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4 Game No. 324 =========================================================================
-정신없네요. 진짜!
-이게요. 진짜 양 선수가 실수 한 게 없이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박빙으로 가는 겁니다. 어느 한 선수가 실수하면 거기서 경기가 확 기울텐데. 양 선수 진짜 잘해주고 있어요!
-이제는 재차 드랍이 힘들 수가 있기 때문에...어! 중앙! 중앙!
그때 이승우가 용아와 비비, 운룡에 태운 지룡과 함께 함께 중앙으로 진출했다.
갑작스런 진출이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김윤호는 중앙에서 이제 막 가시귀를 다수 변태시키는 중이었다.
토정이 가시귀알에 꽂혔다.
방어력이 높은 가시귀알이지만 단일 최고 공격력을 가진 토정을 버텨내기엔 무리였다.
지룡을 일점사하기 위해 그슨대가 달려들었지만 용아가 1자로 넓게 퍼지며 접근을 막았다.
그 사이 하나 둘 터지는 가시귀알.
완성 된 가시귀는 겨우 4마리에 불과했다.
그마저 용아가 둘러싸서 바로 잡아냈다.
-어? 이승우 선수 기회 잡을 수 있죠?
-정말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소름이 돋네요! 소름이! 20초만 늦게 나왔다면 가시귀가 전부 완성 되었을 겁니다. 그러면 지금 가지고 있는 병력 조합으론 어림도 없는데 그 직전에 나오는 바람에 이렇게 이득을 거둔거에요!
본진 드랍에 이어 자원 타격마저 받았기에 이승우는 비렴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비비와 지룡에 꾸준히 금을 투자했기에 제단 유닛은 오직 용아 밖에 없는 상황.
만약 변태 시키던 가시귀알이 전부 나왔다면 용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시귀를 전부 잡아내는데 성공했고 김윤호는 그슨대 밖에 남지 않았다.
그슨대의 숫자가 많긴 하지만 용아와 지룡의 조합이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단순 그슨대로 이 조합을 잡아먹으려면 1.5배는 더 필요했다.
순간 탄식을 내뱉은 김윤호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이승우 선수 기회 잡았습니다. 김윤호 선수가 자원이 있긴 하지만 가시귀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아직 필요하거든요?
-재미를 많이 봤어요. 이승우 선수.
-망설일 거 없죠! 9시든 6시든 바로 가야죠!
-지금은 조금 더 가까운 본진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승우가 고삐를 당겼다.
살아남은 병력은 그대로 6시로 향했고 추가 병력이 그 뒤를 따랐다.
시간을 끌기 위해 5시에 가시귀 1기를 드랍했지만 이승우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1방 병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비렴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센터 싸움에서도 이승우 선수가 우위를 점할 수 있죠!
겨우 1기지만 비렴의 존재 자체가 마수에게 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전투를 펼칠 때마다 언제 천벌이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그 압박만 줘도 된다.
-공2업 된 용아를 앞세워 6시 쪽으로 내려옵니다! 용아와 비비의 조화!
-김윤호 선수도 나름 시간 벌려고 하는거거든요? 5시와 앞마당 쪽에 견제 가주면서 이거 막으러 오라고 계속 유인을 하고 있는데 이승우 선수가 콧방귀도 끼지 않고 있어요!
-그냥 내 갈 길 간다 이거죠!
-아. 위기입니다. 김윤호 선수. 병력 공백기가 생겼어요.
-이승우 선수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네요. 방금 가시귀 다수 잡은 순간 계속 몰아치고 있어요!
-일단 자원 채취에 한 번 더 피해를 줬기 때문에 김윤호 선수도 이거 막으면 다시 유리해집니다. 어떻게든 막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그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가시귀가 아직 생산되기 전 다수의 용아가 앞마당에 들이 닥친 것이다.
상대가 초반 용아 압박을 하는 빌드가 아닌 비비-지룡으로 흔드는 빌드를 선택해 앞마당엔 가기 촉수도 박혀 있지 않았다.
가시귀알로 용아의 길을 막으며 용아가 그슨대에게 달라붙지 못하게 해주는 건 정말 센스가 넘치는 플레이였지만 어느새 도착한 지룡에 의해 금세 가시귀알이 파괴되었다.
-가시귀가 없기 때문에 이거 위기입니다!
-아니 상황이 왜 이렇게 빠르게 변합니까?! 따라가기 벅찰 정도입니다!
-이건 아까 드랍보다 훨씬 더 큽니다.
-이승우의 한 방이 이거 너무 무서운데요!
한 부대의 용아와 2기의 지룡.
공중엔 비비까지 떠 있어 역 닷발귀를 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앞마당 밀리면 큰일 나요. 앞마당에 그슨대굴 있거든요! 그슨대굴 파괴되면 한 동안 가시귀 충원 또 안돼요!
설상가상 현재 마수의 주 병력인 그슨대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그슨대굴이 앞마당에 심시티 용으로 건설되어 있었다.
-김윤호 선수도 쉴 새 없이 이승우 선수를 몰아붙였는데 이승우의 추스름이 너무나도 빠릅니다!
-아. 이거 막기 힘들겠는데요?
-진짜 연속적인 드랍과 견제를 꼼꼼하게 막아낸 이승우 선수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9시 쪽에서 생산 된 그슨대가 밑으로 내려왔지만 지룡과 용아에 의해 막혔다.
1분만, 아니 30초만 있더라도 어느 정도 병력을 갖출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대로 막히면 본인이 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5시 확장이 마비된 걸 무시하고 온 공격이다. 적어도 앞마당을 날릴 생각이었다.
힘은 충분히 있었다.
-용족의 주력 병력이 용아인데! 용아한테 강한 가시귀 생산이 센터에서부터 계속 저지가 되었거든요! 결국 용아의 힘에 앞마당이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아까 죽은 가시귀가 고스란히 변태에 성공했더라면 지금처럼 앞마당이 압박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으로 조이기를 들어갈 수 있었을거다.
10초만, 10초만 늦게 나왔다면!
김윤호에게 너무나 아쉬운 10초일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신들의 전쟁이 재미있는 것이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선택에 따라 승부가 바뀐다. 프로들에겐 그 것이 초 단위로 적용되었다.
김윤호의 얼굴이 다 시 한 번 화면에 잡혔다.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 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스트로를 응원하는 관중들에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하던 승부가 이제 방향을 찾은 것 같았다.
-가시귀가 수비를 하기 위해 오긴 했지만 그 숫자가 적습니다!
-이게 앞마당에서 막아냈으면 김윤호 선수의 자원 견제가 빛을 발했을 텐데 앞마당이 밀리고 본진마저 피해를 받고 있어 저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본인이 입은 피해가 몇 배는 더 커요!
-이제 이승우 선수는 무리할 필요 없죠. 5시 쪽과 앞마당에 들어온 견제 차근차근 걷어내고 다시 조합 갖추면 됩니다. 그러면 이길 수 있어요!
상황은 이승우에게 7:3으로 기울었다.
견제 병력은 언젠가 정리가 되는 병력이다.
이승우도 용안이 많이 상해 5분 이상 김윤호가 시간을 끌 수 있다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을 이승우가 줄 리가 없었다.
본진을 어영부영 지키긴 했지만 피해를 많이 입었다.
그래도 모아놓은 자원을 모두 병력으로 환산시키며 8시 쪽으로 들어온 용아를 전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일벌레는 또 한 번 피해를 입었지만 막아낸 것만 해도 용한 상황이었다.
-이제 비렴도 하나 둘 갖춰지기 시작했어요!
-5시도 견제 병력 다 걷어내고 자원 채취 제대로 시작했죠. 5시 금광 파면 비렴 정도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비비가 모두 잡히긴 했지만 김윤호도 닷발귀를 갈 수 있을 정도의 자원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지속적인 견제로 제대로 일을 못한데다 속업 된 운룡에 비렴을 태워와 일벌레에게 천벌 견제를 또 다시 당한 탓이었다.
그슨대와 가시귀 조합에게 비렴은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진짜 조금만 시간을 벌면 김윤호 선수도 살아날 수 있는데 그 틈을 절대 주지 않네요!
-이게 이승우죠. 이게 바로 이승우죠!
숨을 고르고 병력을 한 차례 정비한 이승우가 다시 한 번 출정길에 올랐다.
목표는 9시였다.
앞마당은 이미 날린 상태.
자원이 떨어진 본진을 미는 것보다 아직 쌩쌩한 9시를 밀어버리는 것이 훨씬 나았다.
-자. 갑니다. 가요!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승우의 조합이 아까전과 조금 바뀌었다.
비비와 지룡 대신 풍백과 비렴이 용아와 함께 하고 있었다.
순수 그슨대와 가시귀를 상대하기엔 전보다 더 괜찮은 조합이었다.
-이걸 버텨야하는데! 이걸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슨대의 수가 꽤 있긴 하지만 업이 잘 된 용아를 상대로 이기기엔 버거워 보이네요.
-경기의 끝이 슬슬 보입니다. 대장정의 끝이 보여요!
경기는 이승우에게로 많이 기울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으로 집중되었다.
바로 마패 여부였다.
4세트에서 이승우가 최신형에게 본진 군영 파괴 후 마패라는 신개념을 선보였고 이제 질세라 5세트에서 김윤호가 최형모의 앞마당에 4마패로 복수를 해줬다.
오늘 마패록의 대미를 마패로 장식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IBX 벤치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너무나도 음울해 화면을 잡는 것 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자. 붙습니다. 붙어요!
-김윤호 선수 아직 희망 버리지 않고 있어요. 비렴이라도 어떻게 끊어주면....아. 힘드네요. 힘들어요!
용아의 움직임이 좋다.
그슨대를 잡는 것도 잡는 것이지만 그슨대의 길을 막아 비렴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주는 것도 일품이었다.
동시에 떨어지는 예측 천벌.
미리 그슨대가 움직일 곳을 예측해서 떨어지는 천벌은 신기가 들린 것 처럼 정확하게 그슨대의 머리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가시귀도 그 수가 많지 않아 용아에게 짓밟혔다. 이제 9시를 지키는 병력은 없었다.
그 순간.
-아. 이승우 선수 잊지 않았어요!
모두가 기다려왔던 유닛이 9시로 향하기 시작했다.
용안이었다.
-지금 이승우 선수 병력 쥐어 짜내느라 자원이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닐 거거든요? 근데도 옵니다. 그래도 오고 있어요!
-그냥 넘어갈 수 없죠. 1시에 확장 포기하고 여기다가 신전을 지을 생각입니다!
무리수는 아니다.
9시를 밀어버리면 마수에게 남는 건 본진 뿐.
마굴 하나 밖에 남아있지 않은 본진을 미는 건 어렵지 않다.
그 사이 용안이 9시에 도착했다.
관중석이 크게 술렁였다.
모두의 기대대로 도착한 용안이 거침없이 신전을 소환했다.
김윤호의 얼굴이 순간 흉하게 일그러졌다. 신전이 지어지는 걸 본 모양이었다.
-이야. 이승우 선수! 끝내 신전을 소환하네요!
-지금 이승우 선수 자원에 여유 있는 상황 아니거든요! 본진 앞마당 다 떨어져가고 5시 하나에서 자원 채취하는 상황이거든요! 근데도 마패를 합니다! 마패를 해요!
-김윤호 선수 표정보세요. 정말 낯빛이 꺼멓게 죽었습니다!
-화나죠. 스스로에게 너무 화나죠. 분명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던 경기거든요!
-오늘의 승자가 아스트로로 정해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미 진 걸 알고 있지만 김윤호는 쉽사리 GG를 치지 못하고 있었다.
김윤호가 GG를 선언한건 6시 본진에 신전 하나가 더 소환되었을 때였다.
도합 2개의 신전이 상대방의 기지에 건설되며 마패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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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아스트로가 IBX를 누르고 연승행진을 내달렸다.
오늘 경기는 단순히 1승의 경기가 아니었다.
아스트로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거의 확정 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이제 IBX 포함하여 그 뒤의 팀들은 현실적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되었다.
오늘의 압권은 마지막 에이스결정전이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명승부.
승자는 이승우였다.
마지막에 9시에 지어진 마패가 압권이었다.
하루 2승을 챙긴 이승우는 모두의 예상대로 MVP를 수상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어진 승자 인터뷰에서 마패에 대한 자부심을 한 번 더 드러내며 사람들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마패록에 응할 생각이 있다며 자신 있는 선수는 아스트로를 향해 마패를 시전 하라는 도발을 덧붙였다.
다른 선수가 하면 그냥 농담처럼 들렸겠지만 이승우의 입에서 나오니 그냥 하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팀원이 당한 것에 이자까지 톡톡히 쳐 돌려줄 것만 같았다.
58승.
오늘 경기가 끝나며 이승우가 달성한 승수였다.
이제 이영우와의 승수는 겨우 2승 차이.
아직 남은 S1과 CT와의 경기에서 다승 1,2위를 달리는 이영우, 김택윤과 맞대결을 펼쳐 승리를 거둔다면 다승 1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거의 윤곽이 잡혔지만 아직 다승왕은 짙은 안개 속에 빠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다시 개인리그 이야기가 시작되겠군요.
OSL 결승엔 누가 올라왔을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