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8 Game No. 278 16강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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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운 선수 불굴의 의지로 차영화 선수에게 승리를 따내며 재경기를 만들어냅니다!
-차영화 선수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이제운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C조는 2승 1패가 3명이 되면서 재경기를 확정지었습니다.
“힘내라. 민규야.”
“그래. 재경기에서 이겨서 올라가면 되는 거야.”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
이제운은 쉼 없이 차영화를 몰아붙였다.
과거 전성기 때의 용족전을 보는 것 같았다.
군락은 가지도 않았다. 군락까지 갈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직 마굴 단계의 유닛으로 용족을 가지고 놀았다.
천벌도 소용없었다.
감지기라도 달려있는지 천벌이 떨어지자마자 산개해서 천벌의 데미지를 최소화시키는 그슨대들.
닷발귀로 천벌을 빼먹는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천벌이 없다면 용족은 마수의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마수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GG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에휴. 저 둘과 또 경기를 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네요.”
민규가 암담한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지 연신 눈앞에 있는 생수를 벌컥 마셔댔다.
어떤 심정인지 이해할 수 있다.
얼마나 떨릴까?
그냥 재경기도 힘든데 상대까지 보통이 아니다.
이제운과 정명혁.
결승대진이라도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조합이다.
실제로 결승에서 둘이 맞붙기도 했었고.
그저 과거의 영광이 아닌 현재 최강의 포스를 자랑하는 두 명과 다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겠지.
이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1승 2패 재경기보다는 낫다.
한 번 삐끗하면 탈락하는 1승 2패 재경기와 달리 2승 1패는 1승만 거둬도 진출할 수 있었으니까.
2승 1패 재경기는 2패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된다.
만약 누군가 먼저 2승을 거둔다면 다음 치러지는 경기는 자연스레 단두대 매치가 된다.
이기는 사람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1승 1패로 계속 꼬리가 맞물린다면 재재경기, 재재재경기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선수들의 면면을 봤을 때 그렇게 까지 길게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첫 재경기에서 승부가 결정나지 않을까 싶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냐고?
감이다. 그냥. 감. 우헤헷.
“그냥 온 게 아니라 우리도 준비해왔잖아. 그대로 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도 수코님이 민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럼 전 손 좀 풀고 있을게요.”
D조의 경기가 끝나면 바로 C조의 재경기가 진행된다.
민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찍 숙소로 복귀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대기실을 나서는 민규를 도 수코님이 따라 나섰다. 나와 여기 있는 것보다 민규의 연습 경기를 봐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크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었다.
재경기 상대 중에 용족이 있다면 심리 같은 걸 알려줄 수 있지만 상대는 마수와 환국.
종족이 다르니 내가 알고 있는 심리전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거다.
오히려 방해가 될지도?
그래서 난 대기실에 남았다.
속으로 열심히 응원을 해주는 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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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조의 경기는 김택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로서 6명의 8강 진출자가 정해졌다.
A조에선 이승우와 송병호가 8강에 진출했고 B조에선 이영우와 김윤호가 8강에 진출했다.
방금 경기가 끝난 D조에선 김택윤이 전 팀 동료인 이재성과 함께 나란히 8강에 진출했다.
이제 남은 조는 C조.
재경기를 통해 C조도 진출자를 확정지을 것이다.
관중들과 중계진들을 위해 20분간 휴식기간을 가진 후 바로 재경기가 속개되었다.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재경기가 시작되기 전 피자와 음료가 제공되었다.
늦은 시간까지 리그를 관람하는 열정을 지닌 팬들을 위한 방송사의 팬서비스였다.
지하철이 끊길 때까지 열정을 쏟아내겠다고 중계진들이 굳은 각오를 밝혔지만 생각보다 경기가 일찍 마무리 되게 되었다.
이제운이 2승으로 가장 빠르게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것이다.
가장 먼저 치러진 정명혁과의 경기.
보통 환국의 초반 압박에 마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제운은 해당되지 않았다.
9 닷발귀와 마견으로 환국의 초반 병력을 가뿐히 걷어내더니 추가로 나온 병력마저 완벽히 싸먹었다.
환국의 양 손을 꽁꽁 묶은 셈이었다.
위험 하나 없이 4 금광과 군락체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때부턴 이제운 세상이었다.
모든 것이 그의 마음대로 됐다.
정명혁이 기갑병력으로 체제를 전환하며 승부를 뒤집어보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자원이면 자원.
테크면 테크.
이미 모든 걸 이룬 이제운을 막기 힘들었다.
전장을 가득 덮을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마수의 병력들.
중간 중간 불가살이 섞여 있어 한 방 싸움에서도 이기기 힘들었다.
‘죽일 수 없다’라는 이름을 지닌 불가살.
오늘 그 위용을 제대로 드러냈다.
불가살의 포효를 막을 수 있는 병력이 없었다.
길을 막는 즉시 무력하게 짓밝혔다. 순식간에 본진까지 밀린 정명혁. 아직 타 스타팅 포인트에 건설한 확장이 남아있어 아쉬움에 GG를 치지 못하는 그에게 이제운이 세레모니를 펼쳤다.
본진에 소굴을 지음과 동시에 망태할배의 포식으로 불가살을 잡아먹은 것이다.
포식은 망태할배의 술력을 채워주는 술법으로 보통 가격이 저렴한 마견을 상대로 사용한다.
마견을 잡아먹으나 비싼 불가살을 잡아먹으나 차오르는 술력의 양은 같았기 때문이었다.
불가살을 잡아먹은 건 그만큼 자신이 유리하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관중들을 즐겁게 하려는 세레모니 목적도 있지만 정명혁의 기를 죽이려는 의도도 섞여 있었다.
최악의 경우 다 시 한 번 만날 지도 몰랐으니까.
그 모습에 정명혁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GG를 선언했다.
더 한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뒤 이어 이제운과 한민규가 대결을 펼쳤다.
앞선 경기에서 손을 완벽히 풀은 덕일까?
한민규 역시 무난하게 제압에 성공한 이제운이었다.
전보다 훨씬 빠르게 경기를 끝냈다.
군락을 가기 전 소굴 단계에서 가시귀와 마견을 한 차례 뿜어낸 이제운은 환국의 병력이 중앙으로 나올 때 순식간에 덮쳐 궁병 하나 남기지 않고 전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병력이 아니었다.
확장을 깨는 성과까진 아니어도 최소 압박을 통해 테크나 일벌레 대신 공격 유닛을 계속 생산하게 만들어야 할 병력이었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두 번째 단추, 세 번째 단추도 잘못 된 구멍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진출하는 족족 막혔다.
그 후부턴 공격을 생각할 수 없었다. 당장의 공격을 막기에도 버거웠으니까.
결국 한민규도 험한 꼴을 당했다.
본진에 소굴이 건설되진 않았지만 확장 기지에 있는 군영을 여왕에게 빼앗겼다.
감염 된 군영을 만드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자폭 기능이 있는 마인을 생산 해 전투에 동원까지 했다.
완벽히 농락한 것이다.
경기가 끝난 순간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폭군이 돌아왔다.
자연스레 이제운은 조 1위가 되었고 8강에서 이재성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8강행 티켓은 1장뿐이었다.
이제운에게 1패씩을 안고 있는 정명혁과 한민규가 격돌했다.
여기서 이기면 8강에 진출하게 되고 패배하면 2승 1패를 거두고도 탈락하는 불운의 사나이가 된다.
1시간에 가까운 경기 끝에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승리의 영광을 거머쥔 이는 정명혁이었다.
한민규의 패기를 노련함으로 받아치더니 점점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갔다.
한민규가 조금만 더 차분했더라면 정명혁의 수를 잘 대처할 수 있었겠지만 경험이 적었기에 전장을 반으로 나눠가지고도 패배하고 말았다.
정명혁의 전술에 휘말려 흐름을 놓친 것이 패인이었다.
끝까지 같은 수의 확장을 가졌다면 무승부까지 끌고 갈 수 있었겠지만 상대보다 확장이 하나 적은 상태에선 그조차 무리였다.
로열로더의 꿈은 그렇게 꺾이고 말았다.
이로써 모든 8강 진출자가 나왔다.
새로운 얼굴은 없었다.
모두 기존의 강자들이 8강을 차지했다.
동시에 대진도 완성되었다.
이승우 대 김윤호.
전 시즌 16강의 복수전과 동시에 김윤호의 판짜기 능력이 과연 이승우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영우 대 송병호.
3,4위전에선 송병호가 이겼다.
결승에선 이영우가 이겼다.
그럼 8강에선 누가 이길 것인가?
둘 모두 서로 종족전에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장인들이다.
실제로 승률 1위와 다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
어떤 경기양상이 나올지 쉽게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제운 대 이재성.
마수전 최강자가 이제운을 다시 만났다.
이 둘도 과거 4강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때 패패승승승의 스코어로 이제운이 이재성을 이겼다.
오늘 정명혁과 한민규를 찍어누를 정도로 뛰어난 운영 솜씨를 가진 이제운도 이재성 앞에선 제대로 어깨를 펼 수 없었다.
무난한 운영으로 1,2세트를 내리 내준 이제운의 선택은 4일벌레 마견숲 빌드였다.
일반적인 운영으로 이재성을 꺾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선택은 주효했다.
전혀 생각지못한 빌드에 일격을 맞은 이재성.
4세트에서도 변칙적인 수로 이재성을 다시 한 번 무릎 꿇린 이제운은 그 기세를 몰아 5세트까지 승리를 따내며 결승진출을 이뤘다.
이재성 입장에서 이번 8강전은 복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었다.
김택윤 대 정명혁.
팀킬 대전이 다 시한 번 만들어졌다.
과거 4강에서 맞붙어 정명혁이 김택윤을 누르고 결승에 오른 적이 있었다.
과연 이번에 팀원을 제물 삼아 4강에 오르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하나 같이 기대가 가는 매치들이었다.
누가 올라도 최고의 4강이 될 것 같은 대진.
팬들은 하루 빨리 8강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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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는 차 안이 조용하다.
도 수코님이 백미러로 슬쩍 민규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던 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짧은 시간 눈빛을 교환했다. 도 수코님이 어깨를 으쓱이셨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제스처.
나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의 경기력에 잔뜩 실망한 민규 앞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졌지만 잘했다?
하는 사람에선 최고의 위로라 생각 될 수 있지만 막상 듣는 사람 입장에선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잘했으면 이겨야한다.
그리고 이겼으면 못했어도 된다. 중간 중간 실수가 있었어도 결국 경기를 가져갔다면 된거다. 잘못한 건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니까.
가장 애매한 것이 졌지만 잘한 거다.
얻어가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차라리 3패나 1승 2패로 떨어졌다면 지금처럼 마음에 남지 않았을거다.
2승 1패.
다른 조였으면 8강 진출을 진작 확정지었을 스코어다.
밑바탕을 잘 그려놓고 색칠을 망쳐버렸다.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
재경기에서 본인이 2패를 해버렸으니까.
그 상황이 더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책감은 더 커질테고.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것 밖에 할 게 없다.
혼자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렇게 적막이 흐르는 동안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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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프로리그 나무전자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