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0 Game No. 280 송병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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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규 선수 정말 멋진 전략의 승리입니다.
-설마 바카닉을 들고 나왔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네요.
-진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빌드거든요? 그런 빌드를 들고 나와 완벽하게 성공시킵니다.
-어제 탈락에 대한 충격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1세트였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2:0으로 점수를 벌려준 아스트로의 선수는 바로 박현우 선수입니다.
-주장이자 이승우 선수와 함께 기둥을 이루고 있는 선수죠.
1세트를 쉽게 비교적 쉽게 가져왔다.
민규는 아직도 코치님과 팀원의 사랑어린 손길을 받고 있었다.
미안하다. 민규야.
내가 오해했었다.
민규는 예상보다 훨씬 멘탈이 튼튼했다.
2세트에 나서는 팀원은 현우 형이었다. 언제나 든든한 믿을맨이었다.
“이대로 2,3세트 쭉 따냈으면 좋겠다.”
“그래. 딱 네가 4세트에서 경기 끝내버리면 되겠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멋지게 4:0!”
연호와 난 농담 따먹기를 하며 히히덕거렸다.
누구도 현우 형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왜?
나무전자에서 내보낸 선수가 최진철이었으니까.
최진철은 프로리그에 딱 10번 나와본 신예 중에 신예다.
그런 그의 승률은 20%.
10번을 경기를 치르는 동안 2번 밖에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마저 용족전이었고 환국전은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종족 역시 상성에서 밀리는 마수였다.
우리는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모두의 기대대로 현우 형이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1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이어진 3세트에선 연호가 나섰다.
상대는 박철호.
기습적인 흑완 드랍으로 1승을 챙겨왔다.
당황한 박철호는 흑완에 큰 피해를 입고 경기 내내 휘둘리다 GG를 선언했다.
자식. 고생했다. 환하게 웃는 걸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스코어는 3:0.
이제 내가 나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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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스코어가 3:0으로 벌어졌습니다. 승리를 거두고 있는 팀은 나무전자가 아닌 아스트로입니다.
-이승우 선수가 나오기 전 이렇게 스코어가 벌어질 줄 아무도 몰랐을겁니다.
-송병호 선수의 어깨가 무겁죠.
-오늘 이승우 선수가 승리를 거두면 50승 고지에 올라서게 됩니다.
-이번 시즌 세 선수 밖에 넘지 못한 50승이거든요? 만약 이승우 선수가 이번에 승리를 거두면 50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게 1,2라운드를 치르지 않고 이룩한 결과라는 것이 정말 놀라운거죠.
프로리그에서 20승을 거두면 준수한 선수라고 표현한다.
30승을 거두면 뛰어난 선수라고 표현한다.
40승을 거두면?
의심할 필요 없는 에이스다.
믿고 쓸 수 있는 카드!
50승을 한 선수가 팀에 있다?
그 팀은 언제나 1승을 챙겨줄 수 있는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우의 기록은 49승.
어느새 50승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 기록이 정말 놀라운 건 3라운드만에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었다.
-과연 이승우 선수는 49승 징크스를 빗겨 갈 수 있을지 이 부분도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49승 징크스.
사실 징크스라고 부를 만큼 많은 사례가 나타난 건 아니다.
애초에 프로리그에서 49승을 찍을 수 있는 선수가 많이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49승에서 50승으로 쉽게 올라가지 못하고 연패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말이었다.
예외는 없었다.
김택윤도 그랬고 이제운도 그랬다.
심지어 이영우는 4연패를 거둔 끝에 50승에 올라 설 수 있었다.
49승 징크스는 다른 말로 플래티넘 징크스라고 불렀다.
50승을 나타내는 표식이 플래티넘 크라운이였기 때문이었다.
각 승마다 나타내는 표식이 있다.
1승부터 9승까진 동색 별[星]로 표시가 된다.
2승당 별 하나씩 표시가 되며 별 5개가 되면 실버 크라운으로 표시를 하게 된다. 실버 크라운 한 개당 10승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실버 크라운이 3개가 되면 골드 크라운이 된다.
그리고 50승을 차지하면 플래티넘 크라운이 되고 70승을 하게 되면 다이아몬드 크라운이 된다.
프로리그가 개막한 이래 다이아몬드 크라운을 차지한 선수는 김택윤 1명 뿐 이었다.
이영우 조차 70승 고지를 밟아보지 못했다.
이영우의 프로리그 최고 기록은 68승이었다.
애초에 다이아몬드 크라운이란 건 없었다. 플래티넘 크라운까지 존재했는데 김택윤이 70승 고지를 점령하면서 새로 추가 된 표식이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징크스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징크스? 그런게 있었어?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50승을 달성할 것 처럼 느껴지거든요.
49승 3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에게 징크스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송병호.
요즘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10년 째 최정상을 고수하고 있는 최고의 선수다.
거기다 동족전.
모든 매치 중에 변수가 가장 많은 동족전이다.
특히 용용전은 더 심하다.
빌드가 엇갈린다면 얼마든지 패배할 수 있는 것이 용족간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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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호가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지금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팀이 위기에 몰렸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한다.
상대는 이승우.
여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다.
불리하다는 걸 알지만 물러 날 수 없다.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모든 팀원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장이자 최고참.
동시에 칠룡의 머리라 불리는 송병호.
무거운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송병호가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컨디션은 어때?”
이여름 감독의 말에 송병호가 씨익 웃었다.
“괜찮아요. 감독님.”
오늘따라 몸 상태가 좋았다.
과거 우승을 차지했을 때처럼 느껴진다.
이게 그저 착각일지 아니면 진짜 그런 것인지는 경기가 시작하면 알 수 있겠지.
“한 번 역전 만들어보자.”
“당연하죠.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이 자신감이 그를 오랜 기간 정상에 머물게 했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구세주가 되었던 송병호다.
오늘도 그럴 수 있다.
송병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에이스의 숙명을 타고난 자였으니까.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팀이 위기에 몰리면 몰릴 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게 송병호다.
이여름 감독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부스로 향하는 송병호의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랗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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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깍지 끼고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팔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시원함이 느껴졌다.
좋았어.
몸 상태는 아주 좋다!
모든 것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즐거운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승부를 즐기게 되었다.
방송울렁증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경기가 시작 전 가슴이 두근거렸다.
승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어떤 경기가 나를 즐겁게 해줄까하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었다.
이제 스킬을 챙길 차례다.
어떤 스킬을 챙겨야 좋을까?
마음같아선 [승우네 관광버스]와 [안드로메다]를 동시에 챙겨 스킬 포인트 조각을 한탕 제대로 챙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동족전이라 그렇게 되기 힘들 것 같았다.
안정적으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스킬을 조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개인리그라면 모를까 프로리그에선 팀이 승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투신]은 기본으로 하나 챙기고 혹시 송병호가 올인을 할지도 모르니 [날빌러]도 챙겨야겠다.
남은 2칸은 [숨바꼭질]과 [폭주기관차]로 채웠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송병호와 경기를 치르는 전장은 나주평야였다.
어차피 동족전이기에 전장의 유불리는 없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편했다.
여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상대였으니까.
동족전이기에 빌드만 밀리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위치는 12시.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를 사용했다.
이번 [날빌러]는 송병호의 올인 여부보단 배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날빌러]였다.
송병호는 배제를 잘하는 선수다.
그냥 찍기로 배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심리와 성향, 그리고 최근 경기까지 분석해서 배제를 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성공률이 높다.
나와 이렇게 상대전적이 벌어진 건 내가 가진 스킬로 인해 송병호의 장점이 부각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내가 송병호가 어떤 배제를 쓰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가지는 동족전의 유리함이었다.
송병호가 내 흑완을 배제했는지 알고 싶었다. 흑완 빌드를 쓰면 통할 수 있을지 [날빌러]에게 물었다.
이윽고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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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양 선수 빌드가 엇갈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플레이하고 있는 이승우와 달리 송병호 선수는 과감하게 앞마당을 먼저 가져갔습니다.
-이승우 선수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선 이렇게 과감한 수를 던져야한다는거죠. 그런 수를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지금 경기를 펼치고 있는 송병호 선수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인거죠!
빌드가 갈렸다.
승자는 송병호였다.
1제단 이후 용의신전, 그 후에 2제단을 올리며 정석 빌드를 선택한 이승우와 달리 송병호는 1제단 이후 과감하게 앞마당을 가져갔다.
과감한 선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2제단을 올려주며 러시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용의신전을 바로 가져가준 것이다.
테크와 확장을 동시에 선택했다.
2가지를 동시에 배제한 것이다.
흑완러시와 4제단 올인 러시.
다시 한 번 말하면 이승우가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했다면 밀릴 수도 있는 선택.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이승우는 정석 빌드를 선택했으니까.
-분명 빌드에선 송병호 선수가 한 발 앞서나갔지만 아직 경기 승패가 확정 될 정도로 서로 차이가 벌어진 건 아닙니다. 이승우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입니까? 전투 아닙니까. 전투!
-네. 그렇습니다. 전투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견제로 이득을 거둔다면 이 정도 차이는 단숨에 따라 잡을 수 있죠.
확장을 늦추고 현룡과 지룡을 생산 한 이승우는 분명 모은 병력을 가지고 송병호의 앞마당에 몰아 닥칠거다.
그때가 중요했다.
-송병호 선수 현룡사당까지 생략합니다. 바로 지룡사원 짓고 있어요.
-아예 흑완은 생각하지도 않겠다는 겁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자신이 패배하면 팀도 무너지거든요?
송병호의 선택에 중계진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실로 과감한 선택.
본인이 지면 팀이 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렇게 과감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문제는 지금 선택이 현재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겁니다. 이러면 러시가 올 때 지룡의 숫자가 맞춰지거든요?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쉽게 달려들지 못하게 버티기만 하면 돼요. 곧 제단 3개까지 늘어나면서 용혼의 수는 금세 따라잡을 수, 아니 역전 시킬 수 있거든요? 그 후에 운룡까지 나오면 밀어내는 걸 넘어 러시 타이밍까지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죠. 당장 운룡 없어도 노말 병력과 지룡으로 앞마당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네요.
앞마당 타이밍이 크게 차이가 난다.
서로 정찰에 실패했기 때문에 송병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이승우가 용안을 계속 찔러넣었지만 번번히 용혼에 커트되었다.
-자. 이승우 선수 안전하게 현룡사당까지 짓고 있어요. 이러면 앞마당 완성되고 돌릴 수 있는 타이밍 충분히 나오죠!
-궁금하거든요. 송병호 선수가 뭐하는지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현룡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