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5 Game No. 265 천왕랑 장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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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제단을 걷어냈음에도 이영우의 표정이 밝지 않다.
오히려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당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파악한 것이다.
전진 제단을 밀어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초반에 일꾼을 다수 동원하느라 제대로 된 자원 채취를 하지 못했고 금마저 금광러시로 인해 늦게 채취할 수밖에 없었다.
앞마당에 군영을 건설했지만 이마저 상대의 조종에 의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잘 짜인 판에 놀아난 꼴이었다.
일꾼으로 이승우의 상황을 살폈다.
제대로 배를 불리고 있다.
본진에서 용아 1기만 생산하고 나머지 자원은 확장과 테크에 쏟고 있다.
이걸 알고 있음에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했다.
이렇게 배짱을 부리게 해선 안 된다. 언제든 러시를 갈 수 있다는 걸 용족에게 심어줘 병력을 계속 생산하게 만들어야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이승우도 이걸 분명 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배를 불리는 것이겠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참아야했다. 지금은.
10~20분 만에 끝날 경기가 아니다.
최소 30분 이상을 바라봐야 역전을 노릴 수 있다.
그때까지 끈덕지게 버틴다.
발톱을 숨기며 기회를 살핀다.
상대의 목숨을 단숨에 끝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다시 발톱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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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경기가 묘하게 흐르네요. 이승우 선수가 전혀 불리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유리합니다.
김정식 해설이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태영 해설과 성진우 캐스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관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진 2제단이 파괴되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혼자만의 의견이 아닌 듯 그 말을 들은 주변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김정식 해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승우 선수의 전략에 소름이 돋을 지경입니다. 애초에 실패했을 때의 상황을 준비해왔습니다. 제단 러시가 들키지 않으면 그걸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고 만약 제단을 들키게 되면 하나의 제단을 더 지어서 일꾼이 최대한 많이 나와서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주겠다. 여기서 가장 베스트 판단은 금광 러시였습니다. 이게 아니었다면 환국이 견제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거든요? 근데 금광 러시를 당하는 바람에 환국이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공격을 가면 경기를 던지는 꼴이 된 겁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과감하게 앞마당을 가져갔죠? 이영우 선수가 견제를 가면 피해를 입을 것 같죠? 근데 못갑니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영우 입장에서 정말 답답한 상황입니다.
확실히 김정식 해설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이승우가 의도부터 이영우의 현재 심정까지.
모든 걸 완벽히 꿰뚫고 있었다.
김정식 해설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김정식 해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듣고 보니 그럴 싸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이라 당한거다.
두 번째였다면 이영우도 당하지 않았을거다.
이영우를 상대로 이런 싸움을 거는 선수가 최근 없었다. 그나마 이제운 정도.
용족으로 한정짓자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이영우가 대처하지 못했다. 그 빈틈을 잘 노린 이승우였다.
-이영우 선수가 할 건 앞마당에 군영을 지으며 후반을 도모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찌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금광 러시를 당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것이 아니었다면 이승우 선수도 이렇게 빨리 앞마당을 확보할 수 없거든요. 화차가 포함 된 치즈러시가 두려우니까 말이죠.
“아. 진짜 그러네?”
“이영우가 유리한 거 아니었어?”
“대박. 그럼 이승우가 유리한 건가?”
“김정식 말 대로면 이승우가 훨씬 유리한 거 같은데?”
김정식 해설의 말이 끝나는 순간 관중석이 술렁였다. 관중들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2개의 제단은 모두 파괴되었고 그나마 생산 되었던 용아는 1킬도 하지 못하고 잡혔다.
이영우가 유리하게만 느껴졌던 경기.
실상을 알고보니 이승우가 많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김정식 해설이 쐐기를 박았다.
-이게 쉬운 운영이 아닙니다. 멀티테스킹이 완벽해야 할 수 있는거예요. 전진 제단부터 금광러시까지. 이 중 하나만 빠졌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되었을 겁니다. 나온 용아 1기의 움직임을 보세요. 절대 무리하게 궁병이나 일꾼을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바깥쪽을 돌면서 이영우가 뭐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승우 선수가 이 경기를 완벽히 설계했다면, 이 결과가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지금 바로 세번째 신전을 가져갈 겁니다.
김정식 해설의 말이 끝난 그 순간.
-지잉.
세 번째 확장 지역에 신전이 소환되었다.
1제단 트리플.
이승우는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배를 째는 빌드가 그렇게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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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다.
평화로워도 너무 평화롭다. 마치 컴퓨터와 경기를 펼치는 것 같다. 아. 이 건 좀 오바인가?
그 정도로 경기는 크게 기울었다.
7:3?
아니 8:2?
세 번째 신전을 올리고 있음에도 환국이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조심해야 할 건 있다.
금와 견제.
이영우라면 금와 견제가 한 번쯤 올 수도 있다.
사실 1화통 1풍운청은 좋은 빌드가 아니다.
무조건 이득을 거둬야하는 빌드.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물량이 적으면 세 번째 군영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된다. 안 그래도 확장이 느린 환국인데 더 느려진다고?
목 내밀고 잡아가라고 하는 거나 똑같다.
하지만 이영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충분히 1화통 1풍운청으로 이득을 거둘 수 있다. 그러니 방비해야한다.
이영우의 본진 쪽을 지정해놓았던 [CCTV]를 본진 외곽 쪽으로 변경했다.
금와가 올 거라고 예상되는 지점이었다.
지금 당장은 유리하지만 시간을 너무 끌어서도 안된다.
용비어천가는 2인용 전장.
다른 전장처럼 타 스타팅을 확보하며 물량으로 찍어누를 수 없는 전장이다.
어영부영 시간이 끌리게 되면 반땅싸움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승부는 모른다.
업그레이드 잘 된 기갑 병력과 소모전을 펼치는 건 너무 효율이 떨어진다.
아직 [투혼] 2번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전투 2번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전에 끝낸다.
그 것이 베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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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영우 선수 이 불리함을 역전시키기 위해 금와를 날립니다.
-아마 저기에 4기의 화차가 타있겠죠?
-초반에 배를 불려놔서 그런지 확실히 용혼의 숫자가 많습니다. 저 많은 용혼을 뚫고 용안을 줄여줘야한다는 건데 그게 쉽지가 않죠.
-그래도 이영우 선수이니 기대를 걸어봐야겠죠.
4기의 화차를 태운 금와가 이승우의 본진쪽으로 향했다.
그 안엔 이영우의 희망도 함께 타 있었다. 연달아 견제를 시도한 모양인지 4기의 화차가 금와의 뒤를 따라갔다. 본진에 내린 후 4기의 화차를 다시 실어올 듯 싶었다.
-자. 이승우 선수의 대처가 중요하죠.
-이미 금와가 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번 화차 견제만 막아내면 이승우 선수를 말릴 수 없습니다. 이영우 선수 입장에선 진짜 이 악물고 이번 견제에 모든 걸 걸어야합니다.
4기의 화차가 본진 쪽에 떨어졌다. 화차를 내려놓은 금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4기의 화차를 실으러 떠났다.
-자. 갑니다.
-용혼도 커버오죠!
미니맵을 확인했는지 용혼이 본진 쪽으로 쭉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수가 꽤 많다. 4기의 화차로 파고들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 하지만 이영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위 쪽 철광 쪽으로 파고듭니다!
-앞마당! 앞마당 쪽에 화차 떨어집니다!
동시 2군데.
아니 동시 3군데 견제가 시작되었다.
세 번째 멀티 쪽으로도 화차가 떠났으니까.
단순 견제로 통하지 않을테니 멀티 테스킹 싸움으로 이득을 챙기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승우였다.
제대로 배를 불린 이승우.
-아. 용안을 생각보다 잡아내긴 했습니다만 이승우 선수에겐 피해도 아닙니다. 신전 3개에서 뽑으면 금방 채울 수 있거든요. 오히려 화차 10기를 잃은 이영우 선수가 더 피해를 봤어요.
용혼의 수가 많아 앞마당과 세번째 신전에도 방어 병력을 보낸 이승우.
용혼을 피해 용안을 컨트롤로 찍어 준 이영우였지만 쌓여있는 용혼의 공격을 버티기엔 무리였다. 기가막힌 무빙으로 용안을 잡아준 화차지만 딱히 이득을 챙겼다고 말하기엔 힘든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깔끔하게 막은겁니다. 정말 깔끔하게 막았어요!
-이승우 선수 바로 복수 성공하나요?
정말 이영우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되었다.
1시간 경기한다는 마인드로 전장을 반으로 긋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공중제단이 2개, 아니 3개까지 지어집니다!
김태영 해설에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가장 좋아하는 유닛이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보는 눈이 다른 해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그지만 천왕랑을 캐치하는 눈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2개면 모를까 3개까지 공중제단이 늘어날 이유는 하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여의주탑의 꼭대기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왕랑! 천왕랑입니다!
아직 천왕랑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아닌데 김태영 해설의 얼굴엔 이미 미소가 만개해있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공중제단이 완성되자마자 천왕랑의회가 건설되었다.
3 공중제단 천왕랑.
이승우가 선택한 최종병기였다.
-이야아아아아!
-천왕랑입니다. 천왕랑!
-영광의 천왕랑! 영광의 천왕랑! 이승우! 마무리 지으려는거죠! 이거는, 환국전의 천왕랑은 용족의 상징 아닙니까? 이야. 이승우 선수! 60만! 아니 100만 용족의 상징 아닙니까!
잔뜩 흥분한 김태영의 모습에 성진우 캐스터와 김정식 해설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산타크로스를 만난 아이가 이렇게 해맑을까?
천왕랑 앞에 김태영 해설은 어린아이마냥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 7세트를 중계하는 내내 가장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는 지금 제 멘트는 이승우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 하는게 아닙니다. 용족의 팬들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상징성이 있는 겁니다. 천왕랑의 귀환을 이승우 선수가 선포하고 있는겁니다! 이 중요한 에이스 결정전에서 말입니다!
<이러다 김태영 울겠다.>
<천왕랑에 감동 먹은 듯 ㅇㅇ>
<애초에 기대도 안했을걸? 이승우 원래 천왕랑 안쓰잖앜ㅋㅋ>
커뮤니티 반응도 뜨거웠다.
이승우가 천왕랑을 선택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이승우가 천왕랑과 거리가 먼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이영우와의 결승전에서 천왕랑을 뽑아들긴 했지만 그 것도 의외성을 노리기 위해서였지 천왕랑이 자신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오늘 천왕랑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었다.
퍼포먼스의 성격도 있겠지만 2인용 전장이기에 천왕랑을 선택한 것도 있었다.
나가를 쓰면 기본적으로 회전력으로 환국을 상대해야하는데 스타팅 포인트가 2개 밖에 없는 용비어천가에서 그런 운영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천왕랑으로 이영우의 네 번째 군영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는 것만으로 이영우는 경기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요즘 누가 천왕랑 갑니까? 다 나가가죠. 천왕랑 한 물 갔다. 그렇게 다들 말하는 지금 이승우 선수가 천왕랑을 뽑아 들었습니다. 천하의 이영우 선수라도 지금 이 천왕랑을 막을 순 없어요!
김태영 해설의 절규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첫 번째 천왕랑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