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2 Game No. 272 개인리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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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렀다.
예전엔 시간이 정말 안 간다고 느꼈었는데...
지금은 매일 같이 경기가 있다 보니 시간이 쭉쭉 흐른다. 오히려 이편이 나았다.
연습실에 갇혀 하루하루 보내는 것도 고역이였으니까.
송병호전이 끝난 지 벌써 9일이 지났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MSL 16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가장 큰 이변은 이영우의 32강 탈락이었다.
설마 이영우가 32강에서 탈락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날 컨디션에 의해 탈락과 진출이 결정 나는 원데이 듀얼의 피해자가 되었다.
나중에 감독님에게 전해 듣기론 그날 이영우가 고열과 감기에 시달렸다고 했다.
어쩐지 움직임이 평소와 달리 둔탁했다.
번뜩이는 센스보단 굼뜬 움직임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
그게 독감에 걸려서 그랬었나보다.
그래도 이영우는 이영우였다.
그 안 좋은 몸 상태로 최종진출전까지 갔다. 심지어 거기서 이길 뻔했다.
흠. 지금 내 팔에 돋은 게 뭐지?
소름인가?
감독님께서도 나보고 특별히 몸 관리에 조심하라고 하셨다.
요즘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들쑥날쑥하는 선수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컨디션이 안 좋아 졌다는 건 사실 핑계에 가깝다.
프로라면 몸 관리도 실력의 일부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태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웬만해선 그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아. 이게 딱히 이영우를 디스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생각이 이렇다는거다.
딱히 병원에 가지 않아도 스탯창에 나와 있는 체력과 컨디션으로 지금 내 상태를 나름 파악할 수 있었다.
큰 병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감기나 어깨, 손목 통증 정도는 미리 알 수 있었다.
지금 체력과 컨디션은 모두 만빵!
아주 좋은 상태다.
하필 대회 날 감기에 걸린 이영우와 마주친 C조의 선수들은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지?
행운의 진출자는 김진철과 이재성으로 결정 났다.
1경기에서 김진철이 이영우를 잡고 승자전에 올랐고 승자전에 올라온 이재성마저 잡으며 조1위로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요즘 형규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마수 선수가 김진철이다.
공격적인 운영으로 박성주의 후예라 불리는 형규와 달리 김진철은 운영형으로 제2의 마영찬이라 불리고 있었다. 같은 팀의 김연훈과도 그 색깔이 많이 닮아있었다.
개인리그에 자주 얼굴을 들이미는 선수는 아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이영우의 마수전 연습 상대로.
그 걸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아직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다면 무서운 상대가 될 것 같았다.
그 전에 싹을 잘라야겠어!
2위로 16강에 오른 진출자는 이재성이었다.
1시간이 넘는 장기전 끝에 이재성이 이영우를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경기를 끝낸 이재성의 옷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이영우가 초반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과감히 병력 라인을 전진 배치하며 조이기를 시도한 이영우.
그걸 발견한 이재성은 무리하게 뚫는 대신 금와로 다른 거점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이영우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쪽으로 유도한 것이다.
누군가는 비겁하다 할 수 있지만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영우의 몸이 아픈 것이 이재성의 탓이 아니지 않은가?
약점을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점에 눈에 띄면 집요하게 공략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어떤 것이 옳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좋은 것이었다.
우승의 가장 큰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선수가 32강에서 미리 제거되었으니까.
오늘의 탈락으로 이영우는 데뷔리그 이후 처음으로 듀얼 토너먼트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 것도 참 소름돋는 기록이다.
데뷔 시즌에 치른 예선이 여태껏 처음이자 마지막 예선이었다니.
데뷔 이래 양대리그 8강 밑의 성적을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소리였다.
꾸준함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뭐 이렇게 잘하지?
괴물은 괴물이구나.
이 밖에 이변이 또 있었다.
육 최초로 MSL 16강 진출자가 나왔다.
김선웅.
민규와 같은 조였던 김선웅이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같은 조에 허영우와 이형민이 있어서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패자전에서 허영우를, 최종진출전에서 자신을 패자조로 내려보냈던 이형민을 잡으며 조 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이건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이영우의 탈락만큼이나 말이다.
모두들 G조에서 허영우와 이형민이 16강에 진출할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이 둘이 아닌 민규와 김선웅이 16강 티켓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게 참 재미있는 거다.
객관적인 전력만 비교해본다면 허영우와 이형민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해보였다.
신들의 전쟁은 가위바위보처럼 이기는 패가 정해져 있는 경기가 아니다.
가위가 주먹을 찢어발길 수도 있고 주먹이 보를 부술 수 있는 게 신들의 전쟁이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축구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공은 둥글다고.
신들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재미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거다.
승부의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니까.
형규가 속한 B조.
여기는 사람들의 예상대로 되었다.
형규와 송병호가 나란히 조 1,2위를 차지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신상운과 염우석은 또 다시 개인리그에서 짐을 빠르게 싸게 되었다.
이 둘도 참 안타깝다.
프로리그에선 다승 순위에 들 정도로 맹활약을 하는데 유독 개인리그와 연을 맺지 못한다.
둘 모두 8강에 최고 성적이었다.
보는 이도 안타까운데 본인들은 오죽 답답할까?
이번 시즌도 숙소에서 TV로 리그를 관람하게 된 이 둘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주고 싶다.
E조에선 정명혁과 김윤호가 진출했고 F조에선 구성재와 박성찬이 16강에 올랐다.
F조에 속했던 승대는 아쉽게도 최종진출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1경기에서 승리하며 승자전으로 올라간 승대는 좋았던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2연패를 하며 구성재와 박성찬에게 차례로 16강 티켓을 양보했다.
용족전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환국전에선 나오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용족을 압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경기 내내 환국에게 이끌려 다녔다.
노점단속이라 불리는 환국의 3금광 견제 플레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리 저리 흔들린게 결정타였다.
경기 후 감독님께서 승대에 대한 평을 내렸다.
자신감 부족.
그로 인한 피지컬의 하락.
숙소로 복귀한 승대에게 환국전을 조금 더 자신 있게 할 것을 주문하셨다. 감독님과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자마자 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상대는 현우 형과 민규였다.
이기고 지고를 반복한 끝에 조금씩 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런 감이 경기 때 나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래도 H조에서 현우 형이 김대형과 박영오를 꺾고 조 2위에 진출에 성공했다. 4명 중 3명이 16강이 진출한 것이다.
H조 1위는 누구냐고?
김택윤이다.
고개를 충분히 끄덕여질 상대지?
이로써 MSL 16강 진출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종족분배율은 환국이 가장 높았다.
무려 8명, 절반이 환국 선수였다.
나로썬 쌍수를 들고 환영 할만 한 상황이었다.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종족전이었으니까.
가장 재미있어 하는 종족전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커뮤니티엔 내가 마수전을 잘하는 선수로 소문이 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환국전이었다.
용족의 로망, 스피릿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었으니까.
환국의 기갑병력 사이로 용아가 달릴 때의 쾌감이 장난 아니다.
온 몸이 짜릿짜릿해진다.
마수는 5명이었고 용족은 총 3명으로 가장 적은 수가 16강에 살아남았다.
그래도 알짜배기들이 남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나랑 송병호, 김택윤이 그 셋이었으니까.
칠룡의 머리라 불리는 선수들!
16강진출자가 나온 후 바로 조 추첨을 통해 16강 상대가 결정되었다.
내 상대는 육군의 김선웅이었다.
가장 쉬운 상대를 만났다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현우 형과 대결을 펼치지 않게 된 것이 더 기뻤다. 민규야 조1위를 차지했으니 만나지 않겠지만 현우 형은 조 2위를 차지해 운이 나쁘면 16강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었다.
현우 형은 박성찬을 만나게 되었고 민규는 송병호를 상대로 8강을 도전하게 되었다.
현우 형은 대진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과거 롬멜이라 불리던 박성찬이면 모를까 지금의 박성찬은 확실히 해볼만한 상대였다.
박성찬이 김택윤을 3:1로 잡고 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 이영우보다 더 주목을 받던 선수였다.
아직까지 MSL 최연소 우승기록 보유자는 박성찬이었다.
속도의 이영우, 높이의 박성찬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슬럼프가 빠르게 왔다.
그때의 실력을 유지만 했더라도 이영우, 정명혁과 함께 최고의 환국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반면 민규는 조 추첨이 끝나자마자 울상을 지었다.
송병호를 상대로 어떻게 이기냐고 징징거린 건 덤이다.
송병호를 상대하게 된 것에 부담을 느낀 듯 했다. 하지만 난 그 표정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앓는 소리를 내는 놈이 OSL에서 2승을 해?
정명혁에게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차영화를 잡으며 2승 1패로 16강 경기를 마무리 지은 민규였다.
오늘 이제운과 차영화의 경기에서 이제운이 승리한다면 2승 1패 3자 재경기가 나오고 차영화가 승리한다면 정명혁과 손 잡고 사이좋게 8강에 진출하게 된다.
민규의 이런 활약은 정말 의외였다.
연습실 내에서 곧 잘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는 아니었다.
연습실에선 본좌지만 방송경기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실전에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
민규는 후자였다.
말 그대로 방송체질.
방송만 타면 훨훨 날았다.
연습실에선 잘 되지 않던 운영도 방송과 함께 라면 완벽하게 해내었다.
녀석은 굉장히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 재경기를 펼쳐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아마 차영화가 이제운을 잡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거다.
최악의 경우 2승 1패를 거두고도 16강에서 탈락 할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내가 그렇게 된다면 며칠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겠지.
이렇게 마지막 경기를 해봐야 진출자가 결정이 나는 C조와 달리 A조와 B조는 이미 8강 진출자를 확정지었다.
일단 내가 속한 A조는 나와 송병호가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오늘 김재만과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난 조 1위로 8강에 가게 되었다.
2승 1패를 거둔 송병호를 내가 이미 이겼기 때문이었다.
오늘 져서 같은 2승 1패가 되더라도 승자승 원칙에 의해 내가 1위가 된다.
김재만은 4회차에 2패를 찍으며 일찌감치 탈락을 확정지었다.
형규와 송병호에게 모두 승리를 거둔 난 4회차가 끝나는 순간 조1위로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것이다.
우리 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기는 5회차였다.
1승 1패를 거둔 송병호와 형규의 대결.
여기서 승리하는 선수가 8강에 진출하게 된다.
솔직히 형규가 이기길 바랐다.
같은 종족이란 유대감이 송병호에게 있긴 했지만 그보다 형규와의 친분이 더 컸으니까.
하지만 송병호가 5회차에 승리를 거두며 조 2위가 되었고 형규는 조3위로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2회 연속 OSL 16강에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본인도 굉장히 아쉬울 것이다.
프로리그와 MSL에선 여전히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챙기고 있었으니까.
유독 OSL과 인연이 없는 형규였다.
우리 조처럼 B조에서도 빠르게 진출자가 나왔다.
현우 형이 그 진출자면 정말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조 3위로 탈락했다. 김윤호에게 승리를 따냈다면 2승 1패로 8강 진출을 노릴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쉽게 되었다.
임동원이 3패로 조 꼴찌를 차지한 것이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이영우와 김윤호가 각각 2승씩을 챙겼으며 6회 차에 이 둘이 맞붙는다.
일명 조1위 결정전.
개인적으로 이영우가 이겼으면 좋겠다.
만약 이영우가 오늘 경기에서 지게 된다면?
최악이다.
8강에서 나와 경기를 펼치게 된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했다.
이영우 파이팅! 오늘 열렬히 응원을 해야겠다.
D조 역시 혼돈 그 자체다.
연호가 3패를 찍으며 유일하게 탈락을 확정지은 상태.
C조처럼 아직 진출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오늘 김택윤과 김연훈의 경기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김택윤이 이기면 김택윤과 이재성이 각각 1,2위로 8강 진출을 하게 되고 김연훈이 이기면 김택윤, 이재성, 김연훈 2승 1패 3자 재경기가 나오게 된다.
오늘 최대 2개 조에서 재경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랑은 아주 먼 이야기다.
이미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니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을 땐 가슴에 뭐가 얹힌 것 처럼 하루 종일 답답했는데 지금은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민규가 진출하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았다.
OSL 16강에 진출한 우리 팀 선수 중 2명이 탈락했다.
이제 남은 건 2명.
나와 민규 뿐이다.
욕심일 수 있겠지만 같이 8강, 4강, 결승까지 함께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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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분량 조금 더 챙겼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