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0 Game No. 270 마무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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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로 송병호의 본진을 확인한 순간 구석구석을 살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가장 먼저 솟대의 수를 확인했다.
송병호도 전진 건물을 생각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다행히 솟대의 숫자가 맞다. 어디 숨겨 지은 건 따로 없었다. 또한 내가 전진 제단을 할거란 것도 전혀 염두에 두고 있는 않는 듯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이러면 통하지.
아직 이긴 것도 아닌데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
송병호의 장점이자 단점은 상대 빌드를 배제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건 하나다.
제단의 집결지를 바꾸고 꾸준히 용아를 보내는 것.
다른 건 생각도 안했다.
이 용아로 승부를 낼 것이다.
세 번째 용아가 전장에 합류하는 순간.
‘[투신] 사용.’
첫 번째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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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래도 첫 용아 빠르게 몰아내면 곧 용혼 나오거....아. 두 번째 용아 바로 합류합니다.
싸워주던 용아를 뒤로 빼는 송병호.
수적으로 열세다.
절대 싸워서는 안 되었다.
2:1로 싸워서 이기기를 바라는 건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뒤로 물러나는 용아.
이승우도 무리해서 쫒지 않았다. 괜히 철광 근처까지 따라갔다가 용안 비비기에 용아가 갇혀버리면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 선수 송병호 선수의 제단 아래쪽에 솟대를 소환해줍니다.
-용력충전소까지 건설해줄 생각이죠?
-아예 확실히 밀어버리겠다는 겁니다. 송병호 선수도 같이 지어 줘야해요. 이대로 있으면 밀리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왼쪽 아래 부분에 바짝 붙여서 솟대를 소환했다. 그 사이 용혼 1기가 생산 된 송병호. 이승우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용혼을 감싸려 했지만 송병호가 더 빨랐다. 용안의 호위 하에 무사히 신전 쪽으로 빠져나가는 용혼.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저 용혼마저 잡혔다면 경기가 그대로 터졌을 거다.
-얼마전 MSL에서 이승우 선수가 32킬 용혼, 영웅 용혼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그 영웅 용혼을 이번엔 송병호 선수가 불러내야합니다.
이승우의 32킬 용혼.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많이 화자가 되었다.
역대 그렇게 많은 킬수를 기록한 용혼은 없었으니까.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그 기적이 오늘은 송병호에게 이뤄져야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궁병과 용아는 차이가 꽤 있다.
일단 맷집이 다르다.
체력이 40이라 4번만 때리면 죽는 궁병과 달리 용아는 용혼의 공격을 무려 15번이나 버텨낼 수 있다. 무시하고 다른 걸 떄리면 그만이란 말이다.
더군다나 용력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차오른다. 맞고 있는 용아를 뒤로 빼 용력을 회복시킨 후 다시 달려들면 송병호 입에서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용혼이 쌓여야한다.
한 기 한 기 꾸준히 쌓여 3기 이상만 쌓는다면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희망을 걸어야했다.
-이 와중에 신전 근처에 용광포를 소환하는 송병호!
-침착합니다. 전진 제단을 발견하는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빠르게 정신을 수습했습니다. 용아의 수가 많긴 하지만 용광포에 달려들기엔 조금 애매하거든요?
송병호의 노련함이 빛났다.
당황해서 손이 어지러워질만도 하건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고 있었다.
용안과 용혼, 용아 컨트롤로 이승우의 용아를 무려 2기나 끊어냈다.
그 과정에서 송병호도 1기의 용아와 2기의 용안을 잃긴 했지만 꽤 큰 성과였다.
물론 완전히 막은 건 아니다. 곧 2기의 용아가 추가 되어 다시 3기의 용아가 될테니까.
그래도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곧 용혼이 2기가 될 것이다.
용혼 1기와 2기는 천지차이다.
화력이 다르다.
혼자 15방을 때려야하는 걸 둘이 때리면 7~8방에 용아를 죽일 수 있다.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야기.
-어? 뭐죠? 뭐죠?
-아까 지은 솟대 옆에 솟대 하나를 더 소환합니다! 아! 가둬 버리겠다는거죠! 아예 용혼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버리겠다는 겁니다!
이승우의 판단을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한 목소리를 냈던 엄재웅 해설.
이내 이승우의 의도를 파악하고 경악에 가까운 외침을 토해냈다.
송병호의 제단 아래.
그러니까 아까 이승우가 솟대를 소환한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두칸 떨어진 지점에 솟대 하나를 더 소환했다.
이제 이승우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솟대는 용력충전소를 소환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었다.
제단에서 생산되는 용혼을 가두기 위해 지은 것이었다.
모든 건물에서 생산되는 유닛은 아래로 나온다.
예외는 없다.
현재 왼쪽 아래와 오른쪽 아래가 막혀 있는 상황.
나올 수 있는 곳은 바로 아래쪽 밖에 없다.
그 공간 바로 뒤 쪽, 유일한 출구 쪽에 이승우가 용아 1기를 세워두었다.
용혼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악마같은 플레이였다.
용아라면 모를까 용혼은 꼼짝 없이 갇힐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승우 선수 진짜 대단하네요. 이거 다 준비해온 거 아닙니까?
-지금 이승우 선수에게 가장 까다로운 건 용혼이 쌓이는 거거든요? 어쨌든 용아는 달라붙어야 때릴 수 있는 유닛 아닙니까? 용혼이 모이면 부담스럽거든요. 모이기 전에 우격다짐으로 끝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승우 선수가 한 수 위네요. 아예 용혼이 더 모이지 못하게 막아버렸어요!
송병호는 급해졌다.
등줄기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계획이 순식간에 어그러졌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용혼이 추가되지 않는다.
용혼이 쌓인다는 가정 하에 버틸 수 있는 것이지 그 것이 안 되면 밀릴 수 밖에 없다.
곧 있음 용아의 숫자가 6기를 넘는다.
그때부턴 깡패다.
눈에 뵈는 것이 없다.
용혼이나 용광포가 때리든 말든 깽판을 칠 수 있다.
상상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건 안된다. 절대 안된다.
솟대를 파괴하든 용아를 죽이든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남은 용아 2기가 두 눈에 불을 켜고 용혼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광포가 있는 쪽으로 도망가면 더 이상 쫓지 않았다. 대신 송병호의 용혼이 조금이라도 용광포의 범위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용혼을 압박했다.
영악한 플레이였다.
이승우는 놓친 용혼의 생사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송병호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진퇴양난.
뭐를 선택해도 곤란하게 되었다.
제단에서 생산 된 용혼을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 밖에.
-자. 송병호 용혼 내려옵니다. 아래로 나와요. 지금.
-곧 용혼이 생산된다는 소리죠! 어떻게든 지켜야하는데 지금은 굉장히 어려워 보입니다.
용혼 1기 구하기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짠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자원을 캐야하는 용안이 전투에 동원되었다. 얼마나 급하게 데려왔는지 철광을 물고 있는 용안도 있을 정도였다.
용안과 함께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아래로 내려오는 용혼.
그 모습에 곧 용혼이 나온다는 걸 눈치 챈 이승우가 용아 1기를 제단 쪽으로 더 내려 보냈다.
무조건 잡아내겠다는 의지였다.
그때 용혼이 생산되었다.
이승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에 갇힌 용혼.
설렘을 가득 안고 눈을 떴는데 하필 소환 된 곳이 지옥이라니.
좋은 세상에 태어났다면 마음껏 활약하며 승리의 공신이 될 수도 있었을 용혼.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나오는 순간 우리에 갇혔다.
나갈 길은 없다.
우왕좌왕하는 용혼을 2기의 용아가 가둬놓고 패기 시작했다.
미리 밖에 빠져 있던 용혼이 빙글빙글 돌며 갇혀 있는 용혼을 구하기 위해 용아를 열심히 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가만히 서서 때려도 모자랄 판에 움직이면서 공격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데미지가 들어갈 리가 없었다.
매 앞엔 장사없다.
결국 몰매를 버티지 못한 용혼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녹아내렸다.
많은 걸 해줘야하는 용혼이었다.
그런 용혼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비명횡사했다.
동시에 송병호가 탄식을 터뜨렸다.
용혼이 터지는 순간 경기도 함께 터졌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 사이 이승우의 용아가 2기 더 추가되었다.
-아! 못나오고 있어요! 용혼이 생산 되었는데 힘을 못 씁니다!
-센스 있는 플레이!
-역시 이승우 선수입니다. 그냥 올인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 뒤까지 전부 생각하고 올인을 합니다! 정말 신 같은 존재가 위에서 허리를 굽어 내려다보는 것 같네요!
-정말 좋습니다! 완벽해요. 박수가 절로 나오네요!
이승우의 슈퍼 플레이에 경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용아 컨트롤이나 물량으로 밀것이라 생각했지 이렇게 솟대로 용혼의 길을 막아 잡아낼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검지와 엄지를 입에 물어 휘파람을 내는 이도 있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전략은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이 와중에 용아를 나눠 2기는 용혼을 쫒고 남은 2기는 용안을 솎아주고 있었다. 용광포가 때리는 걸 무시하고 용안을 찍어 잡았다.
-2킬! 3킬!
-아. 이제 용안의 숫자만 줄여줘도 충분합니다. 이승우 선수가 가난하게 출발한 건 분명하지만 송병호 선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지금 송병호가 이승우에게 앞서는 건 테크밖에 없어요!
당장 흑완이 나올 수 있는 거면 모를까 여의주탑 앞선 걸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지금 송병호는 정신이 없을 거다.
공격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니맵이 붉은 점으로 가득 할 것이다.
손이 열개라도 뭘 할 수가 없는 상황.
송병호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기계적으로 1기 남은 용혼을 컨트롤하고 있지만 경기를 뒤집기 어렵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거다.
-아. 망했습니다. 완전 망했어요.
-이 와중에 여의주탑 지으면서 금광 소환하는 이승우!
-진짜 독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거죠.
-어차피 용혼이 나와도 또 잡아먹히거든요. 지금도 보세요. 용아가 또 다시 아래 쪽 공간을 감싸거든요? 두 번째 용아가 그랬듯 세 번째 용아도 꼼짝없이 잡힐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단의 위치가 안 좋았다.
신전에 조금 더 바짝 붙여지었다면 용광포로 나오는 용혼을 보호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
상대가 뭘 할지도 모르는데 신전 바로 옆에 제단을 짓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처럼 입구가 있는 쪽을 향해 제단을 짓는 것이 보통이다.
용광포를 제단 근처에 지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용안의 커버가 없을 때 용아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용광포를 깼을 거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빠르게 경기가 끝났겠지.
송병호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다만 이승우가 더 좋은 선택을 했을 뿐이다.
송병호의 전 병력은 용혼 1기.
반면 이승우는 6기의 용아를 가지고 있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제단마저 곧 깨지게 생겼다. 버티려면 어떻게든 용광포를 이어지어야하는데 1기의 용혼과 1개의 용광포로 새로운 용광포가 건설 될 때까지 버티는 건 무리였다.
때리는 걸 무시하고 돌출되어 지어진 용광포를 깨버리면 그만이었다.
-패닉 상태 같은데요? 대책을 빨리 생각해 내야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아. 송병호 선수 이승우 선수에게 또 다시 무릎을 꿇고 마나요?
-MSL 16강, 프로리그에 이어 OSL 16강까지. 이거 타격이 굉장히 클 것 같습니다. 천하의 송병호가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무너지다뇨!
이승우가 과감하게 용아를 던졌다.
어차피 곧 용혼이 추가되기 때문이었다.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송병호는 용아조차 막아내기 버거웠다. 용안의 수가 부족해 비비기도 제대로 되지 없었다.
용아 3기가 용광포에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용광포가 터졌고 곧바로 용혼 1기도 잡혔다.
마지막 희망이 꺼져버린 것이다.
혹시 몰라 용혼을 준비한 이승우지만 사실 용혼까지 갈 것도 없었다.
용아면 송병호를 쓰러뜨리기 충분했다.
-GG! 송병호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이승우 선수 또 멋지게 승리를 거뒀습니다.
-동시에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또한 용족 우승자는 차기 시즌 16강에서 2승을 거둘 수 없다는 징크스도 거침없이 깨부쉈습니다!
-최고네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냥 최고에요! 오늘 커뮤니티 또 한번 난리 나겠는데요?
이영우에 이어 송병호까지.
하루 만에 택뱅리쌍 중 둘을 잡아냈다.
완벽한 전략으로 오늘 하루 가볍게 2승을 챙겨가는 이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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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