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3 Game No.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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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감독의 표정이 살짝 어둡다.
놓쳤다.
이승우의 머릿속에 김윤호의 드랍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이승우의 잘못은 아니다.
이재명 감독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군주에 그슨대가 타는 순간 뒤통수를 망치고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김윤호도 보통 선수는 아니다.
당하는 와중에 본인의 수를 착실히 준비했다.
하나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필 이승우가 공격을 시도하며 병력이 엇갈리고 말았다. 지금 간 병력은 결국 막히는 병력이다.
지룡이 있긴 하지만 이승우의 병력은 용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김윤호는 용아에 강한 가시귀가 확보되고 있었다.
용아가 가시귀에게 약한 것을 넘어 아예 현룡이 없었기에 이번 공격으로 본진을 미는 건 불가능하다.
반대로 이승우의 본진으로 들어오는 김윤호의 공격은 위험하다.
제단을 점령하면 아무리 자원이 있어도 추가 병력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여태까지 그림을 잘 그렸지만 지금은 분명한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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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에 붉은 점이 들어오는 순간 동공이 확장되었다.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뭐야? 드랍이네?
드랍을 준비했었어?
적이지만 순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당했다.
계속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최대한 빨리 병력을 회군시켜야한다. 상대 본진을 밀더라도 내 제단이 다 날아가면 의미없다. 일단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모든 병력을 전부 빼지는 않았다.
일부 용아는 상대 본진 쪽으로 올라가 조금 더 시간을 끌 수 있게 했다. 상대도 많은 수의 병력을 중앙으로 빼놓은 상태가 용아가 본진으로 올라가는데엔 큰 무리가 없었다.
상대가 시선을 분산시킨다면 나도 똑같이 한다.
우선적으로 지켜야하는 건 용안과 제단이다.
이 둘을 지켜낸다면 어느 정도 병력을 소모해도 나쁘지 않다.
상대도 이번 공격을 위해 테크를 늦췄다.
막아낸다면 마굴 테크에 강한 지룡과 비렴으로 한 차례 역공을 갈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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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가 주병력과 함께 공격을 나왔을 때를 정확히 노렸어요!
-아주 좋은 타이밍입니다. 이건 무조건 떨어져요!
공격이 엇갈렸다.
이승우가 용아와 비비 그리고 운룡에 태운 지룡을 데리고 김윤호의 앞마당으로 진격할 때 김윤호의 드랍이 이승우의 본진 쪽으로 떨어졌다.
완벽한 카운터 펀치.
-군주는 이승우의 본진 바로 옆이고! 비비는 6시에 있고!
-어쨌든 진출한 병력은 마수가 막아낼 수가 있는데 용족의 본진 쪽이 위험합니다!
-김윤호! 김윤호! 역시 브레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선수답네요.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수를 제대로 준비해왔네요.
6시로 용족의 병력이 들이닥치는 순간 이승우의 본진에 마수의 병력이 드랍되기 시작했다.
-이승우 선수 빠르게 대처해야죠!
-우물쭈물 거리면 다 잃어요!
드랍을 눈치 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발견하는 순간 굳지 않고 빠르게 대처하는 이승우.
일단 소수 용아만 상대 본진으로 올려 보내고 나머지 전 병력은 수비를 하기 위해 회군했다.
-아. 지금 뭔가요! 지금 뭐가 빠른 속도로 이승우 선수의 본진으로 돌아오다가 터졌거든요?
-설마! 설마!
중간에 서 있는 그슨대 중 1기에 1킬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떤 유닛을 잡았다는 뜻.
-아. 운룡이 안보여요!
-운룡 터졌네요. 운룡 터졌어요!
-김윤호 선수 정말 영리합니다. 급한 상황에서 가장 빠른 동선으로 운룡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던거에요!
그건 바로 속업 운룡이었다.
단순히 운룡 1기를 잡아낸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타 있던 지룡 2기도 함께 잡아냈다는 뜻이었다.
견제로 맹활약을 펼쳤던 지룡이 전투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사했다.
김윤호의 센스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추가 드랍을 하는 대신 운룡 예상 경로에 그슨대들을 배치해놓은 것이다.
상대의 다급함을 이용해 큰 이득을 거뒀다.
이제 남은 건 지룡 1기.
이승우가 부랴부랴 운룡을 추가로 찍어주었다.
운룡과 함께 하는 지룡이면 모를까 단순 지룡으론 그슨대를 상대로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지금 상황은 김윤호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이거는 막아도 피해에요. 막아도 이건 이승우 선수가 손해 보는 상황인데. 김윤호 선수가, 이 마인드 자체가 비비가 멀쩡하고 제공권을 장악 당했는데 드랍을 한다? 이거 굉장히 어려운 선택일 수 있는데 통하는 모습이거든요?
-그렇죠.
-아. 유닛이 조금 부족한데요. 이승우 선수.
건물들 때문에 용족의 병력이 마수의 병력을 한꺼번에 덮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용족의 건물이 마수를 도와주는 꼴이었다.
추가로 6시의 가시귀가 드랍 되었다.
많은 수의 가시귀는 아니지만 지금 용족에겐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본진에서 용아들이 분탕질을 쳐주고 있어서 마수의 추가 병력 연달아 오지는 않아요. 가시귀 이후로 잠깐 멈췄거든요?
이승우의 대처도 남달랐다.
충분히 당황할 만한 상황임에도 침착히 대응했다.
추가 생산 된 운룡에 지룡을 태워 컨트롤을 하며 가시귀와 그슨대를 하나씩 제거해주었다.
동시에 비비를 본진 주변에 흩뿌려 혹시 모를 추가 드랍을 방비했다.
-이야. 이승우 선수도 이걸 또 막아내네요? 어쨌든 신전하고 제단은 지켰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감탄이 나오네요. 처음 드랍 되었을 때만 해도 이대로 쭉 밀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병력의 수도 적고 지룡도 2기 터지고. 근데 이걸 꾸역꾸역 어떻게든 밀어내긴 하네요!
-괜히 이승우가 아니죠!
아슬아슬하게 막아낼 수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상황. 건물에서 불이 나고 있었지만 파괴 된 건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투 시작 전 2기의 지룡을 잃은 것이 뼈아팠지만 그래도 남은 1기의 지룡을 필사적으로 컨트롤하며 가시귀를 솎아 내주고 있었다.
하지만 막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이미 마수는 늘어날 때로 확장이 늘어났고 이제 병력만 찍으면 된다.
이대로 막기만 하면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비비가 6시 본진 쪽으로 향했다.
-글쎄요. 이대로 수비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건지 비비를 날리고는 있는데 지금은 추가 드랍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타이밍이거든요? 확실히 수습하고 가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말이죠.
-김윤호 선수의 그슨대를 잡아 놓기 위해 견제를 가준 것인데 김윤호 선수는 눈 하나 깜짝하고 있지 않습니다. 군주? 그래. 잡으려면 잡아라. 다시 뽑으면 돼지. 대신 네 본진은 내가 먹어주마! 중앙 지역에 병력이 다시 한 번 모이고 있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짚어주는 것 처럼 마수의 병력이 중앙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드랍을 가겠다는 의도였다.
이번 공격은 전보다 훨씬 강력하다.
-어쨌든 전장 자체는 김윤호 선수가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그렇죠. 본진 견제 그냥 무시하고 드랍갑니다. 이승우 선수도 건드려도 반응 없으니까 아뿔싸 또 본진 드랍이구나 싶어서 다시 견제 병력 본진으로 회군시키고 있죠!
-결국 수비하러 오네요.
-아. 이거 떨어지면 이승우 선수 본진 아예 지워질 수도 있어요!
마수의 병력이 다시 한 번 용족의 본진에 떨어졌다.
수비를 위해 있던 병력은 용아 5기가 전부였다.
순식간에 정리되는 수비병력.
-이승우 선수도 이번 공격만 막아내면 한 숨 돌릴 수 있어요. 이제 곧 비렴 나오거든요?
-근데 이 공격이 묵직해요. 굉장히 아픕니다!
부대가 넘는 그슨대가 본진에 살아남았다.
가시귀 역시 그 수가 꽤 되었다.
반면 이승우가 지닌 병력은 용아 4기와 운룡에 탄 지룡 2기가 전부.
용광포를 끼고 우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병력이지만 본진처럼 넓은 지형이라면 불리하게 싸울 수 밖에 없다.
지룡이 토정을 발사하는 순간 순식간에 덮쳐 지룡이나 운룡을 일점사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승우의 손에서 신의 컨트롤이 시전 되었다.
-이승우 컨트롤!
-운룡이! 지룡이! 안 죽어요! 안 죽어요!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빠졌다는 반복하면서 그슨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어요.
-자신의 본진에서 이런 곡예비행을 할 줄이야!
패치로 사라졌던 슈팅 지룡이 다시 부활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룡의 토정이 백발백중으로 꽂혔다.
토정에 유도기능이 탑재 된 건 아닐까 착각이 일 정도였다.
그슨대의 수가 1기, 2기 줄기 시작했고 달려들기 부담스러운 숫자가 되었다.
-비비도 가만히 있지 않아요. 본진 어느 정도 안정화 된다 싶으니까 바로 군주 잡으러 나가죠!
-난전입니다. 난전! 모든 전장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요!
이미 몇 수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듯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승우.
김윤호도 만만치 않았다.
비비의 위치를 파악한 순간 앞마당 언덕과 5시 확장에 각각 2기씩의 가시귀를 드랍하며 자원을 채취하는 것을 방해해주었다.
순간 이승우의 자원 줄이 턱하고 막혔다.
-진짜 대단합니다. 여러분 이런 경기엔 박수가 필요합니다! 힘찬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해주십시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명칭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명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견제에는 견제로 상대하겠다!
언덕과 5시 철광 뒤에 배치 된 가시귀가 이승우를 굉장히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깐 고민하던 이승우가 판단을 내렸다.
일단 1기의 지룡은 수비용으로 본진에 두고 1기의 지룡은 5시 수비를 위해 떠났다.
떠나기 전 앞마당 언덕에 용아 4기를 올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견제도 좋고 막아내는 수비고 좋고! 양 선수 정말 빛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고 있긴 하지만 이승우 선수도 막아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냥 웅크리고 맞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비를 밖으로 돌려 상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군주를 끊어줌으로써 병력이 원활하게 생산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거든요? 이게 정말 대단한 거에요.
판단이 완벽했다.
물론 본진이나 앞마당, 5시 쪽을 비비가 지키고 있었다면 추가 드랍이나 가시귀 드랍으로 자원채취가 마비되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랬다간 아직 비렴이 확보되지 않았기에 그 사이 쌓인 마수의 병력을 상대하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비비가 마수가 병력을 모을 수 없게 인구수를 틀어막아 준 것이다.
대신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기에 견제에 취약한 상황이 만들어진거고.
중계진의 해설이 오락가락하는 건 이들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선수들의 운영이 서로 좋기 때문이었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드랍전까지만 해도 이승우가 좋았지만 드랍이 떨어진 순간, 그리고 지룡 2기를 공중에서 잡아내는 순간 주도권이 김윤호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드랍이 어쩌 어찌 두 차례 다 막아내고 비비가 견제를 다니며 군주를 줄여준 덕에 다시 이승우의 상황이 괜찮아졌다.
그러기 무섭게 김윤호가 동시 2군데 자원 타격을 가하며 다시 한 번 경기의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보는 이조차 정신이 없을 정도로 경기의 속도가 빨랐다.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유불리가 확확 바뀔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