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0 Game No. 260 32강 첫날 종료. =========================================================================
Game No. 260
<이승우 신 인증 경기 말도 안되는 경기력 ㅎㄷ >
<아. ㅅㅂ 팬티 2장밖에 준비 안했는데. 이런 경기 할거면 1장 더 준비하라고 말했어야지.>
<이승우 원탑 인정하는 부분입니까? ㅇㅈ? ㅇㅇㅈ~>
<이승우 넘나 좋은것~>
<승렐루야! 오늘도 2승으로 깔금하게 16강 진출!>
<20연승이네 지린다. ㅎㄷㄷ >
<이게 사람 기록임? 진짜 기록 맞음? 아나 20연승;;;;>
<승우야. 나 쌀 거 같아!>
<위엣놈은 정신병원부터 가야봐야 할듯 ㅇㅇ >
가장 먼저 16강에 진출하는 선수는 모두의 예상대로 이승우였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가시밭길.
아니 거기에 지옥불까지 더해진 느낌이다.
그 힘든 길을 뚫고 2승을 따냈다. 요즘 이승우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경기가 압권이었다.
오늘 경기의 MVP는 용력충전소였다. 33킬을 해낸 용혼도 대단했지만 용력충전소가 없었다면 용혼은 진작 터지고 말았을 거다.
나온 유닛은 많지 않지만 모든 유닛이 평점 9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용안은 궁병의 길을 잘 막아 궁병이 용혼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마지막 용혼은 껌 한 번 밟지 않고 이리 저리 본진을 누비며 모든 궁병을 끊어 냈다.
33킬.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록이었다.
모두 이승우의 집중력과 컨트롤을 칭찬했다.
지룡이나 천왕랑이 간혹 30킬 이상을 하는 경우는 보았다.
하지만 용혼이 이렇게 킬 수를 많이 기록한 것처음이었다.
커뮤니티에선 이미 영웅 용혼으로 불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원래 붉은색은 3배 강해지기 때문에 체력창이 붉게 변한 용혼이 33킬을 할 수 있었다는 드립까지 올렸다.
최태양 입장에선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셈이 되었지만 관중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선물해 주었다.
그저 그런 양산형 경기가 아닌, 양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남긴 것이다.
그 경기를 본인의 승리를 가져갔다면 훨씬 더 기분이 좋긴 했겠지만.
어쨌든 이승우가 2승을 추가하면서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말이 20연승이지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간의 경기에서 이런 기록을 냈다는 것 자체가 입이 쩍 벌어지는 일이다.
승률이 낮은 선수들, 그러니까 양학을 한 것도 아니었고 정상급 선수들을 내리 잡아내며 거둔 승리가 의미가 더 컸다.
우승자 징크스도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깔끔하게 2승으로 16강에 진출했으니까.
지금 기세를 보면 16강에서 탈락할 것 같지도 않았다.
승자전이 끝난 후 이어진 인터뷰.
내용도 간단했다.
이번 목표도 우승이고 이왕이면 전 시즌처럼 전승 우승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만하다고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이승우의 입에서 나오니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이 정도는 이야기해줘야 이승우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중계진들이 오늘 경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번에도 답변은 간단했다.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난 모든 걸 이겨 내고 승리를 쟁취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길 거다.
팬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인터뷰였다.
그렇게 이승우는 2승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진출을 확정짓고 경기장을 떠났다.
***
인터뷰를 끝낸 후 바로 차에 몸을 실었다.
긴장이 풀어지며 온몸이 푹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의자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다.
32강 2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결승전을 치른 기분이다.
그런 나에게 도 수코님이 한 말씀 해 주셨다.
“다 네가 잘한다는 증거야. 네가 부담스러우니까 올인 하는 거고. 너를 상대하기 위해 전략을 따로 만들어 오는 거고. 그만큼 일반적인 운영으로는 널 이기기 힘들다는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분 굉장히 좋은데?
“그런가요?”
“당연하지. 다른 선수들도 봐라. 이영우 상대할 때 그냥 가는 선수 있나. 다 필살기 하나씩 준비해 가지. 이제 너도 다른 선수들한테 상대할 때 부담을 주는 선수가 되었다는 소리야. 기분 나빠하기보다 오히려 기분 좋아해야 하는 일이지.”
“정말요?”
답정너다.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나도 알고 있었다. 말하는 사이 슬그머니 올라가는 입 꼬리.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칭찬을 듣고 싶었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을 추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춤 한 번 추고 싶었다.
“당연하지. 진짜 고생했다. 1경기도 1경기지만 승자전은 진짜 최고였다. 내가 본 경기 중에 최고의 컨트롤이 나왔다. 김택윤이나 송병호였어도 진짜 그건 졌을 거야. 너니까 이겼지.”
내가 원하는 답이 나왔다.
30분 이상 아주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는 칭찬이!
극찬이다. 극찬!
하지만 이내 승자전을 떠오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진짜 힘들었다.
꼼짝없이 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유닛 1기 컨트롤에 집중한 건 처음이었다.
금쪽같은 용혼이었다.
마지막 용혼이 그 전에 죽은 용혼처럼 껌을 밟았다면 경기는 거기서 끝났을 거다. 상상만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결과적으로 잘 풀렸다.
이제 한숨 자야겠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렇게 난 열을 세기도 전에 잠에 빠졌다.
***
“다녀왔습니다!”
내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입구로 모두가 모였다. 슬쩍 보니 모두 모여서 MSL 경기를 보고 있었다.
신발을 벗는 순간 팀원들이 모두 내 쪽으로 달려왔다.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산타크로스의 1인칭 시점이 이런 거구나.
어린아이들이었다면 귀여움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성인 남자들이었다.
귀여움보단 두려움이 더 컸다.
혹시 날 이대로 깔고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다행히 팀원들은 내 앞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이게 뭐 다행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경기 최고였다.”
“와. 진짜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있을 줄이야. 보는 내내 감탄만 했다.”
“승자전이 진짜. 와.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최고! 최고!”
“역시 우리 팀 수호신!”
한 사람씩 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외쳐 대니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시장 통 같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이제 막 경기 끝내고 온 애 괴롭히지 말고 경기나 보자.”
감독님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팀원들.
“지금 무슨 경기 하고 있어?”
“A조 최종전 이제 막 끝나고 D조 시작하려고 한다.”
뭘 먹는지 웅얼거리며 답하는 연호.
바쁜 와중에 답해 줘서 고맙다.
“누가 올라갔는데?”
평소라면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경기를 봤겠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최태양. 최종진출전에서 임동원 이기고 올라갔다.”
오! 최태양이 이겼군.
그러고보니 임동원만 2번 이기고 올라갔네? 임동원 입장에서 진짜 짜증나겠군. 같은 선수한테 2패나 당하다니.
하긴 오늘 최태양의 경기력이 굉장히 좋았다.
그런 최태양을 이긴 나는?
으흐흐.
그냥 정점을 찍었지.
휴대폰을 꺼내 경기 내용을 바로 확인했다.
패자전에서 임동원이 압도적인 힘으로 차인환을 찍어 누르며 최종진출전에 올라왔다.
닷발귀 싸움으로 진행된 경기.
분명 같은 닷발귀인데 임동원의 닷발귀는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된 것처럼 훨씬 더 오래 살아남았다.
단순히 닷발귀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마견 몇 기를 따로 빼서 차인환의 일벌레를 노리는 플레이로 차인환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그 다음 이어진 최종전.
이번엔 최태양의 플레이가 빛났다.
최태양이 집중적으로 활용한 유닛은 금와였다.
4 금광을 확보한 마수를 훈련도감에서 나오는 바이오닉, 그러니까 생체유닛으로 상대하는 건 굉장히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최태양은 해냈다.
금와를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었다.
본진에 2금와가 떨어지기 무섭게 4번째 금광 확장 지역으로 병력을 진출시켰다.
손이 빠른 최태양답게 계속 멀티테스킹 싸움을 건 것이다.
처음엔 잘 대처하던 임동원이지만 그게 계속 반복되자 점점 손이 꼬였다.
피해를 보는 횟수가 증가했고 결국 경기를 내주게 되었다.
“이제 D조 경기 시작하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칼 같을까?
최종진출전의 하이라이트가 끝나기 무섭게 D조의 경기가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첫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이제운과 이성표.
이제운이 매서운 눈빛으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올라올 것인가?
아무래도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이제운이다.
올해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역대 가장 강한 마수라는 의견에 이견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까.
보통 최강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역상성으로 불리는 종족전을 잘한다.
이제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잘하는 건 동족전이 마마전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환국전도 뛰어났다.
최강 환국인 이영우를 상대로 50전 이상을 펼쳤음에도 상대 스코어가 2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다 잘한다.
이제운은.
한때 용족의 재앙이라 불린 적도 있었고 마수와 환국을 씹어 먹은 적도 있었다.
최전성기의 포스를 조금 잃긴 했지만 여전히 이제운은 사기였다.
그러니 리쌍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겠지.
그다음은 누구일까?
솔직히 모르겠다.
다 비슷비슷하니까. 그나마 삼김 마수인 김재만이 잘할 것 같긴 한데 최종진출전에서 이성표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성표가 불치병인 용막을 앓고 있긴 하지만 마수전과 환국전은 매우 뛰어났다.
김우현도 칠룡에 들어있는 선수니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와. 그러고 보니 여기도 죽음의 조네?
죽음의 조에 들어있을 땐 짜증만 났는데 이렇게 밖에서 지켜보니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다들 죽음의 조를 만들려고 하는구나.
16강 진출도 확정 지었겠다 편안하게 경기나 감상해야겠다.
***
-이성표 선수 최종 진출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아. 김재만 선수 정말 아쉽겠어요. 승자전에서 분명 이길 수 있었거든요.
D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진출한 선수는 폭군 이제운이었다.
1경기에서 자신을 도발한 이성표를 닷발귀짤로 무너뜨리더니 연이어 펼쳐진 김재만과의 승자전에서도 뛰어난 닷발귀 컨트롤을 앞세워 승리를 따냈다.
이제운을 도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 준 경기들이었다.
가장 먼저 탈락한 이는 칠룡, 김우현이였다.
패자조에서 용막 이성표를 만나며 최종진출전을 꿈꾸었던 그지만 이성표의 날카로운 빌드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A조에서 최태양이 썼던 중앙 2훈련도감을 그대로 꺼낸 것이다.
김우현 입장에선 설마 방금 전 다른 사람이 썼던 빌드를 꺼낼까 싶었을 거다.
그 것도 승자전이 아닌 뒤가 없는 패자전에서.
하지만 언제나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그리고 기적은 연달아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무한한 생명력을 지녔던 이승우의 용혼과 달리 김우현의 용혼은 맥없이 터졌다.
단숨에 제단이 장악 당한 김우현은 무적이라 불리는 3연망루에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이어진 최종진출전.
무난한 운영을 준비한 김재만과 달리 이성표는 이번에도 칼을 빼 들었다.
2 훈련도감 궁병 광폭 러시.
닷발귀가 나오기 직전의 타이밍을 노려 궁병이 광폭을 쓰고 달려가 앞마당을 뚫어버리는 전략을 준비해 왔다.
이 전략의 관건은 공격하려는 의도를 들키지 않는 것.
이성표는 김재만을 완벽히 속였고 가시 촉수가 건설되기 전 앞마당을 초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뒤늦게 닷발귀가 떴지만 이성표의 본진과 앞마당엔 이미 화살탑이 모두 지어진 후였다.
차분히 병력을 모은 이성표는 3천자총통, 1해모수 러시로 김재만을 끝내며 D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렇게 오늘 경기로 이승우, 최태양, 이제운, 이성표가 16강에 올라갔다.
커뮤니티의 반응은 올라갈 만한 선수들이 올라갔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마수의 약세가 두드러졌기에 마수 팬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임동원과 김재만.
이렇게 32강에서 떨어질 선수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서 이제운이 조 1위로 깔끔하게 진출하며 마수 서열 1위는 자신이라는 걸 다시 한번 만천하에 똑똑히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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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