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6 Game No. 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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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아스트로와 S1의 대결이 히어로 센터에서 펼쳐진다.
두 팀의 순위만 놓고 보면 그리 기대가 가는 매치가 아니다.
이미 S1이 결승 직행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아스트로가 남은 경기를 다 이긴다고 해도 4위 이상으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설사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2위 밑으론 6강 플레이오프를 반드시 치러야하니까.
하지만 이 두 팀의 대결은 결승전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경기가 펼쳐지기 이틀 전부터 수많은 기사가 높은 순위를 점령했고 커뮤니티에서도 베스트 게시글에 이 날 경기에 관한 글들이 하나 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4세트에 맞붙는 이승우와 김택윤의 대결 때문이었다.
이 둘 중 오늘 승리를 거두는 선수는 이영우와 같은 63승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이승우가 4세트에 나올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랬으니까.
그래서 김택윤이 전략적으로 4세트를 피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택윤은 실리보다 자존심을 택했다.
당당히 4세트에 본인의 이름을 올렸다. 감독의 선택일 수도 있고 본인의 선택일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건 어차피 이승우를 잡지 못한다면 다승왕을 거머쥐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신들의 전쟁 팬들은 이 결정에 열광했다.
가장 보고싶었던 매치가 완성되었으니까.
여기서 이기면 이영우와 같은 64승이 된다.
반대로 지게 되면 63승에 머물며 다승왕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게 된다.
이영우나 김택윤, 이승우 모두 남은 경기에서 질 것 처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맞대결에서 이기는 자가 다승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4세트에 출전하는 김택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일까?
오늘 S1은 초반부터 힘을 잔뜩 주는 엔트리를 들고 나왔다.
1세트, 2세트에 MSL 4강에 오른 임형규와 정명혁을 연달아 배치했고 3세트 역시 도재열이 출전한다.
1세트부터 4세트까지 S1의 에이스 라인이 도택형명이 풀 가동되는 것이다.
앞선 3세트 중 최소 2세트 이상은 따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반대로 아스트로는 3세트부터 5세트까지 현재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배치했다.
3세트엔 박현우가 나오고 5세트엔 한민규가 출전한다.
전체적인 매치는 S1이 괜찮아 보인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양 팀의 연봉을 비교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연봉이 실력의 전부는 아니지만 보통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성적으로 연봉이 정해지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진다.
가장 먼저 치러지는 김승대와 임형규의 1세트.
모두의 예상대로 임형규가 가볍게 1승을 신고했다.
김승대도 분전했지만 임형규의 상대는 아니었다. 초반 마견 움직임부터 닷발귀 컨트롤까지.
모든 것이 임형규가 한 수 위였다.
왜 투귀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경기였다.
서로 선택한 빌드는 같았다.
하지만 전투가 거듭될수록 이득을 보는 쪽은 임형규였다.
김승대는 결국 닷발귀 싸움에서 완패하며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어진 2세트.
신연호와 정명혁의 경기도 정명혁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초반 화차 견제를 시작으로 신연호의 정신을 속 빼놓는 정명혁.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동시에 한 부대 가까운 화차가 돌아다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초반부터 끌려 다니던 신연호는 나가의 소환으로 일발 역전을 꿈꿨지만 미리 눈치 채고 배치 된 병력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전멸한다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그 이후부턴 정명혁의 세상이었다.
그냥 러시를 가도 되고 업그레이드를 돌리며 확장을 가져가도 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최선의 상황.
정명혁의 선택은 칼 같은 역 러시였다.
꿈에 볼까 무서운 환상의 천자총통 라인을 보여주며 그렇게 2세트를 챙겨갔다.
그나마 3세트에서 박현우가 도재열에게 승리를 거두며 자존심을 세워주었다.
괴수 도재열을 상대로 대규모 물량 싸움을 펼친 끝에 거둔 승리라 더 빛이 났다.
만약 여기서 패배했다면 이승우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스트로의 에이스는 아직 건재하다는 걸 3세트 경기로 확실히 증명해보였다.
이제 운명의 4세트가 다가왔다.
이승우와 김택윤.
김택윤과 이승우.
다승 1위에 도전할 수 있는 문은 이 중 단 한 명만이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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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스트로가 S1에 한 점 뒤진 채 4세트를 맞이했다.
-S1과 아스트로의 경기가 중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굉장히 학수고대하던 4세트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김현민 캐스터의 들뜬 목소리가 관중들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오늘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직관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오늘 경기는 의미가 있었다.
-일단 최근 페이스만 놓고 보면 이승우 선수가 압도적으로 좋지만 오늘 경기는 동족전.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실제로 저번 라운드에서 송병호 선수가 이승우 선수를 2번 잡아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이건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르는거예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개인리그만 보면 이승우 선수가 확실히 낫긴 하지만 프로리그만 놓고 보면 김택윤 선수도 그렇게 밀리지 않거든요?
유영준 해설과 박광춘 해설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63승 15패.
무려 80.7%에 달하는 승률이다.
이승우의 기록이 워낙 사기라서 그렇지 김택윤의 기록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성적이었다.
-각자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선수인 만큼 다승왕 경쟁에서 절대 뒤쳐지고 싶지 않겠죠.
-최근 이승우 선수가 OSL 결승에 진출하면서 용족 원탑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까? 만약 이승우 선수가 거기서 우승도 차지하고 프로리그에서도 용족 다승 1위를 차지한다면 진짜 역대 최고 용족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거에요!
-이미 승률왕은 확정지었습니다. 이제 다승왕만 가져가면 올해는 정말 이승우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이미 개인리그 기록에선 김택윤이 이승우를 넘을 수 없다.
올해만 2번 우승을 기록했으니까.
그나마 김택윤에게 믿을 구석이 있다면 프로리그였다.
근데 그마저 역전당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올 시즌 초까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송병호가 개인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2015년 용족 커리어를 따지면 김택윤은 세 번째다.
두 번째도 자존심 상하는데 무려 3등이라니.
적어도 프로리그에서만큼은 다승왕을 차지해야했다. 적어도 어느 한 곳에선 왕으로 군림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택윤 선수는 절대 질 수 없죠. 개인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리그라도 타이틀을 하나 거머쥐어야 하거든요!
일반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고 하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이야기를 듣겠지만 그 선수가 김택윤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적어도 결승전엔 올라야 이름값을 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준이 높다고?
천만에.
이보다 낮은 기준으로 김택윤을 평가한다면 그건 오히려 김택윤을 무시하는 처사다.
개인리그 3회 우승.
프로리그 3회 우승.
프로리그 다승왕 2회.
올해의 선수 1회.
올해의 용족 3회.
김택윤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수치들이다.
개인리그 4강이 명함을 내밀 틈 자체가 없다.
이승우 역시 다승왕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미 개인리그 우승과 위너스리그 우승으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이승우.
올해의 마지막을 다승왕으로 마무리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그림이 없다.
현재 달성한 커리어에 다승왕이 얹어지면 올해의 선수가 될 확률이 급상승한다.
-확실히 중요한 경기다보니 선수들도 신중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눈빛이 매섭죠. 모니터를 뚫어질 것처럼 뜨거운 눈빛이네요.
-양 선수 준비 완료 되는대로 바로 경기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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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기 전 두 눈을 감고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이제 경기가 시작된다.
흔들려선 안된다.
잔잔한 호수처럼 경기에 임해야한다.
많은 것이 걸린 경기다.
꿈꿔왔던 일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다승왕.
개인리그 우승도 엄청난 업적이지만 다승왕도 그에 못지 않은 업적이다.
개인리그가 경기력의 상징이라면 다승왕은 꾸준함의 상징이다.
개인리그 같은 경우 2~3달 정도만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리그는 그렇지 않다. 거의 1년 내내 기복없는 플레이를 보여야 한다. 1라운드라도 삐끗했다간 다승왕에서 영영 멀어진다.
적어도 라운드 별 10승 이상을 안정적으로 챙겨줘야 다승왕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무너지면 1년을 더 기다려야한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었다.
전장은 악마의 숲.
이번 6라운드에 새로 추가 된 전장이다.
신 전장 추가는 매 라운드마다 진행된다. 좋은 평가를 얻은 전장은 계속해서 살아남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전장들은 퇴출된다.
가장 빠르게 퇴출 된 전장은 겨우 1라운드만 사용되었다.
종족간 밸런스가 심각하게 붕괴되었기 때문이었다. 여담으로 가장 오랜 기간 쓰인 전장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 수정이 있긴 했지만 처음 나왔을 때부터 워낙 밸런스가 좋아 지금까지 2012년에 도입 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되고 있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년 프로리그에도 사용 될 것 같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악마의 숲은 평지형 전장으로 초반부터 힘 싸움 위주의 경기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일단 본진 입구가 넓은 편이기에 입구를 막고 다른 테크를 올리거나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용혼이 나오기 전까진 무조건 정찰을 허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용혼이 나온 이후에도 다른 테크를 빠르게 타는 건 위험하다.
상대가 제단 수를 늘려 압박을 들어오면 입구를 지켜내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어쨌든 흑완이란 변수가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어 굳이 [날빌러]를 챙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전략은 한정되어 있다.
2제단에서 빠르게 용의 신전을 올리느냐, 3제단에서 용혼을 한차례 뽑아 압박을 한 후 용의 신전을 올리느냐, 그 것도 아니면 아예 4제단으로 상대를 숨통을 끊어 버리느냐.
이 싸움이다.
일단 내가 준비한 건 3제단 용의 신전이다.
만에 하나 흑완을 선택하더라도 흑완이 나오기 전에 용혼으로 압박해 피해를 줄 수 있다.
4제단처럼 용의 신전을 아예 배제하는 빌드도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흑완을 간다는 걸 눈치만 챈다면 빠르게 현룡을 확보해 흑완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2제단을 상대론 지룡이 느리고 4제단을 상대론 용혼의 수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컨트롤과 운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스킬은 [투신] 2개와 [숨바꼭질], [폭주기관차]를 챙겼다.
모두 전투에 강점을 발휘하는 스킬들이다.
전체적으로 그린 그림 자체가 전투에서 이득을 거두며 경기를 승리하는 방향이었다.
감았던 눈을 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