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5 Game No. 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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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인과 아스트로의 경기에 점점 불이 붙었다.
어느새 3세트가 끝났다.
스코어는 2:1.
아스트로가 한 점 앞서나가고 있었다.
1세트에서 박현우가 윤영태에게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시작한 아스트로.
완벽한 5화통 타이밍 러시도 단 숨에 윤영태를 밀어버리는데 성공했다.
2세트에서 신연호가 김연훈에게 잡히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그 후에 벌어진 3세트에서 김승대가 최현봉을 잡으며 다시 앞서 나가는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다.
이제 4세트에선 웅인이 이길 차례.
하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요즘 상승세인 김진철이 나서긴 하지만 아스트로에서 4세트에 출격하는 선수는 이승우였으니까.
최근 들어 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이승우는 이승우다.
프로리그에서 49승을 하고 전 시즌에 양대리그 우승을 차지한 선수.
연패로 인한 흠집이 조금 생겼을 뿐 이승우가 다른 선수로 바뀐 건 전혀 아니었다.
-이승우 선수 이번 경기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미 환국과 용족에게 한 번씩 패배를 경험했거든요? 마수에게까지 패배를 헌납한다면 세 종족을 상대로 한 번씩 패배를 당하는 셈입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죠. 오늘도 4세트에 나왔다는 건 누가 나와도 상관없다 이겁니다. 졌지만 피하지 않겠다.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치겠다! 뭐 이런 거죠.
-이승우 선수 더 이상 연패를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50승 찍어야죠!
용족 출신인 박용제 해설이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50승.
이미 용족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김택윤은 5라운드가 시작함과 동시에 50승을 찍었다.
-그럼 저희는 잠시 후 4세트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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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늘 목소리가 좀 밝다? 자신 좀 있나보다?”
연호가 팔꿈치로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이겨서 네가 똥 싸고 온거 잘 치우고 올게.”
내 농담에 팀원들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딱 1명 연호만 빼고 말이다. 끙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데 지금은 이렇게 바꿔도 되겠지?
진 자는 말이 없다.
“진짜 컨디션 좋은가본데?”
“그러게요. 승우 형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거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
살짝 상기되어있는 민규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내가 3:1로 벌리고 올거니까 5세트에서 네가 마무리 지어라.”
가슴을 팡팡 치며 호언장담을 했다.
팀원들의 사기가 다시 끌어올리고 싶었다.
위너스리그 4라운드에서 막판 연승을 통해 결승 직행을 확정지었을 때처럼.
그래서 평소와 달리 조금 나댔다.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겠네.
장비를 챙겨 나가려는 나에게 감독님께서 다가오셨다.
“입구가 좁으니 무리하게 운영하지 말고 여유롭게 플레이해.”
“넵! 알겠습니다!”
김진철과 경기를 펼치는 전장은 검은날개.
이번에 새롭게 추가 된 전장이다.
스타팅 포인트는 12시, 3시, 6시, 9시에 위치해있고 앞마당을 제외한 중립 확장이 11시, 1시, 7시, 5시에 있다. 이 밖에 확장은 없으며 4개의 중립 확장은 모두 금광이 포함되어 있었다.
본진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연결 되어 있어 위치에 따른 유불리가 조금 심하다.
전체적으로 마수에게 웃어주는 전장이었다.
중립확장과 본진의 공중 거리가 워낙 가까워 거기에 소굴을 가져간 후 닷발귀 운영을 해도 괜찮다.
위치에 따라 극단적인 2소굴 닷발귀를 쓸수도 있다.
그냥 중립 확장을 먹으며 그슨대 운영을 할 수도 있고 타 스타팅 앞마당을 가져가며 군락을 노려도 된다.
뭘 해도 마수가 할 만하다.
이 전장에 내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웅인은 마수가 강한 팀.
4세트에 김연훈이나 김진철을 내보낼거라 생각했다.
그저 평소처럼 같은 세트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역으로 상대 팀을 저격한 것이다.
웅인이 눈치 챘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만약 눈치 채지 못했다면 생각보다 쉽게 승을 먹을 수도 있다.
감독님과 철저히 이 전장을 분석하며 경기를 준비했으니까.
[날빌러]는 이제 보조적인 역할로만 쓰기로 했다. 그렇기에 이제 초반 정찰이 중요해졌다.
움직임을 봐야한다.
마견의 발업을 찍는지 확장을 중립으로 가져가는지 타 스타팅 앞마당으로 가져가는지, 마굴은 올렸는지, 그슨대는 찍었는지.
용안이 확인 해줘야할 것이 너무나 많다.
얼추 예상가는 건 있었다.
웅인 마수는 운영에 능하다.
스타팅 앞마당을 먹고 심시티로 입구를 좁히며 군락을 가는 빌드를 개발해낸 이들이 바로 웅인 마수 선수들이다.
공격적인 운영도 좋지만 그런 운영도 하기 좋은 전장이 바로 검은날개다.
상성 상 마수가 용족을 앞서 있으니 피해 없이 군락까지만 간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할 건 간단하다.
피해를 주면 된다.
군락을 가더라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날카로운 타이밍에 들어가 상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면 된다.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오늘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
팀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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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양 선수 부스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먼저 왼 쪽에 있는 이승우 선수!
성진우 캐스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 이승우가 잡혔다. 오른 편에 cg로 프로리그 관련 데이터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들이다.
게임에서나 볼 법한 승률들.
-전적 좀 보세요. 49승이나 했는데 패는 겨우 5패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금관 하나에 은관 1개. 그리고 별 4개 반. 현재 이승우 선수를 나타내는 표식입니다. 금관도 대단하긴 하지만 이승우 선수라면 플래티넘 크라운쯤은 달아줘야죠!
-오늘 승리를 하게 되면 이번 시즌 네 번째 플래티넘 크라운이 됨과 동시에 다승 공동 3위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현재 이승우의 프로리그 다승 랭킹은 4위.
위로 3명 밖에 남아있지 않다.
1,2위와는 조금 차이가 벌어져 있지만 3위인 이제운과는 1승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승률로 따지면 압도적인 1위다.
프로리그는 다승왕과 함께 승률왕을 뽑는데 공정성을 위해 30전 이상 치른 선수들에만 승률왕 후보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누가봐도 30승 1패가 5승 0패보다 대단하지만 단순 승률로만 따지면 5승 0패가 승률 100%로 승률왕을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이승우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률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려 90%가 넘었으니까.
30전을 넘은 시점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승률왕도 모자라 다승왕까지 노리고 있다.
3라운드부터 시작했음에도 다승왕 경쟁을 벌이는 것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세상에 만약은 없지만 이승우가 1라운드부터 참여했다면 압도적인 성적으로 다승 1위를 차지하고 있었을거다.
-최근 전적이 조금 좋지 않습니다만 최근 10전, 20전으로 확대해보면 여전히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긴 합니다.
데이터엔 최근 5전 밖에 표시 되지 않는다.
2승 3패.
프로리그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숫자다.
패보다 승이 많은 상황.
하지만 10전으로 최근 전적을 넓히면 7승 3패 승률이 70%로 껑충 뛰고 20전으로 넓히면 17승 3패로 승률이 85%로 치솟는다.
3연패, 4연패, 5연패까지 한다면 모를까 아직 걱정한 단계는 아니다.
-이승우 선수가 분명 최근에 약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건 사실입니다만 마수전에선 여전히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김정식 해설이 말을 덧붙였다.
이승우가 패를 기록한 건 환국전과 용족전이다.
상대는 이영우와 송병호.
예상 불가능한 선수들에게 잡힌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질 수도 있는 상대들이었다. 뜬금없는 패배는 결코 아니었다.
아직 마수전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18연승을 이어가고 있었으니까.
-18연승입니다. 18연승. 오늘 프로리그에서 승리하고 OSL 1경기까지 잡아낸다면 20연승 달성하는 겁니다.
-용족이 마수를 상대로 20연승이라니. 정말 놀랍네요.
-설사 20연승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18연승입니다. 진짜 어떤 선수도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로 마수를 때려 접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한 종족전을 상대로 20연승을 넘게 기록한 선수는 여태 딱 2명이다.
이영우와 이제운.
각각 환국과 마수를 상대로 22연승과 21연승을 기록해냈다.
동족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얼마전 송병호에게 기록이 깨지긴 했지만 이승우 역시 18연승으로 동족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역상성인 마수전 역시 어느새 18연승이다.
데뷔 이후 치른 마수전은 총 29전.
그 중 27번은 이겼다.
괜히 김택윤과 함께 마수전 원투펀치로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김택윤보다 더 낫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에 맞서는 김진철 선수입니다.
-이 선수도 요즘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뚜렷한 개인성적이 없어서 그렇지 개인리그 결승에 진출하기만 한다면 삼김마수에 새롭게 이름을 넣기 충분한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MSL 32강에서 아주 좋은 모습 보여주며 16강에 진출했죠.
-프로리그에서도 훌륭한 모습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5전. 아주 깔끔합니다. 전승입니다. 전승. 최근 웅인의 상승세는 김진철 선수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 양 선수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사인이 들어왔습니다. 더 이상 시간 끌지 않겠습니다. 아스트로와 웅인! 웅인과 아스트로! 이번 경기에 따라 매치 포인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2점차로 앞서느냐? 아니면 동점으로 따라잡느냐? 바로 경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성진우 캐스터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었다. 마지막 끝맺음을 하는 순간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관중들 역시 이 4세트를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
운영형 마수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진철이 이승우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한 것이다.
실제로 웅인 팬들은 김진철이라면 충분히 이승우를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네. 효과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보이는 진영 3시의 김민철 선수 진영입니다. 붉은색 마수!
초반에 주어지는 군주가 곧바로 12시로 향했다. 12시는 이승우의 본진이 위치한 곳이었다. 초반 정찰 운이 따라주었다.
-군주 좋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고요. 전장은 검은날개입니다.
-뒤 이어 이승우 선수의 본진입니다. 12시! 푸른색 용족! 최근 송병호 선수에게 2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 아주 깔끔하고 고상한 플레이로 높은 승률을 얻고 있는 이승우입니다.
-검은날개에서 끝까지 날아 오를 선수는 둘 중 어느 선수가 될지.
-둘 모두 이길 수는 없는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