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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69화 (269/575)

00269  Game No. 269 병호야 또 속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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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카운트다운 소리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연습실에서 들을 땐 아무런 감흥이 없는 소리인데 유독 부스 안에서 다르게 느껴진다.

정말 전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그 순간 경기가 시작했다.

다시 경기에 집중!

위치는 12시였다.

송병호는 5시 아니면 7시에 있겠군.

이번 경기만 잡으면 8강 진출에 있어 아주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4회차에서 8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

개인리그라는게 보상도 크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상당하다.

높은 빌딩 사이를 외줄타기로 건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상위 라운드 진출을 확정짓는다면 보다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겠지.

상대가 쉽지는 않다.

김택윤과 함께 육룡의 머리로 불렸던 선수였으니까. 지금은 은퇴한 선수들과 데뷔 시기가 비슷할 정도로 오랜 기간 프로로 활동한 선수다.

단순히 오래만 활동한 것이 아니라 그간 성적도 많이 냈다.

개인리그 우승은 1회 뿐이지만 용족 최다 결승전 진출 기룩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감각이 떨어질 만도 한데 떨어지기는커녕 노련함과 경험이 쌓여 더욱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MSL 16강에서 2:0으로 잡은 기억이 있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

애초에 경기를 길게 가져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험에서 밀리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는 건 별로 좋지 않다.

나에게 웃어주기보단 송병호에게 웃어주는 상황이 더 많이 연출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초반에 끝낼 수 있는 운영을 들고 나왔다.

내 주특기를 들고나왔단 말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어떤 전략을 써도 승리만 따내면 그만이다.

역사가 기억해주는 건 언제나 승자였다.

아. 예외는 1명 있다.

패자임에도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사람이...

누군지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준비한 전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려고 한다.

안 돼!

참아야해!

저번에 차영화랑 펼친 경기에서 내가 지은 표정이 화제가 되었다.

아예 그 부분만 따로 편집이 되어 올라왔고 가장 큰 커뮤니티인 <신 이야기>에서 베스트 게시물까지 차지했다.

경기가 아닌 내 표정으로 베스트 게시물을 차지한 건 승드셋 이후 처음이었다.

벌써 용안이 6기나 쌓였네?

남들에게 많은 수가 아니지만 지금 나에겐 엄청난 수의 용안이다.

그럼 슬슬 움직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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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지역에 있는 이 용족이 바로 전 시즌 우승자 이승우 선수입니다.

-요즘 최고의 성적을 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최근 10전이 9승 1패였고 최근 20전이 19승 1패였습니다. 30전으로 끊어도 27승 3패입니다. 그냥 사기입니다. 사기.

-사실 최근 전적 끊을 필요도 없이 데뷔 이후 모든 전적을 합쳐도 75승 10패. 무려 88%의 승률입니다.

괴물 같은 성적.

85번 경기를 펼쳐 10번 밖에 지지 않았다.

그 중 한 경기는 몰수 패.

실제 경기를 통해 패배한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말이었다.

다전제 승부를 제외하면 실제로 패배한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시 봐도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1년 승률이 이 정도 나왔던 선수가 1명 더 있었다.

바로 이영우.

본좌의 기준을 바꿔놓은 선수였다.

중계진의 해설은 바로 끊겼다.

벌써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움직임을 보인 쪽은 이승우였다.

점 하나가 본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승우 선수 또 나갑니다. 용안이 또 나가요.

-이야. 이 선수는 정말 대단하네요.

-또 전진 제단입니다. 또 한 번 전진 제단을 쓸 생각입니다.

전체 경기를 따지면 전진 제단이 사용되는 경기는 10경기 중 1경기가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비중이 적다.

그렇기에 전진 제단이 나오면 중계진들이 잔뜩 흥분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이승우는 예외였다.

10경기 중 1경기가 바로 이승우의 경기였으니까.

이제 놀랍지도 않다는 듯 중계진들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보통 날빌을 자주 쓰는 선수는 그리 인기가 많지 않다. 오히려 비겁한 선수로 낙인이 찍히곤 한다.

하지만 이승우는 정반대였다.

인기가 굉장히 많다. 거의 모든 용족 팬들을 이승우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이승우가 날빌을 쓸 때마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격하게 반응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차이는 간단하다.

전자의 경우는 날빌‘만’ 잘 쓰는 경우였고 이승우는 날빌‘도’ 잘 쓰는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날빌‘만’ 잘 쓰는 선수가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몇 번 있지만 우승한 후부터 그 위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다른 선수들에게 성향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프로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경기수가 많아 개인리그처럼 매 경기 전략을 준비할 수 없다. 결국 기본기로 경기를 펼쳐야하는데 날빌‘만’ 잘쓰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순 없다.

이승우는 다르다.

날빌‘도’ 잘하지만 기본기도 뛰어나다.

상대의 날빌을 막고 이기는 능력 역시 출중하다.

그냥 모든 걸 잘 하는 선수다.

승률이 그걸 증명한다. 그렇기에 이승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다.

흔하디 흔한 양산형 경기가 아닌 보고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내놓기에 이승우의 경기를 보는 이들의 눈빛엔 항상 기대감이 반짝였다.

오늘도 이승우는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해왔다.

-오늘 오후 이영우를 상대로 극단적인 전진제단을 시도하더니 송병호를 상대로도 전진제단을 시도하네요. 뭐 이런 선수가 다 있습니까? 정말 강심장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할 말이 없네요. 그냥. 전진 제단이 나오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워낙 많이 쓰다 보니...그냥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송병호 선수의 반응입니다. 전진제단이 지어질법한 공간을 정찰하느냐? 그 것이 문제거든요.

황혼에서 전진 제단은 나쁜 판단이 아니다.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본진이 언덕 아래에 있는 역 언덕 지형이기 때문이었다.

전진 2제단으로 경기를 끝내지 못하더라도 본진 언덕 입구를 잡는다면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본진을 빠져나온 이승우의 용안이 아래 쪽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굳이 중앙에 솟대를 소환할 필요가 없었다.

황혼은 3인용 전장.

5시와 7시 둘 중 한 군데에 상대가 있을 테니 조금 더 깊이 내려와도 된다.

솟대가 지어지는 장소 자체도 그냥 내키는 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연습을 통해 정하는 것이다.

상대가 솟대 정찰을 했을 때 들키지 않는 타이밍, 상대가 제단 정찰을 했을 때 들키지 않는 타이밍, 스타팅 포인트를 우클릭 했을 때 지나가지 않는 길 등등 수많은 변수를 계산해서 정하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전략에 따라 몇날며칠을 투자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을 모든 경기마다 할 수 없으니 날빌만 잘하는 선수가 오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자. 솟대 지어집니다.

-아마 굉장히 깊숙이 내려왔거든요? 하나의 제단으로 안끝날 겁니다. 이번에도 2개의 제단이 지어질 겁니다.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는 거죠. 송병호를 상대로 용아 컨트롤이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거죠!

송병호는 아직 정찰을 떠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솟대 역시 신전에 가까운 곳에 소환했다.

만약 송병호가 정찰을 생략한다면 상황은 굉장히 힘들어진다.

-자. 제단! 본진 보죠. 용안 생산되고 있나요?

옵저버가 이승우의 본진을 보여주었다.

신전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99제단! 전진 99제단입니다!

-아. 송병호 선수 금광 건설했어요!

-심지어 정찰도 안 나갑니다. 송병호 선수의 특징 중 하나가 배제를 하는 것이거든요? 실제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선수는 이래서 이걸 안 할거야. 저 선수는 저번에 이랬으니까 이번엔 이렇게 하겠지? 이렇게 미리 예측해서 판단합니다. 이게 양날의 검이거든요. 큰 이득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진짜 아무 것도 못하고 허무하게 질 수도 있거든요?

-지금까지 봤을 때 후자 쪽에 가깝네요. 아예 정찰을 생략하거나 가더라도 여의주탑 이후에 갈 생각입니다. 이러면 용아가 올 때가 되서야 상대의 전략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아. 송병호 선수 큰 일 났네요. 그 동안 본인의 목숨을 숱하게 구해주었던 감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정찰만 된다면 분명 막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제단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1제단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면 2제단에서 나오는 용아에 휩쓸려버릴 가능성도 적잖이 높다.

중계진의 말처럼 송병호는 이승우의 전진 제단을 배제했다.

이영우를 상대로 한 차례 전진 제단을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전략을 두 번 들고 나올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판이었다.

송병호는 이승우를 여전히 잘 몰랐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모두 패배했음에도 말이다.

본인을 구원해줄거라 굳게 믿고 있으며 걷고 있는 그 길의 끝이 절벽이라는 걸 언제쯤 알게 될까?

두 번째 제단을 소환한 이승우의 용안이 7시로 향했다.

7시는 송병호의 본진이 위치해있었다.

정찰 운마저 따르는 이승우였다.

첫 번째 서치에 상대의 위치를 발견했기 때문에 매너 솟대가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

매너 솟대를 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자원을 최대한 아끼며 2개의 제단을 올렸다. 솟대를 건설할 여력이 있을리 없었다. 그런 돈이 있다면 용아를 한기 더 찍는데 사용할 것이다.

그게 오히려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줄테니까.

송병호는 1제단에서 바로 가스를 올리며 테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면 이승우는 조금 있으면 용아가 생산된다.

그 용아가 7시에 도착하는 순간 평화로웠던 송병호의 본진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아. 중앙에 있는 제단을 봐야 두 번째 제단 따라 올리면서 준비를 할텐데...아..여전히 정찰을 나가지 않습니다! 100프로 예상을 못하고 있어요. 지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요!

-늦었습니다. 이제 너무 늦었어요. 곧 용아 나오거든요?

-지금 송병호 선수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두 번째 제단도 완성되었다. 그리고 생산 된 첫번째 용아가 송병호의 본진으로 바로 향했다.

-용아 달리기 스타트!

-첫 용아가 바로 출발합니다.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에 2,3 용아가 올 때 막을 수 있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그제야 정찰을 나가는 송병호의 용안.

중앙으로 나가는 길에 본진으로 오는 용아와 딱 마주쳤다.

깜짝 놀라는 송병호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스타팅 포인트로 향하던 송병호의 용안이 방향을 틀었다. 전장을 가로질러 바로 중앙으로 향했다.

정상적으로 본진에 제단을 지었다면 이렇게 빨리 용아가 올 수 없다.

지금 송병호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렸기를.

하지만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다져진 감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중앙에 버젓이 지어진 2개의 제단을 발견하는 순간 송병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아. 송병호 선수 황당하죠. 아니 아까 전진 제단 해놓고 이렇게 또 한다고? 이게 뭐야?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자. 그래도 중간에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용아 1기를 찍어줬습니다. 당장은 같은 수를 가지고 있어요.

송병호가 용안 4기를 이끌고 나왔다.

지금 해야 할 건 시간을 끄는 일이었다. 용아를 잡으면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용아가 죽으면 큰 일이다. 1기씩 추가되는 자신과 달리 상대는 2기씩 생산되기 때문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일단 상대는 극단적인 빌드를 선택했다.

막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단 흥분해선 안 된다.

차분히.

차분히 병력을 모은다.

송병호가 바로 용무관을 소환했다. 일단 용광포로 용아를 막아내며 시간을 끌고 용혼을 모을 생각이었다.

비록 1기씩 밖에 생산이 안 되지만 3기 이상이 모인다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송병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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