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0 Game No. 310 =========================================================================
-6시에 전진 제단 지어주면서 초반에 피해를 크게 줄 생각을 하고 있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이게 위치가 양날의 검이거든요? 정명혁 선수가 앞선 세트에서 보여준 것 처럼 정찰을 빠르게 시도할 겁니다. 가로로 간다면 바로 전진 제단을 발견하는 것이고 12시로 향한다 하더라도 본진에 솟대가 없는 걸 보는 순간 전진 제단의 존재를 바로 눈치 챌 것이거든요?
과감한 위치에 지어진 제단.
과연 득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정명혁 선수도 일꾼 나갑니다?
-아직 아무런 건물도 없거든요? 전진 도감인가요?
-글쎄요? 그건 너무 뒤가 없는 전략 같거든요.
정명혁이 창고를 짓지 않고 일꾼을 밖으로 보냈다.
김태영 해설의 말처럼 중앙이나 조금 전진 된 지역에 훈련도감을 지을 생각은 아닌 듯 했다.
그러기엔 너무 위험하다.
상대의 종족은 마수가 아닌 용족.
생 더블이 아닌 이상 통 할리가 없었다.
심리적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 그러니까 본인이 2:0으로 이기고 있다면 모를까 한 세트만 내주면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에서 꺼내들기엔 너무 도박적인 카드였다.
역시 전진 건물을 위한 일꾼이 아니었다.
반대로 혹시 모를 전진 제단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6시 쪽으로 향하는 정명혁.
일단 촉이 좋다.
-이대로 가면 발견합니다!
-이 경로면 안 만날 수가 없죠. 무조건 만납니다!
-갑니다. 갑니다!
갑자기 방향을 틀면 모를까 그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전진 제단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6시에 지어지는 제단의 존재를 확인한 일꾼.
그 순간 정명혁의 볼이 씰룩였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래도 정명혁은 정명혁이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확실히 호락호락하게 물러 날 선수는 절대 아니었다.
-이야! 이 정도면 정말 빨리 만난 거죠!
-그렇습니다. 이러면 바로 대처가 가능하거든요? 제단이 반도 완성되기 전에 일꾼이 찾아냈습니다.
다른 전장 같으면 입구를 막는 심시티를 바로 하겠지만 환혼에선 그럴 수 없다.
역 언덕 구조.
이승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처럼 많이 전진해서 제단을 소환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환국이 조이기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명혁은 본진 심시티를 통해 용아 견제를 막으려했다.
군영 옆에 바로 훈련도감을 붙여지었다.
저 사이의 틈으로 왔다 갔다 거리며 용안을 잡아줄 생각이었다.
길이 넓게 나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저 사이로 몸집이 궁병보다 큰 용아는 지나갈 수 없다.
-그래도 시작하자마자 전진 제단 봤거든요?
-정명혁 선수 정찰 바로 이어가야합니다. 상대가 어떤 의도로 전진 제단을 지은 것인지 파악해야합니다!
전진 제단이라고 무조건 올인은 아니다.
본진에서 용안을 계속 찍으면서 생산 된 용아로 견제를 해주고 앞마당을 가져가는 견제형 전진 제단도 있다.
아니면 용안 계속 생산해주고 금광 건설하면서 용아 2기까지만 찍고 여의주탑 가서 용혼 1기를 뽑아 언덕 에서 압박해주는 식의 운영도 나올 수 있다.
일단 전진 제단을 확인했으니 바로 이승우의 본진을 찾아야한다.
용안을 계속 찍고 있다면 망루의 건설 없이 심시티와 컨트롤로 막아내면 되고 용안을 쉬고 있다면 안전하게 망루를 건설하면 된다.
다른 선수라면 망루를 건설하지 않고 컨트롤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상대는 이승우다.
철 100 아끼려다가 경기를 통째로 날리는 수가 있다.
이승우의 선택은 후자였다.
용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었다.
올인.
3세트에 거침없이 올인을 시도하는 이승우였다.
경기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도 10분을 넘기지 않을 것 같았다.
-정명혁 선수 바로 12시 지역으로 일꾼 보냅니다.
-일단 이승우의 본진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5시는 가볼 필요도 없다.
만약 이승우가 5시였다면 6시에 전진 제단을 소환하지 않고 12시와 7시 스타팅의 중간 지역인 9시나 10시 부근에 제단을 소환했을테니까.
이승우도 제단을 소환한 용안을 바로 7시로 보내주었다.
일꾼이 온 방향으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 상황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자면 정명혁 선수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죠. 막기만 하면 됩니다. 막기만!
제단이 본진에 지어진 것도 아니다.
무리하게 깰 필요도 없다.
타이밍을 보니 극단적인 77전진 제단도 아니다.
굳이 일꾼 동원해서 깰 필요가 없다.
무난하게 본진에서 궁병을 모은다면 충분히 밀어낼 수 있는 정도였다.
금광 러시 정도만 조심하면 될 것 처럼 보였다.
-이승우 선수 정명혁 선수 본진에 도착했습니다. 금광 주위를 맴돌면서 금광러시를 할 것 같은 움직임 보이고 있죠?
-정명혁 선수도 신경 쓰이죠. 아예 무시하기엔 아직 이승우 선수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거든요?
아직 이승우의 본진에 정명혁의 일꾼이 도착하지 않았다.
용안을 계속 찍고 있다면 바로 금광을 건설해 줘야하지만 만약 용안을 찍고 있지 않다면 굳이 금광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막고 역 러시를 가면 이길 수 있으니까.
-심리전입니다. 이승우 선수의 본진 상황을 보니까 지금 금광 러시 할 생각 없어 보이네요. 금광러시까지 하기엔 너무 가난하거든요. 금광 캐기 전에 승부를 볼 생각 같습니다.
전진 제단과 금광 러시는 굉장히 훌륭한 콤보다. 환국의 테크를 느리게 함과 동시에 도감 더블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승우는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뭐죠?
-지금 이승우 선수 뭐하는 거죠? 지금 제가 본 것이 맞습니까?
-대박입니다. 평범한 운영을 거부하네요!
1용아가 생산되는 타이밍에 맞춰서 3기의 용안이 본진에서 나가고 있었으니까.
정명혁의 본진을 휘젓고 있는 용안까지 포함해서 도합 4기다.
1용아 4용안 러시.
듣도 보도 못한 전략이 이승우의 손에서 또 한 번 나왔다.
이승우의 돌발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뭐죠? 왜 저 위치에 솟대가 소환되는 거죠?
보통 매너 솟대라 불리는 솟대 러시는 철광 근처, 그러니까 일꾼을 가둘 수 있는 곳에 지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승우의 매너 솟대의 위치는 특이했다.
군영과 창고 사이.
그리고 위의 철광과 금광 사이에 솟대를 각각 소환해주었다.
자원 채취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곳이다.
이해할 수 없는 위치.
관중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중계진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글쎄요. 위치가 아예 떨어진 걸로 봐 실수로 지은 것 같지는 않거든요?
-분명 무슨 의도가 있을 겁니다. 저희가 봤을 땐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승우 선수의 머릿속엔 엄청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 것일 수도 있어요. 이건 잠시 후 이승우 선수의 플레이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설명을 할 수 없는 수.
하지만 그 수를 내놓은 선수가 이승우였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중계를 이어갔다.
그 사이 본진에서 출발한 용안과 6시에서 출발한 용아가 도착했다.
2세트에 이어 다시 한 번 정명혁의 본진이 난장판이 되려 하고 있었다.
****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차피 뒤가 없다.
용안도 9기에서 더 이상 찍지 않는다.
철이 남아도 용안을 찍지 않았다.
이 철은 사용할 곳이 따로 있었다.
이번 경기에 들고 나온 스킬은 [투신] 3개와 [숨바꼭질]이었다.
마음 같아선 [폭주기관차]도 들고 오고 싶었지만 2세트에 2번 사용하는 바람에 더 이상 사용 할 수가 없었다.
[매의 눈]이나 [CCTV]도 좋은 스킬이지만 준비해 온 전략에 활용할 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차라리 [투신]으로 도배해 전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좋았다.
가장 중요한 건 망루가 지어지지 않게 방해하는 거다.
망루가 지어지게 되면 이번 러시는 힘을 잃는다.
그래서.
-위잉.
망루가 지어질 법한 위치에 솟대를 소환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 예상 된다.
‘이게 뭐야?’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겠지.
바보 같다고 할 수도 있겠고.
지금 이 순간 뭐라고 평가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결과가 모든 것이 말해준다.
입 아프게 지금 설명할 필요 없다.
속마음을 말하자면 반쯤은, 아니 80% 이상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그러니까 전진 제단 이후 초반에 용안 다수를 끌고 오는 러시는 굉장히 강력한 러시지만 앞서 말한 것 처럼 망루가 지어지는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용안이 자원 채취 못한 시간까지 따지면 굉장히 손해를 보는 거다.
카운터가 확실한 빌드.
본진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용안이 5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일꾼이 6기 이상만 살아남으면 환국이 무조건 좋다. 최악의 경우 1도감에서 모은 궁병에 치즈 러시를 당하며 패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지면 진짜 기분 나쁘지.
1세트에서 사용한 본진 천왕랑을 다른 전술적 움직임으로 보완한 것처럼 이 빌드도 분명 다른 전략이나 전술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전략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을 찾는 것은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온갖 전략이 떠올랐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여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밥 먹다가 전략이 떠오르면 먹는 걸 멈추고 바로 연습실로 달려가 연습 경기를 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솟대 러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1세트 전략보다 변수가 큰 전략이기 때문에 2:0으로 앞서고 있거나 1:1인 상황에서 허를 찌르기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다.
다행히 2세트까지 이기며 2:0으로 앞섰고 굉장히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앞서 있는 상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이 솟대 때문에 정명혁은 좋은 위치에 망루를 건설할 수 없게 되었다.
철광과 군영 사이에 망루를 지으려면 어떤 위치든 아래위로 한 칸씩 걸린다.
아예 본인의 자원 채취를 막는 위치에 지으면 지을 수 있겠지만 그마저 쉽지 않을거다.
본인의 유닛, 그러니까 일꾼이 건물을 짓는 걸 방해할 수 밖에 없으니까.
모든 스타팅 포인트 별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심시티 별로 연습을 진행했다.
어떤 위치가 걸려도 2개의 솟대로 좋은 위치에 망루를 건설하는 걸 방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망루를 지으려면 오픈 된 위치에 지어야하는데 그건 용아와 용안의 움직임으로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
건물 짓는 일꾼의 위치를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방해할 수 없지만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밖으로 돌출되는 순간 일꾼은 끔살이다.
다른 일꾼이 뛰쳐나오면서 감싼다고?
그럼 오히려 땡큐지.
[투신]과 [숨바꼭질]로 체력이 빠진 일꾼이나 궁병을 찍어 잡으면 되니까.
일단 망루가 건설되는 걸 막는 것이 1차적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표지만 그 다음수로 연결되기 위한 것도 있었다.
그게 뭐냐고?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이승우 선수 솟대의 위치가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네요. 뒤로 물러나는 궁병이 솟대에 걸려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이승우는 망루 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솟대를 소환했지만 일꾼과 궁병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진짜 보통 선수가 아니네요.
-이거 다 계산하고 지은건가요?
-혼란입니다. 혼란! 혼란함이 정명혁 선수 본진에 가득 퍼지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혼란이고 나쁘게 말하면 개판이다.
용안과 용아는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일꾼을 끊임없이 일점사로 잡아주려 하고 있었고 정명혁은 맞는 일꾼을 뒤로 빼면 최대한 희생을 줄이려 하고 있었다.
-망루 지어야 해요. 곧 있으면 용아 2기 되거든요? 그러면 지금처럼 컨트롤로 막는 건 힘들어요. 돈 되는대로 바로 망루 지어야 해요!
엄재웅 해설이 재빨리 상황을 분석했다.
분명 망루만 지으면 막을 수 있는 러시다.
조금만 침착하면 된다.
하지만.
-뭐죠? 이승우 선수 건물 하나 더 올립니다!
-솟대인가요?!!
이승우가 먼저 움직였다.
금광과 군영 사이, 그러니까 솟대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 건물이 하나 더 소환되었다.
또 다시 솟대를 지어 유닛이 움직임을 방해하려는 것일까?
아니었다.
새롭게 지어진 건물은.
-용력 충전소!!! 으아! 용력 충전소에요!
-대박! 대박입니다! 이승우 선수 진짜 독하게 경기 펼치네요.
-뭡니까. 이게! 이게 용용전인가요? 왜 이 건물이 상대 기지에 지어지는 겁니까?!
용족의 소모 된 용력을 채울 수 있는 용력 충전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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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배터리 시즌2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