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2 Game No. 262 CT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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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연습실.
아스트로와의 경기를 하루 앞당겨 둔 지금 모두 연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번 시즌 아니 2라운드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때까지의 아스트로는 육군이랑 큰 차이가 없는 팀이었으니까.
보너스.
그냥 쉬어가는 경기. 혹은 연습생이나 2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경기.
CT 뿐만 아니라 다른 상위권 팀들 모두 암묵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1,2 라운드 성적이 좋지 않아 지금은 7위에 쳐져 있지만 포스트시즌에 올라온다면 언제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 되어버렸다.
견제해야한다.
이제는 전처럼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보약처럼 1승을 공짜로 얻는 팀이 더 이상 아니었다.
모든 걸 걸고 싸워야 하는 팀이 되었다.
6세트 전에 끝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이스결정전에서 이승우가 또 나오게 된다.
어떻게든 그건 막아야했다.
“연습은 어때?”
“잘되고 있어요.”
“컨디션은?”
“괜찮아요.”
“다행이네.”
CT에선 이영우를 집중 관리하고 있었다.
4세트에서 이승우를 저격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었다.
4세트 전장은 용족이 환국을 상대로 유리한 나주평야.
그런 전장에서 이영우가 나섰다는 건 분명 준비한 1방이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이영우는 이승우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굉장히 생소한 광경이다.
다른 선수가 이영우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살기를 준비하는 건 봤어도 이렇게 이영우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과거 신이라는 별명을 얻기 전, 소년 가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영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존심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그도 이승우를 넘고 싶었으니까.
“조금만 더 하다 쉬려고요.”
“너무 무리해서 하지마. 내일 경기잖아. 푹 쉬면서 컨디션 관리 하는게 좋아.”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당분간 컴퓨터 앞에서 당장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영우였다.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영우가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짊어진 느낌이었다.
‘6:3.’
현재 자신과 이승우와의 상대전적이다.
3이 자신이고 6이 상대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
항상 반대였다. 이기는 쪽이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고 있다.
그 것도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신들의 전쟁을 깨달았다고 느낀 이후로 벽을 느껴본적은 없었다. 그나마 라이벌이라 불리는 이제운을 상대할 때나 조금 힘겨웠지 다른 선수를 상대로 고전을 펼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군림했을까?
순간 벽이라 느껴질만한 선수를 만났다.
이승우.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는 말이 정말 잘어울리는 선수였다.
쥐도 새도 모르게 등장한 그는 조용히 신들의 전쟁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영우는 6:3이란 스코어를 차분히 받아들였다. 부정하지 않았다.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한 걸음씩 쫓아가 언젠가 상대전적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영우가 시대의 지배자가 된 데엔 이러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
다가올 미래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말이나 생각으론 정말 쉬운 일이지만 실천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이영우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지난 결승전의 아쉬움이 아니었다. 이미 그때의 일은 잊은지 오래다.
당장 내일 다가올 프로리그 경기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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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게 왜 이렇게 되었지?
불과 30분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CT를 상대로 2:1로 앞서고 있었으니까.
시작부터 아주 상쾌했다.
1세트에서 민규가 나와 승리를 따내주었다. 2세트에선 승대가 아쉽게 패배했지만 3세트 나선 우리의 믿음직한 주장, 현우 형이 승리를 하면서 스코어가 다시 앞서게 되었다.
이영우를 내가 이긴다면 3:1로 크게 앞서나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경기는 이영우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영우가 준비해온 전략이 좋았다. 그리고 내 실수가 컸다.
5화통 타이밍 러시로 순식간에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러시거리가 짧은 나주평야라서 훨씬 더 빠르게 느껴졌다.
보통 환국과는 달랐다.
중간 중간 브레이크를 걸며 시간을 벌 수 있는 다른 환국과 달리 이영우에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당장 병력이 부족했기에 [투신]을 써도 이득을 챙기기 쉽지 않았다.
이득은커녕 당장 손해를 보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괜히 빨려 들어가서 모든 병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준비 된 이영우는 확실히 무서웠다.
그리고 과감했다.
망설이는 순간이 없었다.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어어 하는 사이에 결국 앞마당이 조여졌고 지금까지 그 라인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이영우가 5화통 타이밍 러시를 나올거란 걸 알았다.
근데 당했다.
예상한 타이밍보다 한 박자 빠르게 치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황당했다. 그리고 기가 찼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영우는 시간을 당겨버렸다.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영우였다.
최적화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일꾼 수부터 건물을 짓는 타이밍까지.
모든 것이 계산되었다.
기계처럼 무수한 반복을 통해 얻게 된 것이 아니다.
감.
오직 감으로 이런 걸 해낸다. 기계 같다는 말은 칭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변수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이영우는 모든 변수를 미리 생각하고 있던 것 처럼 행동한다.
한 수 아니 두 수 이상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이다.
더 이상 힘이 없다.
마지막으로 [투신]과 [폭주기관차]를 사용해 뚫기 시도를 하고 막히면 GG를 쳐야했다.
용혼과 용아의 위치를 잘 정비했다.
다른 병력에 껴 제대로 전투에 합류하는 일이 없도록 배치에 신경을 썼다.
운룡도 2기 준비했다.
각자 4기의 용아와 2기의 용아, 1기의 지룡이 타 있었다.
천자총통의 화력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안에 타 있는 지룡을 통해 천자총통에게 막타를 넣을 생각이었다.
깊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곧 앞마당과 본진의 자원이 모두 떨어진다.
그 전에 뚫지 못하면 희망은 없었다. 힘겹게 모은 병력을 이끌고 전진했다.
동시에 [투신]과 [폭주기관차]를 사용했다.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먼저 운룡을 크게 돌려 뒤 쪽에 있는 천자총통을 줄이려 했다. 천자총통의 포신이 뒤 쪽으로 향한 순간 용혼과 용아를 조이기 라인으로 일제히 보냈다.
집결지 설정도 모두 바꿨다.
이판사판이었다.
어차피 나에게 뒤는 없었다.
둑이 터지 듯 앞마당에 꽁꽁 모아뒀던 병력이 흉흉한 기세를 뿌리며 달려 나갔다.
이게 마지막 병력이다.
더 이상 이렇게 모을 자원이 없다.
컨트롤에 최대한 집중했다.
단순히 뚫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이걸로 역러시를 갈 수 있어야했다.
용혼으로 지뢰를 최대한 제거를 해줘 지뢰에 의해 터지는 용아의 수를 최소화시켰다. 지금은 용아 1기라도 아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영우의 컨트롤도 만만치 않았다. 천자총통을 3기씩 따로 컨트롤해서 용혼을 때렸다.
천자총통의 데미지가 손실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었다.
저 귀찮은 걸 일일히 다 해주는구나.
이게 꽤 아프다.
포격이 있을 때마다 용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굉장히 어려운 컨트롤.
하지만 이영우는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역시 괴물은 괴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뢰 역대박을 노리는 용아를 화차로 빠르게 끊어주며 지뢰 역대박을 미연에 방지했다.
이러면서 본진에서 병력 생산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겠지?
아.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져온다.
순식간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용아의 비명소리와 환국의 기갑병력이 터지는 소리가 뒤섞여 귀를 웅웅 울렸다.
집중해야한다. 집중!
이 전투로 모든 것이 결정 된다.
얼핏 뚫는 것 처럼 보였지만.
‘아.’
어느새 충원 된 이영우의 병력에 용아와 용혼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이제 추가병력을 걷어낼 힘이 없었다.
더 해보고 싶었지만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이기 라인을 재정비하는 환국의 병력이 너무나 얄미웠다. 마음 같아선 응징을 가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본진 자원은 모두 떨어졌고 앞마당 자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대로 제단을 돌릴 수 없는 상황.
역전할 수 있는 확률이 1%만 되고 거기에 모든 걸 걸겠짐나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난 GG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직 후 난 고개를 떨궜다.
연승 기록이 사라졌다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
언제든 쌓을 수 있는 기록이었으니까.
다만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이영우를 내가 잡아 줬어야했는데.
유리했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게 가장 컸다.
그렇게 난 한 동안 부스에서 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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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아쉽게 GG를 선언합니다.
-역시 이영우 선수네요. 쉽게 물러나지 않아요. 오늘 승리로 상대전적을 6:4까지 따라 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승우 선수의 연승 기록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프로리그 24연승? 아직 그건 이르지 않아? 내가 막아주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공식전 연승 기록도 21연승에서 멈춥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멈출 줄 모르던 이승우 선수가 이렇게 멈춰서네요.
물론 공식전 21연승, 프로리그 23연승만 해도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공식전에선 이승우에게 명함을 내밀 선수조차 없다.
이승우 기록 다음이 이영우의 16연승이었으니까.
다만 중계진들이 이렇게 아쉬워하는 건 이번 세트에서 이영우가 아닌 다른 선수를 만났다면 충분히 기록을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 둘의 만남은 또 하나의 명경기를 제조해냈다.
단순한 조이기와 그걸 뚫는 용족의 전투처럼 보였겠지만 그 안에 무수한 심리전과 컨트롤이 녹아 있었다.
이미 커뮤니티는 양 선수의 경기력에 후끈 달아올라있었다.
오랜만에 이영우의 팬들이 활개를 쳤다. 그간 이승우의 극성팬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던 이영우의 팬들이 그간의 울분은 한번에 떨쳐내려는 듯 매섭게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반면 이승우의 팬들은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모습을 보여서 득 될 것이 없었다.
-오늘 이영우 선수의 플레이는 정말 완벽했습니다. 요즘 무적이라 평가받는 이승우를 스피드로 압도했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현룡으로 5화통 타이밍 러시를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보통 환국이었다면 이승우 선수가 막아냈을 겁니다. 하지만 이영우 선수가 보통 환국이 아니었습니다. 최적화를 통해 보통
-미리 준비해온 것이겠죠. 이승우 선수를 잡으려면 보통 빌드로는 안 된다. 필살기가 있어야한다! 그냥 해도 무서운 이영우 선수가 필살기까지 준비해왔습니다. 이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겠네요.
-진짜 서로가 아니었다면 이길 수 있던 경기였습니다. 조이기를 당한 와중에 차분하게 병력을 갈무리하는 판단. 그리고 마지막 전투까지. 이승우 선수 끝까지 투지를 잃지 않았어요.
-이승우 선수 지금 속이 부글 부글 끓을 겁니다. 에이스결정전까지 가고 싶을 겁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나와서 이영우 선수에게 복수하고 싶을 겁니다. 오늘 많은 걸 잃었거든요!
-둘의 차이는 하나였습니다. 이승우 선수는 원래 하던 대로 플레이를 했고 이영우 선수는 개인리그 결승전을 준비한 것 처럼 이승우를 쓰러뜨리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차이가 둘의 승패를 나눴습니다.
둘의 실력 차이는 없다.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 승패가 나뉜 건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평소와 같은 프로리그 1경기로 생각한 선수와 개인리그 결승전처럼 생각한 선수의 차이.
아스트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 2:2.
지고 있는 건 아니다.
팀이 5,6세트를 연달아 이겨 승리를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힘들다. 아스트로에서 1승 카드라 생각되는 선수들이 앞선 세트에 모두 나왔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1세트라도 이겨 에이스 결정전까지 끌고 가 이승우를 한 번 더 내놓는 것이 베스트다.
이승우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거다.
-자. 그럼 저희는 잠시 후 5세트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