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18화 (318/575)

00318  Game No. 318  =========================================================================

관중석이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아스트로를 응원하는 이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IBX의 팬들은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이도 있었다.

이처럼 정성스런 마패는 처음 본다.

상대 앞마당에 짓는 경우는 봤어도 용안을 상대 본진에 소환한 후 원래 군영이 있던 자리에 신전을 짓다니.

본진에 소환되고 있는 신전을 발견했는지 최신형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걸 보고 침착할 수 있는 선수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거다.

IBX의 벤치도 험악한 분위기로 변했다.

화면을 보는 선수들의 눈빛에서 분노가 잔뜩 묻어나왔다.

-아. 이거 보면 멘탈 완전히 무너지죠!

-어딜 먼저 도발하냐 이겁니다!

-이건 최신형 선수에게 하는 마패이기도 하지만 IBX에게 보내는 마패이기도 합니다.

-이승우 선수 진짜 대단하네요. 전략만큼 세레모니를 연구하는 선수 같습니다!

-본진 마패라니. 정말 참신하네요!

본진도 보통 본진이 아니다.

정확히 첫 군영이 있던 자리에 지어졌다. 이런 마패는 신들의 전쟁 리그 역사 상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일단 중계진은 신났다.

재미있는 경기가 나왔으니까.

경기 외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된다. 지금처럼 경기 내에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다.

도발을 당한 IBX도 가만히 있지 않을거다.

다음 경기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겠지.

이 자체가 프로리그를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이승우 선수 아예 IBX의 기를 꺾으려고 작정했습니다. 6위? 꿈도 꾸지 마라. 포스트 시즌은 우리가 간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이러면 IBX 선수들 부글부글 끓죠.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4세트, 2:2의 상황에서 도발을 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5,6세트를 연달아 내주면 패배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배하는 순간 오늘의 세레모니를 놀림감이 된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세레모니를 한데엔 이유가 있었다.

상대를 흥분시켜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없게 하려는 의도와 함께 팀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그리고 5,6 세트  두 경기 중 1경기만 이겨도 에이스결정전으로 이어진다.

거기서 다시 나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여주는 것이었다.

5,6세트 연달아 이겨 승리를 확정지으면 더 좋고 말이다.

-최신형 선수 차마 GG를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나가면 진짜 아무 것도 못해보고 진 것 같거든요. 아마 멀티라고 하나 부수고 나가야 속이 시원할텐데 이승우 선수의 병력이 어느새 한 뭉탱이 모여 있습니다.

-어우. 아주 바글바글하네요.

본진에서 더 이상 병력을 생산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어지고 있는 신전을 파괴할 수도 없다.

마지막 러시를 택한 최신형.

하지만 전장의 중앙을 건너기도 전에 이승우의 병력에 전멸 당하고 말았다.

최고의 컨디션이라도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는데 흥분으로 인해 100%가 아니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GG! 최신형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역시 이승우네요. 바로 2:2로 균형을 맞추네요.

-이로써 이승우 선수는 프로리그 57승에 올라서며 김택윤 선수를 2승 차이로 바짝 쫓게 됩니다!

-이러다 진짜 다승왕 차지하는 거 아닌가요?!

이제 김택윤과의 차이는 단 2승 뿐이었다.

****

오늘도 [안드로메다]와 [승우네 관광버스]를 무사히 성공했다.

상대가 신예다보니 그리 많은 스킬 포인트 조각을 얻지는 못했다.

각각 10개씩의 조각을 얻었다. 스킬 포인트로 환산하면 2개를 얻는데에 그쳤다.

상대가 상대다보니 이 정도 얻은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슬쩍 IBX 쪽 벤치를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확실히 요런 도발을 할 때마다 공기에 날이 서는 것이 확 느껴진다.

피부가 따끔따끔 거린다고 해야 하나?

사실 처음부터 그 위치에 지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파괴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어 바깥 쪽, 그러니까 언덕 아래에서 천자총통의 포격이 닿는 곳에 지을 순 없었다.

안 쪽 깊숙한 곳에 지어야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눈에 띈 곳이 아까 파괴 한 군영이 있던 자리였다.

그냥 넓은 공간이 딱 보이기에 지은 것 뿐인데 이게 미션보다 훨씬 더 큰 도발이 되어버렸다.

뭐 아무렴 어때?

이기면 되는 거 아니겠어?

****

<잔인한 위치에 지어진 신전.jpg >

<경기 직 후 최신형 본진의 금광이 너무나도 탐이 났다고 밝힌 이승우.>

<관측소가 용족 건물이었나요? 왜 저기 달려 있죠?>

<최신형이 용족 건물 흡수한건가요?>

<천리안 뿌릴 기셐ㅋㅋㅋㅋㅋ>

<하도 옛날 전략 가져온다고 하니까 이승우가 새로운 전략 보여준거 아닙니까? 레이트 천리안 빌드 ㅇㅇㅇ>

<완전 신개념. 태어나서 이런 빌드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ㄷㄷㄷㄷ>

신전러시, 그러니까 마패가 나온 경기는 생각보다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대 기본 건물이 있던 곳을 파괴하고 마패를 시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마패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확실한 건 이승우가 상대를 도발하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한 번의 마패로 IBX는 사기가 꺾였다.

2:2 동점이지만 마치 뒤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린 것이다.

IBX 팬들은 매너가 아니라며 열을 올렸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직접 사람 때린 것도 아니고 경기 중에 재미를 위해서 한 건데 뭐 어떠냐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다음 경기 김윤호니까 해볼만 하지 않음?ㅇㅇ>

<ㅇㅇㅇㅇ 더군다나 상대도 신예임 ㅋㅋ 4세트 판박이 경기 나올 수도 있음 ㅋㅋ>

<충분하짘ㅋㅋㅋ 김윤호가 최근에 이승우한테 지긴 했지만  요즘 이승우한테 안지는 애가 어딨냨ㅋㅋ ㅇㅈ?>

<100% 인정 ㅋㅋㅋㅋ 육룡 머리 아니면 김윤호가 떡 바르짘ㅋㅋ>

누군가의 댓글처럼 이승우를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김윤호의 용족전은 아직 건재했다.

그가 못해서 진 게 아니라 이승우가 워낙 잘해서 진 것이다.

사람들은 6세트에서 경기가 끝나기보다 에이스결정전까지 경기가 이어지길 바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오랜 기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릴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았으니까.

****

5세트에 나설 김윤호가 이를 바득 갈았다.

마패는 최신형이 당했지만 본인이 당한 것처럼 화를 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이대로 넘길 수 없다.

이건 기세싸움이다.

반드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상대를 찍어 눌러야했다.

마침 5세트 상대는 신예인 최형모.

실력이 뛰어나 경기에 나왔다 라기 보단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에서 나온 측면이 더 강한 선수였다.

종족은 용족.

해볼 만한 경기다. 용족을 상대로 무조건 빌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까.

아직 8강에서 패배한 상처도 아물지 않았다.

오늘 또 패배를 당해 그 상처가 헤집어지는 건 결코 원하지 않았다.

상대가 도발에 반응을 보였다면 이 쪽도 다시 응해주는 것이 맞다고 김윤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

-승부의 추가 다시 2:2! 균형을 맞춥니다.

-흥미진진하네요. 1세트 닷발귀 댄스에 이어 4세트 신선 러시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 바로 5세트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5세트에 나오는 맞붙는 선수는 김윤호 선수와 최형모 선수입니다.

-김윤호 선수 최근 OSL 8강에 오르는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늘 상대로 만난 아스트로의 에이스, 이승우 선수에게 3:1로 무너지며 아쉽게 탈락을 한 기억이 있죠.

썩 좋지 않은 기억.

오늘 아스트로에게 승리를 따내며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희석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복수 해야죠. 재대결은 무산되었지만 그래도 오늘 프로리그에서 자신의 승과 함께 승리를 거두면 어느 정도 복수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김윤호 선수 눈빛보세요. 활활 타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아까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이번 판 자신의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승우가 경기장에 제대로 불을 질렀다.

4세트가 시작하기 전과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부터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가 보이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일단 객관적인 기록만 보자면 김윤호 선수가 앞선 4세트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바로 전 경기에서 최형모 선수가 승리 따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과 같은 신예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따낸 거거든요? 김윤호같은 거물을 만나 본적이 거의 없는 최형모 선수입니다.

연습실에서 양대 리그 우승자 차지한 이승우와 밥 먹듯 연습을 하겠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마음 편하게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는, 그리고 졌다 싶으면 바로 GG를 치고 다음 경기를 요구할 수 있는 연습실과 조금만 삐끗해도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실전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긴장을 하지 않는 겁니다. 긴장을 하지 않아야 연습할 때 보여줬던 실력을 무대에서도 선 보일 수 있는겁니다.

-자. 양 선수 모두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5세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5세트 경기가 펼쳐진 전장은 천공의 눈었다.

본진에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철광 확장 지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마수가 용족을 상대고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곳이었다.

노련한 김윤호는 그 점을 적극 활용했다.

초반 그슨대롤 압박을 하는 시늉을 하며 최형모에게 용광포를 강제하더니 이내 일벌레를 찍으며 확장을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최형모는 잔뜩 위축 되어 평소보다 과하게 용광포를 지었고 이는 제단이 늘어나는 타이밍이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 순간 경기 결과는 정해졌다.

늘어나는 마수의 확장을 막을 방법이 최형모에겐 없었다.

마수가 확장에 촉수 하나 제대로 박지 않을 정도로 배를 째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 모습에 용족 팬들은 양심이 없다며 수근 거렸다.

마치 자신이 경기를 펼치는 것처럼 감정을 제대로 이입시켰다.

마수가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최형모가 한 방 병력을 갖추고 진출을 준비했을 땐 이미 마수가 본진 포함 6개의 금광을 확보하고 최종 테크까지 완벽히 올린 후였다.

-첫 진출이 마지막 진출이 될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운룡 견제를 통해 마수가 방어에 자원을 투자하게 만들었어야하는데 그게 안됐습니다. 너무나 편하게 확장을 가져갔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마수에게 전혀 긴장심어주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마수를 상대로 용족은 바쁘게 움직여야한다. 정보를 최대한 빨리 취득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내놓아야한다.

견제를 해야하고 조합도 갖춰야한다.

이 둘이 동시에 되어야지 어느 하나만 되면 안된다.

설사 그 것이 완벽하다고 해도 말이다.

최형모는 조합을 갖추는덴 성공했지만 견제를 하는데 실패했다.

화면으로 봤을 때 강해보일지 몰라도 막상 전투에 임하게 되면 순식간에 정리 될 거다.

망태할배의 토혈에 맞고 풀업 된 마견-그슨대에 그대로 휩쓸려 버리겠지.

최신형이 했던 실수를 최형모가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자. 일단 나가기는 합니다만. 글쎄요. 마수 병력이...

-어후. 징그럽게 많네요.

-그냥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저거 잡으려면 천벌이 도대체 몇 번 떨어저야하는거죠?

말 그대로 우글 우글거리는 마수의 병력들.

얼마나 많은지 서로 끼어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용족이 진출하는 걸 확인한 마수의 병력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컨트롤도 없다.

어택 찍고 땅 찍고.

어택 찍고 땅 찍고.

그냥 싸우면 된다.

컨트롤은 망태할배만 해주면 된다.

토혈 뿌리고 흑운 치고.

-천벌! 천벌!

-최형모 선수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만 굉장히 어렵습니다!

-지금 이 병력을 정리한다고 끝이 아니에요! 지금만큼의 병력이 그대로 똑같이 쏟아져나온다는 말입니다!

-전투 자체는 훌륭하게 하고 있지만 뒷심이 부족해요. 병력이 조금씩 줄고 있어요!

거대한 망치로 못을 치는 것 처럼 단숨에 용족의 병력을 앞마당으로 밀어넣는데 성공한 마수.

김윤호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모든 병력이 최형모의 앞마당으로 진격했다.

-어? 김윤호 선수 일벌레 데려갑니다!

-설마? 설마!

박상철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100%죠! 4세트에 이승우가 했던 도발에 답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이야. 경기 진짜 재미있게 흐르네요!

-당하고는 못산다 이겁니다!

일벌레의 수는 무려 5기.

절대 실수가 아니다.

5개의 소굴을 지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관중석이 들썩였다.

경기가 굉장히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앞마당을 채 밀기도 전에 일벌레가 부랴부랴 소굴을 하나 둘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급하게 건설하는 이유가 있었다.

GG를 치기 전에 반드시 마패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나간 후에 지어봤자 아무 소용없다.

마패는 상대가 봐야 의미가 있는거다.

-하나! 둘! 셋! 넷! 무려 4개입니다. 4개!

1기의 일벌레가 잡히면서 지어진 소굴은 총 4개.

1기 잡힌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최형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애써 태연한 척 해봤지만 표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GG! 최형모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이로써 스코어는 3:2! 다음 경기를 잡으면 4:2로 아스트로를 꺾고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경기가 흥미진진하다.

이제 아스트로가 IBX를 잡으려면 무조건 에이스결정전까지 경기를 끌고가야한다.

부스를 박차고 나온 김윤호가 자신의 벤치로 가기 전에 아스트로 쪽 벤치를 한 번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4세트에 대한 완벽한 복수였다.

============================ 작품 후기 ============================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일요일 연재는 쉴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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