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6 Game No. 2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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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트에서 선택한 운영은 99제단이었다.
올인은 아니었다.
적당히 압박하다가 확장을 가져다며 후반을 도모할 생각이었다.
물론 초반에 끝낼 수 있으면 좋고 말이다.
김윤호는 코너에 몰렸다. 분명 안정적인 빌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한 번 삐끗하면 바로 탈락이 확정되니까.
그 불안한 심리를 노리는 빌드였다.
꼭 이길 필요는 없다.
5:5로만 먹고 들어가도 충분하다.
쫓기고 있는 상대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전장은 태평의 시대.
러시거리가 조금 멀고 무난한 힘싸움이 예상되는 전장이다.
무난히 앞마당을 먹겠지.
[폭주기관차]와 [숨바꼭질]은 이제 사용할 수 없지만 아직 [CCTV]와 [투신]은 건재했다.
더군다나 [용아 스피릿]도 얻지 않았던가?
용아 찌르기에 한층 더 자신감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이 스킬들의 활용으로 피해를 준다면 이번 세트의 주도권을 잡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일벌레 정찰에 2제단이 들킨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차피 들킨 상황.
용아를 모으지 않고 생산되자마자 5시로 바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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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용아 오는 거 봤어요. 김윤호 선수 마견 수 맞춰서 찍어주고 있죠.
-일단 거리가 대각선이고 99제단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건 막힐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이승우 선수도 올인은 아닙니다. 어차피 들킨 거 알고 끝내겠다는 의도보다 상대를 가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용안 역시 정찰을 보낸 1기만 함께 내려 보내고 있고 본진에서도 용안 계속 찍고 있습니다.
99제단의 운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다수의 용안과 함께 용아를 보내 마수가 앞마당에 가시 촉수를 짓는 것을 방해해주며 아예 밀어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끝내겠다는 것보단 계속 마수의 시야에 얼쩡거리며 마수를 가난하게 만들면서 정작 본인은 앞마당에 신전을 지으며 후반을 도모하는 운영.
지금처럼 들킨데가 거리마저 대각선인 경우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옳았다.
이승우 역시 옳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김윤호 선수 마견이 전장 중앙까지 나와서 용아와 싸워줍니다.
-굉장히 미리 마중을 나와서 끊어주네요.
-앞마당 근처에서 막으면 마견이 빨리 합류하는 장점이 있지만 철광 뒤같은 유리한 진형을 빼앗길 수도 있거든요. 아예 사방이 뚫려있는 지형에서 순식간에 둘러싸서 1기씩 끊으려고 하는 겁니다.
소수 병력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용아가 뒤 조금씩 물러나며 무빙샷을 해댔고 마견 역시 맞고 있는 마견을 뒤로 돌리며 끊임없이 둘러싸려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액션 영화에서 배우들이 합을 맞추는 것 처럼 화려하게 보였다.
마이크로 컨트롤의 극.
관중석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승우의 용아 컨트롤은 워낙 정평이 나있어서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지만 김윤호의 마견 컨트롤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물론 아마추어보다 훨씬 앞선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지만 김윤호의 플레이 스타일은 피지컬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무너트리는 것.
-자. 김윤호 선수 좋아요. 아직까지 좋아요!
-넓은 평야에서 용아와 마견이 딱 맞닥뜨리면 마견이 좋거든요!
-가장 먼저 용안을 덮쳐서 잡아준 게 좋았습니다. 용안이 살아있었다면 지금처럼 마견을 많이 살릴 수 없었을 겁니다!
용안이 뒤에서 마견을 공격하며 용아에게 공1업 효과를 줬다면 지금보다 마견의 수가 많이 줄었을거다.
-김윤호 선수 앞마당 쪽에 안전하게 가시 촉수 지어주네요. 저거 완성되면 무리해서 굳이 중앙에 나가 싸울 필요가 없죠!
-이승우 선수도 계속 용아를 보낼 것인지 아니면 이제 갈무리를 하고 앞마당을 준비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합니다. 곧 있으면 마견 발업 완료되거든요? 합류하는 용아 1기 순식간에 끊어먹고 본진으로 내달릴 수 있습니다.
이승우도 선택의 시간이 왔다.
당장 본대의 용아가 어느 정도 숫자가 있어 마견을 섣불리 뒤로 돌릴 수 없다.
하지만 계속 마견의 수가 모이게 된다면, 이승우의 용아가 더 이상 부담스러워지지 않는다면 일부 마견은 이승우의 본진 쪽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타이밍 조절을 잘 해야 했다.
아직은 물러날 필요가 없다고 느낀 이승우가 계속해서 용아를 아래로 내려보냈다.
안전하게 병력을 합류시키기 위해 김윤호의 진영 쪽에 있는 용아들이 위로 올라와 마중을 나왔다.
어차피 앞마당을 밀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마견의 수를 줄이고 일벌레를 뽑지 못하게 압박을 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당장 이득은 김윤호 선수가 조금씩 거둬주고 있는데 왜 굳이 중앙에서 싸우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가시촉수 끼고 싸웠으면 마견 지금보다 더 아낄 수 있었거든요!
이상하게도 김윤호는 가시 촉수의 이점을 활용하지 않고 중앙으로 나와 전투를 펼쳤다.
그럴 거면 굳이 왜 가시 촉수를 지은 걸까라는 의문이 생기려난 찰나.
-잠깐만요? 지금 저희가 중앙 전투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는데 김윤호 선수의 본진과 앞마당 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옵저버가 김윤호의 본진을 비춘 순간.
-아!
-이래서!
-이러면 굳이 나가서 싸운 이유가 설명이 되죠!
-대박입니다! 대박!
너나 할 것 없이 중계진이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김윤호의 본진은 휑했다.
일벌레의 숫자가 부족하다. 철광에 하나 붙어있는 것이 다다.
금광 역시 더 이상 캐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마견의 발업을 누를 수 있는 100까지만 채취한 것이다.
앞마당 역시 마찬가지다.
일하고 있는 일벌레의 숫자는 겨우 둘.
테크와 일벌레를 포기하면서 김윤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마견! 마견 몰래 숨겨 놓고 있습니다!
-일부의 마견만, 마치 방어를 위해 뽑은 것 처럼 보여주고 실질 적인 힘은 뒤에 숨겨 놓고 있었네요!
화면에 잡힌 김윤호의 얼굴은 2세트에서 당황하던 김윤호가 아니었다.
굳게 다문 입술에선 신념이 엿보였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빛에선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렇게 새로운 바람이 전장에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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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승부다.’
김윤호가 심호흡을 했다.
이승우가 99제단을 한 순간 하나의 전술이 뇌리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무난하게 방어를 하고 후반 운영으로 간다?
아니면 막아낸 후 땡 그슨대 올인을 간다?
다 잘못되었다.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
방어를 하고 무언가를 하면 늦는다.
방어를 하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해야 이승우를 잡아먹을 수 있다.
그래서 선택했다.
마견 올인.
이승우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략.
실패하면 뒤가 없는 전략이지만 이런 수 한 번 던져보지 못하고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만약 마견 올인으로 이번 경기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면 4세트에서 보다 많은 운영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승우도 김윤호의 움직임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동시에 심리적인 위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확실히 김윤호도 보통 선수는 아니었다.
우승을 내기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마견 올인이라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보통 선수라면 생각하기 힘든 전략이다.
왜냐?
뒤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트를 던져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기를 패배하게 되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는다.
그때 올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을 해볼걸. 상황도 좋았는데 내가 왜 올인을 했을까?
프로리그 경기도 아니고 개인리그 8강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상황이 나쁘지 않으니, 아니 오히려 좋으니 천천히 운영해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윤호는 과감했다.
그렇게 하는 순간 3세트를 빼앗기는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드는 즉시 전략을 행동에 옮겼다.
마견 올인을 마음먹은 순간 가시 촉수를 전진 된 곳에 하나 지었다.
처음부터 이 가시촉수는 용아를 막기 위해 건설한 것이 아니다. 용안의 정찰을 막기 위해 건설 된 가시 촉수인 것이다.
돌출 된 부분에 지은 것도 의도한 것이다. 원래 짓는 위치인 소굴 근처에 짓게 되면 정찰에 의해 일벌레의 수를 파악당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바깥쪽에 지으며 용안이 철광 근처까지 들어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이 위치라면 용안이 몰래 들어오더라도 채 소굴에 도달하지 못하고 터지게 되니까.
체력이 많은 용아가 돌아 올 순 없다.
모든 유닛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용아가 사라지는 걸 철저하게 체크했다.
빠져나간 용아는 없다.
중앙 싸움을 계속 걸어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승우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본인의 생각에만 집중하게 하도록 말이다.
의도적으로 마견의 수를 조절했다.
아마 이승우는 김윤호가 무난하게 일벌레를 찍으며 다음 테크를 준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게 김윤호가 만들었다.
용아가 접근하는 건 무조건 막아주면서 용안의 정찰은 가시 촉수로 차단했다.
이승우에게 가시촉수를 보여준 것부터 속임수의 시작이었다.
앞마당에 가시촉수를 지었다는 것은 방어적으로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런 의도로 방어건물을 짓는다.
조금 더 째기 위해서.
조금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김윤호의 생각은 정 반대다.
역설적이게도 방어건물을 지음으로써 더 공격적인, 아니 아예 올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폭풍전야.
곧 전장을 뒤엎을 폭풍이 몰아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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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더 이상 용아 안나오죠?
-중앙으로 나왔던 용아조차 본진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만약 이승우 선수가 더 이상 용아 생산안하고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한다면 이건 밀려요. 김윤호의 마견에 밀립니다!
-알 수가 없죠. 용아는 마견에 의해 더 이상 남하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용안은 체력이 약해 안 쪽까지 파고 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김윤호 선수 진짜 이번 세트는 센스가 번뜩이는 판단을 내립니다. 이거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거 아니거든요!
-만약 이 경기 김윤호 선수가 잡는다면 경기 결과 모릅니다. 분위기 순식간에 넘어갈 수 있어요!
용아가 올라가는 걸 군주의 시야로 확인한 김윤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모두가 숨 쉬는 것 조차 잊을 만큼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이승우의 선택이 중요했다.
만약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하게 된다면....
-아. 이승우 선수 용안 내려옵니다.
-저 용안이 정찰을 위해 내려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것보단 앞마당에 신전을 건설할 확률이 높겠죠.
엄재웅 해설의 말이 끝나기도 전 앞마당으로 내려온 용안이 건물을 하나 소환했다.
그건 바로 신전이었다.
관중석이 순간 뒤집어졌다.
다른 때라면 아무렇지 않은, 아니 오히려 용족이 괜찮은 판단이겠지만 오늘 만큼은 예외다. 김윤호가 2경기 동안 갈았던 비수가 이승우의 심장을 향해있었다.
-달립니다! 마견 달려요!
-그간 스트레스 많이 받았던 마견이거든요! 시원하게 이승우 선수의 본진을 밀기 위해 우르르 쏟아져 나갑니다!
-앞선 2경기에서 이승우 선수의 본진을 구경도 하지 못했거든요. 진짜 얼마나 자존심 상했겠습니까!
군주로 앞마당에 신전이 소환되는 걸 확인한 김윤호가 바로 마견을 11시로 보냈다.
이미 2개의 소굴의 집결지는 11시 앞마당 쪽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일벌레 생산도 멈추었다.
모든 벌레는 마견을 생산하는 알로 변하고 있었다.
일격필살.
모든 걸 건 마지막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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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