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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05화 (305/575)

00305  Game No. 305  =========================================================================

-아무 것도 못 봤어요. 사업이 됐는지! 앞마당이 있는지!

-이러면 정명혁 선수는 헷갈릴 수밖에 없죠.

-더욱 더 방어에 신경 쓰는 정명혁!

몇몇 이들은 정명혁의 과잉대응에 의문을 표할 것이다.

겨우 솟대 하나 부족한 건데 왜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분명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다.

대장간과 의방을 동시에 올리는 것도 모자라 본진 요충지마다 화살탑을 건설해주고 있다.

공중으로 무언가 들어올 틈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바카닉을 준비하는 환국이면 모를까 도감 더블을 가져간 환국이 이렇게까지 화살탑을 두르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병력 역시 앞마당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본진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혹시 모를 공격을 대비해서 말이다.

상대가 이승우라서 그렇다.

종족을 가리지 않고 전략적인 승부를 즐기는 이승우니까.

뭘 할지 모른다.

이미 김윤호 전에서 그 의외성을 톡톡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정명혁은 이승우에게만 전진 시리즈로 2번 당했다.

솟대가 안 보이는 순간 입 안에 침이 바짝 마르고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전진 건물류를 들고 나왔을지도 모르니까.

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얼굴을 긁기 위해 손을 올린 것 뿐인데 자신을 때리는 건 줄 알고 몸을 잔뜩 움츠리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아마 다른 선수였다면 지금처럼 방어에 힘을 쏟지는 않았을거다.

상대 반응을 떠보기 위해 병력을 진출하는 시늉을 했겠지.

하지만 정명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간 이승우가 전략적인 움직임을 자주 보여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가 그리는 그림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승우 선수 앞마당 이제야 가져갑니다.

-천왕랑보다 확장이 더 느려요. 뭐 이런 경기가 다 있습니까?

곱씹어 생각해 볼수록 황당하다.

앞마당 신전이 절반쯤 소환되었을 때 첫 번째 천왕랑이 나왔다.

6분.

경기가 시작한지 6분 만에 전장에 천왕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규 경기에서 이렇게 빨리 나오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간혹 빠른 무한 같은 전장에서 초 패스트 계룡이나 초 패스트 천왕랑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빠른 무한이 아니다.

자원의 양이 한정되어 있는 공식 전장.

눈으로고 보고 있음에도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짓는 관중들도 몇 있었다. 7시 스타팅 포인트 구석에 쥐죽은 듯 가만히 있는 천왕랑.

아직은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

아직 1기, 그 것도 여의주가 차있지 않은 천왕랑이라 들키는 순간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궁병 1기도 이길 수 없는 상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천왕랑이 쌓이고 공격력 업그레이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장을 지배하는 최종병기가 되는 것이다.

그때까진 참아야했다.

-이제 다시 여의주탑이 돌아갑니다. 이건 용혼의 사업이겠죠?

-그렇죠. 아무리 이승우 선수가 배짱이 좋다고 해도 바로 천왕랑이 공2업을 눌러줄 수는 없죠. 일단 용혼의 사업이 우선입니다.

-정명혁 선수 머리가 복잡한 표정입니다.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거죠! 공격이 올 때가 되었는데 왜 안오지? 이상하다. 페이크고 확장을 늘리고 있나? 싶어서 확장 쪽에 화차를 보내보면 아무 것도 없고. 본진에 천리안 뿌려 봐도 특별한 것이 없고. 이거 정말 미치는 거죠!

솟대를 몰래 숨겨지은 것만큼 7시 스타팅 포인트에 공중제단을 올린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본진에 천리안을 뿌려도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여의주탑이 아직도 돌고 있다는 것과 용의 신전이 이제야 올라간다는 건 다른 곳에 자원을 썼다는 뜻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환국 입장에선 가슴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지도 않을 공격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사실 아직도 상황은 정명혁 선수가 나쁘지 않습니다. 본진에 화살탑을 조금 과하게 짓긴 했지만 애초에 시작이 도감 더블이었거든요? 피해 1도 안보고 자원 잘 먹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눈치를 챈다면 확장과 동시에 안티 천왕랑 준비하면서 차근차근 경기하면 됩니다.

-근데 그렇게 하기가 힘들죠. 상당히 위축되어있고 오히려 심리적으로 쫓기는 분위기입니다. 그간 한 번도 이승우 선수를 이겨보지 못했거든요. 전략에 당해서 아무 것도 못하고 무너졌었거든요! 그 것이 현재 정명혁 선수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까봐!!!!

중계진의 말처럼 정명혁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쫓기는 상태였다.

보통 아무 것도 안 온다면 안심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무언가 안 온다는 것이 이렇게 부담으로 작용할 줄 꿈에도 몰랐다.

이래서 상대전적이 중요하다.

계속 패하다보면 생각이 복잡해지고 사소한 것에 과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승우 선수 정말 이 전략이 짜임새 있다고 느껴지는 건 12시 지역에 섬확장이 있다는 겁니다. 천왕랑을 무리해서 빠르게 가느라 지상 병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본진과 앞마당을 천왕랑이 4기가 모이면 어떻게든 지킬 수 있지만 그 외의 확장은 지킬 수가 없어요. 어느 한 곳은 포기해야하거든요! 근데 이 전장은 섬확장이 있습니다. 저기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확장이 되는 겁니다.

-그렇죠. 천왕랑과 지상병력을 동시에 생산하려면 금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앞마당만 으로는 천왕랑과 지상 병력 둘 중 하나 밖에 생산하지 못합니다. 본진 천왕랑 빌드의 가장 큰 약점이 확장 확보 아니겠습니까? 근데 태평의 시대는 섬확장이 있어 그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줍니다.

-다 준비하고 나온거죠! 이제 5분만 이렇게 무난하게 흐르면 이승우 세상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승우가 많이 좋아진다.

섬 확장이 있고 능선이 많아 천왕랑을 쓰기 좋다.

5분 후에 천왕랑의 존재를 정명혁이 알아채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천하의 정명혁이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다니.

과연 결승에서 이영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선수 다웠다.

쥐뿔도 없으면서 비장의 한 수를 숨기고 있는 듯 연기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일단 정명혁 선수도 확장을 하나 추가로 가져가는 선택을 합니다.

-당장 뭘 하는지 알 수 없으니 공격을 가기도 참 애매하거든요. 일단 확장을 먹어둬서 나쁠 건 없으니 트리플 지역을 가져가는 겁니다.

나중에 정명혁이 이 경기를 VOD로 보게 된다면 쓴웃음을 머금을 것이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 것 처럼 이승우가 가지고 있는 기세에 혼자 손발이 꼬여 넘어지는 모양새였으니까.

지금도 정명혁이 모든 병력을 이끌고 에라 모르겠다 러시를 가면 이길 수 있다.

그 정도로 현재 이승우가 가진 병력이 초라했다.

하지만 이승우의 상황을 알 리 없는 정명혁은 지상 병력의 업그레이드를 돌리며 단단한 운영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보가 부족하기에 안전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우가 보는 순간 방긋 웃을 수 있는 모습.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천왕랑이 4기 까지 쌓였다.

-천왕랑 출격합니다! 드디어 나가요! 나온지 한 참 되었지만 여태까지 힘이 없어 숨어있었거든요! 이제 나갑니다!

김태영 해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천왕랑의 활약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이 천왕랑에 경기가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자원도 잘 먹었고 화통도감도 늘어날 대로 늘어났고 화포연구소도 있어서 바로 신기전을 양산할 수 있거든요. 어차피 이승우 선수도 이 천왕랑으로 경기를 끝낼 생각은 없을 겁니다. 주도권. 전장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용도로 활용할 겁니다.

4기의 천왕랑이 유유히 전장을 가로 질러 정명혁의 앞마당 뒤편으로 향했다.

트리플 지역을 가져간 걸 알고 있었지만 거긴 오픈 된 지형이라 자칫 신기전에 포위 될 위험이 있었다.

아직 용혼의 수가 부족해 전면전을 펼칠 수 없다.

지금 이승우가 해야하는 건 게릴라였다.

앞마당 뒤엔 지상 병력이 걸어 갈 수 없는 지형이다.

오직 공중 유닛만 갈 수 있어 신기전이 천왕랑의 본체를 때릴 수 없다.

이승우는 그걸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자. 천왕랑 이제 도착했죠! 가장 바깥쪽에 지어진 화살탑을 향해 여의주를 발사합니다!

김태영 해설은 신이 나있었다. 목소리에서 그게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천왕랑을 봐 기분이 좋은 듯싶었다.

-으아! 정명혁 선수 벙찐 표정 보세요. 아니? 왜 이렇게 천왕랑이 빨라?

-상식적으로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속도거든요. 본진 천왕랑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있을리가 없는 정명혁에게 지금 천왕랑은 치트키가 마찬가지에요!

정명혁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였다.

순간 당황스러움이 떠올랐지만 그 혼란이 경기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차분한 대처가 바로 이어졌다.

앞마당 일꾼을 본진으로 뺌과 동시에 전 지역에 화살탑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진입은 막겠다는 의도였다.

어차피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었다.

현재이고 미래였다.

왜 지금 천왕랑이 앞마당을 때리고 있는지는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이 천왕랑을 몰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했다.

그런 점에서 정명혁의 대처는 100점이었다.

화살탑으로 더 이상 천왕랑이 밀고 들어오는 걸 막음과 동시에 모든 화통도감에서 일제히 신기전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혹 몰래 확장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화차를 전장에 퍼트렸다.

말로 하면 길지만 이 모든 것이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괜히 정명혁이 이영우와 라이벌로 불리는 환국이 아니란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정명혁 선수 대처 좋습니다.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바로 잡았어요!

-한 팀의 에이스이자 종족의 에이스라 불릴 만 하네요!

-이승우 선수도 좋아요. 천왕랑으로 견제만 할 뿐 이걸로 엄청난 이득을 거두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이승우도 무리하지 않았다.

천왕랑으로 정명혁의 앞마당을 괴롭혀주는 동시에 12시에 용안을 옮겨 섬 확장을 준비했다.

그 곳은 어떤 확장보다 안전한 곳이었다.

12시 섬확장을 공격하려면 금와가 있어야하는데 한 두기의 금와로는 12시 멀티를 절대 밀 수 없었다.

최소 4~5기의 금와에서 신기전이 우르르 떨어져야하는데 그걸 이승우가 넋 놓고 바라볼 리가 없다. 최소 공중에서 1기 이상이 격추 될 테고 떨어진다 하더라도 용광포와 천왕랑의 협공에 지리 멸절하겠지.

차라리 다른 멀티를 주지 않겠다는 마인드로 플레이해야지 12시를 깨겠다고 생각하면 경기가 힘들어진다.

-이제 첫 번째 라운드가 끝난 거거든요? 1라운드에선 이승우 선수가 보기 좋게 한 방 먹였습니다. 과연 2라운드에선 어떻게 될지!

정명혁도 체제 전환을 끝마쳤다.

화통도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기전.

먹은 자원이 있어 그 수가 만만치 않았다.

신기전의 공격에 천왕랑이 슬금슬금 물러갔다.

4기의 천왕랑으로 신기전과 싸우는 건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아직 공격력 업그레이드가 1단계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천왕랑에 대한 송병호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천왕랑은 공2업부터.

일단 상대를 놀라게 하고 수비 태세로 다시 전환하게 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천왕랑이 물러나자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전투가 없다고 노는 건 아니다.

2라운드를 준비해야한다.

이승우는 부지런히 천왕랑의 업그레이드를 돌려줌과 동시에 지상 병력을 확보해야한다.

정명혁도 해야 할 것이 많다.

추가 확장과 동시에 병력 비율을 적절히 구성해야한다.

자칫 비율이 깨져버리면 용족의 조합에 밀려버리는 수가 있다.

지나치게 신기전을 많이 생산하면 지상 병력에 밀릴 수 있고 그렇다고 천자총통과 화차에 과하게 집중하면 신기전이 천왕랑에 정리당하며 천자총통을 뒤로 뺄 수밖에 없다.

천리안으로 꾸준히 용족의 병력 상황을 체크해 줘야한다.

여기서 실수를 적게 하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모든 걸 완벽히 해내는 선수가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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