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84화 (284/575)

00284  Game No. 2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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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전자의 숙소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렇게 분위기가 업되어 있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프로리그 연승을 달릴 때도 이만큼은 아니었다.

아스트로를 꺾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었다.

송병호가 그 동안 꺾지 못했던 이승우를 무려 2번이나 잡아냈기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의 승리는 그저 그런 2승이 아니었다.

앞으로 만났을 때 이승우가 몸을 움츠들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2승이었다.

앞으로 송병호와 경기를 할 때면 머리가 복잡질거다. 전처럼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칠 수 없을 거다.

그거면 족했다.

아직은 먼 일일수도 있지만 OSL에서 서로 계속 이겨 나가다보면 자연스레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가을의 전설.

그리고 용족간의 결승전.

최고의 그림이다.

용족 팬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그림.

그때를 위한 준비를 미리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랜만에 치킨, 족발 회식이 이뤄졌다.

“자. 먹고 죽자!”

최 코치가 양손 가득 치킨과 족발이 담긴 비닐봉지를 든 채 호기롭게 외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여름 감독이 히죽 웃었다.

이여름 감독은 유일한 여성 감독이다.

동시에 유일한 선수 출신 감독이기도 하다.

임주혁과 같은 시대에 선수로 활동했었다. 물론 최정상 남성 게이머를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여성 게이머 사이에선 최고로 군림했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여자라고 신들의 전쟁을 잘 모른다고 하는 건 엄청난 실례다.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녀에게 송병호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언제 어디서나 묵묵히 제 갈 길을 걷는 존재.

나무전자의 다른 선수들은 송병호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

항상 강하다고만 생각한다.

물론 그 것도 송병호의 모습이지만 이여름 감독은 또 다른 송병호도 알고 있었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송병호를 말이다.

“고생했어.”

이여름 감독이 닭다리 두 개 중 한 개를 송병호에게 건넸다. 그리고 건배를 하 듯 닭다리를 들어 올렸다.

“감사합니다.”

이여름 감독이 내민 닭다리에 송병호가 본인의 닭다리를 가져다대었다.

술이라도 한 잔 하면 좋겠지만 당장 시즌 중이라 부어라 마셔라 할 순 없었다.

조만간 시즌이 끝나면 한잔 할 수 있게 되겠지.

“오늘 정말 멋졌어. 뭐 항상 멋지긴 했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멋졌어.”

이여름 감독의 칭찬에 송병호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운이 좋았어요. 솔직히. 두 판 다 빌드를 크게 먹고 들어가는 바람에...”

송병호의 겸손한 대답에 이여름 감독이 그건 아니라는 듯 닭다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정확히 말해야지. 심리전이 먹혔다고. 다 생각하고 배제한거 아냐?”

송병호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OSL 다음 경기 이영우지?”

“네.”

생각만으로 답답해지는지 송병호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다전제 상대가 이영우로 결정 된다면.

이미 결승에서 한 차례 패배를 겪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었다.

한 해 승률 70%.

우승자 출신.

용족 최다 결승 진출.

이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송병호지만 단 한번도 시대의 지배자라 불린 적이 없었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일컬어질 뿐이었다.

이 3개가 한번에 오지 않고 따로 따로 왔기 때문이다.

한해 승률 70%를 달성한 해엔 김택윤이 3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명혁을 꺾고 OSL 우승을 차지했을 때 반대편에서 김택윤이 MSL 우승을 차지하며 금뱃지를 손에 넣었다.

용족 최다 결승 진출 기록을 얻었을 땐 이미 리쌍의 시대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연보자 조연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었다.

송병호가 결승전에서 패배한 선수들이 택덴리쌍, 라이벌이라 불리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덴, 정명혁과 서로 우승을 한 번씩 주고받았을 뿐, 김택윤, 이영우, 이제운을 상대로 결승에서 모두 졌다.

이 결승전 중 반만 이겼다면 송병호의 위상은 지금보다 한층 더 높았으리라.

“해보자. 이영우 꺾고 이제운이든 이재성 또 꺾고 결승가보자. 우승 한 번 더 해보자. 한 번 했는데 두 번 못하겠냐?”

송병호가 이여름 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힘을 주기 위한 응원인지 헷갈린 탓이었다.

이여름 감독도 송병호를 마주 보았다.

눈빛으로 대신 답해주었다.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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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전자 전이 끝나고 4일이 지났다.

그 사이 멘탈을 차분히 회복했다. 팀원들도 많은 힘이 되주었다. 나를 탓하기보단 오히려 슬럼프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해주고 있었다.

이런 착한 팀원들을 두고 화를 냈었다니.

다시 한 번 전의 일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인터넷에 악성 댓글이 달리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악플은 달리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하루 2패를 했다는 그 자체가 충격이라는 반응이었다.

좋아 해야 하는건가?

그 정도로 내가 진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간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틀 전에 IBX가 또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우리팀과 격차가 한 계단 더 벌어졌다.

한 번쯤은 미끄러져야하는데 자꾸 이긴단 말야?

우리도 분발해야겠다.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다.

프로리그 경기가 오후 1시에 있고 저녁 7시에 OSL 8강 경기가 있다.

현재 팀에서 OSL 8강에 오른 선수는 나 밖에 없다.

어깨가 아주 무겁다고 할 수 있지.

이번에도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

우승.

또 한 번 우승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오늘 경기부터 이겨야겠지?

상대는 김윤호.

우리와 6위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IBX의 간판 선수이기도 하다.

단판으론 상대해본 적이 있지만 다전제에선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선수였다.

김윤호와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넌지시 조언을 해주셨다.

전에 상대했던 김윤호는 말끔히 잊으라고.

다전제에서 만난 김윤호는 네가 아는 김윤호와 전혀 다른 선수일거라고.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준비되었을 때 이제운만큼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마수가 바로 김윤호였다.

그의 판짜기 능력은 종족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동족전인 마수전에서도 어마어마한 판짜기 능력을 가졌다.

단점도 지니고 있었다.

본인이 짜놓은 판과 다르게 경기가 흘러가면 급격하게 흔들린다는 것.

감독님께서 포인트로 집으신 부분이었다.

김윤호에게 흔들리기 전에 흔들어라.

오늘은 초반 찌르기와 견제 위주로 경기를 펼칠 생각이었다.

그에 앞서 프로리그 경기가 있다.

오늘의 상대는 웅인.

공교롭게도 프로리그 경기도 마수전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웅인은 마수의 힘이 강한 편이었으니까.

오늘 하루 마수전만 최소 4경기, 최대 6경기를 하게 된다.

당분간 마수전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몰아서 하는구만.

사실 마수전을 4~6경기를 한다는 사실보다 오늘 하루 4~6경기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스킬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었으니까.

그 동안 단판경기, 하루 최대 2~3경기 밖에 없어 스킬 횟수 제한에 큰 불편함을 못느꼈다.

이제는 다르다.

모든 경기가 다전제이고 프로리그 경기가 있는 날엔 4경기 이상 펼치게 될 확률이 높다.

만약 오늘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게 된다면 치르는 경기 수가 최대 7경기까지 늘어나게 된다.

스킬 배분을 잘하지 못하면 미끄러질 수가 있었다.

일단 프로리그에선 스킬 사용은 최소화할 예정이다.

액티브 스킬보다 패시브 스킬을 활용하게 될 것 같다.

자주 안 쓰는 스킬들?

이거 제하고 저거 제하다 보니 딱히 장착할 스킬이 없었다.

어떤 스킬을 장착할지 차차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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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성진우 캐스터입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이 자리를 찾아주셨습니다. 정말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성진우 캐스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수요일 오후 1시 경기.

평소보다 관중석이 적은 시간대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은 회사에 가는 시간이니까.

하지만 오늘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승우의 힘이었다.

이승우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오늘 하루 특별히 월차를 내고 온 직장인들도 있었다. 칼퇴근을 한다면 7시에 펼쳐지는 OSL 8강 경기를 볼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으니 아예 마음 편하게 휴가를 내고 경기를 관람한다는 마인드였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정말 관중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양 팀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성진우 캐스터 왼 편에 앉아 있는 박용제 해설이 혀를 내둘렀다. 그도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직관을 올 줄 몰랐던 듯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스트로의 인기에 가까웠다.

그 중 이승우의 인기.

최근 2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용족 NO.1 소리를 듣고 있었다.

-자. 양 팀의 최근 분위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분위기는 정말 상반되어있습니다.

-그렇죠. 정 반대라고 할 수 있죠. 연승으로 치고 올라오는 웅인과 연패로 휘청이는 아스트로. 이제 순위가 한 계단 밖에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거의 2승짜리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세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순위를 8위로 바짝 끌어올린 웅인과 3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는 아스트로의 대결

웅인은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을 잡기 위해서, 아스트로는 연패 탈출을 위해서 승리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스트로의 엔트리 순서에 조금 변화가 있었다.

1세트를 도맡아 담당하던 한민규가 5세트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박현우가 1세트에 등장했다.

초반부터 힘을 꽉 주겠다는 것이었다.

2세트엔 신연호가, 3세트엔 김승대가 나선다. 이들의 순서도 조금씩 바뀌었다.

3연패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었다. 너무 뻔한 감이 있었다.

매번 비슷한 순서로 선수가 나오다보니 저격을 맞는 일이 많아졌다.

과연 4세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승우가 그대로 나올까?

아니면 변화가 생겼을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승우가 그대로 나올 예정이다.

4세트에서 저격을 당해 2연패를 당했지만 굳이 바꾸지 않은 이유는 이승우가 그걸 원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든지 도전이 있으면 받아준다는 것.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팀이 3연패를 당했듯 이승우도 연패를 당했다.

더 이상의 연패는 위험했다.

-웅인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1세트에 나온 선수! 바로 윤영태 선수입니다.

-개인리그에선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프로리그에선 연전연승을 하며 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요즘 경기력도 아주 물이 올랐습니다.

최근 윤영태는 프로리그에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한 종족전에만 치중되지 않고 세 종족전 고르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단 것이 고무적이다.

오늘도 윤영태가 승리를 사냥하기 위해 경기에 출전했다.

-박현우 선수도 만만치 않죠.

-그렇습니다. 이승우 선수의 활약에 조금 가려져있지만 박현우 선수도 팀의 살림꾼으로서 역할을 톡톡해 해내주고 있습니다.

김정식 해설의 말처럼 박현우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팀이 패배하는 날에도 승리를 챙겨주며 본인이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개인리그 포함하여 최근 10경기가 7승 3패로 아주 좋았다.

-1세트가 정말 중요합니다. 주장 간의 대결이거든요? 팀의 사기가 걸려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다.

팀원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다.

-양 선수 준비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1세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3연패로 팀 분위기가 살짝 애매한 가운데..

과연 오늘도 4세트에 나오는 이승우는 어떤 경기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릴까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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