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19화 (319/575)

00319  Game No. 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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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저거 딱 봐도 도발인데? 의도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아오. 확 짜증나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나만 이런 거야? 응?

옆을 보니 다른 팀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들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곳을 맞은 것 같다.

감독님과 현우 형만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뿐 이었다.

저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반드시 에이스 결정전을 가야한다.

난 바로 6세트에 출전하는 완석이에게 다가갔다.

“완석아. 무조건 이겨야해. IBX한텐 절대 질 수 없다.”

원래 경기에 출전하는 팀원에게 부담을 주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은 참을 수가 없다.

복수를 하려면 절대적으로 완석이의 승리가 필요하다.

일단 여기서 이겨야 에이스 결정전을 갈 수 있으니까.

끝을 보자. 끝을 봐.

물론 내가 아주 강한 도발을 한 건 사실이지만 시작은 저 쪽에서 했다.

자기들이 먼저 시작해놓고 왜 난리래?

“형 꼭 이길게요.”

완석이 역시 각오가 단단히 된 것 같았다.

긴장한 모습이 살짝 보이긴 했지만 그보다 차가운 분노가 더 컸다.

난 그대로 완석이를 와락 껴안았다.

“진짜 응원한다.”

격하게 사랑한다. 완석아.

“성급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경기 시작 길어져도 좋으니까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지 마.”

감독님이 마지막 충고를 건네셨다.

6세트 상대는 김성진.

정석적인 운영을 즐겨 사용하는 선수다.

과감한 공격보다 적당히 배를 불리며 맞춰주는 것이 좋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완석이가 부스로 향했다.

지금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6세트에서 완석이가 승리하고 7세트에 내가 나가 쐐기를 박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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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6세트가 곧 펼쳐지겠습니다. 이번 경기에 나오는 선수들은 모두 신예급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습니다. 양 선수 모두 팀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세트는 환국간의 동족전이 펼쳐진다.

김성진과 진완석.

팀 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지니고 있는 선수들이다.

김성진은 최신형에게, 진완석은 한민규에게 밀리고 있다.

둘 중 진완석의 입지가 더 불안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한민규보다 많은 선택을 받았던 선수다.

박현우의 뒤를 이을 환국의 기둥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프로리그 5라운드가 시작되면서 한민규에게 점점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한민규가 OSL 16강, MSL 8강에 오르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사이 진완석은 세 번째로 밀리고 말았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본인일거다.

불과 1달 만에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었으니까.

주전 경쟁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오늘 승리를 거둬 팀을 위기에서 구원해야했다.

자칫 잘못하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일단 서로 공식전을 펼칠 적은 없지만 종족전만 놓고 보면 진완석 선수가 조금 더 괜찮습니다.

-환환전에서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거든요. 다행히 이번에도 환국을 상대로 만났습니다. 현재 스코어는 3:2로 뒤지고 있지만 여기서 승리를 거둬 에이스 결정전까지 이끌기만 하면 이승우 선수가 다시 한 번 경기에 나올 수 있거든요? 팀을 위기에서 구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진완석의 어깨가 무겁다.

지면 그대로 팀이 패배하니까.

반대로 여기서 승리하면 혁혁한 공을 세울 수 있다.

진완석이 경기에 승리하면 에이스 결정전에 이승우가 다시 한 번 출격할 수 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 아스트로에겐 엄청난 힘이 된다.

그렇기에 IBX는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 끝을 봐야한다.

이번 세트를 패배하게 되면 경기를 내줄 확률이 높아진다.

길고 짧은 건 대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승우는 굳이 대어보지 않아도 길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선수였다.

-양 선수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관중들의 응원소리와 함께 운명의 6세트가 시작되었다.

전장은 폭풍의 언덕이었다.

4인용 전장으로 중간 중간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언덕 지형이 있어 자리 잡기가 매우 중요한 전장이었다.

양 선수 모두 무난하게 초반을 시작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훈련도감 이후 앞마당을 확보하는 김성진과 진완석.

제대로 먹고 붙어보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먼저 기회를 잡은 건 진완석이었다.

천자총통 거리재기 싸움에서 이득을 거두며 김성진의 천자총통을 잡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기세를 몰아 김성진 본진 근처의 언덕까지 장악했다.

앞마당까지 들어갈 수 있어보였지만 무리는 하지 않았다.

유리한 자리를 선점한 세번째 자원 지역을 가져갈 준비를 했다.

정석적인 승리 공식이었다.

전투에서 승리 후 확장.

상대가 확장하는 걸 알아도 어찌 손쓸 방법이 없다.

-진완석 선수 굉장히 차분합니다. 방금 전 승리로 흥분할 법도 한데 마음 급하게 먹지 않고 천천히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진완석은 이재명 감독의 지시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었다.

선수의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전술 이해도다.

감독이 알려주는 전술의 본질을 꿰뚫고 자신의 해석을 더해 경기에 녹여내는 것이 최고의 방법.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를 잘 풀어가는 진완석이었다.

김성진은 이제 다급해졌다.

당장은 자원의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은 심해진다.

어떻게든 막힌 길목을 뚫어야한다.

-김성진 선수도 선택해야죠. 지금 막힌 곳을 일꾼 동원해서 한 번 뚫던가 아니면 아예 다른 방법을 모색해서 경기를 이어나가야합니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빨리 선택을 해야지 시간이 흐르게 되면 아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물론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금와를 확보해 타 스타팅 포인트를 선점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나가는 방법도 있다.

김성진의 선택은 전자였다.

-자! 뚫어요! 뚫어요!

-일꾼까지 동원했거든요?! 무조건 뚫어 야해요. 상대 청자총통 1기라도 남으면 그건 못 뚫은 거나 마찬가지에요!

부대 단위의 일꾼이 동원되었다.

만약 뚫지 못하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갇혀 지낼 수도 있었다.

병력을 이동시키는 김성진의 눈빛이 순간 번쩍였다.

일꾼을 앞세워 천자총통의 포신을 돌린 후 자신이 지니고 있는 천자총통을 진천형을 시켰다.

그냥 병력만 갔다면 많은 수의 병력이 다쳤을 테지만 일꾼을 먼저 보낸 덕에 같은 체력으로 맞붙을 수 있었다.

-아! 진완석 선수 순간 이 화면 놓쳤어요!

-만약 이 화면 신경 쓰고 있었다면 천자총통으로 일꾼 때리지 않고 바로 천자총통을 찍어 주었을 텐데요!

-아. 조금 아쉬운 상황입니다. 여기서 천자총통을 찍어줬다면 확실히 이득을 거둘 수 있었거든요!

라인이 거의 뚫렸다.

IBX의 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이기 라인을 뚫어내는 김성진! 조여졌던 숨통이 조금 트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이르게 뚫어 낸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흘렀으면 뚫기 정말 힘들었었거든요? 진완석 선수는 좋은 기회를 아쉽게 날립니다.

본인도 아쉬운지 입술을 질끈 깨무는 진완석.

하지만 여기가 뚫렸다고 해서 경기가 아예 역전이 된 건 아니다.

아직 확장 1개가 고스란히 차이 나고 있었으니까.

흔들리지만 않으면 된다.

분명 김성진은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견제를 올 것이다.

그 견제를 차분히 막고 다시 한 번 좋은 자리를 확보한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경기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환환전이 가장 지루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장 곳곳에서 전투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옵저버 화면이 따라가기 바쁠 정도였다.

김성진이 공세를 퍼부었고 진완석은 그 공격을 막기 급급해 보였다.

일견 김성진이 유리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IBX 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많이 불리하지?”

“응. 지금 확장 엄청 느리잖아. 막히면 끝이야.”

김윤호의 질문에 김우현이 우울한 얼굴로 답했다.

확장을 포기하고 간 맹공.

당장 진완석이 피해를 보는 것 처럼 보였지만 막기만 하면 승리를 따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인의 스타일을 포기하고 다른 방식의 운영을 해보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 차이가 경기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병력이 미친 듯이 생산되는 진완석에 비해 생산되는 병력의 수가 현저히 적은 김성진.

결국 중요한 포인트를 다시 한 번 빼앗겨버렸다.

이번에도 진완석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김성진의 목을 서서히 조여들어갔다.

아까와는 달랐다.

그때는 같은 자원을 먹고 있어 어찌어찌 뚫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원의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태.

아까처럼 뚫기를 시도하는 건 무리였다.

차라리 공격이라도 들어와 주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건만 진완석은 진득하게 자리를 잡고 확장을 추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건 김성진이었다.

마지막으로 다수의 금와에 병력을 태워 진완석의 본진 화통도감을 장악하려는 작전을 펼쳤지만 출발도 하기 전에 의도가 걸려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병력이 떨어지기도 전에 막히고 말았다.

더 이상 김성진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결국.

-김성진 GG! GG를 선언하고 맙니다.

-진완석 선수 정말 차분하게 경기 운영 잘하네요. 신예답지 않은 아주 노련한 경기 운영입니다!

-이번 경기 승리로 세트 스코어는 3:3!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 두 팀의 승패가 결정되게 됩니다.

-아. 진짜 흥미진진한데요? 오늘 양 팀 도발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경기에서 승리한 진완석이 주먹을 움켜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오랜만의 승리.

팀을 위기에서 구원한 상황이라 더 감격한 듯싶었다.

이제 에이스 결정전이다.

솔직히 아스트로에서 나올 선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결코 변하지 않을 거다.

이승우.

현재 최고의 용족.

오늘 승리까지 거두며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 선수다.

이 선수를 두고 다른 선수가 나온다는 걸 어불성설이다.

오늘도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아스트로의 수호신 이승우가 에이스결정전에 출전하게 될 거다.

그럼 IBX에선 누가 나올 것인가?

뚜렷하게 원탑 에이스가 없는 IBX라 팬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같은 칠룡인 김우현을 내보내야한다는 이도 있었고 종족 상성상 우위를 보여주고 있는 김윤호가 나와야한다는 이도 있었다.

둘 다 오늘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의견은 후자로 쏠렸다.

에이스 결정전 전장이 마수에게 괜찮은 검은날개였고 오늘 김윤호와 이승우가 경기 중에 보여 준 세레모니 때문이었다.

두 선수 모두 경기에서 마패라는 세레모니를 보여줬다.

이 둘이 붙는다면 마패가 또 한 번 나올지도 모른다. 양 선수의 경기 스타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잇는 장면이었다.

자존심을 건 마패록이 다시 한 번 벌어지기를 많은 이들이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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