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7 Game No. 297 의외의 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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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최은동 감독이 양 손을 불끈 움켜쥐며 외쳤다.
통했다.
이건 질 수가 없다.
최은동 감독이 김윤호를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중압감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경기에서 이런 올인러시라니!
그래. 이대로 무너질 김윤호가 아니지!
최은동 감동이 격정에 찬 눈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마견이 앞마당 제단 사이로 파고들어 용아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컨트롤을 해보지만 뒤이어 달려오는 마견에 앞마당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앞마당만 신전만 파괴되었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마수도 올인이었으니까.
문제는 앞마당에 전진 되어 지어진 2개의 제단이었다.
저 제단이 본진에 있었더라면 이승우도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언덕 아래서 전투를 펼치지 않을거다.
가진 용아로 언덕을 막으며 수비를 펼쳤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태.
저 제단이 파괴되는 순간 경기도 끝난다.
용족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전투에 임해야하는 상황이다.
용무관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떼처럼 몰려드는 마견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윤호 선수 세 번째 경기만에 기적을 써내려가나요!
-제 아무리 이승우라도 앞마당에 있는 제단이 싹 밀리곤 경기를 잡아 낼 수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 혀를 살짝 내밀었다 집어넣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거든요!
-이게 김윤호 선수의 매력이거든요! 김윤호보다 승률이 높은 마수는 있습니다. 김윤호보다 우승을 많이 차지한 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판짜기 능력은 오직 김윤호 만이 가지고 있는 겁니다!
결국 모든 용아가 잡히며 본진까지 마견을 난입을 허용한 이승우가 GG를 쳤다.
-김윤호! 2:1로 스코어를 따라 붙습니다!
-이러면 몰라요! 4세트 전장은 마수가 괜찮은 천부단이거든요!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김윤호.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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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했다.
3세트는 이렇게 세 글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2세트에서 예상대로 행동하던 김윤호가 3세트에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거기서 마견 올인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앞마당에 지어놓은 가시촉수가 방어의 표현이 아니었다니.
적이지만 그 수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꼼짝없이 속았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시 촉수가 없이 마견만으로 용안의 움직임을 막았다면 마견 올인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예측을 벗어났다.
그 것도 완벽히.
그렇다면.
‘나도 예측을 벗어나야지.’
상대가 달라졌다면 나도 달라진다.
원래 준비했던 전략이 있었지만 4세트에서 다른 전략을 사용할거다.
경기가 점점 재미있어지려고 한다.
몸이 달아오른다.
불이 붙었다. 당장 부스로 올라가 경기를 치르고 싶다.
그래. 이게 경기지.
이게 다전제의 묘미지!
오히려 3:0으로 끝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4세트에선 어떤 플레이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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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경기가 4세트까지 왔습니다.
-김윤호 선수 이승우 선수의 대 마수전 20연승과 21연승 희생양이 되며 마수전 연승 1위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만들어줬지만 22연승까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단독 1위가 되는 걸 막았죠. 그리고 본인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는 세웠고요. 만약 3:0으로 물러났다면 22연승의 희생양이라는 것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을 겁니다.
어쨌거나 단순 희생양이 아니라 연승을 끊는 선수가 되었다.
이 정도면 꽤나 고무적이다.
예상치 못한 명승부가 펼쳐지며 식어가던 관중들을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4세트마저 잡아낸다면 다시 경기는 원점이 된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모두 이승우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제 승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진짜 모르는 겁니다. 4세트 천부단에서 이승우 잡아내면 5세트에 다시 검은날개가 나옵니다. 현재 남은 2세트의 전장모두 마수에게 좋은 전장입니다!
-이승우 선수도 5세트까지 승부를 끌 이유가 전혀 없죠.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야합니다. 괜히 4세트 내주면 정말 불안해지는 겁니다.
-과연 이승우가 2연속 4강에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김윤호가 승리하며 동점을 만들게 될지! 지금 바로 4세트 전장 천부단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함께 운명의 4세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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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세트에 챙긴 스킬은 [투신] 2개와 [CCTV], [매의 눈]이었다.
실제 경기에 [매의 눈]이 사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윤호는 견제에 능한 선수다.
군주의 드랍을 활용한 흔들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었다.
전장은 천부단.
앞마당 뒤에 뒷길 언덕이 있고 본진이 넓어 드랍을 하기 용이한 전장이다.
실제로 얼마 전 육군의 홍진우가 김택윤을 폭풍 드랍으로 한 차례 잡아낸 바가 있다.
홍진우는 임주혁과 같은 세대에 활동한 1.5세대 게이머.
조금 과장을 보태 김택윤과의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 만큼 벌어져 있다.
정상적인 경기라면 누가봐도 10:0이라 할 만큼 김택윤에게 기울어져 있던 대결이었다.
공이 둥근 것 처럼 신들의 전쟁도 승패를 100% 확신할 수 없다.
저 둘의 대결도 홍진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신들의 전쟁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이번시즌 프로리그 다승 2위의 선수가 육군 선수에게, 그 것도 전성기에서 내려온지 10년 가까이 된 선수에게 졌다는 사실에 말도 안 된다며 욕을 했지만 신들의 전쟁을 오랜 기간 좋아했던 팬들은 김택윤의 운영을 책망하기보단 홍진우의 준비성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신들의 전쟁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전략에 따라 최약자가 최강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게임이다.
나와 김윤호의 격차는 그보다 좁다.
정확히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김택윤과 홍진우의 간극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 조심해야한다.
가장 좋은 예방은 상대가 아예 그 전략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원래 이번 세트에서 준비한 운영은 배를 째는 운영이었다.
러시거리가 조금 있으니 배를 째며 극 후반을 노릴 생각이었다.
초중반엔 마수에게 유리한 전장이지만 어쨌든 천부단은 2인용 전장.
극 후반으로 넘어가면 충분히 해볼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3세트에서 패배를 당한 이후 생각을 바꿨다.
이 정도는 김윤호도 예상할 것이다.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수를 두고 싶었다.
그래서 난.
-위잉.
본진에 솟대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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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금 뭐죠? 이승우 선수 신전 옆에 솟대를 소환했습니다?
-설마 본진 플레이인가요?
-제 눈으로 보고 있는 게 맞습니까? 아니 이게 2015년도 경기가 맞나요?
중계진이 경악했다.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본진에 솟대를 지었다는 건 본진에 제단을 짓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본진 플레이.
더블 신전 빌드의 개념이 완벽히 잡히기 전에 사용되었던 전략. 그러니까 10년 전에 정석으로 활용되었던 전략이다.
하지만 본진 자원만으론, 정확하게는 하나의 금광만으론 많은 양의 금이 들어가는 고급 유닛을 적절히 조합할 수 없었기에 더블 신전 빌드가 만들어졌다.
용마전은 더블 신전 빌드가 나타나기 전과 후로 나뉜 정도로 경기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더블 신전은 마수에게 핍박당하고 억압당하던 용족이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빌드이기도 하다.
그 후 수많은 변형이 나왔지만 모두 더블 신전을 기초로 한 운영.
지금 이승우는 그 이점을 포기하고 과거의 빌드를 선택했다.
무언가 준비한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양 선수 예측을 벗어나네요. 3세트에서 김윤호 선수가 가시 촉수를 짓고 마견 올인을 하지 않나. 4세트에서 이승우 선수가 본진 플레이를 하지 않나.
-이 둘이 얼마나 이번 경기를 많이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선택.
얼핏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다.
하나의 빌드가 사장 된 것엔 이유가 있다.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일반 팬들도 아는 사실을 프로게이머가 모르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창고에서 먼지가 켜켜이 쌓인 옛 물건을 꺼내든 것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이건 아무리 브레인 김윤호라도 예측하기 힘들거든요.
-당연하죠! 2005년도에 쓰였던 빌드가 2015에 쓰이는데! 누가 예상하겠습니까?
-대처가 중요합니다. 사실 본진 플레이는 정말 약점이 많은 빌드거든요. 진짜 보는 순간 당황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고 경기를 질 수 없는 상황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나름 변수가 나올 수도 있는 게 2인용 전장이다보니 일벌레 서치를 따로 보내고 있지 않았다. 군주로 상대의 본진을 단 번에 정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 선수 본진에 제단 올립니다.
-하나에 이어서 2개! 투 제단을 본진에 올립니다!
-그렇죠. 올릴 거면 아예 2개 올려서 압박을 가야죠!
본진 플레이에도 종류가 있다.
초반 용아 압박을 하는 고전 스타일과 원 제단에서 빠르게 테크를 올려 견제로 피해를 준 후 앞마당을 따라가는 스타일.
각각 장점이 있긴 하지만 단점이 훨씬 더 큰 빌드들이다.
이 둘의 공통 된 단점은 별 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막힐 경우 경기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승우가 선택한 빌드는 전자로 보였다.
금광 없이 제단이 하나 더 올라갔으니까.
-김윤호 선수는 12번째 일벌레로 앞마당 소굴 가져갑니다.
-무난하죠. 아직까지는.
-천부단의 러시 거리가 그리 가깝지는 않거든요? 전 세트 태평의 시대에서 대각 99제단을 했을 때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 경기처럼 쉽게 막을 수도 있다는거죠!
-어쨌든 이승우 선수는 압박으로 가난하게 만들고, 압박으로 상처를 주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의 가장 좋은 플레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거리상으로 조금 멀어서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일벌레 꾸준히 찍는 거 용안으로 확인해주고 있거든요.
물론 차이는 있다.
제단이 본진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적어도 마견 올인에 당할 확률은 0이다.
용아 3기만 입구에 세워두고 그 뒤에 용안 1기만 배치해도 마견으론 절대 뚫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제단이 본진 안에 있는 걸 확인한 마수가 바보처럼 마견 올인을 할 리가 없다.
분명 앞마당을 가져가지 못하게 지속적으로 견제를 하겠지.
이승우에게 최악의 상황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앞마당을 가져가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이었다.
충분히 그려지는 그림이다.
-자. 용아. 출발합니다.
-동시에 김윤호 선수의 군주가 이승우 선수의 본진에 도착합니다!
-진짜 황당하겠죠. 본진 플레이라니! 2015년도에 본진 플레이라니!
김태영 해설의 절규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요즘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더니 신들의 전쟁도 그런 유행에 합류하려나보다.
2015년에 본진플레이라니.
팬들은 가슴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응답하라. 하드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