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3 Game No. 303 1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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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 정명혁이 앉아있었다.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지 앞에 스텝이 지나가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OSL 시즌 1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라이벌이라 불리는 이영우는 8강에서 떨어졌다.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승우.’
이처럼 큰 존재가 될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분명 잘하는 용족이었지만 우승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팀에서 나가게 되었겠지.
헌데 팀에서 나간 이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리고 반년도 채 지나기 전 최강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명혁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때 최연규 코치가 정명혁에게 다가왔다.
“몸 상태는 어때? 괜찮아?”
경기가 시작 되기 직전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컨디션이었다.
정명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괜찮아요.”
그런 정명혁 옆에 최연규 코치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1세트는 환국이 괜찮아. 러시 거리도 멀고 확장도 지키기 편하고.”
태평의 시대는 환국이 트리플 지역을 가져가기 용이한 편에 속한다.
거의 중앙까지 진출하거나 사방이 트인 지역까지 나가야 트리플을 가져갈 수 있는 식이 아니라 앞마당과 중앙으로 이어진 언덕까지만 나가면 쉽게 트리플 지역을 확보할 수 있다.
지뢰로 좁은 구역을 막아놓고 넓은 길엔 창고와 천자총통으로 지킨다면 거의 공짜로 트리플을 가져가게 된다.
더군다나 트리플 확장의 입구 역시 기본 언덕 입구로 굉장히 좁기 때문에 용족이 대규모 병력으로 한 번에 러시를 오기 애매하다.
“이번 경기는 네 장기 살려서 상대 흔드는 쪽으로 가자.”
이승우가 모든 경기를 준비한 것 처럼 정명혁 역시 5세트 전부 전략을 짜왔다.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세트별로 2개씩의 전략을 짜왔다.
최연규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태평의 시대 역시 2가지 전략을 짜왔다.
도감 더블 이후 2화통 유지하다가 트리플을 가져가며 자원을 축적하고 그 자원을 물량으로 폭발시켜 전장을 장악하는 것이 첫번째 전략이었다.
전장이 넓고 환국이 이용할 수 있는 능선과 언덕이 많기 때문에 가장 많은 선수들이 택하는 전략이었다.
두 번째 전략은 도감 더블까지는 똑같지만 그 이후에 화통도감을 하나 더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풍운청을 올린다. 그 후 금와에 4기의 화차를 태워 드랍을 하며 이승우의 혼을 쏙 빼놓으며 야금야금 이득을 챙기는 방식이다.
다른 전장이었다면 금와 드랍이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크지만 태평의 시대는 12시와 6시에 섬 확장 지역이 있기에 견제가 통하지 않는다 싶으면 바로 트리플 지역을 섬으로 가져가면 된다.
섬 확장의 존재 덕에 1화통 1풍운청 빌드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최연규 코치의 추천은 두 번째였다.
정명혁의 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전략이었으니까.
“상황봐서 이상하다 싶으면 최대한 안전하게 가. 이승우 공격력이 장난아니니까 다른 용족 만났을 때보다 두 배 이상은 긴장하고 방비해야해. 안그러면 뚫린다.”
물론 준비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이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에 맞춰 다른 빌드를 내놓을 수 있다.
상대가 뭘 하든 준비한 빌드를 실행하는 건 좋지 않다.
종종 신예들이 이런 실수를 하며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정명혁은 베테랑이다.
결승전을 무려 5번이나 가본 베테랑.
최연규 코치의 주문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급하게 마음 먹지 않는거다. 느려도 좋다. 뒤로만 가지마라. 열 걸음 한 번에 옮기려하지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라. 괜히 맞불작전으로 갔다가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으니까.”
“....느리게. 그리고 급하지 않게.”
정명혁이 최연규 코치의 말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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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을 하며 최종적으로 장비 상황을 점검했다.
다행히 모두 좋았다.
1세트 전장은 태평의 시대.
가장 열심히 전략을 짠 전장이기도 하다.
전장 자체가 환국에게 괜찮다.
더군다나 상대는 정명혁.
정명혁같은 전략가를 상대로 1세트를 놓치게 되면 뒤 세트는 정말 감당이 안된다.
김윤호를 3:1로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1세트를 쉽게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만약 1세트를 김윤호에게 내줬다면 상당히 힘겨운 대결이 됐을거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1세트를 가져간다면 뒷경기를 쉽게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준비한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날빌러]를 장착 할 생각이다.
적어도 상대가 2화통 타이밍 러시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야한다.
그 것만으로도 [날빌러]의 가치는 충분하다.
만약 송병호전 처럼 실패하게 된다면?
답 없지 뭐.
어쩌겠어. 그냥 눈치껏 플레이해야지.
남은 3칸은 [투신], [폭주기관차], [숨바꼭질]로 채웠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조합!
가장 승률이 좋은 조합이기도 하다.
[폭주기관차]와 [숨바꼭질]의 레벨이 MAX가 되면서 이제 하루에 3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번과 3번의 차이는 크다.
특히 한 선수와 여러 경기를 펼치는 다전제에선 특히 더.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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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4강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양 선수 표정에서 결연함이 엿보입니다.
-2연속 우승을 노리는 이승우 선수와 시즌1에서 놓친 우승에 다시 한 번 도전하려는 정명혁 선수의 의지가 눈빛에서 제대로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양 선수 위치는 대각선입니다. 피 터지는 혈전이 예상되는데요?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러시거리가 조금 있는 전장인데 가장 먼 대각선이 걸렸네요.
이승우의 위치는 11시였고 정명혁의 위치는 5시였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전장에 비해 러시거리가 먼 태평의 시대.
대각선이 걸렸으니 대규모 물량전을 기대해볼만 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 변수를 던지네요. 제단보다 금광이 먼저 건설되는데요?
-금이 들어가는 유닛을 적극 활용 하겠다 이런 거죠. 흑완 드랍 같은 걸 기대해볼만 합니다.
각자 확장을 가져가며 힘 싸움 구도로 흐를 거라 많은 이들이 예측했지만 그 예측은 초반부터 빗나갔다.
이승우가 제단보다 금광을 먼저 올렸기 때문이었다.
노림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전장이 러시거리가 멀고 힘 싸움 구도다 보니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는 상대를 저격하기 위한 빌드를 들고 나왔을 확률이 높았다.
-역시 이승우 선수 뻔하게 안가네요. 사실 이승우 선수가 200 대 200 힘싸움에도 굉장히 능한 선수거든요? 빠르게 확장 확보하면서 나가를 활용한 전투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전략을 준비해왔습니다.
-이게 정말 무서운 거거든요? 전략을 잘 짜오는 선수들은 많습니다. 운영을 잘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근데 이 둘을 모두 완벽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해내는 선수는 극히 드물거든요? 당장 생각나는 선수가 리쌍과 택뱅 뿐입니다. 이승우 선수도 이 대열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한 수가 막혀도 당황하지 않아요. 차분히 운영을 이어가며 경기를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가져갑니다.
-조금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토록 부르짖던 완성형 용족이 나온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이승우의 가장 큰 무서움은 전략보다 그 전략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경기를 이어가는 힘이었다.
전략이 실패하면 무너지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다시 상황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전투력.
그리고 확장력.
이 두 가지가 예측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정명혁 선수는 도감 더블을 할 것 같습니다. 도감 짓고 아직까지 금광 올라가지 않고 있거든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긴 하지만 당장 보여지는 상황만 놓고 판단한다면 정명혁 선수의 선택이 조금 더 좋습니다. 아무래도 선 금광을 했다는 건 초반에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 있는거거든요? 근데 현재 거리는 대각선! 가로나 세로보다 몇 초가 더 걸리는데 그 몇 초가 최정상급 프로게이머 사이에선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거든요!
-그렇죠. 정명혁 선수가 있는 S1에 누가 있습니까? 최연규 코치가 있지 않습니까? 분명 이승우 선수의 이런 움직임도 다 예상하고 연습을 했을 겁니다. 수비만 해낸다면 정명혁 선수에게 경기가 확 기울 겁니다.
최연규 코치.
선수일 때도 본좌라는 최고의 자리를 지켰고 지도자로 옷을 갈아있고 나서도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재 환마전 후반 무적 빌드로 불리는 레이트 메카닉도 최연규 코치의 손을 통해 완성 된 것이었다.
그가 어제 입을 열었다.
이승우를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준비했다고.
다른 이가 그랬다면 허세라고 했겠지만 최연규가 하니 그 무게감이 남달랐다.
그리고 정명혁 역시 실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였다.
전장 역시 환국에게 웃어주는 부분이 있으니 아무 피해 없이 중반을 맞이하게 된다면 힘의 균형이 그에게 확 쏠리게 될 거다.
-이승우 선수 여의주탑 올리면서 뒤늦게 7시 지역으로 정찰을 보냅니다.
-상당히 정찰이 느리네요.
정찰은 정명혁이 조금 더 빨랐다.
정명혁의 일꾼은 이미 1시를 서치하고 11시로 향하고 있는 반면 이승우의 용안은 이제야 7시로 향하고 있었다.
-일단 제단과 금광이 모두 완성된 상태기 때문에 어떤 것이 먼저 올라갔는지 전혀 눈치 챌 수 없습니다.
-본진을 안 보여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일단 보여준 건 어쩔 수 없고 솟대를 다른 곳에 숨겨짓는다든가 해서 정명혁 선수를 속여야죠.
아직 여의주탑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용혼이 나와 일꾼을 쫓으려면 멀었다.
사실 이 전장에서 정찰을 나서지 않는 환국이 많았다.
굳이 정찰가지 않고 무난하게 운영하면 자연스레 환국이 이겨있는 상황으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정명혁 역시 그런 스타일이었지만 상대는 이승우.
초반에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자. 7시. 7시 좀 봐주세요. 들어간 용안이 나오지 않고 있거든요?
7시에 정명혁이 위치해있지 않다는 건 본진 입구만 봐도 알 수 있을텐데 용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쪽으로 깊게 들어갔다.
그 것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본진 구석진 곳으로 향하더니 솟대를 소환했다.
-아. 저기에다 몰래 건물을 지을 생각인가보네요!
-근데 요즘 감이 좋은 정명혁 선수라서 솟대의 수가 하나 부족하다는 걸 눈치 챌 수 있거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아직 일꾼조차 본진에서 내쫓지 못한 상황 아닙니까? 여의주탑이 완성되자마자 황룡성지나 용의 신전이 올라가야하는데 대놓고 본진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보여주는 건
-이게 관건은 정명혁 선수의 눈치입니다. 바로 본진에 솟대를 올려주며 몰래 솟대를 숨겨지은 걸 속이려 하지만 정명혁 선수가 많은 연습을 했다면 솟대 타이밍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챌 수 있거든요?
이걸 어떻게 아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은 1초 단위로 전략과 빌드를 짜는 사람들이다.
괜히 ‘프로’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컨디션이 좋고 기량이 절정에 올라있을 땐 상대 유닛의 움직임만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정도였으니까.
-정명혁 선수 여의주탑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것까지 보고 일단 뒤로 빠집니다.
-과연 정명혁 선수의 선택은?
옵저버가 정명혁의 본진을 보여줬다.
그 곳엔.
-역시 정명혁 선수 바로 대장간과 의방 건설해주며 모든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 보여줍니다.
-확실히 물이 올랐네요. 겨우 몇 초 차이지만 솟대가 올라갈 타이밍에 올라가지 않을 걸 보고 외부에 솟대가 있다는 걸 단숨에 파악 한거죠.
이대로 가면 정명혁이 좋다.
아직 확장을 먹지 않은 이승우와 빠르게 앞마당을 확보한 정명혁.
이번 공격을 막기만 하면 정명혁의 필승이다.
그리고 공격을 막을 확률이 높았다.
확실히 막겠다는 듯 아낌없이 방어에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으니까.
-자. 7시 지역에 건물이 올라갔습니다. 과연 어떤 건물이 올라갔을지?
-황룡성지일 가능성이 가장 높죠. 용의 신전이라면 상대의 기지를 확실히 확인한 후 그 근처에 짓지 지금처럼 타 스타팅 포인트에 짓지 않을 거거든요.
김태영 해설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지만.
-어? 지금 이게 뭐죠?
-아니 세상에. 왜 저 건물이 지금 올라가고 있는 겁니까?
그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7시 본진 깊숙한 곳에서 지어지고 있는 건물은 용의 신전도, 황룡성지도 아니었다.
바로 공중제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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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이트 메카닉은 최연성의 손이 아닌 정명훈이 만든 빌드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다 최연성 감독이 만들 줄 알아 억울해했다는 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