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4 Game No. 304 이건 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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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본진 깊숙한 곳에 공중제단을 올리는 순간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에 준비한 전략은 본진 천왕랑이었다.
그래. 나도 안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되는 전략인지.
이 빌드를 처음 떠올린 건 감독님이 아닌 나였다.
김윤호전에서 본진 플레이로 쏠쏠한 재미를 본 난 이처럼 과거에 사용했던 전략 중 다전제에 한 번 섞어 볼만한 전략을 찾기 위해 과거 VOD를 뒤졌다.
그러던 중 본진 천왕랑 빌드를 찾았다.
무려 2003년도 빌드.
12년전 빌드다.
패배했다면 눈길도 주지 않았겠지만 그 선수는 본진 천왕랑으로 승리를 거뒀다.
확실히 강력한 빌드이긴 했다.
거의 6분이면 천왕랑이 뜬다.
초 패스트 천왕랑.
이보다 빠르게 천왕랑이 나오는 빌드는 없다.
첫 1기는 약하지만 2기, 3기, 4기가 쌓이면 그때부터 힘을 발휘한다.
물론 지금처럼 빌드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그때의 빌드는 여기 저기 엉성한 면이 꽤 있었다.
그래서 컨셉만 따왔고 빌드 자체는 아예 새로 짰다.
처음 이 빌드를 쓰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을 때 돌아온 답은 무모하다고 하다는 말이었다.
약점이 너무 많다고 하셨다.
들키는 순간 조이기를 오거나 아예 막 멀티를 먹으며 안티 천왕랑 체제를 가면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지레 겁먹고 방어 건물에 돈을 투자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통할 리가 없다.
정명혁이 바보도 아니고 아무런 이유 없이 화살탑을 두르지 않겠지.
그 점은 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 연습을 할 때 환국의 타이밍 러시나 배를 째는 운영에 많이 패했다.
천왕랑이 1기 떴을 때 러시가 오면 손 쓸 기회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반대로 막 멀티를 먹으며 업 환국을 구사해도 마찬가지였다.
연습 끝에 내린 결론은 들키는 순간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이걸 고민했다.
부족한 2%만 채운다면 분명 통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답은 이미 나왔다.
상대가 지레 겁을 먹게 만드는 것.
관측소도 달고 화살탑도 여러 개 짓게 만드는 것.
그래서 심리전 하나를 섞었다.
지금 내가 한 플레이가 고민의 결과물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상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수.
솟대를 전혀 생뚱맞은 곳에 숨겨짓는 거다.
그리고 그 숨겨지은 솟대에 공중제단을 올려버린다.
통한다면 심리전도 걸 수 있고 공중제단도 숨길 수 있고 일석이조다.
반대로 그 솟대가 들킨다면?
그냥 그 경기는 터지는 거지 뭐.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걸 다했는데 상대가 속지 않는다면 더 이상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치트키를 쓰지 않는 이상 누가와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들킬 가능성보다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보통 본진에 솟대 하나가 모자라면 전진 용의신전이나 흑완을 생각하지 천왕랑을 생각하지 않는다.
정찰도 스타팅 포인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보통 건물을 숨겨짓는 중앙이나 본진 근처의 숨겨진 지형으로 향한다.
만약 본진 솟대가 하나 부족한 걸 파악하고 바로 공중제단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전략가거나 신들의 전쟁에 대해 거의 모르는 이 둘 중 하나다.
정명혁이 솟대의 수가 부족하다는 걸 파악한다면 2화통을 올리는 대신 대장간과 의방을 올릴 확률이 높다.
일단 막고 본다는 마인드.
상대는 확장이 없고 자신은 확장이 있으니 막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에겐 희소식이다.
타이밍 러시도, 배를 째는 운영도 동시에 틀어막을 수 있다.
천왕랑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다.
도박이지만 100% 통할거라 생각했다.
이유는 하나.
정명혁이 정상급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면 이 심리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 미묘한 차이, 그러니까 다른 곳에 솟대를 숨겨지은 사실을 구분해내지 못하고 그냥 자신이 준비해 온 운영을 할테니까.
모르는 게 약인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솟대가 하나 부족하다는 걸 대놓고 광고하지 않았다.
바로 솟대를 소환해 속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다른 곳에 숨겨놓은 솟대같은 건 없다는 것 처럼.
입에 꿀을 잔뜩 묻혀놓고 천연덕스럽게 꿀단지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하는거지.
너무 눈에 띄게 솟대가 없다는 걸 보여주면 정명혁에게 연기가 들킬 수도 있었다.
이 정도 움직임이면 의심 하지 않을 거다.
본진 방어에 힘을 쏟게 되겠지.
어떻게 확신 하냐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난 방법이 있다.
[날빌러].
평상시 경기 시작과 동시에 사용했지만 지금은 아껴두었다.
왜?
지금 쓰려고.
1제단 트리플 같은, 타이밍 공격에 약한 빌드를 물어볼 생각이다.
여기서 O가 나온다면 정명혁이 속아 넘어갔다는 뜻이다.
이는 본진 천왕랑 빌드의 성공을 의미했고.
자. 이제 확인해볼까?
바로 [날빌러]를 사용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여기서의 답이 이번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제발! 제발!
오! 다행이다.
전처럼 물음표가 아닌 답이 나왔다.
혹 이번에도 물음표가 뜰까 잔뜩 쫄아 있었는데.
휴. 하늘이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날빌러의]답은 O였다.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본진 천왕랑이 일단 성공한다는 대답이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답은 아니다.
적어도 4기의 천왕랑이 모이기 전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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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2015년에 본진 천왕랑이라니.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나요?
-맞습니다. 저도 지금 같은 걸 보고 있습니다!
전현석 캐스터가 잔뜩 흥분하여 소리쳤다.
1세트부터 이런 엄청난 빌드가 나오다니!
과연 4강 다웠다.
-과거 지금처럼 빌드가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않았을 때 종종 나왔던 빌드거든요? 하지만 그 이후 체계가 잡히면서 자취를 감춘 빌드입니다. 본진 플레이에 이어 사장 된 빌드를 다시 한 번 들고 나온 이승우!
-지금 여의주탑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게 일꾼의 눈을 속이기 위한 공중 유닛 공격력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진짜 필요해서 하는 공중 유닛 공격력 업그레이드네요!
용혼의 사업보다 공중 유닛 공격력 업그레이드의 가격이 34% 정도 저렴하다. 그래서 보통 전진 용의 신전이나 황룡성지를 올렸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해 대신 돌리는 경우가 많다.
정찰을 해도 돌아가는 모습만 보이지 어떤 업그레이드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업그레이드는 진짜였다.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닌 진짜 천왕랑의 공격력 업그레이드.
이걸 정명혁이 눈치 챌 리 만무하다.
-8강전에서 김윤호 선수를 본진 플레이로 제압하더니 아예 고전 빌드에 제대로 꽂혔네요!
-이야. 이건 진짜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죠? 전투도 잘하는 선수가 이렇게 전략까지 갖추면 누가 이기냔 말입니까?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그냥 싸워도 승률이 좋은 선수가 전략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아무리 정명혁 선수의 감이 요새 좋더라도 이걸 알아차리기엔 너무 힘들죠!
-안 쓰였으니까요!
-공중 공격력 업그레이드하면서 비비나 이무기를 모으진 않을 거 아닙니까? 무조건 천왕랑이죠!
-아니 이게. 천왕...아. 진짜 십년 넘게 중계해 온 제가 말을 더듬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네요. 본진 천왕랑이라니. 제가 말하고도 황당합니다.
모두가 경악했다.
김태영 해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왕랑을 자기 자신만큼 사랑하는 김태영 해설조차 지금 이승우의 선택에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심지어 상대편인 최연규 코치조차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빌드.
방금 전까지 상대의 몰래 건물류에 당하지 않음에 안도했지만 지금은 초초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격적인 몰래 건물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벌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승우가 이렇게 전략적인 선수였나?’
홧김에 혹은 한 번 사용해볼까 해서 나온 전략이 아니다.
건물을 짓는 타이밍부터 시작해서 용안의 움직임까지.
모두 무수한 연습을 통해 나온 것이다.
최연규 코치의 눈엔 그 것이 보였다.
‘당했다.’
빌드 싸움에서 졌다.
정명혁이 천왕랑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0%다.
정명혁의 머릿속엔 오직 지룡과 흑완 밖에 들어있지 않다.
그 걸 탓할 수 없다.
선수라면 그 둘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정상이었으니까.
최연규 코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수를 던질 줄이야.
상상을 뛰어넘었다.
과연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온 전략일까?
이재명 감독?
아니면 이승우?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지금 그 빌드가 통하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런 빌드는 정명혁이 당해본 적이 없다.
아니 지금 활동하고 있는 환국 선수 중 당해본 이 자체가 아예 없을거다.
최연규 코치조차 연습생 시절 봤던 빌드니까.
지금 부지런히 전장을 돌아다니며 있지도 않은 용족의 전진 건물을 찾으려는 일꾼의 움직임이 덧없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요즘 천왕랑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 아닙니까? 나가를 선호하지 바로 천왕랑을 가는 경우는 요즘 드물거든요.
-그렇죠. 나가가 대세인 이 시점에서 이승우 선수가. 이야. 이건 뭐. 경기를 운영하는 스타일 자체가 정말 독특합니다.
나가의 운영이 정점을 찍고 있는 지금 천왕랑, 그 것도 본진 천왕랑을 선택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선택이었다.
제대로 허를 찔렀다.
-아. 정명혁 선수 본진에 화살탑 두르고 있어요. 일단 공격을 막겠다는 거거든요!
-근데 문제는 상대가 전혀 공격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상대는 때릴 생각이 없는데 방패 뒤에 몸을 꽁꽁 숨기고 있는 겁니다!
-원래 저 자원이 다 화통도감으로 갔어야하는 자원입니다. 근데 그러지 못했어요. 아직 화통도감 하나입니다!
-1화통에서 모으는 병력은 힘이 약하죠. 러시를 갈 생각이 전혀 없는 정명혁 선수입니다.
그 사이 천왕랑 의회와 두 번째 공중제단이 완성되었다.
바로 불이 반짝 들어오는 공중제단.
-경기 시작한지 5분이 막 지났습니다. 근데 천왕랑이 찍히고 있어요!
-이렇게 빠르게 천왕랑이 뜨는 건 정말 오래간만에 봅니다. 그때도 이렇게까지 빠르진 않았거든요!
-단순히 옛 빌드를 꺼내온 걸 넘어 지금 상황에 맞게 새롭게 최적화를 시켰습니다. 이게 보통 노력이 아니거든요!
선 금광 빌드를 선택했기에 2기의 천왕랑을 찍을 자원은 있었다.
그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명혁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감으로 깨달은 것이다.
-정명혁 선수도 의아하죠! 흑완이든 지룡이든 날아올 때가 훨씬 지났는데 아직도 안 오니까요!
-다시 한 번 이승우 선수의 진영으로 일꾼을 보내보지만 3기의 용혼이 미리 마중 나와 있죠.
-만약 저 일꾼이 앞마당의 유무를 볼 수 있다면 혹시 눈치챌 수 있겠지만 그걸 허락할 이승우 선수가 아니죠.
-3기의 용혼이면 일꾼 순식간에 끊어내죠.
-답답하겠네요. 정말 답답하겠어요.
전장을 가로지른 일꾼이 이승우의 앞마당 근처에 도착했다.
이 일꾼에게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이승우의 앞마당 유무를 확인하는 것.
앞마당에 신전이 있는 걸 확인한다면 죽어도 결코 헛된 죽음은 아니었다.
여기서 이승우의 센스가 다시 한 번 빛났다.
아직 사정거리 개발이 되지 않은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무빙으로 용혼을 당겨 일꾼을 끊은 것이다.
사업이 되지 않은 용혼의 사정거리는 4다. 사업이 되면 2가 증가해 6이 된다.
만약 일꾼이 5나 6의 위치에 있었을 때 때리지 못하는 걸 정명혁이 본다면 아직 사업이 되지 않았다는 걸 단숨에 눈치 채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 이승우는 일꾼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약 3에서 4의 위치에서 일꾼을 잡아냈다.
그 거리는 사업이 됐건 안됐건 때릴 수 있는 위치다.
화면을 놓치고 있었다면 시야에 들어온 일꾼을 때리지 못하고 움찔 거렸을 거다. 하지만 이승우는 즉각 반응했다.
그만큼 시야가 넓다는 뜻이었다.
일꾼 1기를 던졌지만 앞마당 유무와 사업 여부 중 아무 것도 확인한 것이 없었다.
열심히 달려 온 일꾼에겐 안타깝지만 그의 죽음은 그냥 개죽음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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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스킬 정리해서 설정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