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68화 (268/575)

00268  Game No. 268 OSL 16강 3회차!  =========================================================================

****

“.....도착했다.”

“.....네.”

우리는 말 없이 드림 스튜디오로 복귀했다. 서로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이렇게 흑역사가 제조 되는구나.

오늘 있었던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특별한 말은 필요없었다. 눈빛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카레 사건을 팀원들에게 알릴 수 없었다. 1달 아니 몇 년은 놀려 먹을 거다.

대기실에 도착한 우린 여전히 대화가 없었다.

자. 멘탈 수습하자.

오늘 이영우도 에이스 결정전에서 극적으로 이겼잖아?

MVP도 받았고 4세트에서 졌던 것도 화려하게 복수했고.

[승우네 관광버스]를 성공시켜서 스킬 포인트 2개를 받았고 [매의 눈]이라는 새로운 스킬도 획득했다.

그 기쁨에 우리는 아이파크몰에 식사를 하러 갔.....아.

난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왜 기승전카레가 자꾸 되는 거지?

잊자. 잊어!

자. 기쁜 일을 생각하자.

양대 진 로열로더부터 5회 올킬을 했던 순간까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

이래서 명상을 하는거구나 싶었다.

내가 카레의 악몽에서 벗어난 건 경기가 시작되기 30분, 그러니까 카레 사건이 일어난지 1시간 30분이 지난 후였다.

****

-안녕하세요. 전현석 캐스터입니다! 오늘도 OSL로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엄전김의 인사로 OSL의 막이 올랐다.

언제나 활기찬 이들이었다.

저번 주 금요일 경기로 모든 선수가 한 번씩 경기를 치렀다.

A조에선 송병호와 김재만이 대결을 펼쳤다.

칠룡과 삼김 마수의 대결.

승자는 송병호였다.

올드 게이머의 마지막 후예다운, 하드코어 용아 러시로 김재만을 초반에 무너뜨렸다. 백만 용족 팬들의 환호성을 불러일으킨 아주 멋진 경기였다.

B조에선 임동원과 김윤호의 MSL 우승자 매치가 벌어졌다.

승자는 김윤호였다.

임동원이 잘 쓰는 닷발귀가 나오기도 전에 경기가 끝났다.

브레인 마수라는 별명답게 마견을 몰래 생산해 숨겨두며 보유한 마견의 수를 속였다.

정찰로 김윤호의 본진을 확인한 임동원은 상대가 자신의 빌드가 같다고 착각했고 무난하게 닷발귀를 생산하기 위해 벌레를 모았다.

김윤호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숨겨놓았던 마견과 함께 러시를 들어갔고 닷발귀가 채 뜨기도 전 경기를 끝내는데 성공했다.

두뇌 플레이가 빛난 한 판이었다.

C조에선 정명혁과 차영화의 경기가 펼쳐졌다.

전 경기가 MSL 우승자간의 대결이었다면 이들은 MSL 준우승자간의 대결이었다. 물론 정명혁이 우승 1회를 차지하긴 했지만 4번 준우승을 차지했기에 우승을 했음에도 이상하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공교롭게 둘 모두 이영우에게 준우승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승자는 정명혁이었다.

왜 자신이 이영우와 함께 용족전 투탑으로 불리는지 확실히 증명했다.

본인의 주특기인 화차 견제로 차영화의 멀티를 초토화시키며 가볍게 승리를 챙겨 넣었다.

마지막 D조의 경기는 이재성과 김연훈의 대결이었다.

용막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이재성.

역시 신은 공평하다. 하나를 빼앗으면 하나를 준다.

그런 그에게 신은 최강의 마수전을 선물해주었다.

시종일관 김연훈을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가볍게 승리를 챙긴 이재성이었다.

-저번주에 이어서 오늘도 굉장한 경기들이 준비되어있죠?

-1회차에 나왔던 선수들 그러니까 시드를 배정받았던 선수들이 오늘 3회차에 다시 한 번 총 출동하게 됩니다.

-이들의 희비가 조금 엇갈렸습니다. 전 우승자인 이승우 선수와 준 우승자인 이영우 선수, 그리고 4강에 들었던 김택윤 선수는 기분 좋게 승리를 챙긴 반면 이제운 선수는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거든요? 만약 오늘까지 패배하게 된다면 8강 진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이제운 선수 하락세가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16강에서 2패를 당한다? 그건 절대 안 될 말입니다.

-오늘 폭군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줘야죠!

이제운에겐 오늘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반드시 잡아야한다. 패배한다면 16강 탈락이라는 치욕을 당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커뮤니티에 이제운의 경기력에 대해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폭군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 최근 들기 때문이었다. 아직 이제운을 뛰어넘는 마수가 등장하지 않아 여전히 마수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라이벌인 이영우 뿐만 아니라 이승우에게도 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하나다.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

하지만 상대가 쉽지 않다.

정명혁.

과거에 마수전의 약점을 보였던 그지만 최근 들어 마수전에 깨달음을 얻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준비 된 경기를 화면으로 먼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16강 3회차>

1경기 이승우 VS 송병호

2경기 이영우 VS 임동원

3경기 이제운 VS 정명혁

4경기 김택윤 VS 이재성

화면에 선수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어느 것 하나 놓치며 안 되는 경기들이었다.

네임벨류가 엄청나다.

가장 먼저 대결을 펼치는 선수는 이승우와 송병호였다. 칠룡이자 각각 1승을 챙기고 있는 선수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렇다고 져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추가하며 2승으로 8강 진출 6부 능선을 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 다음 대결은 1승을 거둔 자와 1패를 거둔 자의 대결이었다.

임동원의 발등에 제대로 불이 떨어졌다. 1패를 한 상황에서 만난 상대가 이영우라니.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오늘 패배한다면 8강 진출이 불투명해진다.

3경기인 이제운과 정명혁의 대결도 마찬가지였다.

이제운이 폭군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4경기는 1~3경기에 비하면 어느 정도 승자 예측이 되는 경기였다.

이재성의 용막이 아직 현재 진행중이라면 말이다.

김택윤이 환국전을 못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잘못 된 생각이었다.

실제로 김택윤은 환국전에 약하지 않다.

통산 승률이 그걸 증명한다.

송병호와 도재열에 이어 승률 3위고 다승으로 따졌을 땐 송병호에 이어 2위다.

이런 호성적 아니 뛰어난 성적을 가졌음에도 환국전이 약하다는 이미지가 생긴 이유는 이길 때 무난하게 이기고 질 때 아스트랄하게 지기 때문이었다.

김택윤이 환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기 중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오히려 승률을 보면서 이렇게 많이 이겼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많았다.

반대로 김택윤이 환국을 상대로 패배한 경기 중 인상적인 경기를 꼽으라면?

신들의 전쟁 리그를 오래 본 이들이라면 꽤 많은 경기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느냐?

바로 임팩트 때문이었다.

무난하게 이기고 임팩트 있게 지고.

이영우나 정명혁을 상대로 개인리그 4강에서 3:0으로 탈락했던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어쨌든 이재성은 용족전을 못한다. 반면 김택윤은 환국전을 잘한다.

이재성이 따로 준비한 것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다면 김택윤이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중계진이 오늘 준비 된 경기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을 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경기에 들어서 할 것이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훑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럼 저희는 잠시 후 1경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함성과 함께 화면이 광고로 전환되었다.

****

자. 그럼 준비해볼까?

일단 스킬 장착을 해야 한다.

이미 어떤 스킬을 경기에 가져갈 것인지 미리 정했다.

[투신] 2개와 [숨바꼭질], 그리고 [폭주기관차].

이영우와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아꼈던 스킬들이었다.

이제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준비한 전략이 있었다.

깔끔하게 성공한다면 10분 내에 경기가 끝날 것이다.

이번에도 [승우네 관광버스]를 챙겨볼까?

아까 레벨을 올린 덕에 한 번 더 쓸 수 있다.

송병호를 상대로 [승우네 관광버스]가 성공한다면 이영우 못지 않은 스킬 포인트 조각을 획득할 수 있을거다. 더군다나 레벨 4까지 올린 상태.

20개보다 많은 스킬 포인트 조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 거 좀 끌리는데?

잠시 고민하던 난 이내 고개를 저었다.

원래 계획대로 가자.

변수에 의도치 않는 상황이 나오는 건 사절이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준비한대로만!

송병호가 경기를 펼치는 전장은 황혼으로 이번 시즌에 새로 추가 된 3인용 전장이었다.

가장 큰 특징은 본진이 언덕 아래에 위치한 역 언덕 전장이라는 것이었다.

이 점을 활용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송병호의 가장 큰 단점은 손이 느리다는 것이다.

초반 찌르기에 흔들리는 모습이 간혹 나왔다.

오늘 내가 준비한 전략도 초반 찌르기다.

단순히 피해를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다.

감독님과 단점을 보완해가며 전략을 완성시켰다. 오늘 펼쳤던 에이스 결정전만큼 자신있는 전략이었다.

최대한 빨리 경기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절대 카레 때문에 그런게 아니다.

이영우랑 2경기해서 그런 거다.

정말이라니까?

****

광고 후 다시 돌아온 무대.

중앙 화면엔 이승우와 송병호의 모습이 나란히 보여지고 있었다.

서로간의 눈빛이 매섭다.

-오늘 1경기를 펼치는 양 선수가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습니다.

-원조 칠룡의 수장과 신 칠룡의 수장의 맞대결이죠.

-당장 기세로 본다면 이승우 선수가 훨씬 앞섭니다. 오늘 이영우 선수에게 패배하며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건 만천하에 똑똑히 보여줬습니다.

-이게 무엇을 말하느냐? 이승우 선수의 멘탈이 얼마만큼 단단한지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1패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죠.

-정말 에이스 결정전에서 들고 나온 전략은 환상적이었습니다.

김태영 해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까 전 보았던 천왕랑을 떠올리고 있는 듯 했다.

-이승우 선수가 정말 무서운 건 두뇌 플레이와 피지컬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진짜 대단한 거거든요.

아스트로 입단 초반만 해도 이승우는 피지컬형에 가까웠다.

스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런 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이재명 감독이었다.

이재명 감독의 두뇌와 이승우의 피지컬이 합쳐졌다.

사실 이재명 감독의 전략은 실제로 플레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여러 차례 선수들에게 연습을 시켰지만 제대로 경기에 녹여내지 못하고 오히려 손이 꼬이는 경우가 파다했다.

궁극의 피지컬, 철인과 같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전략들.

놀랍게도 이승우는 그런 피지컬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최연규와 정명혁 만큼 센세이션한 조합이 완성되었다.

놀라운 건 그 후였다.

처음엔 이재명 감독이 시키는대로만 움직이던 이승우가 차츰 전략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본인의 몸에 맞게 고쳐 입기까지 했다.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분명 무언가를 준비해왔을 겁니다.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그렇죠. 그래야 이승우 선수죠! 오늘 이승우 선수는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합니다. 여태 용족이 우승을 차지한 이후 16강에서 2승을 거둔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송병호 선수가 우승 다음 리그에 8강에 오르긴 했지만 1승 2패, 재경기 끝에 올랐었습니다.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은 아니지만 오늘 이승우 선수가 이기게 된다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겁니다.

역시 엄재웅!

오늘도 또 하나의 포장을 준비해왔다.

이승우는 신룡이란 별명 뿐만 아니라 기록 브레이커라는 별명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본인이 말한 것 처럼 큰 의미 있는 기록은 아닐 수 있지만 이승우가 승리하게 된다면 또 한 번 기록을 깨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만약 송병호가 이긴다면?

이젠 이렇게 포장을 하겠지.

-본인이 가지고 있지 못한 기록을 다른 용족이 가지는 걸 지켜볼 선수가 아니죠. 송병호 선수는. 역시 송병호 입니다! 본인이 지니고 있는 경험으로, 노련함으로 이승우 선수에게 패배를 안깁니다!

라고.

100%다.

스토리 작가답게 엄재웅 해설은 그 누구보다 이야기를 만드는데 능했다. 물론 그만큼 노력도 했다. 선수들의 식성부터 팀의 독특한 풍습까지. 모든 걸 알고자 했다.

그때 양 선수의 준비가 끝났다는 사인이 중계진에게 들어왔다.

-양 선수 경기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이승우의 패기냐? 송병호의 노련함이냐? 그 대결의 승자가 이제 곧 정해집니다. 오늘의 첫 번째 경기의 전장 황혼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오늘도 전현석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확인해보시면 알겠지만 267, 268편 모두 평소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원래 분량보다 더 넣었습니다.

(개그(?)부분은 일종의 보너스입니다.)

가시기 전에 추천 한 번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