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6 Game No. 276 안드로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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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소강 상태가 벌어졌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전투를 펼쳐왔기 때문에 짧은 대치 상황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 사이 두 선수는 본인의 몸집을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재만은 거리가 먼 타 스타팅 앞마당 보단 언덕을 끼고 있어 수비가 용이한 금광지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본진과 지상 거리는 조금 있었지만 보다 가까운 확장은 개방형 지대라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 거리가 멀더라도 확실한 방어가 가능한 멀티를 선택한 것이다.
이승우 역시 김재만이 가져간 확장에 대칭되는 곳은 세번째 확장으로 선택했다.
용광포 4개와 비렴 2기를 둬 방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앞마당과 본진 금광이 모두 떨어졌다.
각각 2씩 밖에 채취하지 못하니 1.5 금광을 먹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상황이 안정된다면 본진 근처에 위치한 개방형 금광 확장 지역을 가져가려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두 선수 모두 금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조합이 조금씩 부실했다. 그나마 비비를 생략한 덕에 비렴은 지금의 자원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지만 현재 마수에게 가장 큰 위력을 자랑하는 지룡은 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개의 금광을 추가로 확보해야 지룡의 생산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자. 이승우 선수 다시 올라갑니다.
길고 길었던 대치 국면이 깨지려 하고 있었다.
확장을 안정적으로 돌린다고 생각했는지 이승우가 북진을 시작한 것이다.
지룡이 없긴 하지면 용혼의 숫자가 많아 사뭇 위협적이다.
정찰용으로 던져 놓았던 마견이 용족의 진출 소식을 김재만에게 알려주었다.
김재만이 병력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부유하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 테크가 느리다.
테크와 물량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김재만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간 모아놓은 병력들이 우글거렸다.
가시귀를 일정 간격으로 띄워 잠복을 시킨 후 그 위에 그슨대를 세웠다.
전면엔 군주를 배치해 현룡이 보이면 그슨대로 달려들어 잡을 준비까지 마쳤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은 형상.
사실 이런 곳은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이승우는 달랐다.
거침없이 비렴을 들이밀어 천벌을 내리 꽂았다.
콰콰쾅하는 소리와 함께 화려한 이팩트로 그슨대를 찢어발기는 천벌.
동시에 뒤에 서 있던 용혼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자. 들어갑니다!!
-천벌!
-김재만 선수도 보통 움직임이 아닙니다! 천벌 피하고 현룡 끊어주면서 시간 벌고 있어요!
중계진이 흥분해 소리쳤다.
중계진을 포함해 관중들은 지금 화면에 보여지는 전투에 집중했다.
이 전투가 승부를 가를 것 처럼 보였다.
옵저버도, 중계진도, 관중도.
심지어 경기를 펼치는 김재만까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오직 이승우만이 알고 있는 것.
김재만의 본진 쪽으로 점이 하나 들어왔다 빠져나갔다는 것.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승우가 병력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언뜻 김재만이 밀어낸 것 같은 모습이다.
김재만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점점 커졌다.
-김재만 선수 잘 막아냈네요!
-자. 일단 시간 벌었습니다. 이제 금광 확장 하나 더 가져가고 군락가면 됩니다. 그러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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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이 성공했다.
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그대로 심장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운룡을 김재만의 본진에 날리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들키면 어쩌지?
한 번 들키는 순간 다시 시도할 수 없다고 봐야했다.
괜히 김재만의 성질만 건드려 각성을 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 될 수도 있었다.
잠자는 사자는 그냥 자게 두어야한다.
아주 곤히.
다행히 깨우지 않고 후딱 해치운 것 같다.
의외로 본진 방어가 허술했다.
앞 쪽에서 압박을 가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았다.
여기서 [투신]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껴두길 잘했다.
동시 두 군데를 컨트롤 해야 하기에 [투신]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투신]이 아니었다면 일벌레를 빼앗아온 것과 대규모 전 투 둘 중 하나 밖에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스킬은 [폭주기관차] 하나다.
마지막 전투를 치를 때 써야겠다.
일단 원하는대로 일벌레를 데려왔다.
그리고 병력도 많이 잃지 않았다.
이제 천천히 운영하면 된다.
그 전에 소굴부터 먼저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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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김재만 선수 이번 전투에서 거둔 이득을 확장으로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7시 본진 쪽에 과감하게 소굴을 펼치는 김재만 선수.
엄재웅 해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과감한 확장기지 아닌가요? 저긴 지키기 너무 안좋거든요. 심시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들키기만 하면 바로 밀리는 확장입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의 용아가 막 가고 있거든요?
7시 본진에 지어지는 소굴을 향해 용아 1기가 뛰어가고 있었다.
들키는 순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소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위치의 확장.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소굴 바로 옆까지 온 용아가 소굴을 때리지 않고 다시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전투중이라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 화면을 놓칠리가 없었다.
-어? 뭐죠?
-왜 그냥 지나치죠?
-시야에 안 들어왔나요?
-그럴리가 없죠. 분명 소굴 바로 옆까지 다가왔었는데요. 단순 무빙으로 뺀 것이 아니라 어택땅이나 패트롤을 시켰다면 시야에 들어온 상대 유닛을 자동으로 공격...아! 이야! 잠깐만요!
열심히 설명하던 엄재웅 해설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져갔다.
기가 막히다는 듯 연신 감탄사만 뱉는 엄재웅 해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전현석 캐스터와 김태영 해설은 엄재웅 해설을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 소굴 김재만 선수께 아니에요!
-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건물이 완성되지 않아서 순간 헷갈렷는데 미니맵을 보세요. 이 소굴은 김재만 선수께 아니라 이승우 선수 겁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다시 확인하니 정말이었다.
색이 달랐다.
김재만의 색이 아닌 이승우의 색이 7시 본진에 위치해있었다.
소굴은 김재만의 것이 아니라 이승우의 것이었다.
이승우의 종족은 용족.
당연히 소굴을 지을 수 없다.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현혹으로 일벌레를 빼앗아서 소굴을 짓고 있는거에요!
그제야 상황파악이 끝난 김태영 해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아니. 지금, 그러니까 저 소굴이 김재만 선수 것이 아니라 이승우 선수 것이라는거죠?
얼마나 크게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네 맞습니다! 이거 이승우 선수거에요!!
그렇게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내는 이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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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이 완성되는 순간 이승우가 모아놓은 병력으로 진군을 감행했다.
관중 입장에선 약간 아쉬운 선택이었다.
소굴을 짓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마견숲을 지어 마견과 함께 러시를 갔더라면 더욱 더 재미난 그림을 연출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승우의 러시를 김재만은 막아내지 못했다.
돌출 된 부위라 가시 촉수로 모든 범위를 커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병력으로 막기도 벅찼던 게 비렴의 숫자가 많아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떨어지는 천벌을 피할 수 없었다.
김재만의 주요 병력은 그슨대와 가시귀.
천벌에 취약한 조합이었다.
<귀순 용족 이승우!!!>
<설득의 심리학 ㄷㅅㅂㄱ>
<이승우를 국회로. 화합 겁나 잘하네. ㅋㅋㅋㅋ>
<공감ㅋㅋ종족이 다른데 같은 팀으로 만들어버리넼ㅋ>
<손에 손 잡고~ 전장 넘어서~>
<ㅅㅂ 김재만 개빡치겠닼ㅋㅋㅋ 일벌레 뺐김ㅋㅋㅋ>
<저건 도대체 언제 뺐긴거?ㅋㅋ 본 사람 있냐?>
<못 봤으니 존나 대단한거짘ㅋ 쥐도 새도 모르게 빼앗았닼ㅋ시밬ㅋㅋㅋ>
<인정 ㅇㅇ >
이승우의 경기가 끝나는 순간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말 그대로다.
서버가 마비되었다.
모두들 경기를 본 소감을 남기기 위해 커뮤니티에 접속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물론 10분 후 서버가 복구되기 했지만 서버가 폭파되었을 정도로 이승우의 경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송 중에 현혹으로 상대 일벌레나 일꾼을 빼앗아 건물을 짓는 경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10년 전 환국의 일꾼을 빼앗아 천자총통-용혼 러시를 상대를 끝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선수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 선수들의 실력은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되었다.
예전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빌드가 달라졌지만 지금은 초 단위로 정밀하게 계산해서 빌드를 만든다.
컨트롤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퍼포먼스가 나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다행히 김재만을 비난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승우가 대단하다는 반응이지 김재만이 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유머감각을 섞어 패러디한 글들은 여럿 보였지만 비난에 가까운 글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선수의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같다는 글들이 올라오긴 했다.
멘탈이 약한 선수라면 무너질 수도 있는 일.
하지만 반대로 멘탈이 강한 선수에겐 실력을 다시 상승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김재만은 이영우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던 강자.
오늘 경기를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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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퍼포먼스 최고였다. 사람들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었어.”
“진짜요?”
“그래. 최고였어. 환호성 지르고. 여기저기서 난리였다. 난리.”
관중들이 좋아했다니 다행이다.
혹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나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다는 걸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칭찬을 계속 들으니 자연스레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저 멀리 있던 김재만과 눈이 마주쳤다. 난 빠르게 표정을 바꿨다.
적어도 퍼포먼스를 당한 선수 앞에서 웃는 얼굴을 대놓고 보여주긴 뭐했다. 조금 미안하다고 해아하나?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렸다.
경기 내에서나 적이지 경기 밖에선 동료였으니까.
일단 눈이 마주쳤으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
다행히 김재만도 외면하지 않고 내 인사를 받아줬다.
기분이 나쁠만도 한데 내색하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프로는 프로다.
나 같았으면 얼굴이 잔뜩 굳었을텐데.
표정 관리도 잘하는구나.
얼핏 듣기론 경기가 끝난 후 코치에 소굴에 대해 전해 들었다고 했다.
경기가 워낙 혼전양상이라 일벌레를 빼앗긴 것 조차 몰랐단다. 차라리 이게 나은 거겠지?
결과적으로 미션은 성공했다.
그리고 성공에 따른 보상을 받았다.
28개의 스킬포인트 조각!
흠. 자꾸 웃음이 나네?
아직 김재만이 저기 있는데.
표정관리! 표정관리!
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스킬 레벨이 차이가 나서 이영우 때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28개나 준 걸 봐서 김재만도 [승우네 관광버스]가 인정하는 강자 중 1명이었다.
2개만 더 주지.
28개가 뭐냐?
딱 기분 좋게 30개 주면 얼마나 좋아?
일단 스킬 포인트 중 1개는 바로 [승우네 관광버스]에 투자했다.
환한 빛을 내며 [승우네 관광버스]가 레벨 MAX가 되었고 동시에 진화형 스킬이 하나 생성되었다.
또 새 스킬이구나!
지화자 좋다!
바로 스킬창에 들어가 새로운 스킬을 호가인했다.
[안드로메다].
이름만으로 어떤 스킬인지 감이 확 오는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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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킬을 얻었네요!
[안드로메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