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6 Game No. 286 =========================================================================
이승우도 앞마당에 솟대를 소환하고 정찰에 나섰다.
정찰 방향은 3시.
이승우도 원 서치였다.
서로 기분 좋은 상황이었다.
이승우는 정석대로 앞마당을 가져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김진철은 군주이후 마견숲을 건설 해줘 이승우가 배짱 좋게 생 더블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기에 카메라가 경기 화면이 아닌 관중석을 비췄다.
치어풀을 흔들며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이도 있었고 얼굴을 가리며 숨는 이도 있었다.
-이 전장에서 용족이 마수를 상대로 3:2로 앞서가고 있긴 하지만 정말 잘해야 하거든요? 실수 하나 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야 마수를 이길 수 있습니다.
-3:2이긴 하지만 저 중 2승이 김택윤 선수의 것입니다. 김택윤 선수를 빼면 1:2거든요.
-이승우 선수도 김택윤 선수에게 뒤질 것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김택윤이 여기서 전승을 했다면 이승우도 여기서 전승을 하면 되는 겁니다.
그 사이 이승우의 용안이 3시에 도착했다.
가장 바깥 쪽에서 철광을 채취하는 일벌레를 톡톡 건드려주는 이승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 것이 다른 용족들과의 차이점이었다.
-마수와 용족이 동시에 정찰을 성공하게 되면 용족이 기분이 좋죠. 견제도 견제지만 마수의 빌드를 빠르게 파악해서 건물 짓는 순서를 조정 하면서 맞춰 갈 수 있거든요. 마수는 앞마당 가져가다가 용안에 방해에 쉽게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썩 기분이 좋지 않겠고요.
박용제 해설이 말하는 와중에도 용안은 쉬지 않았다. 때리던 일벌레가 도망가면 다른 일벌레를 때리고. 맞서 싸우면 뒤로 빼서 용력 다시 채우고.
귀찮은 플레이를 부지런히 해주고 있었다.
일벌레가 확장을 위해 앞마당으로 향하자 용안이 바로 따라붙었다.
이 화면을 여전히 놓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 양 팀의 순위가 한 계단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조금 승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웅인이 분발한다면 따라 잡을 수도 있어요.
-아스트로는 지금 7,8위 싸움을 할 때가 아닙니다. 얼른 IBX 쫓아 가야합니다. 오늘 승리를 거두게 되면 IBX과 승수가 같아지거든요? 만약 IBX가 토요일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 다시 6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앞마당을 한 차례 방해해준 용안이 바로 본진으로 올라왔다. 곧 마견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마견에 의해 본진 언덕이 막혀 버리면 큰일이다. 앞마당 방해를 하는 것보다 정보를 얻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벌레 모은다는 거 확인한 이승우 선수 신전 대신 용광포를 먼저 소환합니다.
저 벌레가 동시에 마견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부유하게 시작하겠다고 시전을 소환했다가 된통 당할지도 모른다.
3개의 벌레가 동시에 알로 변했다.
차례로 나온 유닛은 마견 2기와 일벌레 2기였다.
김정식 해설이 감탄을 토했다.
-아. 김진철 선수 정말 영리하네요. 벌레 남기지 않으면서 일벌레 찍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모았다가 동시에 생산했거든요? 이렇게 플레이한 이유가 이승우 선수에게 용광포를 강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지금 6마견을 찍어서 뛰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 용광포부터 지으라고 강제한겁니다.
사소한 심리전에서 1승을 챙긴 김진철.
앞마당을 방해 받은 것을 보상 받은 셈이었다.
-그나저나 이승우 선수 용안 정말 오래 살리네요.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마굴 올라간 거 확인했으니 앞마당에 용광포도 지을 필요가 없죠.
용족이 마수를 무서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초반 그슨대 찌르기다.
지금은 소굴이 올라가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한 상황.
땡 그슨대에 벌벌 떨 필요가 없었다.
소굴이 완성 된 김진철이 앞마당 쪽에 광풍협곡을 지었다. 동시에 앞마당 입구 쪽에 마굴을 하나 더 건설했다.
이로써 마굴의 수는 총 4개.
조만간 6시 앞마당 입구에 마굴이 하나더 지어지며 5개가 완성될거다.
용아가 파고드는 걸 막기 위해 그 옆에 각각 진화장과 그슨대굴이 지어지겠지.
웅인이 만든 정석 심시티가 오늘도 나오고 있었다.
이승우도 2제단과 하늘성소를 올리며 중반을 준비했다.
-이승우 선수 첫 번째 비비 바로 날립니다.
광풍협곡이 빠르다.
2기의 군주를 잡는 건 불가능하다.
잘해야 1기.
그마저 혈풍에 잡힐 수 있다.
눈치를 잘 봐야했다.
-이승우의 비비가 뜨기 시작했어요.
-지금 이 비비가 군주 1기는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알에서 무엇이 생산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까 막 도착했을 때 벌레가 알로 변태했거든요? 혈풍이면 곧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군주의 체력이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알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눈치 싸움이었다.
군주가 나오기 전에 혈풍이 나온다면, 그 혈풍이 비비를 격추시킨다면.
김진철이 닷발귀를 뽑으며 일시에 제공권을 장악할 수도 있었다.
-자. 잡나요? 잡나요?
-잡자마자 바로 빼줘야 할 것 같은데요?
-더 이상 욕심부리면 안되죠! 곧 혈풍 나옵니다.
군주가 비명과 함께 터졌다.
동시에 비비가 기수를 홱 돌려 본진으로 줄행랑을 쳤다.
직후 알에서 튀어나오는 혈풍 4기.
이 모든 것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이뤄졌다.
비비 입장에선 구사일생한 것이다.
어쨌든 당장 기분 좋은 건 이승우였다. 군주 1기를 끊어주는데 성공했으니까.
-어? 이승우 선수 정면 쪽에 나오는 거 뭐죠?
옵저버가 바로 화면을 돌렸다.
그 곳엔 용아 3기와 용혼 1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조촐한 병력.
하지만 백만 대군처럼 위풍당당하게 김진철의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
압박하는 시늉이 아니다.
진짜 들어갈 기세다.
-이승우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지금 비비로 가시촉수랑 마견 수 부족 한 거 봤거든요! 한 번 찔러서 견제하겠다는 겁니다.
-이승우 선수 마수전 성적이 좋은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움직임이 달라요. 보통 용족이라면 용아가 5~6기 모일 때까지 기다렸을 겁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안기다립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이득 볼 수 있겠다 싶으면 내려 가는 거에요!
-날이 서있네요. 오늘 이승우 선수. 나무전자 전과 달라요. 날카롭습니다!
아직까지 김진철은 가시촉수가 없다.
마견 역시 초반에 뽑은 6기가 전부.
파고들어 철광 뒤 쪽에 자리를 잡으면 큰일이다.
일벌레가 잡히는 것도 피해지면 상당수의 마견을 더 생산 해줘야한다.
지금 김진철은 안심하고 있었다. 공격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코 앞에 병력이 들이닥친 줄도 모르고 말이다.
-지금 알에서 나오는 유닛이 마견이어야합니다. 만약 일벌레 찍었으면 진짜 큰일 나는겁니다!
알이 터지며 유닛이 나왔다.
일벌레였다.
순간 이승우의 두 눈이 번뜩였다. 사냥감을 발견한 매의 눈처럼.
기회를 잡았다.
가시촉수가 막 완성되긴 했지만 겨우 하나.
3기의 용아와 용혼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마견의 수가 부족해 길을 막을 수도 없다.
6기의 마견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추가 마견이 나오기 전에 모두 정리되며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철광 뒤를 완벽히 장악하는 이승우!
-찰나를 놓치지 않네요.
-지금 이 타이밍에 들어가서 이득을 본다는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쉬운 게 아니거든요! 아스트로 벤치에서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까다로운 위치에 용족의 병력이 자리했다.
용아만 있다면 위 쪽 철광에선 자원을 채취할 수 있겠지만 용혼 1기가 껴있어 그마저 불가능하다.
어마어마한 병력도 아니었다.
겨우 용아 3기와 용혼 1기에 앞마당이 완벽하게 마비가 되었다.
김진철이 너무 배를 쨌다.
마견보다 일벌레 생산에 너무 집중했다.
상대는 이승우.
이 정도 배짱을 부려야 이길 수 있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배짱 때문에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소수의 병력이지만 위치를 절묘하게 잡은 탓에 정리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싶다.
당장 일벌레를 잡아주지 못해도 앞마당을 오랜 기간 마비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용아와 용혼은 몸값을 충분히 했다.
분명 확장을 2개를 했지만 앞마당 하나를 돌리고 있는 것과 같은 효율.
이 시간만큼은 용족과 마수가 먹는 자원이 같았다.
김진철이 소수의 그슨대와 마견을 뽑아 용아와 용혼을 치우기 시작했다.
애초에 병력 자체가 많은 건 아니었기에 병력이 나온 순간 빠르게 정리가 가능했다.
죽는 와중에 마견 1기라도 더 잡아주려 컨트롤을 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승우 팬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래. 이거야.
승렐루야가 돌아왔다!
김진철이 조금 무리를 한 건 사실이었지만 아예 터무니 없는 짓을 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3기의 용아로 진출을 생각하는 것이 더 무모한 짓이었다.
맵핵으로 모든 전장을 밝혀놓은 것이 아니다.
당장 비비의 눈에 마견이 얼마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서 몰래 뽑아 숨겨놓았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용아 3기가 섣불리 중앙으로 나섰다가 싸먹히게 되면 추후에 공발업이 되었을 때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없다.
불확실한 당장을 노리는 것보다 확실한 미래를 노리는 것이 보통 선수들의 선택.
하지만 이승우는 궤를 벗어났다.
찰나의 틈을 찢고 들어가 이득을 챙겼다.
아주 쏠쏠한 이득을.
-그슨대와 마견으로 걷어내긴 했지만 피해가 상당합니다.
-조금 이득을 보려고 한게 그렇게 잘 못입니까? 너무 인정사정 없는 것 아닙니까? 일벌레 조금 더 찍어서 배 좀 불려보겠다는데 그 꼴을 절대 보지 못하는 이승우 선수네요.
경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이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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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미쳤나?
배로 째고 앉아있어.
직접 눈으로 보고도 의심했다. 왜 이렇게 태평하게 일벌레를 채우고 있는 거야?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상성에서 앞서는 마수가 배까지 째면 어떻게 이기라고?
어릴 때 처음 신들의 전쟁을 할 때 배운 말이 있다.
상대가 배를 째면 그대로 찢어주라고.
다행히 잘 찢겼다.
스킬 한 번 없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김윤호와의 8강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오늘 스킬을 최대한 아껴야한다.
5경기까지 갈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까지는 잘했다.
지금 한 것만큼 한다면 오늘 경기도 충분히 승리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
-아. 김진철 선수 이승우 선수의 확장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어요.
-가져가는 걸 두 눈 뜨고 바라볼 수 밖에 없네요.
김진철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용아 3기에 경기가 이렇게 기울 줄이야.
주도권을 빼앗긴 김진철은 한 번도 중앙에 병력을 진출시키지 못했다.
본진인 3시와 6시에 갇혀 있을 뿐이었다.
중앙은 이미 이승우의 땅이었다.
이승우가 꽉 틀어쥐고 있었다.
11시와 1시의 확장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이승우.
김진철이 군주로 확장을 확인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한숨을 쉬는 것이 전부였다.
-저 확장 가져가면 이제 지룡도 조합되죠.
-다 시 한 번 무적의 조합 나오나요?
임형규를 철저히 무너뜨렸던 조합이 다 시 한 번 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 중앙으로 가는 용안 뭐죠?
용안 1기가 뜬금없이 중앙 공터로 향했다. 집결지 설정이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
-우웅.
솟대 하나를 소환하는 이승우.
결코 잘못 보낸 것이 아니었다.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왜 용안이 저기에 있는 걸까?
-용력 충전소라도 지으려는 건가요?
-아예 용광포를 지어 장악하려는 걸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솟대 옆에 또 하나의 솟대가 소환되었으니까.
하나가 아니었다.
셋, 넷, 다섯.
그렇게 솟대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갔고 중계진과 관중들의 머릿속에 물음표도 함께 늘어갔다.
============================ 작품 후기 ============================
283편 수정했습니다.
이승우가 패배한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적었습니다.
저 상황이면 누가와도 지는게 당연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이게 영상이 아니고 글이다보니 잘 전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수정을 통해 매끄럽게 가다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