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1 Game No. 301 운명의 상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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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와 김윤호의 8강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해 커뮤니티에 회자되었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온 경기였다.
근래 가장 재미있는 용마전이었다는 평가부터 다전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봤다는 이야기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사람들은 양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관람했다. 이렇게 칭찬이 끊이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 이승우의 이름을 연호했다.
현재 최강의 용족을 꼽자면 누구나 이승우의 이름을 말했다.
이견의 여지는 없었다.
김윤호와의 4강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승우는 그 기세를 몰아 MSL 16강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선웅도 분전했지만 김윤호를 3:1로 꺾고 온 이승우는 너무 버거운 상대였다.
진짜 이제운도 이승우를 잡지 못했다.
육군 이제운이 잡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2:0.
깔끔하게 MSL 20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MSL 10연승을 달성한 선수는 있지만 20연승을 달성하는 선수는 이승우가 최초였다.
애초에 전승 우승 자체도 없었다.
다 이승우가 만들어낸거다.
신들의 전쟁 리그가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최초가 나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되어 있기에 더욱 더 엄청난 기록이다.
더군다나 16강 이상부터 다전제로 이뤄진 개인리그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거둔다는 건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런 걸 가장 불완전한 종족이라 평가받는 용족으로 아무렇지 않게 해낸 이승우를 찬양하는 글이 다시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OSL도 우승하긴 했지만 유독 MSL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승우.
승률을 비교하면 확실히 드러난다.
이승우의 OSL 통합 기록은 14승 8패으로 승률 64%였고 MSL은 20승 0패, 그러니까 승률 100%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탓에 그를 MSL의 지배자, MBS의 아들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보름이 흐르는 동안 OSL은 8강이, MSL은 16강이 전부 마무리 되었다.
정말 숨 가쁘게 달렸다.
선수들은 준수한 경기력을 보이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물론 조금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선수들도 있긴 했다.
이변이라 불릴 수 있는 사건들이 몇 있었다.
이영우와 송병호의 8강 대결.
몇 년 전이었으면 박빙이라 부를 수 있던 대결이지만 이제는 한 쪽으로 치우쳐버린 대결이다.
모두 이영우의 낙승을 예상했다.
송병호가 예전의 그 송병호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데이터가 그걸 증명했다.
이영우와의 상대전적에서 크게 앞서나가던 송병호는 몇년 전부터 조금씩 따라잡히더니 작년엔 아예 역전을 당했다.
그 전에 이겨놓은 것이 많아 상대전적이 비슷해보이지만 제대로 분석해보면 최근 3년간 송병호는 이영우를 거의 잡아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승자는 송병호였다.
모든 이영우 팬들의 입을 떡하니 벌리게 만들어놓고 유유히 4강에 올랐다.
승리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3:0으로 이영우를 누르고 4강에 진출했기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승우에 의해 우승이 좌절되고 MSL 32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이영우는 이영우다.
신이라 불리는 유일한 사나이란 말이다.
그런 이영우가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3:0으로 주저앉았다.
모든 경기가 압도적이었다.
전략이 통해 이긴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정면 승부.
소처럼 우직하게 힘 싸움을 고집했고 놀랍게도 모든 세 경기를 내리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전투가 예술이었다.
완벽한 나가와 천왕랑의 운용.
총사령관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3세트가 끝나고 부스를 뛰쳐나온 송병호의 포효에 용족 팬들이 자지러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경기가 끝난지 1시간도 채 되기 전에 이미 짤빵으로 만들어져 돌아다녔다.
송병호의 귀환.
4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설레발일 수 있지만 8강 상대가 이영우였다.
엄재웅 해설과 김태영 해설은 가을의 바람이 분다며 뛸 듯이 기뻐했고 PD 역시 흥행 매치에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용족 선수는 김택윤.
김택윤 마저 정명혁을 꺾고 4강에 오른다면 4강 3용족.
최소 1명은 결승 진출이 자동적으로 되기에 진정한 가을의 전설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을의 전설보다 팀킬의 달인인 정명혁의 기운이 훨씬 강했다.
국본 정명혁이 김택윤을 3:1로 누르며 이승우와의 4강전을 확정지었다.
정명혁은 국본이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팀킬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다.
개인리그 8강과 4강에서 팀 동료를 누르고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13세트 연속 팀킬이란 기록은 깨졌지만 여전히 같은 팀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유의 화차 운영으로 김택윤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어찌 저렇게 신출귀몰하게 운영하는지 정말 박수 밖에 나오지 않았다.
화차 견제만큼은 정명혁이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것 같았다.
4강의 마지막 한 자리는 이제운의 몫이었다.
이재성과 치열한 승부 끝에 3:2로 가까스로 제압하며 4강에 올랐다.
환마전의 극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왜 이재성이 이영우와 함께 마수전 투탑으로 불리는지 똑똑히 보여줬다.
1,2세트를 따내며 4강 진출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이제운의 노련한 다전제 운영에 말리며 연달아 3,4세트를 내줬다.
그리고 맞은 5세트.
여기서 이제운이 승부수를 던졌다.
5일벌레 마견 러시를 시도한 것이다.
극단적인 도박수.
막히는 순간 거의 뒤가 없는 전략을 8강 5세트에서 던질 줄이야.
그 대범함에 모두가 놀랐다.
옵저버 화면으로 보던 이도 놀랐는데 직접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가 예상할 리 만무했다.
무난한 운영을 준비했던 이재성은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뒤늦게 훈련도감 유닛을 모으며 중후반을 준비했지만 이미 그땐 늦었다.
이제운의 닷발귀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일명 짤짤이 컨트롤에 모든 궁병이 끊기며 GG를 선언했다.
역시 이제운은 이제운이었다.
다시 한 번 4강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반면 이재성의 팬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재성이 조금만 더 경험이 있었더라면 더 유연하게 경기를 펼쳤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OSL 4강이 완성된 것처럼 MSL도 8강 대진이 완성되었다.
전 시즌 우승자인 이승우에 이어 같은 팀인 박현우와 한민규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스트로에서 무려 3명의 진출자를 배출한 것이다.
이는 팀 역사상 최초였다.
그간 약팀으로 분류되었던 아스트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박현우만이 꾸준히 시드를 따내며 활약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개인리그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전 시즌 양대리그 우승자 이승우를 비롯하여 과거 에이스로 불린 박현우가 건재함을 과시했고 신성 한민규가 새롭게 떠오르며 8강 라인에 합류했다.
신구가 잘 조화되기 시작한 아스트로였다.
한민규의 급성장으로 아스트로에서 가장 밸런스가 높은 종족이 환국으로 변했다.
이승우와 박현우.
원투펀치의 힘을 여타 팀에 밀리지 않았지만 뒷심이 부족했던 아스트로에게 한민규의 등장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
전통의 강호 S1에서도 2명의 8강 진출자를 배출했다.
전 시즌 준 우승자인 임형규 역시 다시 한 번 8강에 올랐고 OSL 4강에 오른 정명혁도 8강에 오르며 양대 시드권을 획득했다.
함께 4강에 오른 이제운 역시 8강에 진출했다.
조금 새로운 얼굴로는 최태양과 김진철이 있었다.
최태양은 오호에 들어가는 강자다.
하지만 양대 4강 이후 이렇다 할 개인리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름을 빼야한다는 이야기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반드시 4강 이상 올라 오호의 이름을 지켜야했다.
김진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프로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팀 동료인 김연훈과 함께 웅인 쌍김으로 불리고 있었지만 개인리그의 성적은 최태양보다 없다.
현재 오른 8강이 최고 성적이다.
이영우의 연습 파트너로서 너무나 낮은 성적.
반드시 4강 이상에 올라 이름값을 더 끌어올려야했다.
개인리그와 마찬가지로 프로리그도 많이 진행되었다.
5라운드가 모두 끝나며 마지막 6라운드에 돌입했다.
그 전까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말로 패배를 애써 변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것도 끝이다.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다.
여전히 1위와 2위는 S1과 CT가 지치고 있었지만 중위권은 크게 요동쳤다.
5위까지 떨어졌던 나무전자가 3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플레이 오프의 가능성을 열었고 기존 3위였던 GO는 4위로, 기존 4위였던 화성은 5위로 떨어졌다.
나무전자가 3위까지 오른데엔 송병호의 활약이 컸다.
에이스결정전에서도 승리를 쏠쏠히 챙겨줬고 하루 2승을 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적도 있었다.
개인리그에 이어 프로리그까지.
고른 활약을 보여주는 그에게 회춘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었다.
아스트로의 상승세도 무서웠다.
S1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그 후 5연승을 달리며 6위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5위인 화성과는 겨우 반 게임차였고 7위인 IBX와의 격차도 2경기로 벌려놓는데 성공했다.
큰 욕심 없이 남은 8경기에서 5할, 4승 4패 정도의 성적만 유지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불과 4달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스트로의 포스트시즌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7위로 주저앉은 IBX에 발등엔 불이 제대로 떨어졌다.
떨어뜨려야하는데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몸이 옮겨 붙은 모양새다.
IBX에게도 아예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다음 상대가 아스트로.
이긴다면 2경기 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다.
반대로 진다면?
포스트시즌을 걱정해야하는게 아니라 7위를 지키는 것부터 걱정해야한다.
웅인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웅인에게 7위 자리마저 빼앗긴다면 포스트시즌은 영영 물건너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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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잠을 자야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말똥말똥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왜 이렇게 잠이 안오냐고?
내일 OSL 4강전이 펼쳐지거든.
아. 이제 오늘이구나?
어쨌든 뭐 이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가볍게 패스하고.
또 다시 이 자리에 오르다니.
내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
이번에도 반드시 결승에 오르고 싶다.
나도 사람인데 2회 연속 우승이란 타이틀이 욕심이 안 날 리가 없다.
엄마와 동생에게도 그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고.
어쩌면 이게 더 큰 비중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양대리그 우승과 위너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엄마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내 이름을 물어봤다고 한다.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니 확실하다.
얘가 적어도 거짓말은 안하거든.
과장도 마찬가지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의 표정이 상상이 된다.
그래. 이거야.
내가 사는 이유.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도 엄마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이겨야겠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차피 프로리그가 끝나면 1달 넘게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쉬는 건 그 때 쉬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