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9 Game No. 279 멘탈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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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캐스터 박상철입니다! 오늘도 저를 도와주실 해설위원 두 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종엽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박광춘입니다. 이렇게 또 만나 뵙게 되서 정말 기쁩니다.
-벌써 10월이에요. 시간 참 빠르게 흐릅니다.
-프로리그도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아직 확정 된 것이 아무 것도 없네요!
-그 정도로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죠.
-오늘도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팀이 맞대결을 펼치죠?
-그렇습니다. 나무전자와 아스트로가 오늘 경기를 펼치게 됩니다!
10월 3일.
벌써 10월이다.
어느새 프로리그가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다음 달인 11월 달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어야하는 프로리그지만 개인리그와 결승 시즌과 겹치는 바람에 이번 시즌은 12월 달에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되었다.
한 달이 미뤄 졌다고 하지만 끝을 향해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현재 각 팀별로 치른 경기 수는 평균 50여경기.
팀별로 치르는 경기수가 총 66경기라는 걸 보면 꽤 많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포스트 시즌을 확정지은 팀은 없다.
다만 수치상 이럴 뿐 거의 확정이라고 말 할 수 있는 팀들은 존재했다.
1위인 S1과 2위인 CT는 전 라운드에 걸쳐 고르게 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굉장히 유력한 상태였다.
3위인 GO 역시 유력하다. 4위와는 어느 정도 승수가 벌어져 있다.
4위부터는 혼돈이다.
일주일 사이에도 순위가 몇 번 씩 뒤바뀌었다.
저번주까지 4위를 유지하던 화성이 한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 그 자리를 오늘 경기를 펼치는 나무전자가 대신 차지했따.
6위는 아스트로였다.
포스트 시즌 실질적인 경쟁자라 할 수 있는 IBX에게 패배하며 추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 전에 벌어놓은 승점과 승이 있어 아직 6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IBX가 경기를 승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늘 나무전자에게 패배한다면 다시 7위로 주저앉게 된다.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기였다.
절박하기는 나무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1~3위에 있는 팀에게 진다면 모를까 그 밑에 있는 팀에게 지는 건 위험했다.
진출이 걸린 문제였으니까.
박상철 캐스터가 격양 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맑고 높은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관중들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박상철 캐스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빅 매치가 여럿 준비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대결이 준비되어있죠. 가장 먼저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매치죠. 송병호 선수와 이승우 선수가 4세트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요즘 팬들 사이에선 사승우라고 불릴 정도로 프로리그에서 4세트를 도맡고 있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5라운드 이후 이승우는 줄곧 4세트에 출전했다.
이영우에게 한 번 저격을 당하긴 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선 5승을 거두며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았다.
항상 4세트에 나오기에 저격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걱정했다.
본인의 고집인지 감독의 지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늘도 4세트에 배치 된 이승우였다.
-송병호 선수가 굳이 4세트에 배치 된 건 이승우 선수를 저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박상철 캐스터의 말에 한종엽 해설이 바로 맞장구를 쳤다.
대화의 빈틈이 없었다. 서로 대본을 맞추기라도 한 것 처럼 자연스레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 만큼 이들의 케미가 좋았다.
-아마 그럴 겁니다. OSL 8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16강에서 맞붙었을 땐 한 차례 패배를 했거든요? 프로리그에서도 패배를 당한 기억이 있고 MSL에서도 16강에서 2:0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왔다는 건 분명 준비한 한 수가 있다는 것이겠죠. 실제로 CT에서 저격 카드를 내보내 한 번 승리를 거둔 적이 있거든요? 나무전자에서도 그런 준비를 해왔을 가능성 농후하다고 봅니다.
한종엽 해설이 본인의 예측을 말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이었다.
그때 박상철 캐스터의 기습공격이 들어갔다.
-박광춘 해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흠. 저도 뭐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그게 답니까?
-네? 그럼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해설위원이시니 본인만의 색다른 의견을 내야하지 않겠습니까?
박광춘 해설이 큰 눈을 껌벅거렸다. 정말 할 말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가 턱 주위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음. 제 생각이 한종엽 해설과 똑같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경기 분석은 박광춘 해설께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반부터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박광춘 해설이 정신을 못 차렸다. 벌써 기세를 잃을 수 없다는 듯 준비 된 노트를 손에 꼭 쥐고 질문을 기다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박광춘 해설을 철저히 외면하는 박상철 캐스터.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모를까 준비가 되었다면 물어볼 생각이 1g도 없었다.
관중들도 당황하는 박광춘 해설이 보고 싶은거 지 유려하게 말을 잘하는 박광춘 해설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 밖에 다양한 매치가 준비되어 있죠?
-일단 1세트부터 양 팀에서 힘을 주었습니다. 나무전자에선 허영우 선수를 내보냈고 아스트로에선 한민규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어제 한민규 선수가 OSL 16강 재경기 끝에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거든요?
이번 시즌 유일한 로열로더 후보였던 한민규가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오늘 1세트의 관건은 한민규가 어제 패배에서 벗어났느냐 벗어나지 못했느냐였다.
-정말 아쉬운 상황이었죠. 2승 1패의 탈락.
-그렇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지나간 일 훌훌 털어버리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이 근질거리는지 몇 번을 입을 벌렸다 닫는 박광춘 해설.
둘의 대화에 치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결국 준비한 걸 이야기하지 못하고 화제가 다른 쪽으로 전환되었다.
-개인적인 선수들의 분위기를 떠나 팀 분위기로 따지면 현재 아스트로는 썩 좋지 않습니다.
-2연패를 하며 살짝 휘청 이고 있거든요? 에이스인 이승우 선수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굳건히 버티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며 GO와 IBX에게 나란히 패배를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팀이라는게 상승할 때 미친 듯이 상승하지만 또 무너질 때도 마찬가지로 확 무너지거든요? 조심해야합니다. 아스트로. 오늘까지 지면 3연패입니다. 3연패.
-연패도 연패지만 오늘 패배하면 7위로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그나마 이 한마디를 통해 아쉬움을 날린 박광춘 해설이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속이 시원한 듯 했다.
-아. 그렇죠. 그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오늘 승리를 통해 6위 자리를 확실히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자. 그럼 저희는 잠시 후 1경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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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턱 밑까지 IBX가 추격해왔다. 오늘 패배하게 되면 다시 7위가 된다. 2연패 중이긴 하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 난 너희들을 믿고 오늘 승리를 거둘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감독님의 말에 모두 결연해졌다.
투지가 불타오르는 기분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3연패.
아직 4승 2패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오늘 경기마저 지게 되면 그마저 4승 3패가 되어버린다. 5할이 조금 넘는 성적.
아직 S1과 화성과도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상태.
더 이상의 패배는 확실히 위험했다.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서는 건 민규다.
민규가 장비를 챙겨들고 부스로 향했다. 그런 민규를 도 수코님이 걱정된다는 듯 바라보았다.
“잘 할 수 있으려나?”
어젯밤 민규가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아침에 확인한 결과 거의 밤새도록 어제 경기 VOD를 분석했다고 했다.
만약 패배한 경기가 머릿속에 인이 박힌 것이라면?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진 경기는 깔끔하게 잊어야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
잊으라는 건 지우라는 것이 아니다.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는 말이다. 흘러간 경기에 발목이 잡히면 발전이 힘들어진다.
그 것이 이긴 경기든 진 경기든 마찬가지다.
지나간 경기는 고쳐야할 점과 잘한 점만 체크 한 후 바로 잊어야한다.
이게 안 되서 무너지는 선수들도 많았다.
민규가 이런 길을 걸을까 걱정되었다.
감독님도 살짝 고민하신 눈치였다.
만약 위너스 리그였다면, 엔트리를 바꿀 수 있는 위너스 리그였다면 민규의 출전을 뒤로 미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협회에 엔트리를 제출했고 수정할 수도 없다.
하필 상대가 허영우라니.
개인리그에선 민규에 밀려 탈락한 허영우지만 요즘 경기력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민규의 감과 컨디션이 절정에 올라있을 때 만났던 허영우가 아니었다.
지금은 오히려 서로 반대의 상황.
자신이 이겼던 상대에게 무너지면 슬럼프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개를 돌려 누군지 확인했다.
연호였다.
“걱정 되냐?”
“응?”
“민규 말야.”
연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민규가 앉아 있는 부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네가 민규를 언제 처음 봤지?”
이런 건 왜 묻는 거지?
아스트로에 입단 한 후에 처음 봤으니까 5달에서 6달 정도 되었을거다.
“올해 4월에 처음 봤지.”
내 대답에 연호가 피식 웃었다.
“내가 민규를 본지 3년이 넘었거든? 내가 민규를 제대로 봤다면 이번 일로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지?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건가?
연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사이 1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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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규 선수 어제 무기력하게 무너진 선수가 맞나요? 오늘 다른 선수가 나온 거 아닌가요?
-허영우 선수 얼이 빠진 표정입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밀렸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허를 찌르는 한민규! 아스트로에 1승을 먼저 챙겨줍니다.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민규는 어제 경기에 발목이 잡혀있던 것이 아니었다. 연호의 말대로 내가 민규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경기를 본순간 난 안도했다.
어제 패배는 민규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늦게까지 VOD를 분석한 건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었다.
민규는 보란 듯이 승리를 따냈다.
녀석이 사용한 전략은 바카닉.
바이오닉과 메카닉의 합성어로 훈련도감에서 생산되는 궁병과 화통도감에서 생산되는 천자총통을 조합하여 러시를 가는 걸 말한다.
마수전에선 정석처럼 쓰이는 유닛이지만 용족전에선 잘 쓰지 않는 조합이었다.
화력이 약해서?
아니다.
훈련도감 유닛의 파괴력은 화통도감 유닛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비싸서?
이것도 아니다.
오히려 싸면 쌌지 비싸지 않다.
인구수 역시 훈련도감 유닛이 훨씬 적게 차지한다.
단순 효율 면에서 앞서는 바이오닉을 용족전에서 쓰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용족에게 훈련도감 카운터 유닛이 둘이나 있기 때문이었다.
비렴과 지룡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비렴의 천벌과 지룡이 쌓이면 컨트롤로 바이오닉 병력을 몰아낼 수가 있다.
한 번 막혀도 기회가 있는 화통도감 러시와 달리 바카닉은 한 번 막히면 답이 없다.
딱 한 번의 타이밍.
상대가 눈치채지 못한 그 타이밍에 본진까지 밀어버려야한다.
오늘 민규는 그걸 완벽히 해냈다.
과감한 진출.
그리고 컨트롤.
허영우가 사고가 아직 얼어있는 그 순간 러시를 가 허영우의 목숨을 끊었다.
장하다! 한민규!
부스 문을 부술 듯 열고 나오는 민규의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그래. 이거야.
이게 우리 민규지!
성큼성큼 벤치로 다가온 민규가 팀원들을 향해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루 종일 얼굴에 깔려 있던 그늘은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잘했다. 민규야!”
연호가 가장 먼저 나서 민규의 머리를 거세게 흐트러뜨렸다.
저러다 머리털 다 뽑히는 건 아닐까 걱정 될 정도로 세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계셨던 감독님의 얼굴에도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