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2 Game No. 292 완벽한 경기력. =========================================================================
설상가상으로 본진 소굴에서 나오는 유닛은 그슨대가 아닌 일벌레.
-이승우 선수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흑완 안전하게 살려가네요.
-저러면 정말 얄밉죠! 이득은 다 거두고 살아서 가는거!
-단순히 살아서 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 흑완이 조용히 숨어있다가 어딘가에 또 나타나 확약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김윤호 선수 입장에선 어떻게든 잡아냈어야 하는 흑완입니다!
이승우의 운영은 사실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운영이다.
3시 앞마당에 용아로 찌르면서 시선을 돌린 후 본진에 흑완 드랍.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에 그치지 실천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입 신전이기 때문이다.
신들의 전쟁은 턴을 정해놓고 싸우는 게임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어떻게 진행 될 지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운영을 성공시킨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어느새 이승우의 제단은 6개까지 늘어나고 있었다.
-상황이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김윤호 선수.
김태영 해설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용족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
견제를 끝낸 용족이 트리플 지역을 확보할 기초 공사를 하고 있었음에도 마수가 그걸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
트리플을 가져가는 걸 넋 놓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트리플 지역이 돌아가면 이제 용혼이 합류된다.
그슨대와 가시귀에 큰 힘을 내는 용혼이 말이다.
미니맵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수의 병력이 자신의 본진와 3시 앞마당 지역에 꽁꽁 숨어있는데에 비해 용족의 병력은 자신의 안방마냥 전장에서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김윤호에게 굉장히 안좋다.
중앙을 장악하기 위해 생산한 그슨대지 이렇게 본진을 지키라고 뽑은 그슨대가 아니었다.
-아니 무슨 실수가 있었나요? 연타로 얻어 맞은게 너무 크네요.
-가시 촉수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이승우 선수가 1제단 공발업 용아를 선택해서 그슨대만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이승우 선수의 용아는 다릅니다. 확실히 다르네요. 그 틈을 뚫고 들어가 이득을 챙겨오네요. 솔직히 상황이 너무 힘듭니다.
다시 한 번 이승우의 찌르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제단이 6개까지 늘어나 아까보다 용아를 더 과감히 쓸 수 있다.
용아를 3시 앞마당에 밀어 넣으면서 다시 한 번 비비로 군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뻔한 패턴이지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뉘어져 있던 그슨대가 3시 앞마당으로 황급히 올라왔지만 이미 4기의 군주가 비비에 의해 죽고 말았다. 공1업이 된 비비라 순식간이었다.
일벌레 역시 일을 하지 못하고 다시 싸움에 동원되었다.
-이승우 선수 쉬질 않네요. 어차피 이 정도의 용아는 금방 다시 채울 수 있거든요! 그 사이 본인의 11시 트리플 지역이 너무나도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3시에 지원을 온 그슨대에 용아가 전부 잡혔지만 이미 거둘 수 있는 이득을 전부 거뒀다.
-그슨대 오는 거 확인한 순간 비비 바로 6시 쪽으로 빠지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말은 이럴 떄 쓰는 모양이다.
그슨대가 열심히 달려왔지만 가장 빠른 경로를 통해 앞마당에 도착한 비비가 다 시 한 번 군주를 타격했다.
비비와 흑완에게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 군주 속업을 빠르게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소용이 없게 되었다.
견제란 견제는 전부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너무나도 괴로운 상황.
-너무 기울었습니다. 이건 이길 수가 없어요.
-이제 용혼까지 나오거든요!
이승우의 견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느 타이밍에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3마리의 용아가 본진에 드랍 되어 마견숲을 때리고 있었다.
이미 일벌레는 앞마당 쪽으로 모두 도망갔다.
겨우 3기의 용아로 본진을 마비시킨 것이다.
이번 경기 이승우의 테마는 끝도 없는 견제였다.
-마견숲 파괴되네요. 살아남은 2기는 또 운룡에 태워갑니다. 저거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야하는데. 아. 김윤호 선수 그슨대 멈췄어요.
-김윤호 선수 지금 정신없거든요! 시야가 굉장히 좁아져 있을 겁니다! 진짜 끝도 없이 휘두르네요.
화면에 김윤호의 얼굴이 잠깐 비췄다. 미간이 찌푸리며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것이 누가봐도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벌레가 너무 없습니다. 너무 없어요. 본진 포함해서 총 4군데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3군데서 채취하는 것보다 못한 정도입니다.
-이승우 선수가 못하는 용족이면 모를까 이 상황을 김윤호 선수가 역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이 와중에도 비비는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멀티 체크는 물론 병력 상황까지.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것 처럼 이승우의 시야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처럼 가시귀 드랍을 해서 용안을 싹 털어버리면 어떻게 경기를 이어가 볼 수 있긴 한데 이승우 선수가 신전 근처에 용광포를 지어서 그 것도 힘들겠네요.
-전에 유리한 경기를 그렇게 역전 당한 적이 있거든요?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거죠!
공격부터 방어까지.
모든 게 완벽한 이승우였다.
바늘 하나 찌를 틈조차 없었다.
김윤호는 점점 더 숨이 막혀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역전을 위해 군락을 준비하고 있지만 망태할배가 나오기 전에 용혼 한타가 몰아닥칠 것이 불보듯 뻔했다.
이미 용혼이 하나 둘 씩 쌓이고 있었다.
곧 부대단위가 모일테고 진출이 시작될 것이다.
저 진출을 막으려면 가시 촉수 밭을 또 지어야하는데 그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승우 선수 용혼 중앙으로 진출 시킵니다. 뭐 저렇게 많습니까? 끝이 보이질 않네요.
-거칠 것이 없죠. 용족의 병력들이 마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거침없이 중앙을 장악해버리네요.
-만약에 김윤호 선수가 이 러시를 막아낼 수가 있다면! 그리고 안전하게 4금광을 확보하고 5개, 6개까지 늘려갈 수만 있다면 이 경기 아직 모릅니다.
다들 끝났다고 하지만 엄재웅 해설만이 아직 모른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승부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였다. 그의 말대로 이번 러시를 막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였다.
-김윤호 선수 일단 가시귀 띄엄띄엄 배치하면서 천벌을 빼먹을 준비는 다 되었고요. 어차피 공격을 가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버텨야합니다! 이 악 물고 어떻게든 버텨내야합니다.
-현룡이라도 끊으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텐데 그 마저 비비가 있어서 쉽지 않죠.
앞마당 쪽에서 천벌을 한번 소모한 용족의 병력이 3시 방향으로 향했다.
앞마당 쪽을 커버하기 위해 내려오던 그슨대가 부랴부랴 3시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도망칠 수 밖에 없다.
현재 용족의 병력은 공격력 2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되어있었으니까.
-6시, 3시 다 두들겨보는거죠! 그러다 어? 이거 뚫리겠는데? 싶으면 그냥 들어가면 되는겁니다!
그냥 공격만 하는 것으로 모자라 12시 스타팅 포인트에 신전을 소환하는 이승우.
방어하기 쉬운 언덕 지형 확장이 아닌 스타팅 포인트를 가져간다는 건 승리를 확신한다는 의미였다. 어차피 공격을 오지 못할거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게임은 터졌다.
이승우가 지는게 말이 안 된다.
이미 경기의 긴장감은 사라졌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경기.
중계진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공정성을 위해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뿐이었다.
3시 앞마당 쪽에 박혀 있는 가시귀 위에도 천벌이 쏟아졌다.
그슨대가 현룡을 잡아내며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지만 현룡을 잡아내긴 커녕 뒤에 있는 용혼에 정신없이 얻어맞기 바빴다.
-천벌! 천벌!
-다른 병력없이 용혼과 비렴만으로도 이기네요!
-진짜 암울합니다. 이거. 이렇게 패배하면 2세트, 3세트에도 영향 미치거든요!
마수의 병력이 얼마없다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과감히 3시 앞마당 쪽으로 들어갔다.
-아. 밀립니다. 밀려요!
-사실 이걸 막아내도 문제입니다. 병력 거의 다 죽었거든요! 마수와 용족의 확장 개수가 같습니다. 뒤에 나오는 물량을 마수가 어떻게 막습니까?!
심지어 지금 병력조차 막기 버거워보였다.
-GG! 김윤호 선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GG를 선언합니다!
-이번 경기는 정말 이승우 선수의 압승이네요! 완벽한 운영으로 1세트를 따냅니다.
3시 앞마당의 소굴이 파괴된 순간 김윤호가 GG를 선언했다. 헤드셋을 거칠게 벗는 김윤호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모니터 옆에 배치 된 생수를 벌컥 벌컥 마시는 김윤호.
그가 경기중에 느꼈던 답답함이 얼마나 컸을지 화면으로 전해졌다.
반면 여유로워 보이는 이승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이 마치 경기를 치르지 않은 선수처럼 보였다.
-대단합니다. 저 여유를 보세요! 어떤 용족 선수가 마수 앞에서 저렇게 여유롭게 경기를 치른단 말입니까!
-마수를 상대로 20연승! 이승우 선수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냅니다!
1세트 승리와 함께 마수전 20연승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을 만들어낸 이승우가 부스를 나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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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승우 진짜 살벌하게 경기하네.”
연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모두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승대는 얼마나 놀랐는지 손에 치킨을 든 상태로 얼어붙었다.
그의 종족이 마수였기에 이승우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한지 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김윤호였다면?
‘으. 키보드 부수고 싶겠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뭐 어떻게 해야할지 답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아스트로 팀원들은 모두 모여 이승우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모두들 이승우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혹시나하는 걱정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방금 1세트를 보고 그 걱정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너무나 압도적인 경기력.
변수가 없다면 이승우가 지지 않을거다.
“진짜 개인리그에서 깡패다. 깡패. 다 패고 다니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났을까?
오늘도 이기면 2연속 4강 진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영우 이후로 이런 센세이션한 선수의 등장은 처음인 것 같다.
모두 흥분해 있을 때 이재명 감독만이 차분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김윤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짜증 섞인 표정이긴 하지만 경기를 포기하진 않았어.’
아스트로 선수들의 표정과 김윤호의 표정이 비슷하긴 했지만 내포되어 있는 건 미묘하게 달랐다.
이들은 순수한 감탄과 함께 이승우의 실력에 경외심을 느낀 것에 가까웠고 김윤호는 오히려 전의가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표정.
‘분명 시나리오는 준비했을거야.’
김윤호라면 1세트를 졌을 때와 이겼을 때 모든 시나리오는 준비해왔을거다.
광고가 이어질 때 이재명 감독이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도 수코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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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ㅇ느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