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61화 (261/575)

00261  Game No. 261 연승행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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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스트로와 육군의 경기가 열렸다.

서로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아스트로에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하위권에 있는 팀들에게 미리 승을 쌓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육군도 급하긴 마찬가지였다.

만년 꼴찌.

아무리 육군이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팀이지만 무기력하게 항상 패배하는 건 곤란했다.

이런 걸 원하고 육군에서 육군 타이거즈를 창단해준 게 아니다.

군인이 계속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여러모로 곤란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간 팀 운영에 크게 터치를 하지 않던  위쪽에서 최근 들어 성적에 대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문이 거의 사실인 이 바닥의 특성 상 이 이야기 역시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육군은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줘야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스트로는 나쁘지 않은 상대였다.

위너스리그에선 이승우가 무서워 감히 이길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최대 2경기 밖에 나오지 못하는 지금, 아스트로는 충분히 해볼만한 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참했다.

육군은 아스트로에게 1세트로 따내지 못했다.

-아스트로가 육군을 4:0으로 잡으며 5라운드 2연승을 이어나갑니다.

-위너스리그가 끝난 이후 하락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네요. 너무나 잘해주는 아스트로입니다.

-마지막 세트가 된 4세트에서 이승우 선수가 나와 김선웅 선수를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승우는 이번에도 4세트에 출전해서 승리를 거뒀다.

확실한 믿을맨이었다.

비록 상대가 육군이긴 하지만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선웅이었다.

육군 입장에선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런 기대는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마수를 상대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가볍게 승리를 따내는 이승우.

3:0으로 기울기 시작한 시점, 그러니까  4세트에 이승우가 나온 순간부터 육군 선수들의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이미 패배를 예견한 듯 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그렇게 육군은 4:0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공식전 21연승과 함께 마수전 17연승을 기록합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21연승.

본인의 기록을 또 한 번 쌓았다.

마수전 역시 괴물 같은 기록을 만들어냈다.

17연승.

역상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승우는 마수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고도 믿기 힘든 기록.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모든 종족을 통틀어 이승우 위에 있는 선수는 이제운 밖에 없었다. 상성종족인 이영우조차 14연승이 최고였다.

이승우의 마수전은 신의 경지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모습이 나왔다. 초반 용아의 움직임부터 남달랐다.

군제운이라 불리며 요즘 상승세를 치고 있는 김선웅이지만 이승우의 용아는 진짜 이제운도 잘 막아내지 못한 용아.

김선웅이 막아 낼 리가 없었다.

초반부터 흔들린 김선웅.

한 번 빼앗긴 주도권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되찾기 못했고 결국 GG를 선언하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리고 드디어 프로리그 23연승 고지에 올라섰습니다.

-전에 22연승에서 꺾인 적이 있거든요? 이번엔 그 고비를 넘고 23연승, 이영우 선수와 함께 프로리그 공동 다승 1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듭니다. 23연승!

22연승에서 꺾였던 연승기록이 어느새 23연승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영우와 함께 공동 1위의 기록.

공교롭게도 아스트로의 다음 상대는.

-이번에도 이승우 선수는 CT를 맞아 기록 갱신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팬들 입장에선 최고의 스토리죠. 정말 기대되는 매치가 만들어졌습니다.

CT였다.

22연승을 하고 있던 이승우의 연승 기록이 꺾였던 팀이 바로 CT였다. CT의 김대형에 의해 22연승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이승우에겐 복수의 자리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4세트에서 만나게 된 상대는.

-그 것도 자신과 함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영우 선수를 상대로 기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영우였다.

이건 CT쪽에서 저격한거다.

이승우가 4세트에 계속 배치되는 걸 알고 의도적으로 4세트에 이영우를 내보낸 것이다.

그걸 이재명 감독도 알았을 거다.

그럼에도 피하지 않고 4세트에 이승우를 배치한 이유는 하나.

자신이 있다는 뜻.

그렇기에 정면 승부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승우의 의견도 반영되어 있을 거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매치업이 완성되었다.

본인의 기록을 지켜야하는 이영우와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야하는 이승우의 대결.

물러날 수 없는 투우록이 프로리그에서 다시 한 번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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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연승을 했는데 팀 분위기가 생각보다 시큰둥하다.

마치 내가 프로리그 23연승을 기록할 것을 미리 알았다는 것 처럼 말이다.

중계진들을 비롯하여 모든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는데 정작 우리 팀은 조용하다.

그러고 보니까 이게 처음이 아니란 말이지?

어느 순간 팀원들이 내 기록이 둔감해졌다.

우승을 한 이유로 그게 더 심해진거 같다.

처음엔 사소한 기록 하나 하나에 크게 놀라더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개인리그 1승에도 치킨 파티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 옛날이여.

이게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살짝 헷갈린다.

팀원들이 나한테 그만큼 무관심해졌다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하자면 나에 대한 믿음이 워낙 확고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

기대치가 높은 걸 수도 있고.

흠. 좋은게 좋은거라고 후자 쪽으로 생각하자. 어쨌든 날 보는 팀원들의 눈빛에서 바다처럼 깊은 신뢰가 느껴지긴 했으니까.

지금도 팀원들의 관심은 프로리그 23연승이 아닌 민규에게 온통 쏠려있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민규 걱정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야 믿을 구석도 있고 있고 나이도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지만 민규는 그렇지 않다.

홀로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OSL에서도 잘했으니 어느 정도 걱정을 접어둬도 되지만 MSL은 OSL과 달리 원데이 듀얼 방식이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조심해서 가고. OSL에서 했던 것 처럼 긴장안하고 경기하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을 거다.”

프로리그 경기가 끝나마자 마자 분주하게 짐을 챙기는 민규.

다 이유가 있었다.

오늘 MSL 32강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경기 감각 좋더라.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

민규는 2세트에 나와 승리를 거뒀다. 긴장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부스에만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상대를 잡아먹을 것 처럼 매서워지는 눈빛.

선수로서 아주 좋은 눈빛이었다.

“오늘 김선웅 만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승우한테 당한 거 민규한테 화풀이 하는거 아냐?”

연호가 농담을 툭 던졌다.

오늘 나와 경기를 펼친 김선웅도 MSL 32강 경기를 펼친다. 공교롭게도 민규와 같은 조였다.

만만한 조는 아니다.

허영우, 이형민이 속해있었으니까.

허영무는 칠룡의 일인으로 결승을 2번이나 경험한 선수니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이형민도 비록 칠룡엔 들지 못했지만 폭발적인 물량과 기발한 전략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 중 하나였다.

민규에게 있어 고비는 1경기, 허영우전이었다.

만약 허영우를 이기게 된다면, 그리고 반대편 경기에서 김선웅이 이형민을 꺾고 올라오게 된다면 조 1위로 진출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개인적으로 민규가 조1위로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16강에서 만나지 않게 되니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연습한 대로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프로리그에서 승리한 것 처럼.

“그럼 다녀오마.”

오늘은 특별히 감독님께서 직접 민규와 함께 가신다. OSL과 달리 MSL은 원데이 듀얼 방식이라 그렇다고 하셨다.

민규의 멘탈을 관리해주기 위한 배려였다.

내가 MSL 처음 진출했을 땐 도 수코님이랑 갔던 것 같은데?

흠. 무언가 약간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했지만 이내 털어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뭐 있겠어?

그냥 편하게 생각하는거지.

“다녀오세요.”

그렇게 민규는 감독님과 함께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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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규 선수! 오늘도 이변을 만들어냅니다! 가장 먼저 16강에 안착하는 한민규!

-누가 예상을 했겠습니까? 한민규 선수가 조1위로 진출 할 줄요.

-한민규 선수가 마수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긴 했지만 용족전까지 이렇게 잘 할 줄 몰랐거든요.

-팀에 누가 있습니까? 현재 최고의 용족인 이승우 선수가 있지 않습니까? 이승우 선수와 팀에서 연습을 많이 할 텐데 용족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죠.

-아. 아스트로 진짜 요즘 기세 너무 무서운데요? 이승우 선수에 이어 한민규 선수까지. 프로리그에 이어 개인리그도 장악할 기세입니다.

-아직 16강 진출밖에 보여준 것이 없긴 하지만 기세라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전 시즌 이승우 선수에 필적할 만큼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신예는 패기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지나치게 긴장한다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한민규 선수는 그런게 없어요. 신예의 패기, 과감한 경기 운영을 지니고 있지만 긴장하고 위축되는, 신예의 단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네요. 정말 물건이 또 한 번 아스트로에서 나왔네요.

-한민규 선수가 조1위로 진출했다는 소식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면서 저희는 잠시 휴식을 가졌다가 패자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야. 민규 진짜 대단하네. 확실히 개인리그는 기세다. 기세.”

“그러게. 허영우랑 이형민, 용족만 잡고 올라갈 줄은 몰랐는데.”

민규는 깔끔하게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내가 원했던 시나리오대로 되었다.

적어도 16강에서 민규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짜 승우 형이랑 연습해서 그런 건가?”

내 어깨가 잔뜩 솟아올랐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

내가 얼마나 연습 경기를 준비해줬는데.

“당연하지. 인터뷰에서도 민규가 말했잖아. 승우 형이 연습 경기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민규가 은혜를 갚을 줄 안다.

승자 인터뷰에서도 내 이름을 언급해주었다.

센스 잇는 자식.

애들의 이야기가 전부 들렸지만 난 나서지 않았다.

이럴 땐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것 만큼 없어보이는 행동은 없다. 난 조용히 내 칭찬을 감상했다.

그래. 더 해라. 더.

그때 감독님과 전화를 끝낸 도 수코님이 거실로 오셨다.

“감독님께 연락 왔다. 오늘 파티다. 파티!”

“오!”

도 수코님의 말에 가장 먼저 승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붉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이 우승을 했을 때의 표정과 비슷했다. 먹을 것이 그렇게 좋더냐?

“민규 16강 진출 기념으로 하는 파티인가요?”

누군가 질문했다.

“응.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지. 바로...”

도 수코님의 손가락이 나를 향했다.

저요?

“오늘 승우가 프로리그 23연승 대기록을 작성 했잖냐. 어디 이게 쉬운 기록이냐? 10년에 한 번 날까 말까한 기록인데. 이렇게 좋은 일이 연달아 나왔으니 한 번에 묶어서 파티하자고 하신다. 감독님께서.”

역시. 감독님은 여전히 날 챙겨주신다.

“다들 위장 비우고 기다리고 있어!”

도 수코님이 짐짓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입가엔 장난기어린 웃음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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