윤 선수.
-운도 따라줍니다.
반면 김택윤은 첫 용안이 바로 12시로 가는 모습이다.
원 서치로 상대의 기지를 찾은 것이다.
정찰 싸움에선 일단 김택윤이 기분 좋게 시작했다.
미세하지만 철의 양도 김택윤이 이승우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운도 이렇게 따라줄 때 경기를 잡아주어야 하는 건데요.
-최고 실력자간의 싸움에서 약간의 정보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종종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죠. 약간의 차이죠.
-동족간의 전투이기에 정보가 가장 중요하죠. 정보전입니다. 정보전.
-그나저나 약간 배 아프겠는데요? 6시와 9시를 빙빙 돌아 3시에 도착한 이승우의 용안과 달리 김택윤의 용안은 바로 12시로 왔거든요.
그 사이 이승우의 용안이 김택윤의 본진에 도착했다.
서로 1기의 용아를 생산해 용안을 쫓게 했다. 편안하게 정보를 가져가는 걸 막겠다는 의도였다.
서로 간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용아에 용안이 잡히는 일은 없을 거다.
각자의 용안이 용아의 서슬 퍼런 칼날을 피해 본진 이 곳 저 곳을 누비고 있었다.
아직까지 특별한 정보는 없다.
상대가 자신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꾸라지처럼 이리 저리 움직이며 용아의 추격을 따돌리는 용안!
-용혼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잡혀서는 안 되는 용안이죠. 운 나쁘게 용안이 일찍 잡히면 상대방의 수를 읽지 못하고 허무하게 경기를 내줄 수도 있거든요.
정찰은 중요하다.
적어도 상대의 용혼이 나오기 전까진 확실히 눈으로 확인해야한다.
그 후의 테크 건물을 확인할 수 있으면 더 좋지만 용안을 쫓아내기 전까지 테크 건물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종의 기세싸움이자 심리전이었다.
-일단 비슷해요. 여의주탑에서 사업 돌려주면서 1용아 1용혼 찍고 용안 쫓아내는. 다른 전장, 그러니까 언덕에서 수비를 할 수 있는 전장이었다면 여의주탑에서 속임수로 공중 유닛 공격력 업그레이드 돌려주다가 정찰 와 있는 용안 내 쫓고 다른 테크를 탈 수도 있지만 악마의 숲에선 그런 플레이를 하기 힘들거든요.
-그렇죠. 괜히 그러다가 한 방에 쑥 밀려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악마의 숲은 평지이자 개방형 전장이다.
다른 전장에선 용혼의 사업을 안 해도 언덕의 이점으로 손쉽게 수비를 할 수 있겠지만 악마의 숲에서 용혼의 사업을 바로 찍어주지 않았다간 사업 이후 압박에 입구가 뚫리며 경기를 내줄 수도 있다.
그럼 도박수를 섣불리 던질 순 없다.
기본적인 용혼의 수를 갖춰 놓은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는 사이 용혼이 나와 용안을 내쫓기 시작했다.
괜히 조금이라도 더 보겠다고 욕심 부리다가 죽는 것보단 살려가는 것이 훨씬 나았기 때문에 이승우와 김택윤 모두 용안을 바로 밖으로 빼주었다. 본진을 빠져나왔다고 정찰이 끝나는 건 아니다. 주변을 배회하며 용혼의 숫자나 앞마당 타이밍 같은 걸 파악하려 할 것이다.
이제부터 중요하다.
양 선수가 같은 빌드를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빌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먼저 김택윤의 선택은.
-김택윤 선수 정말 안전한 빌드 선택하네요. 2제단 이후 용의 신전을 올려줄 것 같습니다.
-무난하게만 진행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자신감이 엿보이는 빌드 선택입니다.
2제단 이후 용의 신전.
이 전장에서 쓸 수 있는 빌드 중 가장 안전한 빌드였다.
입구가 좁은 전장이라면 보다 과감한 전략을 사용했을지 모르지만 입구가 넓고 평지이기에 모든 전략을 막을 수 있는 빌드를 선택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승우의 선택은 무엇일까?
-오오? 3제단?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이죠! 이승우 선수의 색깔이 제대로 묻어나옵니다!
역시 이승우의 선택은 초반 정찰에서 예고한 대로 3제단이었다. 김택윤처럼 무난한 빌드를 사용할 생각이었다면 6시부터 정찰 가는 일은 없었을 거다.
4제단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올인은 아니라는 소리다.
3제단으로 적당히 압박해주다가 지룡을 확보하는 식으로 운영을 할 것이다.
이 경기에서 1차 포인트는 이승우의 용혼 압박이다.
제단 하나가 더 많기에 용혼의 수 역시 많다.
김택윤의 지룡이 나오기 전까지 용혼으로 입구를 압박하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2차 포인트는 김택윤의 지룡이 나온 후다.
이때는 유불리가 반대가 된다.
아무래도 제단 1개를 짓는 대신 용의 신전을 올렸기에 지룡이 빠를 수밖에 없다.
상대의 용혼 숫자를 파악하는 순간 3제단이라는 것도 바로 파악할 수 있을테고.
그러면 굳이 현룡 생산할 필요 없이 바로 지룡 테크를 타면 된다.
이승우는 지룡이 김택윤보다 늦다.
용혼의 수는 더 많겠지만 지룡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만약 이승우의 압박이 제대로 들어간다면 2차 포인트가 오기 전에 이승우가 김택윤을 끝내버릴 수도 있다.
초반 용혼 1~2기 차이는 꽤 크다.
일점사로 용혼이 한 번에 잡히느냐 잡히지 않느냐가 결정된다.
김택윤에겐 지룡이 나오기 전까진 위기의 연속이라 할 수 있었다.
-김택윤 선수는 2제단 이후 용의 신전을 올릴 것 같은데 이승우 선수는 그게 아니거든요?
-예.
-그냥 초반에 제단 병력으로 김택윤 선수에게 승리를 따내겠다 이겁니다.
-김택윤 선수는 금광에 용안이 3마리, 이승우 선수는 2마리였나요?
-네. 이승우 선수 금 조절까지 해주고 있어요. 당장 용의 신전 올릴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1차 포인트를 다시 2개로 나누면 세 번째 완성 된 제단에서 용혼이 나오는 시기와 지룡이 나오기 직전으로 나눌 수 있다.
이승우는 적어도 이 둘 중 한번은 이득을 거둬야한다.
그래야 후에 중앙 전투를 부담없이 펼칠 수 있다.
반대로 이 압박을 김택윤이 피해 없이 막아만 낸다면 추후 지룡이 합류되었을 땐 훨씬 더 유리하게 전투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죠. 일단 공격적인 운영을 들고 나온 건 이승우 선수입니다.
-김택윤 선수의 지룡이 나오기 전까지 이승우 선수가 피해를 줄 수 있느냐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일단은 서로 무슨 빌드를 택했는지 모르거든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병력으로 한번 부딪쳐보면서 상대의 빌드를 파악해봐야겠죠.
김택윤도 슬금슬금 용혼을 중앙 쪽으로 전진시켰다.
관중들이야 나오지 말고 안에서 수비만하고 있지 왜 나오나 싶겠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김택윤으로선 최소 이승우의 용혼 숫자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까지 양 선수가 보유한 용혼의 숫자는 똑같았다.
3용혼과 1용아.
똑같은 병력이 중앙에서 맞붙었다.
-자! 일단 1차전 붙습니다!
-김택윤 선수 조심해야해요! 여기서 만약 용혼 잃으면 한 번에 쑥 밀려요!
용아를 상대 용혼에 바짝 붙이며 맞고 있는 용혼을 뒤로 빼주는 컨트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러는 와중에 본진에서 생산도 함께 해주고 있었으니까.
둘 중 하나라도 쉬면 안 된다. 그 건 경기를 내주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뭐죠? 뭐죠?!
-어? 이승우 선수 용혼 껌 밟았어요! 뒤로 안 움직여요!
용아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던 용혼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움찔거리다 끝내 용아의 공격에 목숨을 잃는 용혼.
관중석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죽을 용혼이 아니었다.
자신감을 얻은 김택윤이 용혼 컨트롤에 집중했다.
-분명 지금은 김택윤 선수가 이득을 거뒀지만 뒤로 빼야 해요. 더 싸우면 안돼요!
-이승우 선수는 병력 수급이 빠르거든요!
-아. 근데 김택윤 선수 물러나지 않네요.
-아직 3제단이라는 걸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중계진이 조심스럽게 걱정을 내비쳤다.
분명 이득을 거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3제단이었다.
용혼의 추가가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추가 합류 한 용혼이 일점사로 김택윤의 용혼을 끊기 시작했다.
하나 둘 용혼이 잡히더니 이제 1기 밖에 남지 않았다.
반면 이승우의 용혼은 아직 3기나 남아있었다.
체력이 빠져있는 용혼도 있지만 일단 3기라는 것이 중요한 것 이었다.
체력이 많은 용혼 뒤에 숨어있다 전투를 벌이며 딜을 몇 번 넣기만 해도 이득이었다.
물러나는 김택윤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본인이 과하게 신을 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첫 용혼을 잡고 뒤로 쭉 빠졌다면 이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무리했다가 손해만 잔뜩 보고 말았다.
기회가 다시 이승우에게 돌아왔다.
이 기회를 흘려보낼 이승우가 아니었다.
병력을 김택윤의 본진 쪽으로 바짝 전진시키며 제단의 집결지를 김택윤의 앞마당 쪽으로 전부 바꿨다.
한 번 제대로 공격을 들어가겠다는 마인드였다.
-분명 첫 전투 자체는 김택윤 선수에게 운이 많이 따라줬거든요? 근데 방금 전투로 그 이득이 전부 상쇄가 되었어요. 없어졌다 이겁니다.
-앞으로 용혼의 양도 이승우 선수가 더 폭발하는 시점이라 김택윤 선수는 뒤로 돌아보지 않고 병력 본진 쪽으로 쭉 빼야합니다.
-하나 딱 잡아주고 뒤로 뺐다면 정말 최고의 선택이 되었을 텐데 잠깐 망설인 것이 상황을 이렇게 만드네요!
경기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3편을 올리려 했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편 밖에 올리지 못하네요.
얼른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