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1 Game No. 281 위기. =========================================================================
이승우의 머릿속에 걱정이 많다.
온갖 생각이 이리 저리 헤엄치고 다니고 있다.
조금 더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잇었다.
그렇기에 송병호에 빠른 확장에 말리는 그림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도 지룡을 먼저 가야하는데 정찰을 하지 못했기에 현룡을 먼저 생산하려 하고 있다.
그 만큼 러시 타이밍이 늦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미적거리다보면 송병호도 용의 신전 완성되고 제단의 수도 3개까지 늘어날 것이다.
아직 이승우의 현룡도 나오지 않았는데 송병호의 앞마당이 완성되었다.
-상대가 앞마당을 빨리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걸 정찰을 통해 확인했다면 이승우도 빠르게 지룡부터 가서 뚫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겁니다. 근데 지금 확실한게 없으니까 안전하게 가고 있는거에요!
-자신감도 있을 겁니다. 이미 상대전적이 크게 벌어져있거든요? 무난하게 가면 이길 수 있다! 근데 송병호가 무난하게 안가고 있어요. 그런 이승우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 앞마당을 빠르게 가져가주었어요!
-현룡 내려오죠! 이거 보면 이제 아! 당했구나! 내가 빌드에서 졌구나! 하고 알게 될겁니다.
****
현룡으로 송병호의 앞마당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철광을 찍어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팠다.
먹은 지 꽤 시간이 지났다는 이야기.
이 정도면 1제단 이후 바로 앞마당을 가져갔을 확률이 높았다.
꼬였군.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처음으로 [날빌러]의 대답이 다르게 돌아왔다.
O도 X도 아니었다.
물음표.
[날빌러]의 대답은 물음표였다. 알 수 없다는 것.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상대의 빌드를 알려주는 것에서 O,X로 바뀐 것도 모라자 이제 확률의 문제까지 생겼다.
[날빌러]의 너프가 너무나 뼈아팠다.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곧이곧대로 알 수 없다로 판단해야할까?
아니면 스킬의 실패도 받아들여야할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후자로 결정했다. 아예 [날빌러]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빌드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내 목을 옥죄고 있었다.
서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나는 안전한 빌드를 선택했고 송병호는 과감한 빌드를 선택했다.
러시 거리가 가까워 빠른 확장을 배제했다.
여기서 차이가 생겼다.
이대로 두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어떻게든 이득을 챙겨야했다.
2기의 지룡이 생산되자마자 모은 용혼과 함께 송병호의 앞마당이 위치한 6시 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해주었다.
제단을 늘려 올인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위험했다.
이미 자원의 격차가 심하다.
이번 러시가 막힐 경우 뒤가 사라진다.
어떻게든 후반까지 끌고 가는 것.
그 것이 급선무였다.
당장 용혼의 숫자는 내가 한 두기 밀릴거다. 상대는 제단을 3개까지 늘렷으니까.
내가 나은 점은 하나다.
운룡에 지룡이 타 있다는 것.
최대한 이 점을 활용해야한다.
저 멀리 송병호의 병력이 보였다.
그 순간.
‘[투신]사용.’
[투신]을 사용하며 병력을 천천히 들이밀었다.
****
-자. 이승우 선수 내려왔죠!
-어떻게든 이득을 거둬야하는 시점입니다. 만약 운룡이 터진다면 진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어요!
이승우의 병력과 송병호의 병력이 부닥쳤다.
그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키는 관중들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전투.
이득을 챙겨간 건 이승우였다.
부채꼴로 순식간에 용혼이 퍼지더니 컨트롤을 통해 조금씩 이득을 가져왔다.
분명 적은 수를 지니고 있었지만 더 용맹함을 과시한 건 이승우의 용혼이었다.
뿐만 아니라 순간적임 움직임을 통해 송병호의 지룡을 잘라주는데 성공했다. 본인은 지룡 뿐만 아니라 운룡까지 살렸다.
과연 이승우라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용혼을 조금 잃었다.
지룡을 지니고 있다고해도 앞마당을 밀 수 있는 화력까진 아니었다.
섣불리 들어갔다가 추가 생산 된 용혼에 지룡이 끊어 먹힐 수도 있었다.
지룡이 강한 건 용혼의 호위가 있을 때지 단독 지룡은 큰 화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룡을 잡아낸데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둘 다 잘했다.
이승우는 잘 싸웠고 송병호는 잘 지켰다.
-아. 이승우 선수 분명 이득을 챙기긴 했지만 미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러면 여전히 유리한 건 송병호죠. 앞마당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요.
-그래도 이승우 선수니까 기대해볼만합니다. 지금도 차이가 5까지 벌어졌다면 2~3까지 줄였거든요? 어쨌든 운룡을 지니고 있는 이승우 선수니까 견제가 한 두 번 더 성공한다면 비슷한 상황까지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승우의 가장 큰 장점은 지룡이 운룡과 함께 있다는 것.
그 점을 제대로 활용해주었다.
일점사를 통해 지룡을 잡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역러시를 할 타이밍을 없애는데 성공했다.
이승우도 확장을 돌리고 제단을 늘릴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이마저 없었다면 역러시에 앞마당이 밀리며 GG를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이승우도 그냥 당할 선수가 아니었다.
-자. 이승우 선수 운룡 본진으로 안 빠졌어요.
-본진! 본진 노리죠!
지룡을 태운 운룡이 본진으로 바로 귀환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송병호의 본진 쪽으로 향했다. 피해를 입힌 김에 한 번 더 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병호도 만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용혼 3기를 미리 본진에 배치시킨 것이다.
2기라면 모를까 3기의 용혼이 있으면 운룡을 집어넣을 수 없다.
속업조차 되어있지 않는 운룡.
괜히 들이밀었다가 파괴되면 전에 거둔 이득이 다 무효화가 된다.
용혼을 발견한 이승우가 운룡의 기수를 미련없이 본진으로 돌렸다.
-이승우 선수 간만 살짝 보고 빼죠.
-이 것도 충분합니다. 언제든 견제가 들어갈 수 있다라는 것만 심어줘도 됩니다. 용혼을 본진에 배치시키는 것만으로 러시를 억제하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사이 확장을 완성시키는 이승우!
7:3 정도로 기울어져있던 경기가 방금 전 전투를 통해 6:4까지 따라왔다.
물론 4가 이승우였다.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
[투신]을 사용했음에도 생각보다 큰 이득을 거두지 못했다.
지룡 1기를 잡아낸 것 정도?
아니 이 것도 [투신]이 있어서 얻어낸 성과라고 해야할까?
입술을 잘근씹었다.
이대로 경기가 진행되면 좋을게 하나도 없다.
노련하다.
내가 무엇을 할 지 훤히 알고 있는 느낌이다.
견제를 가보려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운룡을 잃게 되면 바로 GG다.
무리하게 쓸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속업이라도 해서 견제에 모든 걸 걸어보고 싶었지만 쉽지 않다.
금이 부족하다.
이제 막 확장이 완성되었다.
제단에서 용혼을 생산하기 바쁘다.
용의 신전에서 현룡을 눌러주는 것조차 압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룡의 속업을 누르라고?
욕심이다. 욕심.
이제 선택해야 한다.
확장을 하나씩 더 가져가면서 극후반까지 버틸 것인가?
아니면 확장을 포기하고 쥐어 짜내서 한 방을 노릴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아직 [폭주기관차]와 [숨바꼭질]이 남아있다.
이 스킬을 극대화하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나았다.
잠시나마 화력이 앞설 수 있는 순간이 나오는 것이 후자였으니까.
전자는 불리한 싸움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그래. 결심했어.
계속 이끌려 다니는 싸움을 하느니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한 번 주도권을 잡아서 몰아치겠어.
****
-자. 양 선수 물량이 조금씩 벌어집니다.
-먹어놓은 자원이 다르거든요. 송병호 선수가 이승우 선수보다 훨씬 빠르게 앞마당을 확보했기에 이런 차이가 나오는 겁니다.
경기가 시작한지 10분이 흘렀다.
이승우의 찌르기 이후 전투는 없었다.
서로 운룡을 돌려 견제를 하려 했지만 이미 눈치채고 병력을 배치했기에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무난히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승우다.
아무리 이승우가 대단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초반 빌드에서 크게 뒤졌다.
불리함을 전투나 견제로 뒤집어야하는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송병호가 싸워주지 않았다.
그저 계속 배를 불리며 테크를 타고 있을 뿐이었다.
-송병호 선수 비렴 테크 탑니다. 지금 병력도 많은데 비렴까지 성공적으로 조합되게 되면 더 이기기 힘들어집니다.
-이승우 선수도 마음 같아선 비렴 테크 타고 싶을 겁니다. 근데 상황이 안 돼요. 먹어놓은 금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이승우 선수 아직 황룡성지 안 올라갑니다.
-느려도 너무 느린데요?
아무리 앞마당 확장이 늦었어도 아직 황룡성지조차 올리지 않은 건 큰 의문이었다.
이미 송병호는 하늘성소가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한종엽 해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뭐죠? 실수인가요? 실수일리는 없을텐데요. 설마?
혼자 중얼거리던 한종엽 해설이 화들짝 놀랐다.
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 지룡 찍어 주실 수 있나요? 지룡이요. 지룡!
옵저버가 바로 지룡을 찍었다.
-토정 한 번 확인해주세요.
옵저버의 커서가 토정을 가리키는 곳에 올라가자 숫자가 떠올랐다.
100+25.
-이승우 선수 지룡의 폭발력 업그레이르를 했습니다! 아예 비렴을 생산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다.
이승우는 테크 대신 지룡의 폭발력 업그레이드를 했다.
보통 공업을 하면 1~2가 올라간다.
가장 많이 올라가는 천자총통의 진천형마저 5가 전부다.
하지만 지룡의 폭발력 업그레이드를 하면 무려 공격력이 25가 올라간다.
안그래도 100이라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가진 토정의 공격력이 125가 되는 것이다.
이승우는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렴 뿐만 아니라 확장 역시 가져갈 생각이 없어요. 지금 용의 신전에서도 계속 지룡과 운룡을 찍고 있을겁니다. 제단 역시 용혼만을 찍고 있을거고요. 이승우 선수 뒤가 없습니다. 어차리 이렇게 경기진행되어봤자 불리하게 되니
한종엽 해설이 이승우의 올인을 알아차린 건 이승우가 일꾼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세번째 신전을 원활하게 돌리려면 용안을 더 생산해야한다. 하지만 이승우는 용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있었다.
본진와 앞마당만 돌릴 수 있는 용안의 수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 말은 더 이상 확장을 하지 않고 공격을 가겠다는 뜻이다.
-이승우 선수 공격을 택했어요. 한 번 밖에 기회 없습니다. 그거 막히면 지는거에요!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할까요? 차분히 경기를 이어나가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칼을 뽑았습니다. 물러날 수 없습니다. 한종엽 해설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딱 한 번입니다. 그 타이밍 놓치면 영영 지는거에요!
이승우는 착실하게 병력을 모았다.
지룡도 무려 5기나 생산했다.
무시무시한 화력이다.
잘만 컨트롤하면 순식간에 부대 단위의 병력을 녹일 수 있을 정도다.
그 사이 송병호도 조합을 갖췄다.
용아, 용혼, 비렴, 풍백에 지룡까지.
단순 용혼과 지룡 조합인 이승우보다 훨씬 화려한 조합을 갖추고 있었다.
서로 가지고 있는 병력만 봤을 땐 당장 누가 이길지 쉽게 점칠 수 없었다.
조합이나 자원 상황은 송병호가 좋았지만 이승우도 확장을 포기하고 앞마당 자원만으로 쥐어짜낸 병력이라 그 힘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최후의 결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