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9 Game No. 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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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승우가 한 세트만 잡아내면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정명혁이 경기 내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치고 박는 치열한 혈투 끝에 반수차이의 패배.
이 정도가 사람들이 생각한 그림이었다.
그런데 웬 걸?
공방전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비만 하다 지는 경기가 연속으로 2경기 나왔고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2:0의 상황에서 황혼에서 3세트를 펼치게 된다.
연 언덕형 전장이기에 용족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무궁무진하다.
센터 제단부터 시작해서 초반 용안 견제까지.
이승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용할 수 있는 전장이다.
정명혁의 팬들에겐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정명혁도 지금 굉장히 머리가 아플거다.
최소한 동률을 만들어 심리적으로 우위에 섰어야하는데 아예 밑에 깔리고 말았다.
상대가 손을 들며 움츠려야하고 움직이려는 시늉을 하면 눈치를 보며 기척을 죽여야 한다.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거다.
1세트야 그렇다 치더라도 2세트가 너무 아까웠다. 그렇게 질 경기가 아니었다.
분명 빌드는 이겼다.
괜찮게 가져갔다. 괜찮게 가져간 정도가 아니라 연습 경기였다면 1운룡이 막히는 순간 GG를 치고 새로 경기를 햇을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3 운룡 견제에 정명혁이 휘둘리기 시작했다.
결국 미친 컨트롤에 GG를 선언하며 2:0으로 수세에 몰렸다..
두고두고 아까운 패배.
적어도 빌드가 이긴 경기는 이겼어야했다.
반대로 이승우의 팬들은 지금 축제 그 자체였다.
이승우 자체를 좋아해서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고 단순히 용족과 아스트로의 팬이라서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S1을 싫어해서 이승우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콧대 높은 S1을 깨부수는 모습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도택형명.
오늘 정명혁에게 승리를 거두면 S1의 신 에이스 라인을 다전제에서 모두 무너뜨린 선수가 된다.
그야 말로 천적이 되는 것이다.
S1의 감독인 주운 감독과 최연규 코치의 속이 말이 아닐거다.
둘 모두 자존심이 센 스타일.
말로 그 자존심을 보여주기보단 실제 행동으로 움직이는 이들이기에 더욱 더 오늘의 일이 짜증날 거다.
S1을 상대로 이렇게 먹이사슬 상위권에 있는 선수는 이영우 밖에 없었다.
이영우는 역대 최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6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니 그러려니 하지만 이승우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S1의 소속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이미 이승우의 2연속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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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는 순간 몸에 힘이 탁 풀렸다.
휴. 큰일 날 뻔 했네.
다시는 이 빌드를 사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으로 족하다.
이런 빌드는.
사장된 데엔 다 이유가 있는거지. 암. 그렇고 말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는 순간 손아귀가 찢어질 것 처럼 아팠다.
방금까진 긴장하고 있어서 느껴지지 않았는데 긴장이 풀린 순간 고통이 밀려들었다.
스킬을 활용해 능력을 극대화시켰지만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부하가 확 걸린다고 해야할까?
확실히 [투신]과 [폭주기관차]를 연달아 사용하는 건 부담이 간다.
그 것도 2번이나.
[투신]을 연달아 사용해본 적이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앞으로 자제해야겠다.
2세트가 끝난 후 쉬는 시간이 주어져서 천만다행이었다.
바로 대기실로 돌아와 목을 축였다.
“잘했다. 이제 한 세트만 더 따내면 결승이다.”
도 수코님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린다.
결승이라.
저번 시즌에 올랐던 무대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상상만으로 기분 좋은 장소.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꿈.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인데 몇 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 무대까지 이제 한 계단 남았다.
방심하진 않는다.
상대는 정명혁.
패패승승승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선수다.
운이 좋아 1,2세트를 내리 따냈지만 3세트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렇게 된 거 빡세게 몰아붙여야지!
무조건 3세트에서 끝낸다는 생각으로.
“후. 2세트는 좀 힘들었어요. 진짜 그런 빌드는 앞으로 자제해야겠어요.”
“그래. 2제단 들켰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감독님께서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하시더라. 부담가지지 말라고.”
“그래도 제가 이런 빌드 간혹 써주면 상대는 훨씬 더 부담 될 걸요?”
이제 스탯과 스킬이 안정 되서 굳이 위험한, 도박성 짙은 전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무난한 전략만 써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다.
환국을 상대로 가장 안전한, 맞춰서 할 수 있는 전략인 3용혼 멀티만 하면 되는거다.
상대가 2화통 러시를 오든 1화통 1풍운청을 하든 화통 더들을 하든 도감더블을 하든 상관없다.
보고 맞춰 가면 되니까.
당장 안정적인 승률은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공략을 당하는 확률은 높아질거다.
패턴이 읽히거든.
오늘 1,2세트 전략이 정명혁에게 통한 이유도 패턴이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난한 운영만 하는 스타일이었다면 금세 이상함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도 이상한 플레이를 많이 하니까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둘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로리그 3라운드와 개인리그 시즌2를 보내며 전략적인 시도를 굉장히 많이 했다.
그래서 모든 걸 보여줘도 상대가 믿지 않는다.
속임수가 있을거라 착각한다.
자기 생각에 발목이 잡혀 버리는거지.
이게 어마어마하게 이득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석만 고집해서사용 하면 재미없잖아?
승리만큼 중요한 것이 팬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거다.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만큼 시간 아깝다는 소리는 입에서 나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말에 도 수코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셨다.
“그래. 그건 맞지. 확실히 상대하는 선수가 부담스러워 하는게 눈에 보이기는 하더라.”
“그렇죠?”
“이번에는 어떻게 하게? 역시 준비한대로?”
도 수코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죠.”
그런 나를 질린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도 수코님이 한마디 내뱉으셨다.
“지독한 놈.”
그거 칭찬이죠?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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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3세트가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정명혁 선수 진짜 큰일 났습니다. 2:0. 실랑이를 벌이다 아쉽게 진 것이 아니라 2경기 모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했거든요? 무력감이 상당할 겁니다. 이렇게까지 밀릴 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을 거거든요.
4강까지 좋은 기세로 올라왔다.
라이벌인 이영우가 떨어진 지금 우승하기 더 없이 좋은 시즌이다.
더군다나 그는 용족전에서 최강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저력이 있는 선수였다.
근데 그 기세가 단숨에 꺾였다.
허탈하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심리전에 완벽히 당했어요. 1,2세트 모두 자주 쓰이는 전략이 아니거든요. 쓰인지 10년도 넘은 전략을 오늘 꺼내드는데 당황하지 않을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죠. 연습이 되었을 리가 없죠. 순수하게 감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하는데 이승우의 선수가 전략만 잘 짜는 선수가 아니라 운영과 컨트롤도 뛰어난 선수다보니 그게 쉽지만은 않죠.
-이제 1승만 더하면 이승우 선수는 2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온게임TV 역대 세 번째로 2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는 용족이 되는 거죠.
용족은 타 종족에 비해 유난히 커리어가 약하다.
우승을 횟수를 따져도 환국과 마수에 크게 밀린다.
결승 진출이나 4강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큰 차이가 난다.
이를 종족의 한계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종족은 밥 먹듯 하는 연속 결승 진출 기록조차 용족은 온게임TV기준 단 2명 뿐이다.
한명은 강명이고 다른 1명은 송병호.
강명은 1회 우승, 1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하긴 했다. 우승 상대가 역대급 용막인 선수이긴 했지만.
어쨌든 2번 중 우승을 1번 차지한 강명과 달리 송병호는 2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상대 운이 좋지 않았다.
하필 상대가 이제운과 이영우, 리쌍이었으니까.
지나고 보니 그 둘이라서 더욱 더 뼈아픈 패배가 되었다. 송병호가 리쌍 보다 먼저 불릴 수 없게 된 것이 그때부터였으니까.
MSL로 고개를 돌려도 그 수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김택윤과 허영우가 추가 될 뿐이다.
허영우 역시 송병호처럼 2회 연속 준우승을 하며 나무전자 콩의 진가를 드러냈고 그나마 김택윤만이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용족의 이름을 드높였다.
당시 김택윤의 등장은 혁명 그 자체였다.
최강의 마수를 끌어내리고 왕좌를 차지했으니까.
차세대 본좌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김택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3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아쉽게도 당시 높이의 박성찬을 만나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데엔 실패했다.
이승우 전까진 같은 시즌 양대 우승을 차지한 선수도 없었다.
애초에 양대 리그에서 우승한 선수가 강명 1명 뿐이다.
전 시즌 양대 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승우가 추가 되어 이제 막 2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아직 김택윤이 유일했다.
오늘 이승우가 1승을 더해 결승에 오르게 된다면 김택윤의 기록과 타이를 이룰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회 연속 우승.
더군다나 아직 MSL도 현재진행형이라 용족 최초로 2회 연속 양대 우승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나날이 용족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이승우였다.
-과연 이번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정명혁 선수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죠. 이번에도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까? 거기에 촉각이 곤두 설 겁니다.
-2세트에서 1세트처럼 화살탑 빽빽하게 안두르고 무난하게 플레이하다가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또 1세트처럼 하자니 이번에 이승우 선수가 생 더블이라도 해버리면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나오거든요. 이런 상황을 만든 이승우 선수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 순간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승우의 위치는 12시였고 정명혁의 위치는 7시였다.
-아. 이승우 선수 용안 나갑니다.
신전에서 생산 된 첫 번째 용안이 철광 구경도 못해보고 바로 중앙 쪽으로 나갔다.
지금 빠른 정찰을 할 이유가 없으니 100% 전진 건물의 의도를 가지고 나가는 용안이겠지.
-뭐 소개 할 것도 없이, 그냥 시작하자마자 가네요.
-진짜 이승우 선수 이게 뭡니까? 정말 아. 대단하네요. 말이 안나오네요.
-그냥 이건 시작하자마자 끝내겠다는 거죠. 뭐 시간 끌 필요 있냐? 빠르게 경기 끝내고 숙소 가서 쉬어야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엄재웅 해설이 헛웃음을 지었다.
3세트마저 전진 건물을 할 줄이야.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이다.
-S1에 있을 때 정명혁 선수랑 사이가 안 좋았나요? 정말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하네요.
정명혁과의 불화설마저 제기되었다.
그 정도로 이승우의 플레이에 독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인정이라는게 없다.
-그래도 몰라요. 정명혁 선수가 보통 선수는 아니거든요? 전진 제단 분명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발견하고 잘 막은 다음에 이번 경기 승리를 승리로 가져가면 4세트부터 본인 페이스 찾을 수 있거든요? 아직 전진 건물이 성공한 것이 아니에요!
역시 엄대엄!
바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환했다.
그래. 이 맛에 OSL 보는 거지!
-처음부터 세게나오네요.
-2:0으로 이기고 있으니까 제대로 불꽃 러시 한 번 질러보는거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질러보겠습니까!
본진을 떠난 용안이 중앙을 지나 거침없이 6시 지역으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깊숙이 들어가는 용안.
실수 인가 싶었지만 그런게 아니었다.
6시 부근에 바로 솟대를 소환했다.
-이승우 선수 배짱 좋네요. 어차피 상대 기지는 7시 아니면 5시거든요. 중앙에 짓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상대 기지의 가운데인 6시에 지어버리네요.
이 전장에서 전진 제단을 하면 보통 중앙에 제단을 소환한다.
프로게이머들이 멍청해서 가까운 6시에 제단을 소환하지 않고 거리가 더 먼 중앙에 소환하는 것이 아니다.
감추기 위해 중앙에 짓는 것이었다.
6시에 지었을 때 상대가 가로 정찰을 하게 되면 바로 들키게 된다.
반면 중앙에 지으면 일반적인 정찰 경로로는 들키지 않는다.
이승우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언제 노출 되지 모르는 6시에 제단을 지은 건 상대가 알아도 통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