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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59화 (259/575)

00259  Game No. 259 기적을 낳다!  =========================================================================

Game No. 25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진짜 나한테 다들 왜 이러는 거야?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응?

[투신]과 [숨바꼭질]이 아니었다면 진작 밀려 버렸을지도 모른다.

[숨바꼭질]을 통해 체력이 낮은 궁병을 찾아냈고 [투신]을 활용해 극한의 컨트롤을 이끌어 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손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마우스를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반드시 이기고 싶었으니까.

상황은 나쁘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내 야했다.

힘들기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을 걸어볼 만한 것이 있긴 했다.

최태양도 지독하게 가난하다는 것.

8기, 많아야 9기 정도의 일꾼을 생산했을 거다.

아까 2기를 잡아내고 전장에 2기가 더 충원되었으니까 현재 최태양이 자원을 채취하고 있는 일꾼의 숫자는 많아야 5기라는 소리였다.

이 이상은 절대 될 수 없다.

이 이상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궁병러시가 오지 못했을 거다.

최태양이 생산할 수 있는 유닛은 오직 궁병이다.

금을 채취하고 천자총통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궁병을 본진 밖으로 몰아내면 한숨 돌릴 수 있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아직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지금 살아 있는 용혼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말 그대로 혼을 실어야 했다.

내가 용혼이고 용혼이 나여야 했다.

궁병이 조금 깊게 들어왔다 싶을 때 용안과 함께 다시 덮쳤다.

용안이 5기 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태양의 궁병을 4기까지 줄여주는데 성공했다. 물론 용혼은 살려 둔 상태였다. 목숨과도 같은 용혼이었다.

[숨바꼭질]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궁병이 체력이 많이 빠졌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여기서 한 번이라도 삐끗한다면, 용혼이 터져 버린다면.

이마저 끝이다.

사정거리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이유였다.

어쨌든 자원은 들어왔기에 꾸준히 용안을 생산해 줬다.

자원을 채취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전투 병력으로 뽑은 의도가 더 강했다.

용안이 주 전투 병력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버텨야 한다.

집중을 잃지 않고 버티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

인생에서도 한 번 겪지 않았던가?

간절히 바라고 원하면 기회를 준다. 그 기회를 잡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오늘 경기에서도 분명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다.

아주 작은 틈이어도 좋다. 그 틈을 크게 벌려 역전의 발판을 만든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이승우 선수도 끈질기게 버팁니다!

-용혼이 터질 것 같은데 또 안 터지네요. 벌써 10킬이나 했습니다.

-10킬! 저 킬이 거의 다 궁병이거든요? 진짜 이런 건 처음보네요.

-그래도 1기, 2기씩 궁병이 추가되는 것이 엄청난 압박입니다. 일꾼도 다시 생산해 주고 있고요.

최태양의 일꾼은 총 5기.

지금 생산하는 것 까지 포함하면 총 6기가 된다.

이승우의 용안은 총 5기.

그중 1기가 궁병에 의해 방금 잡혀 버렸다. 뒤로 도망가는 용혼을 노리느니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용안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게 RPG게임이라면 레벨업을 해도 진작 했겠네요. 어느새 12킬입니다. 12킬. 저거 다 궁병이에요. 궁병!

-1부대의 궁병을 잡아낸 건 정말 대단한 거지만. 아. 진짜 용혼이 2기에서 3기만 있어서 망루를 때렸다면 고치는 일꾼도 없기 때문에 금세 정…….

그때 망루 안으로 들어갔던 궁병이 일순간에 튀어나오며 용혼에게 달려들었다.

변칙적인 움직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우도 예의 주시하고 있었기에 뒤를 잡히지 않고 무사히 용력 충전소가 있는 곳까지 용혼을 빼는 데 성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컨트롤을 통해 궁병의 체력을 부지런히 빼는 이승우였다.

-어? 13킬? 14킬? 궁병 계속 죽어 나갑니다.

-진짜 컨트롤 기가 막히게 하네요.

용력 충전소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용력 충전소가 아니었다면 진작 터졌을 용혼이다. 2~3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는 용혼 같았다.

거침없었고 용감했다.

체력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전투를 피하지 않았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저 용혼이 터지면 경기도 함께 터져 버리니까.

그럼에도 이승우는 꾸준히 용혼을 입구 쪽으로 보내 궁병에게 싸움을 걸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

왜?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궁병의 수가 8기 이상 쌓이지 않게 만드는 것. 계속 건드려서 최태양의 신경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

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이승우는 본인이 해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용혼 1기로 고군분투하는 이승우 선수!

-저건 진짜 영웅 용혼입니다. 저렇게 킬 수가 기록 된 용혼이 언제 나왔나 싶네요. 진짜 안 죽고 버티네요.

궁병도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더 이상 궁병을 무의미하게 잃는 건 최태양에게도 손해였다.

1기의 용혼이 망루를 때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 일꾼이 모두 잡혔기에 수리할 수 있는 일꾼이 1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동시에 제단 옆에 솟대를 소환하는 이승우.

-최태양 선수 일꾼 다시 1기 보냅니다. 이제 일하는 일꾼 숫자 다시 넷으로 줄었어요.

망루에서 나갔다 들어갔다 하며 용혼의 공격을 분산시키는 궁병.

하지만 이승우 역시 화면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망루 깨졌어요. 궁병 언덕 위로 올라갑니다.

-궁병이 6기입니다만 쉽게 달려들지 못합니다.

-이승우 선수의 컨트롤을 직접 겪었거든요. 궁병이 달려들었다가 손해만 잔뜩 봤거든요. 이건 이승우 선수 기세 때문에 달려들지 못하는 거예요! 이번에도 손해 보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그래도 승부 봐야 합니다. 솟대 완성되고 추가 용혼 나오면 역전 당할 수도 있어요.

-최태양 선수도 날카롭네요. 용혼이 조금 더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덮치려는 거죠! 1기 추가돼서 7기가 되었습니다. 궁병! 내려갑니다!

궁병이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 없었다. 솟대가 완성 되고 용아나 용혼이 1기만 더 나와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목표는 오직 하나.

용혼이었다.

저 용혼만 지금 잡아낸다면 경기를 무조건 가져갈 수 있다.

용안만으로 이기기엔 7기의 궁병은 너무 강했다.

-지금이 환국이 승부를 걸 수 있을 만한 타이밍이거든요. 솟대 하나 딱 완성되었고. 이 용혼은 최대한 도망 다녀야 해요!

이번엔 확실히 끝장을 보겠다는 듯 궁병이 끝까지 용혼을 추적했다. 이승우도 컨트롤로 궁병을 잡는 대신 뒤로 쭉 용혼을 뺐다. 동시에 일하고 있는 용안을 1기도 남기지 않고 끌어모아 궁병에게 달려들었다.

궁병을 잡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용혼에게 가는 길을 막겠다는 의도가 더 강했다.

남는 자원을 용안에게 모두 투자해 준 덕에 용안의 숫자는 꽤 많았다.

길이 막혀 더 이상 용혼에게 다가갈 수 없자 타깃을 용안으로 바꾸는 최태양.

궁병이 용안을 공격하자 어느새 나타나 궁병을 때리는 용혼.

최태양에게 너무나 얄미운 용혼일 것이다.

-환국도 지금 진짜 가난하거든요. 아. 이거 궁병 또 줄어드는데요?

-용안이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저 용혼은 죽어서는 안 됩니다.

궁병과 싸우느라 용안이 3기밖에 남지 않았다.

이 와중에 용혼은 살아남았다. 궁병의 수가 줄어 아까라면 물러났을 최태양이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이를 악물로 달려들었다. 언제 왔는지 일꾼 2기까지 추가되었다. 용혼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3기의 궁병이 용혼을 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뒤가 없었다.

모든 걸 걸고 온 러시.

이승우도 필사적으로 용력충전소를 활용해 용혼의 용력을 다시 채워 나갔다.

-아니 저 용혼은 뭐 치트키라도 걸려있나요? 왜 안 죽나요?

-어? 19킬? 20킬? 21킬? 용혼 킬수 계속 올라갑니다. 이게 뭔가요?

-23킬! 23킬! 궁병 다 죽었어요!!!!

-잠깐만요. 이거 지켜봐야 합니다. 이게 왜 이렇게 되었죠? 아니. 용혼 1기입니다. 1기! 1기로 저 많은 궁병을 다 죽였다고요?

기적이 일어났다.

궁병이 용안와 용혼에 의해 싹 전멸했다. 이제 남은 궁병의 숫자는 2기. 이제 막 추가된 병력이었다. 궁병 2기와 일꾼 2기가 다시 한번 달려들었지만 7기로 잡아내지 못한 용혼을 잡아낼 리가 없었다.

오히려 용혼의 킬 수만 늘려 주고 말았다.

-25킬! 25킬! 궁병 다 잡게 생겼습니다!

-최태양 선수 입이 바짝 타들어 갈 겁니다. 이게 뭡니까? 도대체?

-일꾼이 용혼을 때렸다면 상황이 바뀌었겠지만 이승우 선수 용혼 무빙이 기가 막히게 좋네요.

일꾼이 애타게 용혼을 쫓았지만 공격 한 번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 순간.

-용아! 용아 나왔어요!

제단이 다시 한번 기적을 낳았다.

용아가 생산된 것이다.

용혼에게 대신 공격을 받아 줄 동료가 생겼다. 용아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용혼. 궁병이 아까처럼 용혼을 쫓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하게 전진하는 용아.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아. 이러면 막은 거죠!

-자. 지금 상황, 서로 상황 봐야 합니다!

중계진이 잔뜩 흥분했다.

이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경기가 나왔으니까.

언덕 아래 망루가 지어지는 순간 이승우가 졌다고 생각했다.

최태양이 거목을 꺾었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시간을 끄는 걸 넘어 역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테크에선 이승우가 앞선다.

최태양은 뒤가 없다. 일꾼의 수도 적고 테크도 없다. 오직 2개의 훈련도감에서 궁병밖에 찍을 수 없다.

아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 이승우는 용혼을 1기씩 추가해 주면 경기를 잡을 수 있다.

-자. 적극적으로 나가죠! 용혼이 얼마나 외로웠겠습니까?

-홀로 싸우다가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든든한 친구를요. 이제 복수하러 나가죠!

용아로 궁병을 쫓아다니며 뒤에 있는 용혼이 계속 딜을 넣었다.

최태양에겐 너무 괴로운 상황이었다.

-이거 정말 외줄타기인데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 최태양 선수!

-이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용혼의 공격을 막아 내야 합니다.

본진에서 궁병에 쫓겨 다니던 설움을 제대로 풀고 있는 용혼.

어느새 27킬을 달성했다. 대부분 궁병이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2부대가 넘는 궁병을 홀로 막아 낸 것이다.

이 정도면 훈장을 쥐도 모자라다.

-지금 정도의 컨트롤이면 이승우 선수가 경기 잡을 수 있습니다. 1기로 저렇게 많은 킬을 해냈는데 2기가 되면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중앙 훈련도감까지 진출했던 용혼을 어떻게든 잡기 위해 쫓는 궁병이지만 이미 사업이 완료된 용혼을 평지에서 잡는 건 불가능했다.

꾸준히 킬을 적립하는 용혼.

어느새 30킬을 넘었다.

그리고.

-용혼! 용혼 나옵니다!

-저게 얼마나 반가운 용혼입니까?

-세상에 경기가 시작 된 지 10분이 흘렀는데 이게 세 번째로 생산된 용혼입니다. 얼마나 경기가 치열했던 겁니까?

용혼이 2마리가 되는 순간 최태양이 GG를 선언했다.

1기의 용혼도 잡지 못하는 지금 2기의 용혼을 잡아낼 리 만무했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는 최태양.

-GG! 최태양 GG!

-이승우 선수 승리를 따냅니다! 정말 힘겨운 싸움이었습니다만 왜 이승우 선수가 요즘 최고라 불리는지 명백히 보여 주는 경기입니다.

-20연승! 20연승입니다!

-도대체, 아니 도대체 이 선수는 누가 막나요?

경기가 끝나기 직전 용혼 1기가 기록한 킬은 무려 33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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