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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11화 (311/575)

00311  Game No. 311  =========================================================================

용력 충전소는 유저들이 그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을 정도로 자주 지어지지 않는 건물이다.

보통 수비적인 용도로 쓰인다.

가끔 공격적인 용도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용족전, 그러니까 동족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처럼 환국전에서 대놓고 용력 충전소를 지으며 러시를 가는 경우는 없었다.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효용이 떨어진다.

같은 유닛끼리 싸우는 용용전같은 경우 용력 충전소로 용력을 재충전하는 것이 승패를 가를만큼 크게 작용한다.

2기의 용아가 3기의 용아를 상대로 대등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싸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환국은 일단 기본 유닛인 궁병이 원거리 공격 유닛이다. 때문에 심시티 뒤 혹은 망ㄹ후 안에 들어가버리면 용아가 그냥 오래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설사 피해를 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투자 된 자원이 만만치 않다.

용력 충전소를 짓기 위해선 일단 솟대 하나가 기본적으로 있어야한다.

두개의 가격을 합하면 무려 200원.

용아 2기나 용안 4기를 생산할 수 있는 돈이다.

용력 충전소가 지어지는 순간 뒤는 없다.

거기서 경기를 끝내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라리 용아를 더 찍으면 찍었지 용력 충전소 러시를 감행하는 용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늘 이승우는 아예 작정을 했다.

2개의 솟대를 짓는 것도 모자라 용력 충전소도 지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용아을 4기 동원해 아예 경기를 끝내려하고 있었다.

-이게 성공만 하면 진정한 남자 대열에 들어가는 겁니다!

-하드코어 용아 러시로 100만 용족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더니 이번엔 환국을 상대로 용력 충전소 러시를 보여주네요.

-진짜 경기 재미있게 하네요. 아무리 수준이 높아도 매번 같은 양상의 경기가 나오면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는 안질려요. 매번 안질리는 경기를 가져옵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일주일 내내 먹으면 질린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운영에 감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뎌진다.

뒤가 어떻게 될지 눈앞에 그려지기 때문이었다.

오늘 이승우는 1분 앞, 아니 1초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경기를 연달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VOD 판매량도 쏠쏠할거다. 팬들은 이런 경기를 소장하고 싶어했으니까.

1석 2조.

결승도 진출하고 VOD수입도 얻고.

이승우에게 이보다 좋은 상황이 어디 있을까?

-정명혁 선수 당황했죠. 조금 당황했습니다.

-이런 러시는 생각도 못했겠죠. 침착하게 막아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용안과 용아가 난장판을 만들고 있거든요!

-이 러시 망루만 있으면 쉽게 막을 수 있는거거든요! 근데 망루를 지을 공간이 없어요! 짓는 순간 감싸져서 집중 공격을 당합니다!

용아를 막기 위한 심시티를 하느라 정명혁의 건물이 군영 근처에 오밀조밀하게 군집되어 있다.

거기에 이승우의 솟대 2개와 용력충전소까지 있다.

망루를 지을만한 공간이 없었다.

금광 위에 공간이 많지만 거기에 지어봤자 소용이 없다. 용아가 망루의 사정거리를 피해 아래쪽에서 일하는 일꾼을 견제하면 그만이니까.

그 철광 아래에 짓는다고?

짓는 순간 철광은 안전하게 채취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금은 구경도 못해볼거다.

일단 1개의 망루로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러시를 막으려면 아래와 위 동시에 망루가 지어야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2개를 모두 지키기도 힘들 뿐 더러 지을 수 있는 철 자체도 없었다.

진퇴양난.

정명혁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눈은 바쁘게 용아를 쫓았고 손도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서 지면 끝이다.

탈락이다.

이렇게 질 수 없다.

정명혁은 모든 걸 쏟아내고 있었다.

이 와중에서 이승우의 견제는 멈추지 않았다.

용안이 따로 나뉘어 움직였다.

용아에게 집중 공격이 온다 싶으면 2기의 용안이 아래쪽으로 따로 돌아 내려가 일꾼의 체력을 깎아놨다.

잡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체력을 조금씩 깎아놓겠다는 거다.

나중에 용아가 쉽게 잡을 수 있다.

정신없는 와중에 일꾼을 치료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자원도 없고.

-솟대의 위치가 정말 절묘합니다. 처음 지어질 때만 해도 왜 저 위치에 짓나 의아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몇 수 앞을 보고 있습니다. 당장의 수가 아니라 몇 수 앞을 보고 경기를 하고 있는거에요!

-이러니 승률이 좋죠!

-자. 용아 뒤로 쭉 빠집니다. 이제 곧 용력 충전소 완성되거든요.

-곧 있으면 깎인 용력 다시 다 차오릅니다. 거의 새 용아가 되는거에요!

김태영 해설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력 충전소가 완성되었다. 슬쩍 다가와 용력을 충전하는 용아.

그 모습이 얄밉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건 진짜 독한 거 아니냐?”

이승우를 응원하는 팬들도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이렇게까지 무너뜨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승우는 입신전을 현실화 시키고 있었다.

-아. 완성되었어요. 이거 뭐 할 수 있는게 없네요. 용력 충전소를 부숴야하는데 그 사이 일꾼이나 궁병 다 죽거든요? 아. 정명혁 선수 힘듭니다. 힘들어요.

-궁병이 때려도 용아가 안 죽어요!

-쏠데면 쏴바라 이겁니다! 난 내 길을 간다! 얼마나 멋진 용아입니까?

-용아와 용안이 굳이 궁병을 따라다니지 않죠. 일꾼만 찍어 잡고 있죠.

-용력 채우고! 용력 다 채우고 다시 쌩쌩해져서 돌아왔어요!

-환국 입장에서 미치는거죠!

그 사이 추가 된 용아가 정명혁의 시야에서 왔다갔다 거리며 신경을 자극했다.

평소보다 용아의 합류가 늦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명혁 본진에 투자 된 자원이 많았으니까.

철 자체도 용안 5기 밖에 채취하고 있지 않으니 늦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늦게 합류 했음에도 정명혁에겐 큰 압박이었다.

1기로 막지 못해 골골대는데 2기라니.

앞으로 2배는 더 빡세질 것 아닌가?

이승우면 2배가 아니라 3배, 4배가 더 빡세질지도 모른다.

-용아 2기와 용안들이 생명을 가진 것처럼 살아 움직이네요!

-갓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뛰는 것이 힘이 좋네요!

-이건 고래에요. 고래! 그냥 들이박는 대로 다 무너집니다!

고래는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관중들도 해설을 하나 하나 새겨 듣고 있지 않았다.

그냥 함께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중요한 건 용아가 정명혁의 본진을 헤집고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4일벌레 러시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용족도 이런 극초반 올인이 가능한 종족이었네요!

극단적인 공격.

과연 어떤 용족이 이런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상상으로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겠지만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완벽한 컨트롤과 최적화.

단언컨대 이런 빌드를 정명혁을 상대로 성공시킬 수 있는 용족은 현재 이승우 밖에 없다.

경기는 거의 끝났다.

궁병의 수가 용아의 수보다 적다.

건물 틈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용아는 콧방귀조차 뀌고 있지 않다.

그래. 너는 때려라.

나는 일꾼 죽일게.

일꾼의 수가 어느새 6기까지 줄었다.

-이제 다 필요없어요. 정명혁 선수 유닛 카운트 1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아니 군영 옆에 용력 충전소가 지어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보는 저희도 이렇게 황당한데 직접 당하는 정명혁 선수는 기분이 어떨까요?

-임팩트가 엄청납니다. 종족은 다르지만 임주혁 선수가 떠오를 정도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어요!

중계진의 입에서 임주혁의 이름이 나왔다.

임주혁은 지금의 이스포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존경하는 최고의 선수이며 이승우 역시 그의 경기를 보고 프로게이머의 꿈을 좇았다.

경기가 끝난 후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기뻐할 것이다.

-이제는 안돼요. 막을 수가 없어요.

-일꾼이 남아나질 않네요!

이 경기를 뒤집는다면 정명혁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

치트키를 쓰지 않는 한 경기를 역전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최고의 환국이라 불리는 이들이 다 달라붙어 동시에 컨트롤해도 안된다.

본인도 알거다.

경기가 끝났음을.

하지만 아쉬움에 차마 GG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었다.

용족 팬들에겐 호쾌한 경기지만 본인에게 이보다 허무한 경기가 있을 수 없다.

오늘 4강을 위해 몇날 며칠을 준비했을 텐데 1시간 만에 모든 것이 끝나려 하고 있었으니까.

-가을입니다. 가을이 왔어요! 가을이 오니까 이렇게 용족이 힘을 발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태영 해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싱글벙글.

웃음꽃이 아주 제대로 피었다.

두 주목을 불끈 쥐며 ‘이 연사 소리높여 외칩니다!’라고 말할 기세였다.

-용아 3기네요. 일꾼도 다 터졌고. 하. 아쉽겠지만 이제 GG쳐야죠.

-철이 50이 안돼요. 일꾼조차 뽑을 수 없어요.

-전진 제단은 발견했지만 솟대 러시에 용력 충전소, 그리고 4기의 용안이 올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정명혁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경기장에서 오직 이승우 1명 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용안이 2기와 용아 1기가 죽긴 했지만 정명혁의 피해가 훨씬 크다.

일꾼은 모두 정리 되었고 궁병 1기가 애처롭게 화살을 쏘고 있을 뿐이었다.

-정명혁 선수 손 놓았어요. 이제 할 수 있는게 없죠. 이승우 선수 몸을 들썩입니다.

-끝났죠! 결승 또 가는거죠!

-용력 충전소가 지어지는 순간 마음속에서 이미 결승행을 확정지었을 것 같습니다!

정명혁이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양 손은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내려와있었다.

한숨 한 번을 길게 내쉰 정명혁이.

-정명혁 : GG

GG를 선언했다.

헤드셋을 벗는 그에게 그늘이 드리웠다.

-GG!!!!

-GG를 선언합니다. 정명혁!

-이로써 이승우 선수가 난적 정명혁을 3:0으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아. 이승우. 이건 진짜 검색어 바로 올라가겠네요!

-아스트로의 도민우 수석코치도 허탈하게 웃네요.

-‘이게 정말 통해?’ 하는 표정입니다.

-같은 팀 코치가 놀랄 정돈데 상대 팀 반응은 어떻겠습니까?!

-전진 제단이 들켰는데 거기에 용력 충전소가 더해지니까 이게 통하네요. 이 선수를 누가 말립니까!!!

-전진 제단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참 기분이 좋았을텐데 말이죠.

4강 1차전이 끝났다.

정말 난적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승우가 정명혁을 가볍게 제압했다.

3:0.

보고도 믿기지 않는 스코어다.

다른 환국도 아닌, 용족전에선 이영우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정명혁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이야.

이승우의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OSL PD가 쌍수를 들어 올리며 격하게 기뻐했다.

정명혁에게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결승 중 한 자리를 용족이 채워서 기뻐하는거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엔 결승 오프닝과 광고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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