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7 Game No. 317 =========================================================================
-아. 이젠 늦었어요! 이젠 돌리 수가 없습니다!
기세 좋게 이승우의 앞마당까지 전진한 최신형의 병력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앞마당 근처에 병력이 오자마자 8용혼으로 달려드는 이승우.
생각보다 많은 수의 용혼에 크게 놀랐는지 순간 기갑 병력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뒤로 빼려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어차피 빼봤자 꼬리가 잡힐 것이 뻔하니 차라리 전투를 펼쳐 용혼의 수라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용혼 컨트롤! 살아서 움직입니다!
8기의 용혼이 천자총통을 동시에 때리면 천자총통이 1방에 파괴된다. 제대로 훈련을 받은 듯 용혼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천자총통 1기를 빠르게 제거했다.
천자총통 2기와 3기의 화력은 천지차이다.
지뢰를 매설하며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려 하고 있었지만 용혼 2기 따로 지뢰를 제거해주며 최신형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용혼 컨트롤 정말 최고입니다. 정교해요! 이렇게 완벽한 용혼 컨트롤은 오랜만입니다!
-윤영태, 김택윤의 용혼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모습입니다! 그냥 싸워도 이길 수 있는데 이런 컨트롤이라뇨! 완벽하게 최신형의 2화통 병력을 제압합니다!
회심의 공격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막혔다.
잡은 용혼은 겨우 3기.
2기를 잡기 위해 투자 된 자원과 시간을 생각해보면 최신형의 엄청난 손해였다.
거기가 확장 까지 차이가 난다.
이미 앞마당을 쌩쌩 돌리고 있는 이승우와 달리 최신형은 이제 막 앞마당에 군영을 건설하고 있었다.
-아. 많이 힘드네요. 힘들어요!
-벌써부터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네요.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빠른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승우 선수의 적절한 대처에 깔끔하게 막히고 말았습니다. 상대가 2화통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말이거든요? 이승우 선수 정말 놀랍네요.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벌써 세 번째 신전을 소환하는 이승우.
네 번째 신전도 머지않아 소환 될거다.
이렇게 막 멀티를 늘리고 있음에도 최신형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초반에 천자총통을 잃었기 때문에 화통도감은 천자총통을 생산하기 바쁘다.
견제를 보낼 수 있는 화차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수비도 신경을 써야한다.
확장을 한다고 안심할 수 없다.
앞마당을 빨리 활성화시켰기에 확장을 가며 제단을 늘려 한 번 치고 들어오는 것이 가능하다.
병력의 조합이 취약한 지금 운룡을 동반 해 견제가 들어오면 꼼짝 없이 앞마당을 들 수밖에 없다.
견제고 나발이고 일단 진영의 안전화가 최우선인 것이다.
-지금 최신형 선수의 머릿속은 터질 것 처럼 아플겁니다. 이승우 선수가 하나의 특성을 가진 선수라면 어느 정도 예측을 해 준비를 하겠지만 이승우 선수는 만능형의 선수거든요. 지금 확장을 하며 제단 병력을 확보할 지, 아니면 빠르게 천왕랑이나 나가 테크를 탈지 그 것도 아니면 운룡을 1기에서 2기 찍어 용아를 테워 트리플 지역이나 앞마당 쪽에 한 번 공격을 들어올지. 뭐 확실히 예상 되는 것이 없거든요.
-그렇죠. 이승우 선수는 뭘 해도 잘하죠.
선수들마다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영우는 단단한 운영, 정명혁은 화차 견제, 이제운은 미칠 듯한 공격력, 김진철과 김연훈은 단단한 방어, 김윤호는 전략적은 플레이, 송병호는 묵직한 한 방, 윤영태는 전투력, 김택윤은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멀티 테스킹.
이렇게 각자 장기로 내세울 수 있는 면이 하나씩은 갖추고 있다.
이런 경우가 보통이지만 가끔 아무런 특징을 지니지 않은 선수들도 보인다.
특징이 없다는 건 두 가지를 말한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 특징을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완벽해 어느 것 하나를 특징이라 말 할 수 없다는 경우였다.
전자는 단점이고 후자는 장점이다.
이승우는 후자에 속하는 선수였다.
모든 선수들이 장기로 내세울 수 있는 걸 전부 갖췄다.
어쩔 때 버서커처럼 공격일변도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또 어쩔 때는 몽상가처럼 전략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뒤흔든다.
그리고 지금은 완벽한 운영으로 상대를 궁지로 몰고 있었다.
초창기부터 이렇게 완벽하진 않았다.
처음엔 전략적인 수로 16강에 오르더니 그 후엔 뛰어난 전투력으로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엔 운영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 속도가 워낙 빨라 느끼지 못할 뿐 한 계단 씩 이 자리에 올라왔다.
이미 경기는 더 이상 해설을 할 것이 없을 정도로 이승우에게 기울었다.
초반 2화통 러시를 깔끔하게 막은 것이 컸다.
중계진도 어떻게는 버티고 또 버티며 200 풀업 병력을 모아야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승우가 그걸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거기서 시작 된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고 5분이 지났을 땐 까마득하게 보일 정도가 되었다.
****
위기 한 번 없이 경기를 중반으로 끌고 왔다.
역전을 당하는게 이상할 정도로 경기는 유리했다.
스타팅 포인트도 방해 한 번 없이 깔끔하게 먹었고 제단도 완벽한 타이밍에 확보했다.
이제 남은 건 찍고 싸우는 것 뿐이었다.
‘그 전에 승대의 복수를 해야지.’
뭐 이런 걸 마음속에 담아두는 성격은 아닌데 그래도 승대가 초콜렛을 못 먹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승대야. 널 위한 세레모니다.
이걸 보고 마음껏 먹으렴.
[안드로메다]가 준 미션은 상대의 본진에 용안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걸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저찌 하다 보니 성공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승우네 관광버스]의 미션은 상대의 진영에 신전, 그러니까 마패를 하는 것이었다.
어쩜 이리 콤보로 주었을까?
병력과 함께 본진에 용안을 소환하고 신전을 지으면 깔끔하게 2개의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다.
경기는 매우 유리하다.
콧 노래를 부르며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최적화로 확장을 늘렸고 다시 인구수 200을 채우는 일만 남았다.
중간에 6시 확장에 나가로 병력을 소환해 피해를 한번 줬기에 환국의 병력은 먹고 있는 자원에 비해 굉장히 초라하다.
전체 인구수 150이 될까 말까 할거다.
순수 병력으로 따지면 훨씬 더 줄어들겠지.
그 말은 모든 지역을 지킬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본진을 포함해 최신형이 확보하고 있는 자원 지대는 총 4곳.
그 모든 곳에 병력을 배치 시켜놓을 순 없다.
가장 자원이 많이 남아있는 6시에 우선적으로 병력을 배치시키고 나머지는 화살탑으로 지키려 하겠지.
병력이 있으면 모를까 화살탑만으로 소환을 막기는 무리다.
정직하게 소환만 들어갈 생각도 없다.
먼저 6시 쪽에서 북을 잔뜩 울릴 거다.
시선이 이 쪽으로 쏠리는 틈을 타 나가를 집어넣을 생각이다.
****
-이승우 선수 병력이 6시 쪽으로 움직입니다.
-이 공격으로 6시를 완벽히 밀겠다라는 의도는 없어 보이네요. 전 병력이 가고 있지 않고 있거든요. 그럼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말처럼 일부 병력이 앞마당 부근에 모여 있다.
둥그렇게 모여 있는 모습.
무엇을 준비하는지 최승원 해설이 단박에 알아차렸다.
-6시는 페이크네요. 진짜는 나가 소환입니다. 시선 분산시키고 본진 쪽으로 나가 들어갈 생각입니다. 이게 진짜에요. 본진 화통도감을 아예 장악해서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도죠!
그의 말처럼 나가 1기가 1시 쪽을 빙 돌아 최신형의 본진으로 향하고 있었다.
-앞마당 쪽에 화살탑 많이 건설되어 있거든요? 이거 그대로 가면 소환하기 전에 터집니다!
한종엽 해설이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바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9시 쪽에 대기하고 있던 비렴이 환영으로 나가의 분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뻘쭘해진 분위기.
-....음. 이러면 들어갈 수 있죠.
한종엽 해설이 머쓱한 얼굴로 킁 하는 소리를 냈다.
옆에 있던 최승원 해설이 키득대며 웃었다. 박상철 캐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박광춘이 가장 큰 먹잇감이지만 다른 해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역시 핵펠레. 오늘도 과감하게 한 건 해줍니다.
말하는 것의 반대로 일이 되는 경우가 많아 한종엽 해설은 핵펠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풍운청!!’이라고 크게 외쳤는데 알고 보니 군영이었고 어떤 선수를 향해 정찰을 안가고 배제 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일꾼이 바로 정찰을 간 적도 있었다.
-자. 환영 만들었으니 이제 슬슬 갈 겁니다. 그 전에 6시 쪽에서 한 번 시선을 끌겠죠.
핵펠레와 달리 무당 해설을 밥 먹듯이 하는 최승원 해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승우의 병력이 6시 쪽으로 몰아닥쳤다.
그런 최승원 해설을 한종엽 해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승우도 무리해서 싸우지 않았다.
어차피 목적은 나가를 최신형의 본진에 안전하게 집어넣는 것이었으니까.
나가가 앞마당을 지나는 순간 이승우가 병력을 전부 뺐다.
다 잃어선 절대 안 된다.
본진을 포기하고 나오는 일명 빡 러시에 흔들릴 수 있다.
그 사이 나가가 앞마당을 지나 본진 언덕을 지나갔다. 여기서부턴 나가의 세상이었다.
화살탑이 없었으니까.
좋은 위치를 자리 잡은 나가가.
-소환!!!!!!!!
-들어왔어요! 이러면 최신형 선수 난리 나는 거죠!
-본진 쑥대밭 되는 거 한 순간입니다!
병력을 소환했다.
소환 된 병력이 최신형의 본진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병력을 끌어 모아 본진으로 수비를 오는 최신형이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언덕 입구에 유닛을 얼려 놔 환국의 기갑병력이 본진으로 올라올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일시적으로 섬이 된 최신형의 본진이 금세 불바다가 되었다.
이승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예 경기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추가 소환!
-아. 이러면 진짜 난감하죠. 입구도 막히고 병력도 또 오고! 지금 인구수가 200이 되었다면 러시라도 가볼텐데 200이 채 되지 않아 러시를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고요!
소환 된 병력과 함께 왔던 나가가 다시 한 번 병력을 소환했다.
최신형의 본진이 무너지는 속도가 배가 되었다.
가장 먼저 화포연구소가 파괴되었고 이어 화통도감이 하나 둘 파괴되었다.
이제 최신형은 자원이 있어도 병력을 뽑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남은 병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것이다.
-어? 저거 뭐죠? 왜 용안이 함께 소환 된거죠? 지나다가다 딸려 들어 온건가요?
용혼, 용아와 함께 소환 된 용안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종엽 해설.
용안이 소환 될 이유는 전혀 없다.
용안이 다른 확장에 일을 하러 가다 실수로 함께 소환이 된 건 아닐까 추측하는 한종엽 해설.
-글쎄요. 제 생각은 전혀 다른데요. 왠지 이거 세레모니의 냄새가 풀풀 나는데요.
최승원 해설은 한종엽 해설과 반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냥 용안이 왔을 리가 없다.
분명 무언가 목적을 지니고 왔을거다.
지금 타이밍에 용안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마패.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것 밖에 없다.
쉽사리 할 수 없는 플레이지만 이승우라면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본진 군영이 파괴 된 그 자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전을 소환하는 용안.
옆에는 부속건물인 관측소가 아직 남아있어 마치 신전에 붙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