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5 Game No. 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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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거하게 파티가 벌어졌다.
OSL 결승 진출 기념과 오늘 승리 뒤풀이가 더 해진만큼 모두의 흥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게 올라가 있었다.
“마지막 마패 할 때 진짜 짜릿했다.”
다시 생각해도 기분이 좋은지 연호가 내 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팀이 승리했기에 아쉬움보다 기쁨이 훨씬 더 커보였다.
“나도 그렇게 짜릿한 마패는 처음이다. 처음.”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시켜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 마패.
신전이 소환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율이 일었다.
오늘 7세트에 사용한 [안드로메다]와 [승우네 관광버스] 중 [안드로메다]는 성공시키지 못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운영 자체가 가난한 운영이라 [안드로메다]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자원을 원활하게 먹고 있었다면 모를까 쥐어 짜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김윤호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꺼려졌다. 만약 시간을 주었다면 금세 살아났을지도 모른다. 내 주 병력은 용아였거든.
그래도 [승우네 관광버스] 미션인 마패는 성공 시켜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얻은 스킬 포인트 조각은 무려 25개였다.
그래도 쏠쏠하게 챙겨줘서 기분이 풀렸다.
김윤호가 우승자 출신이라 많은 스킬 포인트 조각을 준게 아닐까 싶었다.
전에 있던 잔여 스킬 포인트 조각 6개와 합치면 총 31개의 스킬 포인트 조각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킬포인트 3개와 교환할 수 있는 양.
뭐 이 정도면 대 만족이지.
스킬포인트는 바로 교환해서 [운룡 마스터리]에 모두 투자했다.
[마스터리]가 경기 중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컸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지룡과 용아, 비비를 그렇게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던 데엔 [마스터리]의 공이 컸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하마터먼 질 뻔 했다.
다행히 모든 유닛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고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낼 수 있었다.
그걸 만약 못했다면?
으. 소름이 쫙 돋는다.
마패를 당한 건 김윤호가 아니라 나였겠지.
사람들이 이 마패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어 했나보다.
승자 인터뷰를 하는데 마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한 인터뷰라 혹시 건방지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 이런 재미난 컨텐츠를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나야 당연히 콜이지!
어쨌든 오늘 승리로 58승을 달성하게 되었다.
이제 이영우와의 차이는 겨우 2승.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자. 모두 승우를 위하여 건배!”
나를 위한 건배가 스타트를 끊었다.
“승우의 우승을 위하여 건배!”
바로 건배? 조금 빠른 것 같지만 뭐 지금까지는 괜찮다.
“승우의 다승왕을 위하여 건배!”
곧 멈추리라 예상했지만 내 예측과 달리 건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승부터 시작해서 연승기록까지.
왜 이렇게 축하 할 일이 많은 거야?
그렇게 연달아 다섯 번을 마셨다.
느낌이 싸한데?
나만 먹이는 것 같은 느낌이 착각은 아니겠지?
그때 간이 속삭였다.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술은 무리해서 먹는 거 아니랬어.
슬그머니 잔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승우야. 못 먹겠으면 안 마셔도 돼.”
옆을 보니 연호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고 올라올라왔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참나. 나를 도대체 뭐로 보고.
사나이 자존심 제대로 건드리네?
방금 전 생각은 봄 볕에 눈 녹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난 가슴을 두드리며 호기롭게 외쳤다.
“무슨 소리야? 안 마셔도 된다니? 나를 위해 따라 준 술인데 . 당연히 마셔야지!”
그렇게 난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잔에 가득 채워진 술을 원 샷으로 들이켰다.
캬아. 그래. 술은 이 맛 이지! 원샷이야. 원샷!
잔을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놀란 얼굴을 한 팀원들이 보였다.
봤지? 내가 이 정도라.... 우씨. 근데 왜 이렇게 세상이 핑핑 도냐.
왜 다들 정신 사납게 돌고 있는 거야?
어지럽게 시리. 좀 똑바로 좀 서 있어 봐요. 다들.
이상한 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팀원들의 목소리가 똑바로 들리지 않고 웅웅 거렸다.
마치 동굴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머리가 띵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흔들리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게요.
제 주량 사실 반병이에요.
이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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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11월이 되었다.
프로리그도, 개인리그도 모두 마지막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프로리그는 팀별로 6라운드 8경기까지 완료되며 이제 각각 3경기 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었다.
S1은 6라운드에서 7승 1패를 거두며 결승 직행을 본인의 힘으로 마무리 지었다. CT 역시 6승 2패를 거두며 2위를 확정지었다.
3위에서 6위까지 순위의 변화가 조금 있긴 했지만 그 내에서 바뀐 것이지 7위 밑에 있던 팀이 치고 올라오는 이변은 없었다.
3위는 송병호가 놀라운 활약을 보인 나무전자가 차지했고 4위는 모든 선수가 고르게 활약을 펼친 GO가 차지했다.
둘의 순위가 바뀌었다. 이들처럼 5위와 6위도 순위가 뒤바뀌었다.
현재 5위는 아스트로가 차지하고 있었다.
창단 이래 가장 높은 순위였다. 과거 아스트로의 성적을 생각한다면 기적과도 같은 순위다. 육군을 빼면 밑에 둘 팀이 없다고 평가받았던 아스트로가 무려 7팀을 발아래 두고 있었다.
만약 이승우가 1라운드부터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였다면 결승 직행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화성이 6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5위나 6위나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확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밑에 팀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6위권에 올라 있는 팀을 끌어내릴 수 없다.
IBX를 비롯하여 7위 밑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팀들은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제 사람들은 다승왕에 시선을 돌렸다.
4경기가 더 치러진 지금 다승 1위는 아직까지 이영우가 지키고 있었다.
64승.
그 뒤를 김택윤과 이승우가 1승 차이로 바짝 쫒고 있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확정이 났지만 아직 다승왕은 모호한 상태였다.
아스트로가 S1과 CT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기에 더욱 더 그랬다.
일단 9회차에 맞붙는 아스트로와 S1의 대결에서 이승우와 김택윤이 맞붙게 되었다.
서로가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여기서 이기면 상대를 확실히 따돌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영우와 다승왕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된다.
1승이 아닌 2승이 걸린 대결.
서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다.
개인리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먼저 치러졌던 OSL은 결승대진이 이미 완성되었다.
놀랍게도 송병호가 이제운을 3:0이란 압도적인 스코어로 제압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8강에선 이영우를 3:0으로 잡더니 4강에선 이제운마저 같은 스코어로 잡아낸 것이다.
모두가 놀랐다. 두 눈을 의심했다.
리쌍을 개인리그 다전제에서 연달아 결승에 오른 선수는 있었지만 둘을 3:0으로 꺾으며 오른 선수는 여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기록의 주인공이 송병호라니.
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 두 선수에게 전성기 때 패배하며 우승을 내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기록은 앞으로 새로 데뷔하는 선수나 최소 리쌍보다 데뷔 년수가 뒤인 선수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송병호는 해냈다.
모두 끝났다고 말했을 때 다시 한 번 결승에 진출하며 용족 결승 최다 진출자의 자리를 견고히 다졌다.
송병호의 결승진출을 두고 노장의 마지막 불꽃이라 부르는 이도 있었다.
송병호의 나이는 곧 서른이 된다.
만으로 쳐도 28살이다.
사회에서 28살은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는 초년생이지만 프로게이머에게 28살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좋은 성적을 내고 못 내고를 떠나 은퇴를 고민해야 할 나이였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20대 후반에 은퇴를 선택했다.
그런 힘든 시기에 송병호는 당당히 결승에 진출했다.
본인의 가치를 결과로 증명해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라스는 영원하다.
지금 송병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문구였다.
그는 지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로써 결승은 이승우와 송병호의 대결로 결정 났다.
용족간의 대결이었기에 온게임TV PD가 가장 바라던 가을의 전설이 무조건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과거 육룡의 수장이라 불렸던 송병호의 승리냐?
아니면 현재 칠룡의 최고라 불리는 이승우의 승리냐?
과연 어떤 용족이 가을의 전설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
많은 이들이 결과를 예측하며 설왕설래했다.
이승우의 우세가 조금 더 많긴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이들도 많았다.
리쌍을 8강과 4강에서 연달아, 그 것도 3:0으로 꺾은 건 운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승우의 등장으로 요새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리쌍은 리쌍이었다.
현재 최고의 환국과 마수 선수란 말이다.
그런 선수를 마치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너무나도 쉽게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전체 상대전적은 이승우가 앞서고 있지만 최근 송병호가 이승우와의 대결에서도 2연승을 거두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변수가 많은 동족전이었기에 송병호로써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결승 대진이었다.
OSL에 비하면 조금 늦긴 하지만 MSL도 4강에 돌입했다.
이승우와 김진철의 대결은 모두의 예상대로 이승우가 3:0으로 김진철을 가뿐히 제압하며 4강에 올라갔다.
전 시즌 준우승자인 임형규 역시 우승자인 이승우의 뒤를 따라 최태양을 3:1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이 둘은 대진표상 4강에서 맞붙지 않아 만약 서로 4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오르면 전 시즌 결승전 대진이 다시 한 번 성사 된다.
4강의 다른 2명은 한민규와 정명혁이 차지했다.
한민규의 4강 진출은 이변이라면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8강에서 팀 선배인 박현우를 만난 그는 3:2라는 아슬아슬한 스코어로 꺾고 4강에 안착했다.
한민규가 좋은 경기력으로 4강에 올랐지만 다시 한 번 진 로열로더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필 4강에서 이승우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2연속 팀킬록이 성사되었다.
한민규의 얼굴이 울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팀 선배를 넘었는데 이번에도 또 팀 선배라니.
그 것도 현재 최강의 선수라 불리는 이승우를 만나다니.
이승우는 한민규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벽이었다.
박현우가 성벽이라면 이승우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단단한 절벽 정도다.
그래도 벌써부터 포기할 순 없다.
해보는데 까진 해봐야했다.
혹시 모른다.
새로운 기적이 일어날지.
이승우와 한민규가 만나 팀킬록이 만들어진 것처럼 4강의 반대편 대진도 팀킬록이 만들어졌다.
임형규와 정명혁이 4강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정명혁 역시 이제운을 3:2란 스코어로 아슬아슬하게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마지막 5경기가 압권이었다.
2:2로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전진 8도감을 시전한 것이다.
상대가 마견숲을 빠르게 올렸다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을 거다.
하지만 이제운은 12앞마당을 펼쳤고 정명혁이 초반 망루러시로 이득을 챙기며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나갔다. 초반 벌려놓은 차이를 끝까지 유지하며 정명혁이 승리를 챙겨갔다.
이쪽도 꽤나 흥미진진한 대결이었다.
정명혁도 MSL 4강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OSL 결승은 자주 가봤지만 MSL 결승은 여태껏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기회를 잡았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을 거다.
임형규 역시 정명혁만큼 간절히 결승행을 바라고 있었다.
이번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싶을 거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결승매치는 아무래도 이승우와 임형규의 대결이었다.
전 시즌에 3:0으로 무너지며 진 로열로더의 꿈이 꺾인 임형규가 이승우를 상대로 우승에 도전하는 그림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운이 떨어진 이상 이제 남은 마수는 임형규 뿐이다.
모든 마수가 하나가 되어 임형규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처럼 임형규의 우승을 응원하는 이도 있었지만 준우승을 응원(?)하는 이도 있었다.
2회 연속 준우승을 달성하며 진정한 콩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 이었다.
일단 4강에서 이기라는 소리 같아서 기분 좋기는 한데 결승에선 졌으면 좋겠다니.
굉장히 잔인한 말이다.
콩의 후계자가 되라는 건 평생 우승 하지 말라는 말 아닌가?
임형규 입장에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응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